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검출 중력파 ‘GW150914’는 어디에서 날아왔나?

‘블랙홀 병합 신호’ 해석과 다른 가설적 천체에서 발원 가능성 제기

라이고(LIGO) 연구자 “현재 데이터만으론 다른 가능성 추론 어려워”


00gw150914_2.jpg » 블랙홀과 달리 사건 지평선을 지니지 않은 고밀도 천체의 개념도.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이 지난해 9월에 포착된 첫 중력파 신호가 블랙홀과는 다른 고밀도 천체에서 발원했을 수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출처/ Vitor Cardoso et al.(2016), PRL


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지상의 최대 검출기에 처음으로 포착된 중력파 신호,‘GW150914’의 발원처는 어디일까?


지난 2월 라이고(LIGO) 중력파 국제협력연구단은 2015년 9월14일 중력파 신호를 처음 검출했으며 그 신호를 분석해보니 그것이 쌍성계 블랙홀의 충돌과 병합 사건에서 발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으나, 그 중력파가 블랙홀이 아니라 블랙홀처럼 보이는 다른 천체에서 비롯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다른 주장이 물리학계에서 나왔다.


물리학 전문매체인 <피직스월드(PhysicsWorld>의 보도를 보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의 이론물리학자 3명(제1저자 비토르 카르도소, Vitor Cardoso)은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낸 최근 논문에서 중력파 신호 ‘GW150914’의 파형 특성을 살피고 시뮬레이션 분석을 해보니 이 신호가 블랙홀과 비슷하지만 ‘사건 지평선’을 지니지 않는 가설적 천체인 ‘그래버스타’(Gravastar; Gravitational Vaccum Star) 또는 다른 가설적 천체인 ‘웜홀’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다른 참조, 'APS 피직스'의 논문 소개 자료].


연구진이 제시한 가설적인 천체 모형인 ‘그래버스타(Gravastar)’는 양자역학을 적극 해석해 블랙홀 모형의 일부 약점을 해소하려는,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이 블랙홀 모형의 대안으로 근래에 제시한 가설적인 천체로서, 그래버스타에서는 사건 지평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천체 내부 신호도 외부로 방출된다 (참조: 위키피디어, 미국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자료 ).


이번 논문의 요점은 중력파 신호 ‘GW150914’의 파형이 사건 지평선을 지닌 블랙홀의 천체 모형만으로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포착된 신호 파형의 뒷부분 해상도가 블랙홀로 단정하기엔 미흡하며, 다른 가설적 천체인 그래버스타 또는 웜홀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도 포착된 중력파와 비슷한 신호가 나온다는 것이다. 즉, 이런 대안의 천체들이 ‘블랙홀 모방자(blackhole’s mimickers)’로서 중력파 신호 ‘GW150914’를 생성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논문은 중력파 검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착된 신호가 어디, 또는 어떤 사건에서 발원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좀 더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GW150914’ 신호에 대한 이런 다른 해석을, 라이고 국제연구협력단의 다른 물리학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라이고 참여 과학자들은 이번 논문이 주장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과학의 수준에서 중력파 신호의 발원처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석은 여전히 ‘쌍성계 블랙홀의 병합’ 사건이라고 재확인했다.


“라이고 과학자 앰버 스투버는 … ‘이것이 사건 지평선을 지닌 항성 질량의 블랙홀 시스템이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어떤 다른 것도 우리 관측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증거가 있기 전까지 우리는 이것이 항성 질량의 쌍성계 블랙홀의 병합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확인했다.”(<피직스월드> 뉴스에서)


국내 연구자로서 라이고 협력단에 참여 중인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번 발표에서 100퍼센트의 확실성으로 블랙홀 쌍성의 충돌이거나 그 쌍성계 블랙홀의 질량이 정확히 각각 36배, 29배라고 말하지 않고 있고 90% 신뢰도로 그렇게 추정된다고 주장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관측을 통해 일어나는 주류의 판단으로 본다면 일단 블랙홀임을 가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연구논문은 검출된 중력파가 쌍성계 블랙홀에서 생성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90퍼센트의 확실성, 그 바깥에 있는 다른 가능성을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단 한 번의 사건에서 생성된 단 하나의 신호인 GW150914를 통해, 이번 신호의 발원처가 무엇인지를 더 높은 정확도로 판가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향상될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를 통해서 중력파의 발원처가 과연 그래버스타나 웜홈 같은 가설적 천체 모형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검증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 도움말00OJK_2.jpg

