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 미래: 늦출수 없는 '혜택' -최양도 교수

▶ 지금까지 연재된 GMO 특집 전체 보기

 

오래된 GMO 논쟁의 접점을 찾는 일은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번 특집 연재에선 GMO 논쟁의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이겠습니다. 논쟁은 계속될 터이고, 앞으로 현실의 쟁점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우리사회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최양도 교수는 특집을 결산하는 글에서 인류가 처한 현실에서 GMO는 불가피한 길이라고 다시 강조합니다. 물론 그는 소비자의 선택에 주목해 새로운 기술의 편리함은 살리되 그 위험성과 소비자 불안은 지속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이언스온

 

00gmo21

 

미래는 무엇인가?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00gmo22

 

'너무나도 다른'

찬반 시각들



최근 세계적으로 GM 작물의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상업화가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경제적, 환경적인 이점에도 불구하고 GM 작물이 인체와 환경에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해성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 깨끗한 농산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GM 작물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1994년 GM 작물이 처음 상업화될 때에 제기 되었던 많은 의문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 의문점들은 지난 15년 넘게 대규모로 재배되고 소비되면서 대부분 해소되었습니다. GM 작물의 새로운 독성 물질 생성 가능성,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필수 영양성분의 변화 가능성, 항생제 내성 유발 가능성과 GM 식품을 오랜 동안 소비했을 때의 영향 등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인체 안전성 문제들이었습니다.

 

또한, GM 작물이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교란해 생물 다양성을 깨뜨리고 이로운 곤충 수를 감소시킬 가능성, 내성 곤충이 조기 출현할 가능성, GM 작물이 잡초화할 가능성, GM 작물의 유전자가 다른 생물 종으로 전이돼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 특히 '수퍼 잡초'의 탄생 우려들이 환경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살아 있는 생물체를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과연 올바른 일인가 하는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GM 작물이나 종자의 개발을 다국적 기업이 독점해 저개발 국가의 농업 및 경제를 예속화하는 사회경제적인 영향도 가능성으로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사이언스온>의 특집 연재에서 여러 필자들이 소개한 바와 같이, 푸스타이 사건, 에르마코바 사건, 셀라리니 사건, 호랑나비 사건, 스타링크 사건, 수퍼 잡초 사건 등처럼 그동안 GM 작물의 식품·환경 안전성과 관리체제를 의심할 만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뉴스 미디어의 부정적인 보도, 여러 시민단체들의 비과학적인 오해와 산업체에 대한 불신, 그리고 전통 작물의 생산체계에 대한 농업 지식의 결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GM 작물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시민운동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더욱이 과학기술인들이 GM 작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 가치와 효과를 설득하지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사건을 놓고도 입장에 따라서 보는 시각이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5년 동안 세계 25개국에서 해마다 평균 10% 넘게 면적을 늘려가면서 세계 경지면적의 9%를 넘어 재배되면서 상업화 초기에 제기된 많은 염려들과 그간의 부정적인 언론보도 내용들은 점점 그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해소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들도 모두 재현성이 없거나 과학적으로 위해성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2007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와랭갈 지방에서 해충에 견디는 GM 면화를 먹은 양들이 떼죽음을 했다는 소식이 주요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면화는 다른 여느 GM 작물과 마찬가지로 각종 안전성 검사를 거쳐 승인된 제품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너무도 분명한 질문이 꼬리를 물지요. 만약 GM 면화 때문에 양과 염소가 죽었다면 GM 면화를 재배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 또는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도의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GM 면화를 인도보다 더 많이 재배하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 사람들이 성지 순례하듯이 그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들은 왜 한마디 말도 없는걸까요? 왜 그 이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목화는 계속 심어지고 양들은 그 목화를 먹으면서 오늘도 자라는데 말입니다.




00gmo22 

다시...

