[리뷰] 인간은 우주를 관찰하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일까?

 

galaxy2 » 충돌하고 있는 나선은하 NGC5257. 나선은하에서는 지금도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과학적 우주상 (2)

박창범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앞글] 과학적 우주상 (1): 다우주(多宇宙), 그리고 우리 우주

   

은하들의 세계, 그리고 우리 은하

 

line » ■ 이 글은 고등과학원이 내는 간행물인 <과학의 지평>(41호, 2009년 8월)에 실렸던 박창범 교수의 글입니다. 우주론 전문가가 쓴 이 글을 고등과학원과 저자의 허락을 받아 웹진에 두 차례로 나누어 옮겨 싣습니다. 사이언스 온은 앞으로도 전문가들의 좋은 글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의 게재를 허락해주신 고등과학원과 저자한테 감사드립니다. -사이언스 온 편집자

인간의 우주상은 지구의 일부를 무대로 한 원시적 세계상을 출발점으로 해서, 약 2500년 전부터는 태양과 태양계 행성들의 모임을 전 우주로 인식해오다가, 약 400년 전 태양계 너머의 별들의 세계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2천년 동안 태양계가 우주 전체로 알려졌던 것처럼, 20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는 별의 집단과 그 공간이 우주 전체라고 이해되었다. 별들이 무리를 지어 우리 은하를 이루고 있고, 이런 은하들이 우주에 수없이 널려 있다는 다은하설(多銀河說)이 입증된 것은 불과 80여 년 전의 일이다. 외부은하들은 1920년대에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진 이후로 꾸준히 연구되다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 천문학자들의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그로 인해 수십억 광년 거리까지 은하들의 공간 분포가 탐사되고 있다. 은하가 처음 생성되었던 시점이 우주 나이가 수억 년이었던 때로 밝혀지고 있고, 나선은하와 타원은하의 형태가 주변 환경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또 그 속에서의 별 탄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등 은하들의 생성과 진화 과정이 규명되고 있다.

 

공간이 무한한 ‘우리 우주’에는 무한 개의 은하들이 존재한다. 은하들이 물질 덩어리로서의 개체로 태어난 이유는 우주초기에 물질분포에 조그마한 불균일성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태초에 우주공간을 팽창시키던 에너지에 필연적으로 양자역학적 요동(quantum fluctuation)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물질밀도의 차이가 생겨났고, 훗날 물질이 중력에 끌려 밀도가 높은 곳으로 모여들어 은하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은하들은 거대규모에서의 물질밀도의 차이를 반영하여 더 큰 천체를 형성하고 있다. 은하들은 수십 개, 수백 개가 모여 은하군이나 은하단을 이룬다. 또 은하군과 은하단들이 여럿 늘어서 있는 집단을 초은하단이나 우주거대구조라고 부르며, 수억 광년에 걸쳐 은하들이 거의 없이 텅 비어 있는 곳을 거대 공동(void)이라고 부른다. 은하가 모여 이룬 이런 대규모 천체들은 현재에도 중력에 의해 형성 중에있는 천체들이다. 이렇게 은하들은 우주의 물질계를 모양 짓는 기본 세포와 같은 존재이다.

 

나선은하의 내부에서는 성간구름과 별 사이에 물질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은하 속에 뭉쳐 있는 암흑물질과 바리온 물질은 강한 자체 중력을 발생시켜서 자신의 물질을 묶어놓고 있다. 이 속에서 일부 성간구름은 충분한 밀도에 도달해 붕괴를 할 수 있고, 수많은 별들을 탄생시킨다. 성간구름이 수축해서 만들어진 별들은 중심부의 온도가 천만 도 이상 올라가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서 빛을 내며 살아간다. 별 속의 원소들은 탄생 당시의 수소가 결합해 헬륨이 되고, 헬륨이 결합해 탄소가 되는 일련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중원소로 바뀌는데,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상에 이르는 별들은 핵연료가 고갈되는 순간 자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다가 급격히 발생되는 중력에너지로 말미암아 폭발하게 된다.

