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은하에도 기록적인 ‘슈퍼 블랙홀’ 존재

작은 은하무리서 ‘태양 170억배’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

“슈퍼 블랙홀, 통설과 달리 은하단 밖에도 많을 가능성”


00SuperBH.jpg »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미지(컴퓨터 시뮬레이션 제작). 중심부는 빛조차 블랙홀의 중력을 빠져나올 수 없어 검은 '사건의 지평선'을 나타낸다.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주변 시공간이 왜곡돼 있다. 출처/ NASA, ESA, and D. Coe, J. Anderson, and R. van der Marel (STScI)


히 은하 중심부에는 거대 블랙홀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은하 중심 블랙홀은 거대 항성이 붕괴해 생긴 태양 수십 배 규모의 블랙홀과 따로 구분해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라고 부른다. 그 거대한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최근까지 가장 크다고 알려진 블랙홀은 지난 2월 발표된, 코마 은하단(머리털자리 은하단, Coma Cluster)의 타원은하 ‘NGC 4889’의 초대질량 블랙홀, 즉 슈퍼 블랙홀이다. 3억 광년 떨어진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은 무려 ‘태양 질량의 210억 배’에 달하며 블랙홀 지름 만해도 해왕성 공전궤도의 15배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는 실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 기록적인 블랙홀이 1000여 개 은하들이 모인 코마 은하단 안에서 발견된 것처럼, ‘슈퍼 블랙홀’은 은하들이 많이 몰려 있는 은하단 같은 곳에 주로 존재한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통설과 달리 최근에 작은 은하 무리에 속한 은하에서도 이런 기록적인 규모에 버금가는 슈퍼 블랙홀이 관측돼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100개 안 되는 은하들이 모인 은하 소집단에 속한 타원은하 NGC 1600의 중심부에서 태양 질량의 170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미국·독일 등의 공동 연구진이 허블 우주망원경과 하와이 제미니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00SuperBH2.jpg » 2억 광년 떨어진 타원은하 NGC 1600. 출처/ NASA, ESA, Digital Sky Survey 2.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많은 은하들이 몰린 곳에서 슈퍼 블랙홀이 발견되던 것과는 달리 작은 무리의 은하들 안에서도 거대 규모의 슈퍼 블랙홀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비유를 하자면, 도심 번화가에서 고층 건물을 보는 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변두리나 평원 같은 곳에서 고층 건물을 보는 건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즉, 이번 발견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이전에 알려진 통설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환경의 은하에서도 발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양 질량의 170억 배나 되는 슈퍼 블랙홀이 아주 오래 전에 두 은하가 병합하면서 각 은하 중심의 블랙홀들이 하나로 합해지고 이후에 블랙홀 주변의 천체들과 우주 먼지를 빨아들이면서 성장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지금은 그 주변에 웬만한 항성들이 남아 있지 않아 블랙홀은 성장을 멈추고 일종의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 동영상 https://youtu.be/XwkMCHf516s ]


휴면기 블랙홀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일종의 휴면 상태에 있는 블랙홀들을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블랙홀이 주변 항성들을 빨아들일 때 분출하는 엑스선 에너지를 관측하거나 얼마 전 중력파 검출 관측소가 두 블랙홀이 충돌, 병합할 때 생성된 중력파를 포착해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이번처럼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외부에 신호를 방출하지 않는 휴면기의 거대 블랙홀은 어떻게 관측할 수 있었을까?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는 간접적인 관측 방법이 쓰였다.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주변 항성들의 거동엔 특별한 특징이 나타나게 마련이기 때문에, 빛을 내는 주변 항성들의 운동 궤적과 속도를 면밀히 추적, 관찰해 분석한다면 빛이 없어 볼 수 없는 블랙홀의 존재 여부도 입증할 수 있다.


“책임연구자인 마(Ma) 박사는 말했다. ‘지금 이 블랙홀은 잠자는 거인입니다. 우리가 그걸 찾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블랙홀 주변 항성들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었지요. 블랙홀의 중력이 강하게 영향을 끼치니까요. 이런 속도 측정 덕분에 우리는 블랙홀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NASA 보도자료)


이번 관측엔 허블 우주망원경과 하와이 제미니 망원경 관측 시설이 사용됐다.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블랙홀의 존재를 찾아내는 갖가지 관측 장비와 기법들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더욱 다양한 블랙홀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보고된 은하단 내 ‘태양 질량 210억 배’의 슈퍼 블랙홀이나 은하단 바깥 ‘태양 170억 배’의 슈퍼 블랙홀 같은 신기록이 깨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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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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