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 해군 기뢰 폭발 가능성" 논문

김소구 지진연구소장-기터만 이스라엘 박사, 국제학술지에 발표


 버블동역학-분석모형-시뮬레이션 분석 "TNT 136kg 폭발 가능성"

'TNT 250kg 북한어뢰에 피격' 민군합조단 결론과 크게 달라 논란

00cheonan.jpg » 평택 2함대에 전시중인 파괴된 천안함 앞에서 해군 공보장교가 피격 경위 등에 대해 <한겨레>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이정아 기자



안함 침몰은 북한 어뢰가 아니라 우리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기뢰의 수중폭발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다룬 과학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된 것은, 지난해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가 지진파를 분석해 사실상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문을 낸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진학자인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과 이스라엘 지구물리연구소(GII)의 예핌 기터만 박사는 최근 국제 학술지 <순수·응용 지구물리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고 당시에 발생한 지진파와 공중음파, 수중음파를 분석한 결과 “수중폭발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폭발로 인한 지진 규모(2.04)는 대략 티엔티(TNT) 136㎏ 폭약량에 해당하고 이는 1970년대 해군이 설치했다가 버려둔 육상조종기뢰의 폭약량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은 티엔티 250㎏의 북한 어뢰(CHT-02D)가 수심 6~9m에서 폭발했으며 지진 규모는 1.5였다는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발표와 크게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수중폭발 원인과 관련해 폭발 때 급속 팽창하는 가스 버블(거품)이 어떤 주기로 작용했으며 이때의 폭약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수중폭발 방정식과 모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다. 폭발 때 버블은 급속 팽창하다가 수압에 의해 급속 수축하는 팽창-수축을 되풀이하며 배에 손상을 끼치는데, 한 차례의 팽창-수축에 걸리는 시간을 버블 주기라 한다. 버블 주기는 폭약량과 폭발 수심을 규명할 때 필요한 값으로, 연구팀은 관측 데이터에서 버블 주기가 0.990초였음을 산출해냈다.


이어 여러 경우의 폭약량과 수심을 가정해 계산했더니, 티엔티 136㎏이 수심 8m에서 폭발했을 때 관측 데이터의 버블 주기가 나타날 수 있음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여러 방법으로 확인해보면 티엔티 250㎏으로는 관측 데이터의 버블 주기와는 너무 큰 불일치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는 지난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수중폭발을 연구했던 기터만 박사가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버블동역학 시뮬레이션 분야의 전문가인 쿠부청 국립싱가포르대학 교수, 유체역학 전문가인 장아만 중국 하얼빈공대 교수가 버블주기·반향주기 산출과 시뮬레이션 분석 과정을 도왔다.


육상조종기뢰의 폭발 가능성은 합조단에서도 비교적 자세히 검토된 바 있다. 합조단이 2010년 펴낸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해군은 1977년 육상조종기뢰를 서북 도서 지역에 설치했으며 1985년 ‘불필요 판단’에 따라 육상조종장치까지 길게 이어진 도전선을 끊는 ‘불능화 작업’을 하고서 기뢰 본체들은 해저에 버려두었다. 2008년엔 어민들이 제기한 민원을 받아들여 기뢰 수십 발을 회수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기뢰는 지름 45㎝, 길이 68㎝ 크기의 원통형으로, 안에는 티엔티 136㎏의 폭약량을 갖추고 있다. 합조단은 “사건 발생 지점의 수심 47m에 있는 폭약량 136㎏의 육상조종기뢰로는 선체 절단이 불가능하다”며 기뢰폭발 가능성을 사건 원인에서 배제했다.