 

초신성 폭발 때 별 속에서 합성된 갖가지 중원소들은 은하 속으로 흩뿌려지는데, 은하의 자체 중력 때문에 대부분 은하 바깥으로는 퍼져나가지 못하고 주변의 성간구름에 섞였다가 새로운 별들을 만드는 재료로 다시 쓰인다. 중원소는 지구형 행성과 생명체를 만드는 데에 필수적인 원소이므로, 별을 탄생시키고 중원소를 축적해 온 은하의 존재는 생명 출현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우리 은하는 질량이 보통의 은하들보다 약간 작은, 평범한 나선은하이다. 오랜 옛날에 별생성이 멈춘, 중원소가 거의 없는 타원은하들과는 달리 우리 은하는 현재에도 꾸준히 별들을 탄생시키고 있으며 중원소를 많이 지니고 있다. 우리가 중원소 덩어리인 지구를 터전으로 살고 있고, 태양계가 나선 은하 안에서 생성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선은하는 중심의 은하핵(nucleus), 늙고 붉은 별들로 이루어진 둥그런 팽대부(bulge), 그보다 더 크지만 밀도가 낮은 헤일로(halo), 그리고 성간구름과 먼지로부터 젊고 푸른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납작한 원반(disk)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선은하에는 오랜 기간 동안 기체가 바깥에서 흘러 들어와서 원반을 만들고 새로운 젊은 별들을 탄생시켜 왔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타원은하는 생성초기에 또는 진화 과정 중에 별 생성이 끝났고, 현재는 늙고 붉은 가벼운 별들만이 남아 있다.

 

우리 은하는 무한히 넓은 우주공간의 임의의 한 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고,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여러 모로 비슷한 외부은하들이 무수히 많다. 우리 은하는 약 30개의 다른 은하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있는데, 이 은하 떼를 ‘국부은하군’이라고 부른다. 국부은하군에서 가장 밝은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이다. 국부은하군은 또 다른 여러 은하군과 처녀자리은하단 주변에 모여 있는데 이 전체를 ‘국부초은하단’이라고 한다. 국부초은하단은 다른 초은하단이나 우주거대구조에 비하면 매우 작고 가벼운 초은하단이다. 우리 주변 약 1억 광년의 공간 속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주소는 국부초은하단 내, 국부은하군 내, 우리 은하 내, 태양계 내, 그 세 번째 행성 지구인 것이다.    

별들의 세계, 그리고 태양

 

별은 성간구름에서 태어나, 자신이 지니고 태어난 질량에 따라 정해진 수명을 살다가 다시 성간구름으로 되돌아간다. 은하 속에서 성간구름은 붕괴하려는 중력과 팽창하려는 기체압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 적절한 외부 자극이 주어져 중력이 우세해지면 무너져 내려 수많은 별들을 생성시킨다. 성간구름은 붕괴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데, 이 와중에 쪼개진 각 조각이 수축해서 밀도가 높아져 온도가 1천만도로 올라가면 별로서 태어나게 된다.

 

별이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서 충분한 시간동안 안정된 수명을 살기 위해서는 질량이 태양의 0.08배에서 약 100배 사이이어야 한다. 무거울수록 별 속에 들어 있는 핵반응 연료는 많지만 핵반응 속도가 크게 빨라져서 수명이 짧아진다. 질량이 태양의 8%이어서 간신히 핵융합을 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별은 수명이 1조년에 이른다. 구름 조각이 이보다 더 가벼우면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해서 실패한 별이 되는데, 이들을 갈색왜성(brown dwarf)이라 부른다. 목성과 같은 천체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 별, 태양의 수명은 100억년이다.

 

untitled » 별들이 무리지어 태어나고 있는 오리온대성운 M42.

  

별이란 핵융합 반응으로 발생한 에너지로 빛을 내는 천체로 정의한다. 새로 태어난 별은 처음에 수소를 태우는데 이때의 별을 주계열성(主系列星)이라고 한다. 수소가 고갈되면 별은 중심부가 수축하고 외곽부는 크게 팽창하는데 이를 적색거성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별은 중심에서 헬륨, 탄소, 산소, 마그네슘, 황 등의 원소를 만들어나가는데, 질량이 태양의 10배를 넘는 가장 무거운 별들은 중심부의 핵융합 반응이 철을 만드는 단계까지 진행된다.

 

그런데 물질의 온도와 밀도를 높여 자연적으로 핵융합이 진행될 수 있는 한계가 철 원소까지이다. 왜냐면 원자핵을 묶는 강력은 작용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여러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원자핵이 어느 이상 비대해지면 양성자들에 의한 전기적 반발력을 강한 핵력의 인력이 감당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 원소까지는 온도가 충분히 높기만 하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강력에 의해 결합하여 에너지가 낮은 더 안정한 상태가 되지만, 철보다 무거운 중원소는 에너지를 주어 억지로 결합시키지 않으면 만들 수 없고, 만들었다 하더라도 불안정하여 보통은 자연 붕괴를 하게 된다.

