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훌륭한 연구자 되려면 자신에 귀 기울여라”

젊은 학술대회 야르콥 '생명공학도와 선배 과학자의 대화' 현장


학계와 산업계 진로선택 고민에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자신만의 동기부여 중요..많은 시간 연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



 

 

00AYRCOB_dialogue1 » 일본 도쿄대학의 시라히게 교수와 싱가포르 게놈연구소의 성 박사. 사진/ 미디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교수에 휘둘리지 말라.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정직한 결정을 내려라.” “인생에서도 그렇고, 실험이나 연구에서도 세 번의 기회가 있다. 다른 것을 선택할까 하는 세 번의 기회를 갖는데, 그 기회를 통해 마음을 정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생명공학 전공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10일부터 사흘 동안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열고 있는 젊은 자치 학술대회인 ‘아시아 차세대 생명공학 및 시스템 바이오 연구자 컨퍼런스 (AYRCOB)’에서, 참석한 100여명 학생들은 학문과 인생의 선배인 초청연사들의 이런 도움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젊은 연구자들과 대화에 나선 연사는 일본에서 온 생물정보학자 시라히게 가츠히코 교수(Kastuhico Shirahige, 도쿄대)와 싱가포르에서 온 유전체학자 켄 윙 킨 성 박사(Ken Wing kin Sung, 싱가포르게놈연구소 선임연구그룹장)이었다.

 

학생들은 40여 분 대화하는 동안에 주로 연구실험실에서 겪는 여러 고민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 “지도교수한테 좋은 조언, 나쁜 조언을 모두 듣는데 무엇이 좋은 조언이고 나쁜 조언인가” “돈 잘 버는 산업계로 진출하지 않고 학계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 “고단한 실험실 생활을 잘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학 연구는 좋은데, 실험실이 맘에 안 들 때엔 어떻게 하나”...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의 출신 국가는 다 달랐어도 실험연구실 고민의 언어는 만국공통어처럼 비슷했다. 도움말 답변을 하는 연사들도 자신들의 예전 생명공학도 시절에 이미 겪어봤을 법한 고민들이었다.

 

시라히게 교수와 성 박사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젊은 시절 경험과 더불어 학생들한테 잠재적인 가능성을 찾아나가라는 식의 도움말을 전해주었다. 시라히게 교수는 “과학을 잘 못한다면 길을 바꿔야 하겠지만 나는 지금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연구자 생활을 하며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며 “(무엇을 정말 하고싶은지)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 박사는 “하도 한때 금융업계에 진출하는 것을 고려해 구직활동을 하다가 만 적이 있다”며 “산업계에 진출해도 좋고 학계에 남는 것도 좋으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생명공학도와 초청 연사들의 두 번째 대화는 12일 오후 3시20분부터 황대희 포항공대 교수와 쿠오빈 리 대만 양밍대학 교수가 연사로 참석한 가운데 야르콥이 열리는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강당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과학기술연합대학원의 직원인 박재인(브랜드전략팀)씨가 10일 열린 첫 번째 대화 내용을 통역한 것이다.

 

 

 

 


야르콥 초청연사와 젊은 연구자들의 대화

8월10일 오후, 대전 UST에서




[통역 박재인]

 



켄 윙 킨 성 : 졸업한 뒤에, 내 지도교수(supervisor)가 전공을 선택하라고 했고 그래서 생물정보학(Bioinfomatics)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았다. 졸업한 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예일대에 갔다. 홍콩에 돌아갔을 때에는 엔지니어링 같은 일을 하려고 했다. 그뒤에 싱가포르대학에서 일하게 됐고, 그 곳에서 유전체학(genomics)를 하게 됐다.


사회자 (양성우 학회 대표) : 왜 유전체학을 좋아하나?

성 : 나에게는 매우 흥미롭다.


사회자 : 어떤 생물종의 유전체로 시작했나?

: 쥐로 시작했다. 당시, 첫 과제는 DNA 염기서열 해독이었다.




시라히게 가츠히코 : 나는 도쿄대학에서 양자물리학을 공부했다. 연구원이 되어 양자물리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수님이 생물학이 내게 더 잘 맞을 거라고 했다. 생물학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과학’이 아니라.... 그 당시에 매우 실망했다. 오사카대학에서 석사를 하기로 했다.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어느 연구 기관에 갔다. 1년 뒤에 정년 보장(tenure)을 받았다. 하지만 몇 년 지나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낫겠다는 말을 들었다. 2003년에 쓴 논문이 <네이처>에 실리고, 그 뒤의 연구 성과는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교수 자리를 제의받았고 그래서 이 분야에서 계속 연구를 해왔다. 지금 도쿄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양자물리학 중퇴자다.

 

00AYRCOB_dialogue3

 

 


좋은 조언, 싫은 조언

 

청중 학생1 : (지도교수한테서) 듣기 좋은, 듣기 싫은 조언을 모두 듣는 것 같다. 어떤 게 좋은 충고이고 어떤 게 나쁜 충고인가?

 

라히게 :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면, 그건 그냥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성 : 좋은 충고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면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여러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학생2 : 양자물리학을 배웠던 것이 생물학을 연구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라히게 : 양자물리학 연구실에서 1년 동안 있었는데, 사실 당시 교수님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날마다 두통이나 복통이 있다고 했다. 당시 어떻게 해야 인내하고 스트레스를 참는 것인지 배웠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과학계에서 직업을 얻는 데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3 : 자신을 알고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과목이나 주제(topic)는 좋아하지만 그 실험실(lab)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나?

