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백두산 화산 섣부른 예측보다 남북공동 실측연구를"
[들어봤습니다- 지진 전문가 이윤수 박사한테 '백두산 화산'을 묻다]
2007년 북한이 남한 쪽에 `백두산 공동연구' 제안해 추진하다 흐지부지
마그마 활동 예측하는 데엔 화산 내부 영향 + 판구조 영향 등 매우 복잡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자, 백두산 화산 폭발을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서 예측할 정도의 지질학의 관측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이런 점에서 그런 예측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구조와 지진을 주로 연구하는 이윤수 박사(한국지질자원연구원)는 <사이언스 온>과 한 인터뷰에서 “현재 백두산에 관한 관측 데이터는 거의 대부분 중국만이 갖고 잇으며 그런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한 것도 10년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데이터로 몇 달 이상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백두산 화산(중국명 ‘장백산 화산’ Changbaishan Volcano) 연구는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중국은 백두산 화산재가 일본 등지까지 날아간 사실이 밝혀지고 백두산 부근에서 '화산지진'들이 자주 관측되자 1999년부터 백두산 화산과 지진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남북한의 백두산 공동연구에 관한 준비작업에도 참여했던 이 박사는 “그렇다고 해서 백두산에 화산 위험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백두산 화산 연구와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백두산 땅속의 마그마 신호들을 직접 얻을 수 있게 하는 시추 프로젝트가 남북한 공동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7년에 북한이 먼저 남북한의 백두산 공동연구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 이후에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더이상 추진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윤성효 부산대 교수도 대한지질학회 학술회의에서 “민간 차원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해 백두산 과학시추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미리 배포된 발표문 초록에서 그는 "백두산 화산 폭발의 피해를 미리 대비하고 지질 재해를 완화하기 위한 남북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며 "화산지진, GPS, 지자기, 수온과 가스 측정, 기타 물리탐사 자료, 원격탐사 등에 대해 전문 연구팀을 구성해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관측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 차원의 남북한 공동연구와 생물, 역사, 물리탐사광학 등의 최정예 학술연구단을 구성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연구비 지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아래는 백두산 화산과 관련해 이윤수 박사와 전화로 주고받은 일문일답의 내용이다. 윤성효 교수의 발표문 초록은 "[자료] "백두산 화산 연구, 남북공동 시추프로젝트를 제안"에서 볼 수 있다.
[들어봤습니다- 일문일답]
오철우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그 규모가 엄청날테고 그래서 그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는데 과장과 오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윤수 박사 “오해의 여지가 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걱정하는 게 과학적 접근 없이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알고 있는 사실’ 안에서만 얘기하자는 거고요. 백두산이 (언젠가는) 폭발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예측을 해낼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중국이 1999년부터 백두산을 본격 관측하기 시작해서 이제 그 관측이 10년 조금 넘었거든요. 지난 2002-2007년에는 백두산의 마그마가 요동을 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에 백두산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관심 갖자는 얘기가 나왔지요. 직후에 북한 정부가 남한에 “백두산 공동 연구하자” 제안을 했어요. 2007년 12월21일이죠.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직후에 남북한의 실무회담이 열렸는데 거기에서 북한이 먼저 백두산 공동연구를 제의했지요. 당시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몰랐던 때였고요. 그때부터 시작된 거죠. 국내 전문가들도 모으고, 과학기술부가 나서서 우리들이 초안까지 잡았습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3월에 아이슬랜드 화산이 터지면서, 우리 주변에는 위험이 없나 하는 관심이 생겼고, 여러 과격한 예측들이 나오면서 관심이 커져 확산한 거죠.” '백두산에서 곧 화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과학적이지 않다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는? “몇 년 뒤에 백두산이 터질 수 있다는 게 과학적이지 않은 예측이라는 거죠. 백두산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중국이 백두산에서 체계적인 관측을 시작한 게 10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서 장기 예측을 할 수는 없는 것이죠. 화산을 예측하는 데에는 30여개 전문 분야들이 관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간단한 게 아닙니다. 백두산 아래에는 마그마가 있지요. 마그마에서 에너지가 나오겠지요. 그러나까 외부에서 에너지가 얼마 공급되고 내부에서 에너지가 얼마나 나오느냐 이런 것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계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들이 나와서 쌓여야 하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 수치 모델이 개발돼야 합니다. 마그마는 계속 변화합니다. 데이터를 수정, 입력해서 점점 더 실제를 잘 모사하는 수치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마그마의 에너지가 늘 10의 13승 줄(J)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10의 11승 줄로 떨어졌다면, 나머지 에너지가 어딘가에 축적되고 있다는 게 되지요.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축적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백두산이 위험하지 않다는 말씀이냐’고 말씀하시는 데 그건 오해입니다. (백두산이 위험하지 않다고 확언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현재 중국도 많은 자료를 갖고 있지 않고, 중국이 현대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 지금 잘 하고는 있지만 지금의 데이터 수준에서는 몇 년 정도를 내다보며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화산 폭발 예측에는 몇일 뒤를 내다보는 단주기 예측, 몇 달을 내다보는 중주기 예측, 그리고 몇 년 뒤를 내다보는 장주기 예측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판단으로는, 중국이 지금 가장 앞서고 있지만 예측은 단주기와 중주기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걸로 봅니다. 백두산 천지 아래에는 화도(火道, 마그마가 뚫고 나오는 길)가 있어요. 터진 뒤에 함몰된 게 지금의 천지이죠. 화도에서는 여러 마그마 정보들이 쏟아져나와요. 그런데 중국의 관측은 화도를 관측하는 게 아니라 백두산 지각에서 관측하는 겁니다. 그러니 겉의 현상을 관측해 추정해야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심부 시추가 필요합니다. 심부 시추를 해서, 구멍을 하나 뚫고서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들을 내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관측장치들을 달아야 합니다. 