'GM 작물의 안전성'


GM 작물이 개발된다고 곧바로 상품이 되지는 않습니다. GM 기술을 쓴 농산물은 세계 대부분 나라들에서 환경과 식품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며 여기에서 통과할 때에만 실용화되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새로 합성된 신물질 의약품이나 농약이 철저한 안전성 검사가 이뤄진 뒤에야 비로소 상품 허가가 나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개발 회사 자체에서 자발적으로 검증 절차를 밟습니다. 개발 초기에 제품의 개념화와 활용 유전자 발굴 단계부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시제품에 대한 성능 실증실험 단계에서도 매우 엄격한 내부 검증을 거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탈락하고 정말 효용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상품화를 시키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안전성 검사 실시와 더불어 자료화해 허가를 신청하게 됩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애써 개발한 제품이 폐기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초기 단계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이런 검증 절차를 의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떻게 심사를 신청한 제품이 모두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건축물이 안전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숴지는 건물이 왜 없냐고 항변하는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부숴질지도 모르는 부실 건물을 짓고 심의를 신청하지 않는 것처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제품을 개발할 회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개발 초기부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판단하여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콩의 필수 아미노산 함량을 늘리기 위해 브라질 호두에서 분리한 2S 알부민 유전자를 이식시킨 콩을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때문에 개발 도중에 폐기시킨 브라질 넛 사건, 승인받지 않은 GM 옥수수가 유통과정에서 섞여들어가 개발회사 아벤티스가 예상 수익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의 손실을 입은 스타링크 옥수수 사건 등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GM 작물을 섣불리 상품화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허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화 뒤에도 지속적인 시장 추적을 통해 안전성 관리가 이뤄지도록 구축된 안전성 관리체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00gmo22 

GMO 규제 강화의 

비용을 생각한다


GM 농산물의 안전성은 허가를 위한 엄정한 심사과정 뿐만 아니라 지난 15년간의 소비 경험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55개국 45억명이 소비하고 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축들이 GM 농산물로 사육되고 있으나 GM 농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GM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일부 반대론자들은 유럽 수준의 GM 농산물 표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GMO 표시를 하지 않는 미국이나 검사 가능 여부에 따라 GMO 성분이 남아 있는 식품 원료함량 상위 3순위 이내 함량 5% 이상의 경우에만 GMO 표시를 하도록 한 일본보다도 한층 강화된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농산물에 대해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를 0.9%로 설정하고 있으며 GMO를 포함하는 모든 식품에 대해 표시를 하게 했습니다. 유럽의 핵심 국가들은 대부분 식량의 자급 수준을 넘어 수출국들입니다. 값싼 외국의 수입 GM 농산물로부터 값비싼 자국의 농산물과 농업을 보호하고 나아가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럽국가 농산물이 GM이 아님(non-GM)을 부각할 필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제도가 우리 같은 농산물 수입국에 끼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은 매우 지대합니다. 우리 같은 식량수입국에서 유럽 제도를 도입했을 때 야기될 수 있는 경제적 영향을 보면 이런 제도의 효용성이 명백해집니다.


실제로 2006년 8월18일 미국 농무성이 EU에서 허가받지 않은 품종(LibertyLink LL601)을 장립종 쌀에 혼입해 유통하도록 했습니다. 며칠 뒤인 8월23일 EU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수입품 쌀에 LL601이 들어 있지 않다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하였습니다.  9월에 도착한 운반선의 쌀을 검사한 결과 혼입이 확인됐고 11월에는 기존의 출발지 검사 제도에서 도착지 검사 제도로 바꿈으로써 미국 쌀의 EU 수출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15개 정미소와 쌀 가공공장이 2008년 중반기까지 타격을 입었는데 이들은 제품의 검사, 회수, 폐기 비용, 소송 비용, 정미소 및 가공공장 청소비, 인건비, 보험료, 상표 신뢰도 하락 등 모두 7300만~ 1억55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장립종 쌀 시장의 6~13%에 해당하며 장립종 쌀시장 전체에서 예상되는 1년치 수익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실은 수출·유통업자의 위험 부담을 늘려 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생산 감소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 영향으로 결국 2007년 12월에는 제도를 사건 이전으로 원상회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으로 식품 품귀와 더불어 구입이 힘들어지고 회사와 상표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면서 질이 낮은 대체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지나친 규제 강화는 유럽연합에서 식품과 사료 공급 과정에서 상당한 원가부담을 증가시켜 EU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는 임금과 고용 창출에 나쁜 결과를 초래해 상품은 경쟁력을 잃고 소비자 가격 향상을 초래하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GM 농산물이 보편화될수록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이 보장되는 산업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을 원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EU와 같은 규제체계를 닮지 말기를 경제학자 브룩스(G. Brookes)는 권고하고 있습니다. 