오정근 박사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의 저자


000Q.jpg ▷(사이언스온) 이런 논문이 중력파 신호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 신호 발원처의 해석을 둘러싸고서 다른 해석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듯한데요... 라이고 협력단의 중력파 연구자로서 물리학계의 저명한 학술지인 PRL에 실린 이 논문의 해석 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000A.jpg ▶(오정근 박사) “과학이란 것은, 특히 실험이나 관측은, 어느 것이나 100% 확실하다 말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매우 초기 단계이면 더욱 그러한데요. 이번 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100% 블랙홀 쌍성의 충돌이거나 그 질량이 정확하게 36배, 29배라고 말하지 않고 있고(논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90% 신뢰도로 어떤 신호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 분석 방법은 데이터에서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꺼내는 과정으로서 100% 확실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고 그것이 유일하다(unique)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과학자가 과학을 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이런 이론적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입니다.
 사실 이전 검증 기간에 최종 블랙홀이 되었을 때 링다운(ringdown) 단계에서 준정규 모드(quasinormal mode)라 불리는, 블랙홀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검출되지 못해서 긴 토론이 있었습니다. 블랙홀임을 어떻게 확실히 알수 있는가 하는 것이죠. (데이터에서) 실제 이번 신호는 질량이 큰 블랙홀이 짧은 시간에 병합하고 안정화 되어 버려서 그런 준정규 모드를 포착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블랙홀 쌍성계에서 오는 다른 증거들이 명확해 보였고, 특히 그 시뮬레이션에 의한 파형 계산이나 충돌 모델들이 블랙홀 쌍성의 증거로 보기에 확실하다는 결론이었던 것이죠.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또 다른 발견이 되는 것이지요. 논문의 주장 모델이 가능성을 가진 가상의 천체(object)이긴 하지만, 현재 관측을 통해 일어나는 주류의 판단으로 본다면 일단 블랙홀임을 가정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봅니다. 더구나 데이터 분석이나, 기기적 오차나, 모델의 오차 등을 감안하고 바라보아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이론 논문은 항상 극단적인 상황으로 쓰기 때문입니다.)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실렸기 때문에 옳다고 바라보기보다는 PRL도 역시 가능성이 있고 흥미로운 제안이나 가설에 대해 과학의 진보를 위해 독자들이 많이 읽어서 가부를 양지에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출간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이 상황을 이해하시는 데 더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결국에 GW150914 신호가 신호 발원처의 해석에서 다른 가능성을 분명하게 배제하지 못할 정도로 그 신호 해상도가 다소 낮기 때문에 이런 다른 해석이 제기되는 것인지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런지요?
“GW150914의 해상도는 역대 어떤 신호들(심지어 가짜 주입 신호들)보다도 가장 강한 신호입니다. 심지어 가동 초기의 라이고에서도 검출했을 정도의 신호이기 때문이죠. 그것은 큰 질량의 블랙홀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거리는 비교적 멀었지만). 해상도보다는 블랙홀이라는 대상이 워낙 강한 중력장 하에서 빠르게 병합하는 과정 때문에 이를 측정하는 수단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보시는 게 더 타당할 듯합니다. 이 신호의 검증은 유사한 신호를 향후 계속적으로 검출하게 된다면 많은 것들을 더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라이고의 감도와 함께, 다른 방식의 신개념 중력파 검출기들은 다른 방식으로 중력파 신호의 데이터에서 정보를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메일 드리는 김에 여쭙니다. 라이고 중력파 검출과 연구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제2, 제3의 후속 검출이 기대되고 있는데요.
“현재 라이고는 7월경 두번째 과학가동을 준비하기 위해 정비 보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어드밴스드 비르고(advanced Virgo)가 함께 삼중 관측을 시작하게 됩니다. 향후 계속 관측하여 중력파 신호를 찾고, 그것을 통해 파원의 성질등을 분석하는것이 목표이며, 가능하면 중성자별을 포함하는 쌍성계 신호도 매우 흥미로운 현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전자기파가 동반되기 때문에). 첫 관측의 4개월 데이터는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분석 중이며 그 결과는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논문 초록

 쌍성 병합(binary coalescence)에서 나오는 감쇠(ringdown) 신호는 병합 이후 사건 지평선 생성을 보여주는 결론적인 증거가 된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예측(expectation)은 중간 시간대의 감쇠 파형에서는 (병합 사건 이후에) 최종적으로 생성된 천체의 준정규 모드(quasinormal modes)가 지배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전제가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우리는 준정규 모드 스펙트럼이 블랙홀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더라도 라이트 링 구조를 지닌 초고밀도 천체(very compact objects with a light ring)가 이와 비슷한 감쇠 신호 단계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달리 말해, 보편적인 감쇠 파형은 지평선의 존재보다는 라이트 링의 존재를 가리킨다. 후기 감쇠 신호(late-time ringdown signal)에 대한 정밀 관측만이 블랙홀을 대신할 수 있는 신종 가설적 천체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지평선 수준의 척도에서(at the horizon scale) 양자 효과를 검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정밀 관측을 통해 결국에 준정규 모드 스펙트럼 안에 있는 차이들이 드러날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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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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