김 소장은 “합조단의 결론은 수중폭발의 기초 분야와 버블 동역학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다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과학적 규명을 위해선 재조사가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김소구 소장의 논문에 대해 “북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것은 여러나라 전문가들이 참가해서 수개월 동안 국제적으로 검증된 것”이라며 “결정적인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가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철우 하어영 기자]


여기에 실린 기사들의 원문은 일간신문 <한겨레> 27일치 1면과 6면에 실렸으며, 이 기사들은 내용을 보충하여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사이언스온






'천안함 침몰 원인은 기뢰 폭발' 논문 낸 김소구 박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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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아군 기뢰의 수중폭발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과학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김소구 박사(한국지진연구소장)는 22일 “우리 논문의 결론이 합조단의 것과 다른 이유는 합조단이 수중폭발의 특징과 동역학을 세심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고 원인의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중폭발의 폭약량이 티엔티 136㎏으로 작게 산출된 이유에 대해서는 “육상폭발 때와 달리 수중에서는 폭발 에너지가 쉽게 흩어지지 않아 작은 폭발량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박사가 집 근처에서 기자와 만나 나눈 얘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00KSK.jpg 천안함 사고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반박하는 연구논문을 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건 중대 사안이다. 나는 이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 지구물리학(지진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 논문도 폭발과 자연지진을 구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 학자들과 남태평양에서 여섯달 동안 해양탐사를 한 적도 있고 서해 연안의 해저 지층을 조사한 적도 있다. 1970년대 말 ‘유치 과학자’로 국내에 들어와 한양대에 지진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문제가 많았다. 지진학과 바다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올바로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계속 연구해왔다.”


논문의 결론을 다시 정리해달라.
“천안함 사고의 원인은 수중폭발이라는 게 첫번째 결론이다.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폭발 때엔 지진파형이 크게 다른데 이번에 그런 특징으로 초동이 압축파인 파형이 나타났다. 둘째, 수중폭발 때엔 두 가지가 생긴다. 하나는 버블(폭발 가스로 급속히 생기는 거품)이고 다른 하나는 반향파(수중음파의 일종으로 바닥과 수면을 오가는 파)이다. 이번에 버블과 반향파가 다 나타났다. 셋째, 자연지진 때엔 없는 공중음파와 초저주파가 관측됐다.”


더 중요한 결론에선 천안함 침몰의 원인인 수중폭발이 북한 어뢰가 아니라 기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합조단의 결론은 지진 규모 1.5의 폭발이 있었고 폭발 수심은 6~9m이며, 폭발량은 티엔티 250㎏이라는 것인데, 이번 논문은 폭발의 지진 규모로 2.04, 폭발 수심은 8m, 폭발량은 티엔티 136㎏이라고 밝혔는데.

“2000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심해에서 폭발했을 때 폭발 규모와 수심을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수중음파에서 버블 주기(버블이 한 번 팽창·수축할 때 걸리는 시간)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버블 주기를 알면 폭발량과 수심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관측 데이터에서 0.990초의 버블 주기를 추출했다. 수중폭발의 방정식과 분석모형(BEM), 시뮬레이션의 여러 방법을 써서 교차확인을 해보니 티엔티 136㎏이 수심 8m에서 폭발할 때 관측 데이터에서 얻은 버블 주기가 나왔다. 합조단이 밝힌 250㎏으로는 버블 주기가 너무 커져서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중폭발의 지진 규모가 실제로는 2.04라고 얘기했다. 합조단이 밝힌 지진 규모 1.5는 수중폭발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계산했다는 것인가?

“수중폭발의 규모를 지진 규모로 환산한 값이 2.04라는 것이다. 합조단이 말한 1.5는 아무튼 20~30kg의 티엔티를 수중에 폭발한 것과 맞먹는다. 육상폭발과 수중폭발은 다르다. 우리는 수중폭발을 계산한 것이고 그런 공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에서 폭발의 지진 규모는 2.04로 더 커졌는데 폭약량은 136㎏으로 더 줄었다.
“우리 논문은 합조단의 결론이 틀렸다는 걸 말해준다. 해저지진도 땅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땅을 통해 지진파로 관측된다. 그런데 이번 폭발은 땅속이 아니라 물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해저지진 때에 쓰는 일반 공식으로 계산해 폭발의 지진 규모를 산출하면 안 된다. 그리고 수중에서는 물의 물질 특성 때문에 폭발 에너지가 잘 흩어지지 않는다. 반면에 육상폭발에선 에너지가 많이 흩어진다. 그래서 같은 양의 폭약이 폭발했을 때 수중에서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난다.”


