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법의 양자컴퓨터 모델 발표 -구글

“기존 기술 장점 결합한 범용모델” 네이처에 보고

‘양자현상 컴퓨팅 제어 디지털 보정효과’ 새 기법


00QuantumCom1.jpg » 9큐비트의 초전도 양자 칩. 각각의 큐비트(+ 모양)는 이웃 큐비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개별적으로 제어된다. 사진 출처/ Julian Kelly, https://research.googleblog.com/2016/06/quantum-annealing-with-digital-twist.html


글의 과학자들이 새로운 기법으로 개발한 범용 양자컴퓨터(universal quantum computer) 모델을 발표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전자 신호(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양자의 ‘중첩’ 상태를 이용한 양자 신호(큐비트)를 사용해 예컨대 복잡계의 매우 까다로운 문제에서도 ‘최적의 해’를 찾아낼 수 있는 컴퓨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갈래의 양자컴퓨터의 개발 경쟁이 이어져 왔으며, 이번 발표는 기존 방식들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인데다 특정한 문제 풀이에 제한되지 않는 ‘범용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한 구글 주도 연구진은 이런 연구개발 성과를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동안 ‘최초의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내건 캐나다 기업 ‘디-웨이브(D-Wave)’의 같은 이름 양자컴퓨터가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범용 양자컴퓨터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거나 연산 성능이 보고된 것보다 낮다는 분석도 제시돼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구글 연구진의 양자컴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시된 모델이 여러 가지 다른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에도 쓸 수 있는 범용성의 잠재력을 갖추었다는 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극저온의 초전도 상태에 놓인 9개 원자의 양자 상태를 각각 하나의 큐비트로 사용하는 ‘9큐비트’ 규모로서 비교적 작지만, 각 큐비트가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도록 설계돼 앞으로 더 많은 큐비트의 제어된 범용 양자컴퓨터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30년 동안, 성공율은 제각각 달랐지만 연구자들은 어떤 연산 문제라 해도 풀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universal quantum computer)를 추구해 왔다. 이번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연구진은 화학·물리 같은 분야의 폭넓은 문제들을 풀 수 있으며 더 큰 규모로 발전할 수 있는, 실험적인 모델(prototype)을 개발했다.” (네이처 뉴스 보도)


<네이처>, <피직스월드> 등 매체의 뉴스 보도를 보면, 구글 연구진이 제안한 새로운 양자컴퓨터 모델은 기존에 발표된 ‘단열 양자컴퓨팅(AQC)’과 ‘디지털 양자컴퓨팅’이라는 두 갈래의 모델에서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둘을 결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디지털 단열 양자컴퓨팅’이라고 부른다.


“우리 연구진은 두 가지 접근법의 이점을 결합해 ‘디지털 단열 양자컴퓨팅’을 초전도 계에서 실행했다.” (논문 초록에서)


논문 초록과 매체 보도를 보면, 이런 새로운 기법은 기존 컴퓨터로는 쉽게 풀지 못할 정도로 매우 복잡한 문제를 풀면서 ‘최적의 해’를 찾아나가는 양자컴퓨팅에서, 큐비트의 양자 상태 배열을 이용해 답을 점진적으로 찾아가되 외부 잡음(noise) 영향과 오류(error) 누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단열 양자컴퓨팅 기법과, 특정 문제를 풀도록 소수 큐비트들을 디지털 회로로 구성해 오류를 쉽게 수정하지만 확장성을 얻기 어려웠던 디지털 양자컴퓨팅의 장단점을 조합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으로 이해된다. <네이처> 뉴스는 “구글, 범용 양자컴퓨터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라는 큰 제목과, “최고의 아날로그와 디지털 접근법을 결합한다면 충분한 규모의 다목적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는 작은 제목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을 전했다.


구글 연구진의 모형에서는 원자들의 상태에서 생성되는 양자 신호인 큐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제어함으로써 추적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상호작용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 정확성을 높이고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여기에서 중요한 성과로 제시됐다.


“이상적으로 모든 큐비트들 간에는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질면 그런 [큐비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추적해야 하는 필수적 요건도 엄청 커집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그런 [큐비트들 간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연결성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것은 다시 연산 능력에 중대한 한계를 초래합니다. [네이처에 발표한 이번 논문에서] … 우리는 [디지털 논리 회로와 알고리즘으로 제어하는 단열 양자컴퓨팅의 양자 칩을 사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큐비트들 간의 연결성이 제한적일 때, 원하는 상호작용을 어떤 것이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쓴 블로그 글에서)


큐비트의 양자 상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나 이번 연구에서 강조된다.


“핵심은 제어가능성(controllability)입니다. 큐비트는 자연의 다른 물리적 객체들과 마찬가지로 공조 주파수를 지니며, 개별 큐비트는 짧은 전압·전류 펄스를 사용해 다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양자 칩] 구조물에서 이 주파수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방송에 맞춰 라디오를 튜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much like you would tune a radio to a broadcast). 우리는 다른 큐비트 주파수에 맞춰 큐비트 하나를 튜닝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 주파수를 서로 다른 것에 가까이 또는 멀게 옮김으로써, 상호작용을 켤 수도 끌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가 쓴 블로그 글에서)

[ 참조 동영상 https://youtu.be/qpKy6jIhRCo ]


구글의 이번 발표는 복잡계 문제에서 최적의 해를 찾아내는 양자컴퓨터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실용적인 수단과 기법으로 구현하려는 여러 경로의 연구개발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특히나 어떤 문제에 특화해서 설계된 특정 문제풀이 양자컴퓨팅이 아니라 더 넓은 분야의 복잡계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 갖춘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서 주목을 받는다. 새로운 모델이 발표된 이후에 여러 다른 평이 나온 이전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이번 경우에도 과연 기존 컴퓨터로는 풀기 힘든 복잡한 여러 분야의 최적화 문제를 풀 수 있는 범용성 양자컴퓨터로서 구글 모델 방식이 계속 주목을 받을지는, 다른 전문가들의 평과 더불어 현재 9큐피트 수준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하는 후속 결과물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양자컴퓨터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이 기사는 양자컴퓨터의 개념이나 기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구개발 흐름을 뉴스로 전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전문적이고 자세한 정보는 개발자의 글, 그리고 <네이처>, <피직스월드>의 보도를 참조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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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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