 

결국 철까지 핵융합이 진행된 별의 중심부는 더 이상 핵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별의 중심부는 자체 중력을 버틸 압력이 부족하여 걷잡을 수 없는 붕괴를 맞이한다. 이 때 발생한 막대한 중력에너지는 함께 떨어져 내려오는 별 외곽부의 물질을 폭발시키는데, 이 현상이 초신성 폭발이다. 이 때 별을 이루던 물질의 상당량이 은하 속으로 되돌아가 성간구름에 섞여서 다음 세대의 별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게 된다. 폭발한 별의 중심에는 별의 중심부 물질이 극도로 높은 밀도로 압축된 상태인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남는다.

 

태양은 약 50억 년 전에 태어나 중년의 나이를 지녔으니, 수명의 반을 살아온 셈이다. 우리은하의 반지름은 약 10만 광년인데, 태양은 은하 중심에서 2만 6천 광년 떨어진 거리에 초속 220km의 속도로 원반 위에서 우리은하 둘레를 돌고 있다. 태양은 홀로 있는 별이어서 그 주위에 행성들이 안정된 궤도를 돌 수 있다. 태양은 인류에게 숭배의 대상이 될 만큼 지상의 모든 생명체와 자연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별이지만, 우리 은하에 담겨 있는 천억 개의 별들 중에 전형적인 질량을 가진 평범한 별들 중 하나이다. 우주에는 우리 은하와 같은 은하가 무한개가 있으니, 태양과 같은 별도 무한히 많이 있다.

   

행성들의 세계, 그리고 지구

  성간구름 조각이 뭉쳐 별이 생성될 때 일부 물질은 별 속으로 끌려들어가지 못하고 원반 모양을 이루며 별 주위를 맴돌게 된다. 이 물질들의 일부는 스스로 뭉쳐 수축하지만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는 작은 기체공 행성을 만들기도 하는데 목성과 같은 행성이 그러한 예이다. 또 구름에 섞인 성간먼지(중원소)들의 일부는 서로 부딪히며 결합해 지구와 같은 딱딱한 행성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태양과 같은 보통의 질량을 지닌 별도 여러 개의 무거운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으므로, 많은 별들이 행성계를 이루고 있으리라고 추측돼 왔다. 쌍성이나 다중성과 같이 한 개 이상의 별들이 서로 궤도 운동을 하는 곳에는 행성들이 생겨나기 힘들고, 생겨나더라도 행성계가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그러나 태양과 같은 홑별들은 주변에 일정한 중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행성들이 안정된 궤도를 돌며 장기간 일정한 환경 속에서 진화를 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홑별 주변에는 행성계가 존재하리라 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양계 밖에서 다른 별의 행성이 실제로 처음 발견된 것은 1995년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가까운 별들을 탐사한 결과 2009년 6월 현재 275개의 외부행성계에서 349개의 행성들이 발견되었다 (http://exoplanet.eu/). 또한 외부행성은 향후 천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탐사 대상 천체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태양계 이외의 외부행성들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당연히 예측되는 것이고, 그에 대한 탐사에서 새로운 과학적 원리에 대한 진전을 이루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탐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외계생명체 발견과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에 그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과학의 제 분야와 종교, 철학적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 500년간 인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수많은 천체들 중 하나일 뿐이고, 태양은 우리 은하 주위를 도는 천억 개의 별들 중 하나일 뿐이고, 또 우리 은하는 우주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은하들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인간은 우주를 관찰하는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명체가 지구라는 특별한 행성 위에서 우주 역사상 단 한 번 탄생한 것이 아니라, 전 우주의 수많은 곳에서 생명의 탄생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평범한 자연현상 중의 하나임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untitled2 » 2003년 3월 17일에 촬영된 AB Pic A와 그 행성 b (좌하단의 작은 점). 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의 약 10배이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 |  서울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고, 1990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천체물리과학과에서 우주론 분야를 연구했다. 1990년부터 칼텍 물리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1992~2003년에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교수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는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천체물리, 우주론, 고천문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간과 우주>, <한국의 천문도>, <동아시아 일식도>,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Astronomy - Traditional Korean Science 등이 있다. 박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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