폭약량을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버블 주기는 매우 중요한 값인 것 같다. 그런데 합조단의 결론에선 버블 주기가 1.1초로 제시됐다.
“우리는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고해상 주파수 분석으로 버블 주기를 산출했다. 정해진 공식이 있기 때문에 수치는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체를 절단할 정도의 버블이라는 건 어떤 건가?
“수중폭발 때에 폭발 가스로 인해 버블이 급팽창한다. 근데 버블이 급팽창하지만 수압도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순식간에 수축한다. 그때에 굉장히 큰 압력이 생긴다. 그래서 다시 팽창하고, 다시 수축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버블이 수심 얼마에서, 또 어떤 선체 밑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버블의 힘 작용(동역학)은 매우 복잡하다. 버블 동역학은 수중폭발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그동안 많은 교류를 하며 의견을 나눠왔다.”


이번 논문의 검증 과정은?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니 당연히 전문가 평가위원들의 심사를 거쳤다. 또 지난해부터 워싱턴대학, 오리건주립대학, 세인트루이스대학, 싱가포르대학에서 논문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보완했다. 공저자인 기터만 박사는 2000년 러시아 쿠르스크호 핵잠수함의 수중폭발을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해 논문을 냈던 분이고, 분석 과정에 도움을 준 트레후 오리건주립대 교수, 쿠부청 싱가포르대 교수, 장아만 하얼빈공대 교수는 파형 분석과 버블 동역학, 시뮬레이션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합조단과 이번 논문의 분석 과정에서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진파, 공중음파, 수중음파의 여러 데이터를 종합했으며 수중폭발의 특징에 맞게 유체역학, 특히 버블 동역학을 이용해 다뤘다. 콜 방정식, 경계요소분석법(BEM), 3차원 시뮬레이션 등 세 가지 다른 방법으로 결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티엔티 136㎏이라는 특정한 폭약량을 지목한 까닭은?
“계산해보면 폭약량이 136㎏ 언저리의 값으로 나온다. 그런데 티엔티 136㎏급 기뢰를 해저에 설치했다는 역사기록이 있고 그 기뢰가 현존하기 때문에 특정한 폭약량을 모형(BEM)과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확인해본 것이다. 그랬더니 맞아떨어졌다.”


티엔티 136㎏을 대입해 나온 값이나 다른 수치로 계산해서 나온 값이 일치했다는 얘기인가.

“그게 일치하는 걸 확인하는 데에도 세 가지 방법을 썼다. 수중폭발 때 생기는 버블 동역학을 계산할 때 널리 쓰는 콜의 경험식, 그리고 경계요소분석법(BEM)이라는 이 분야의 전문적인 방법, 그리고 수심을 달리해 선체와 버블의 상호작용을 보는 시뮬레이션, 그 결과에서 이런 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티엔티 136㎏의 폭약량에 접근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버블주기는 상당히 중요한 값이다. 버블주기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고 그래서 폭약량도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닌가? 심지어 250㎏ 어뢰가 지목될 수 있는 건 아닌가?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그러면 버블 주기가 관측된 데이터와 너무 크게 안 맞게 나타난다. 티엔티 250㎏이라면 버블 주기가 굉장히 커진다. 그런데 관측된 데이터에서 뽑아낸 버블 주기가 0.990초이다. 이에 비하면 1.1초 이상이라는 값은 굉장히 높은 것이다. 버블 주기는 오랜 동안 사용되는 경험식을 이용해 계산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검증된 것이다.“


이번 논문이 실린 <순수·응용 지구물리학(Pure and Applied Geophysics)>은 어떤 성격의 저널인가?
“이게 지금은 독일에서 출간된다(1939년 창간). 국제 학술지이고 이름 그대로 순수와 응용 지구물리학을 다루는데, 주로 여기에 실리는 논문은 수중폭발, 쓰나미처럼 해양와 관련된 게 자주 나오고, 또 지진에 관한 논문도 자주 실린다. 고체지구물리학, 해양지구물리학, 기상학 분야의 논문도 실린다.”


준비하고 있는 다음 논문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다음 논문에선 선체와 버블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본격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프로펠러가 휜 방향도 중요한 단서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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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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