GM 기술은 현대 과학이 이룬 가장 획기적인 식량증산 방법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이 기술로 앞으로 닥쳐올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근거 없는 악성 소문으로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가려지고 국민의 GM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GM 아닌 곡물을 사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마당에 GM 곡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을 키운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식량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므로 이런 변화에 대단히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황 인식은 너무나 안일합니다. 식량을 수입하지 못하면 국민의 절반이 굶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이 문제를 심각히 생각하기보다는 위해성이 '제로'인 완벽한 식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에 염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EU는 전체적으로 농산물 생산이 가능한 경지 면적이 매우 많아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각 나라마다 일정한 양의 곡물이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땅이 더 있어도 개별 국가나 농민 마음대로 농사를 더 지을 수 없게 정해져 있습니다. EU에서는 식량을 수입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GMO에 대한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U와 달리 우리는 식용농산물 뿐만 아니라 사료용 농산물까지도 반드시 수입해야만 하는 입장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GM식품을 원하지 않는다. 가공업체들은 소비자의 거부를 우려해 non-GM 농산물을 수입하려고 하다 보니 non-GM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값비싼 검사 장비를 구입하고 인력을 배치해 분석검사실을 운영해야 합니다. 정부나 감시단체는 표시를 적절하게 하는지를 감독하기 위해 똑같이 고가 장비를 구입하고 인력을 배치하여 모니터링과 관리에 매달려야 합니다.
 이렇게 추가 지불된 경비는 소비자 물가와 세금에 전가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며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식품가공업자나 국민, 그리고 국가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점이 EU와는 다르다. EU의 GM 표시제도나 추적성을 우리나라 정책의 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EU의 환경과 우리나라의 환경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일부의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한 결과라고 보여지며 이는 GM기술 개발과 식량 정책에 대한 국가적 전략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GM.




00gmo22 

선택과 구매는

소비자의 권리, 그러나...


GM 농산물 표시의 본래 목적은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자는 데 있으나 이를 마치 식품으로서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표시를 하여 구분하자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GM 농산물의 잠재적 위해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까지 이들 GM 농산물의 위해성을 밝힌 연구 결과는 대부분 재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부 결과에 불과하며 과학적인 개연성으로 보아 이들 GM 농산물은 안전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더욱이 현재 선진국에 의해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는 GM 농산물은 이미 관련 감독 기관의 철저한 안전성 확인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확인이 된 것들입니다. 따라서 GM 농산물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들 농산물이 지닌 여러 가지 장점을 살리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나 국민 모두 균형된 시각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알고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근본 취지는 우리나라 GM 생물체 표시제 실시에서도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GM 생물체를 가장 많이 개발하여 상업화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GM 생물체 표시제 실시가 소비자에게 자칫 GM 생물체가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표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GM 생물체의 별도 표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한 농산물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제조 과정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시한 표시제가 위해성 표시로 전용되어 구분 유통 비용과 차별화 때문에 오히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이 때문에 사회 계층간의 위화감 조성의 염려마저 일고 있습니다.


2009년 진현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GMO 거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표시제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의 압박은 더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진 교수는 또 제도 도입에 앞서 식품산업 생산액 변화와 물가 상승 등 사회적 비용과 서민 등 소비자가 누리게 될 혜택과 불이익 등 사회적 편익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값이 비싸서 경쟁력이 없는 올리브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GM 콩 수입을 금지시킨 EU를 따라 우리도 GM을 차별화하면 우리는 누구를 보호하게 될까요? 결국 올리브유를 식용유로 사용하는 일부 가진 사람의 허영심을 채우게 되지는 않을까요? 가계에서 차지하는 식품비의 압박을 받는 대부분 사람을 외면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과학 기술은 위험성과 편리함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동차 배기 가스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고 하여 우리가 자동차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기술 그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선악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가능한 한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은 그 사회의 주어진 여건에 따라 냉철하게 비교 검토되어야 하며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선택은 소비자가 하게 하여야 합니다.


선택과 구매는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식품의 안전은 소비자가 결정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잠재적 위험성과 편리함을 잘 저울질하고 적절한 규제 비용을 감안하여 GM 작물과 그 산물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과 규제 방법을 확립해야 하며 소비자는 이런 제도적 노력의 순수성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소비자도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충분한 지식을 쌓도록 하여야 합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더 나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기본적 원리에 대한 지적인 이해가 선행될 때 진정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점과 불합리한 공포 혹은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막연한 공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때 공상과학으로 치부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한 두려움과 우리 사회에 불어닥칠 엄청난 변화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콩기름, 옥수수 배유와 더불어 3대 식용유 중에 카놀라유가 있습니다. 이는 원래 유채에서 착유하였는데 탄소수가 18개인 올레인산이 주를 이루는 다른 식용유와 달리 유채유에는 탄소 수가 22개인 이루신산이 4-50%가량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1970년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경우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동물실험에서는 심장 부위에서 일어나는 지방 과다 축적의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 육종학자들은 이루신산의 함량을 낮추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이루신산 수준을 2%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고 이를 '카놀라유'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오늘날 대표적인 식용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루신산은 윤활 특성이 매우 뛰어나서 윤활유로 쓸 목적으로 오히려 이루신산 함량을 증가시킨 유채를 육종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이들 2가지 서로 다른 특성의 유채는 별다른 문제없이 같이 재배되기도 합니다.