 

성 : 우리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있다. 실험이나 연구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갖는데 그 기회를 통해 (마음을) 정해야 한다.

 

 

 

내 인생의 진로

 

학생4 : 학계가 아닌 산업계(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있나? 그리고 왜 학계에 머물기로 결정했나?

 

성 : 금융업계에 진출한다거나 하는 것을 고려해보기도 했다. 당시 생물정보학은 특히 주목받는 학문이 아니었다. 내게는 흥미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부를 마치고 홍콩에 가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산업계에서는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도록 하지 않는다. 팀워크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은 산업계로 진출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이다.

 

시라히게 : 나는 한 번도 산업계로 진출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은행에 취직해 볼까 생각은 해봤지만 좋은 생각 같지 않아 그만뒀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과도 많이 협력하며 함께 일하고 있다. 학계에 남는 것과 산업계로 진출하는 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 한 가지에 머물러 계속한다면 무엇이든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생5 : 내 인생이 교수님의 인생과 꽤 비슷한 것 같아 질문을 드린다. 처음에 연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업계에 진출해 엔지니어로서 일을 해보고 다시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왜 마음을 바꿨나?

 

성 : 나는 예일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더 똑똑한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않고도 좋은 선택을 하겠지만, 나는 (구직활동을) 해보고나서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꾼 것이다.

 

 

 

나도 결혼할텐데

 

학생6 : 나는 언젠가 결혼할 텐데 사실 연구원의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산업계로 진출한다면 박사후연구원 경험 등으로 인해 돈을 꽤 벌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경제적 문제 같은 것에 부닥칠 것이다. 돈을 따라야 하나, 학문을 계속해야 하나? 산업계로 나가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두 분은 그러지 않았다. 왜?

 

성 : 가족이 있는 내 친구들도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다. 수입이 많지는 않다.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달린 것 같다. 스탠포드대학에서 공부한 전기공학자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공부를 계속하다가 어떤 기술을 개발했고 어느 회사가 그 기술을 샀고. 그도 그 회사의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됐다. 그렇게 교수를 그만두고 돈을 벌었다. 여러분이 학계를 좋아한다면, 돈을 많이 벌진 못한다 해도 여러분이 좋아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이다.

 

시라히게 : 여러분의 꿈이 학계에서 계속 공부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돈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돈을 적게 벌어도 생존은 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고, 뭐 그렇다. 과학을 잘 못한다면 길을 바꿔야 하겠지만. 나는 26살 때 아이를 낳았다. 지금은 그 아이가 대학생이다. 아주 모자라지는 않지만 큰 돈을 저축할 정도로 돈을 벌진 못했다. 그러나 매우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 여러분 가족이 행복하면 그냥 공부를 계속하고, 아니면 산업계로 가라.

 

 

 

학생7 : 어떤 기술이 앞으로 20년 뒤에 노벨상을 수상할까?

 

시라히게 : 일본에서 현재 역분화 줄기세포(IPS)가 가장 강력한 후보다. 한 30년 쯤 지난 뒤라면 노벨상 수상을 노려볼 만하다. 내 생각에 모두에게 기회가 있긴 하다. 한 연구 분야에 계속 집중하고 성과를 낸다면 말이다.

 

성 : 어떤 통계를 보면, 노벨상 수상을 위해 최소 30년은 연구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을 잘 관찰하면 20년 뒤의 노벨상 수상 기술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므로, 현재 나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난 답을 할 수 없다.

 

 


실험실 생활

 

학생8 : 실험실 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밤 12시에, 늦게는 새벽 1시까지도 일하는데?

 

: 그냥 밤새는 게 낫다. (그런 점에서) 나는 훌륭한 관리자라고 할 수는 없는 같다(웃음). 내 경우에, 처음에는 큰 그림을 설명해주고 그 다음에 상세한 부분을 알려준다. 내 실험실 학생들이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라히게 : 내 실험실 학생들은 대부분 오전 10시쯤 와서 저녁 8시에 가고 밤 12시나 그 이후까지 남아 있는 학생들도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박사과정들은 자신만의 동기를 자신에게 강하게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들에게 연구를 강요하거나, 개인 실험실에 찾아가서 이래라 저래라 관여하지 않는다. 가끔 학생들에게 바람도 쐬고 쉬라고 하기도 한다. 버스를 타거나 샤워하는 중에 연구를 향상시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구에 투여하느냐가 아니다. 한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그걸로 된 거다. 석사과정 학생에게는 오래 앉아서 오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배울 것이 많은 단계이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 박사과정이란 다르다. 박사과정에서는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내 실험실이 유독 자유로운 편일 수도 있으나, 내 생각은 그렇다.

 

 

 

사회자 : 마지막 조언을 해달라. 어떻게 하면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는지....

 

시라히게 :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교수에 휘둘리지 말라.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정직한 결정을 내려라.

 

성 : 박사학위도 따고 산업계에 진출하거나, 학계에 남아 훌륭한 교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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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역해주신 박재인 님과 현장에서 좋은 사진을 찍어주신 미디컴 쪽에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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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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