시추 과정 자체에도 수년간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어디에 어느 방향으로 무엇을 타겟으로 시추할 것인지, 어디에 어떤 장비를 묻어야 하나 이런 선행연구를 해야 합니다. 백두산 화산의 특징이 있나요? “용암에서는 가스가 계속 만들어지는데, 그게 땅밖으로 계속 새어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백두산을 구성하는 광물질은 주로 유문암 질입니다. 점성이 강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가스를 잡아두어 잘 못나오게 합니다. 가스가 밖으로 안 새게 하니까 문제를 키우는 측면이 있지요. (가스가 쌓이다가) 견디지 못할 때에 터지는 겁니다. 그래서 백두산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중국이 백두산 연구를 주도한다면 백두산 화산에 관한 대부분 자료를 중국이 갖고 있겠네요? “중국이 주도하고 있지요. 우리가 얻는 자료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나온 겁니다. 몇 년 뒤에 터질 수 있다는 얘기가 한국에서 나왔을 때에 중국은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기 땅 얘기를 남의 나라에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있다는 데 대한 반응이었겠지요. 중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몇 년 안에 백두산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데, 백두산을 연구하지 않는 한국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니까. 중국 쪽의 연구와 관측 데이터에 대한 단속도 하고 있지요.” 남북 공동연구를 한다면 중국도 참여해 도움을 주어야 하겠네요. “중국은 중국대로, 남북한은 남북한대로 해야 할 겁니다. 백두산은 중국 쪽에서 보면 국경분쟁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국경분쟁지역에 적용되는 법률이 특별히 적용됩니다. 중국의 연구와 관측 자료를 우리가 얻으려 한다면 특별 허가와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과 공동연구는 현재 법률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두산을 연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과 공동연구를 하는 방법입니다. 또 이건 북한이 먼저 제안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백두산 화산을 연구한다면 거기에는 예상되는 장애는 없을까요? “먼저 지속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남북 관계에 따라 연구 프로젝트가 휘청이지 않아야 하겠지요. 둘째 관련되는 관측 장비들은 대부분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략 장비들이기 때문에 이런 장비들이 백두산 연구에 인도적 접근을 할 수 있게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셋째는 우리 내부의 문제이기는 한데, 남한에는 활화산이 없다보니까 전문가가 거의 업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야 하고 외국 분들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 지진 예측도 어렵다는데 화산 예측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지진이나 화산을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지표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만, 실제로는 땅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지표 관측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을 관측하는 것이죠.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요즘에는 시추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도 요즘에는 지진 연구를 위해서 많은 예산으로 시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는 곳까지 시추를 해서 보자는 거죠. 그래서 일본 남해를 시추하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진이 일어날 때에 어떤 현상이 땅속에서 일어나는지, 매질은 어떻게 이동하고 어떻게 회복되는지 그것을 정량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장기 모니터링을 하자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지진 예측은 통계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 예측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지진을 알려면 지진이 일어나는 곳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화산 예측도 마찬가지입니다." 백두산 화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그런 관심은 백두산에 이상징후가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백두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인가요? “전자에 가깝지요. 중국이 처음에 연구를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발단이 됐습니다. 일본 동북부에 아오모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도와다 호수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일본에서는 나올 수 없는 화학 성분이 높은 물질이 발견됐습니다. 대륙의 화산재가 쌓여 있었던 거죠. 서기 915년에 분출했던 도와다 화산의 화산재가 쌓여 있고 그 층 위에 정체 모를 화산재가 쌓여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게 뭐냐 해서 일본에서 주변 해양 시추도 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었죠. 그런데 서쪽으로 갈수록 그 양이 많아지는 게 발견됐고요. 1980년대에 NHK에서 방송도 했습니다. 그 화학 성분이 백두산에는 엄청나게 쌓여 있는 겁니다. 시기로 봤을 때에 발해 국가가 갑자기 멸망한 것도 이런 백두사 화산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얘기도 많이 오가게 됐지요. 실제 연대측정도 해보고요. 그래서 중국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진계 데이터를 보면 그게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소스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게 화산지진인지 자연지진인지 알 수 있죠. 화산지진은 마그마에서 오는 것으로 파장이 넓어요. 백두산 부근의 화산이 화산지진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 중국이 집중 연구를 시작했지요. 중국에서 1995년부터 조사활동을 시작해서 1999년부터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그게 발단이 된 거죠. 그런데 관측을 하면서 2002년에 화산지진이 갑자기 널뛰기 시작했어요. 한번 마그마가 흔들리면, 마그마도 결국에 액체이니까 안정되는 데에는 4-5년 걸리죠.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그때에는 한달에 250회, 3시간에 한번꼴로 화산지진이 관측됐는데, 왜 이렇게 지진이 급증했을까 그걸 알 수 없었지요. 공교롭게도 2002년 6월28일에 중국, 러시아, 북한의 3국경 지역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심부 지진이고 땅속 500km에서 일어난 겁니다. 문제는 그곳이 태평양판이 들어가는 곳이라는 겁니다. 상습 지진지대인 거죠. 그게 일어나고 그때부터 화산지진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의심하게 되었지요. 마그마가 자발적으로 가스가 성장해서 터지는 시스템도 물론 있지만 외부계와도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 외부계의 영향도 만만치 않아요. 판구조론에 의하면 끊임없이 일어나는 거죠. 따라서 화산 예측을 위한 해석을 더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비록 백두산이 판 내부에 있지만 판경계부 조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백두산 화산은 학술적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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