토종 종자의 자원으로서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오늘 날 종자에 비해 반드시 좋다는 선입견도 또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오늘 날 재배되는 종자가 과거의 종자에 비해 더 생산성이 높고 안전하기 때문에 종자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농부들은 이미 대부분의 종자를 해마다 사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난해에 자신이 수확한 종자를 올해에 다시 심지는 않습니다. 해마다 사서 심는 상업용 종자가 훨씬 풍성한 수확을 약속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회사의 종자를 사느냐만 결정하면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다국적 종자회사 제품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자주권은 자원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종자로는 결코 주권을 지켜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더 나은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종자주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재배되고 되고 있던 외국 장미 품종들에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는 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대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 더 나은 GM 종자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그동안 국내의 연구개발 결과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기분좋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가뭄에 견디는 벼를 개발하여 인도에 기술을 이전하였고 초다수확성 벼를 개발하여 독일에 기술을 이전하였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세계인의 식탁을 지켜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세계인의 식탁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생명공학 시대에 살면서 우리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국내 과학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입니다.


과학 교육도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최소한 보조를 맞추어야 합니다. 생명공학의 혁명과 더불어 이제 곧 일반 대중마저도 자신이 먹게 되는 식단 뿐 아니라 질병의 치료, 배우자 및 태어날 자식들의 유전자형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매순간 생명공학적인 결정을 요구 당하는 때가 올 것입니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나쁜 일들 때문에 뭔가 유용한 일 하기를 지체해서는 안된다’ 는, DNA 구조를 규명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왓슨 박사의 말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
21세기프론티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장 
00CYD2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수고했구나 2·0·1·2…, 어서 와 2·0·1·3수고했구나 2·0·1·2…, 어서 와 2·0·1·3

    특집사이언스온 | 2012. 12. 28

      사이언스온 필진의 송구영신 한마디   모두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고맙습니다, 2013년 다시 달립시다2012년 한 해를 보내며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한 우리 모두를 향해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2012년 한 해에 벅찬 희열도...

  • [GMO결산] 좌담: 21C 육종의 꽃인가, 판도라 씨앗인가[GMO결산] 좌담: 21C 육종의 꽃인가, 판도라 씨앗인가

    특집오철우 | 2010. 08. 18

      HaniTV 동영상 바로 보기 ▶▶▶ 1부, ▶▶▶ 2부                 오철우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 온’의 “지엠오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특집에 실린 전문가 글들에서도 다시...

  • [GMO결산] 온라인 특집을 마치며, 오프라인 특집을 내며[GMO결산] 온라인 특집을 마치며, 오프라인 특집을 내며

    특집오철우 | 2010. 08. 18

    사이언스온 'GMO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 결산, 인쇄판 특집섹션 발행 좌담 "21세기 육종의 꽃인가, 판도라 씨앗인가" HaniTV 동영상 ▶▶▶ 1부, ▶▶▶ 2부        GMO 상업화한 지 15년째 식탁엔 왕성, 논쟁은 시들 유전...

  • [GMO결산] 아줌마들, GMO를 '수다의 식탁'에 올리다[GMO결산] 아줌마들, GMO를 '수다의 식탁'에 올리다

    특집과학수다팀 | 2010. 08. 18

            위험-선택-필수? 어느 장단에 춤출까      만약에 딸기에 넙치 유전자 섞는다면?  그런데 그 놈의 표시,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덕에 싸게 먹을 수 있지만  어쨌든 알아야 찬성도 반대도 하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에...

  • [GMO결산] 쟁점4- 시민참여 소통 필수...정보 투명공개도[GMO결산] 쟁점4- 시민참여 소통 필수...정보 투명공개도

    특집사이언스온 | 2010. 08. 18

    소통 어떻게 할까             ▶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공공 논쟁 통한 사회적 합의에 해답지엠오(GMO)가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논쟁은 지엠오가 처음 상품으로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