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 오는 날에 ‘정체’를 드러내는 벌레잡이풀

■ 사이언스온 뉴스플러스


00Nepenthes » 벌레잡이풀인 네펜테스 그라킬리스. 출처/ Wikimedia Commons





곤충을 잡아먹는 풀들이 있습니다. 식충식물, 벌레잡이풀이라고 하지요. 대개 곤충이 뚜껑과 주머니 구조의 풀잎 안쪽으로 들어오거나 앉으면 덥썩 곤충을 잡아 가두고는 서서히 잡아먹는 풀들이죠. 그런 벌레잡이풀 중에는 주로 인도네시아 순다 지역에 서식하는 네펜테스 그라킬리스(Nepenthes gracilis)라는 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벌레잡이풀은 특히나 비 오는 날뚜껑 잎을 이용해 곤충을 사냥하는 일에 더욱 능하다고 하네요.

 

영국 케임브리지대 율리케 바우어(Ulrike Bauser) 교수 연구팀이 밝혀내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 6월13일치에 발표한 논문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순다 지역의 토착식물 네펜데스 그라킬리스의 뚜껑 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잎이 위아래로 출렁이면서 거기에 붙어 있던 곤충을 주머니 잎 속으로 빠뜨린다는 사실을 관찰해 연구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벌레잡이풀의 구조는 길쭉한 주머니 모양으로, 위쪽에는 뚜껑이 달려 있습니다. 주머니 안에는 산성의 소화액이 있어 안으로 떨어진 곤충을 녹여 양분으로 삼는 이른바 식충 식물입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네펜테스 그라킬리스의 뚜껑이 단지 빗물이 주머니 잎 안으로 들이치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동적인’ 역할만 한다고 믿어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뚜껑이 먹이를 잡는 ‘적극적인’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습니다.

 

[동영상 1]

 

[동영상 2]

벌레잡이풀의 주머니 잎은 주변이 습해지면 물에 쉽게 젖는데 주머니 잎 안쪽으로 얇은 수막이 생겨 표면이 미끄러워지며 곤충을 잡기에 알맞게 ‘변신’합니다. 그러니 비가 오는 날에 곤충를 잡기가 훨씬 쉬워지는 겁니다. 평소에는 곤충들이 통의 입구 주변과 뚜껑 안쪽에서 분비된 많은 꿀을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죠. 개미는 ‘안전한’ 벌레잡이풀 쪽으로 동료를 더 많이 끌어와 꿀을 열심히 모읍니다. 그 덕분에 네펜테스 그라킬리스는 빗방울이 한 번 튀길 때에 날을 잘못 잡은 여러 개미를 한 번에 삼킬 수 있는 겁니다. 곤충한테는 비 오는 날에 벌레잡이풀의 뚜껑이 ’집채’만한 빗방울을 피할 안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평소처럼 뚜껑 안쪽에 거꾸로 매달려 비를 피하려던 곤충은 빗방울이 뚜껑 위로 떨어지는 순간, 주머니 안쪽으로 휙 퉁겨져 떨어집니다. 벌레잡이풀에는 미끄러운 왁스가 분비되지만 곤충이 벌레잡이풀의 위아래를 기어다니는 데엔 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단, 빗방울이 뚜껑을 치지만 않는다면!

 

 

성은과 수현의 플러스 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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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 : 벌레잡이풀의 생존 전략이 정말 무시무시하네. 평소에는 곤충들에게 갖은 향응을 베풀다가 갑자기 변신해서 곤충을 잡아먹는다니?.

성은 : 뭐, 식물만 그러겠어? 사람이 더 무섭지! 온갖 달콤한 말로 사람을 넘어가게 하고는 뒤통수를 때리는 사람도 있잖아.

수현 : 요즘 드라마 <추적자>의 강동윤이 벌레잡이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사람들한테 핑크빛 희망을 심어주지만 뱃속은 시커먼 인물이잖아.

성은 : 드라마가 드라마에서 끝나면 좋을 텐데. 난 현실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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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플러스'는 사이언스온의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의 회원인 김수현, 김성은 님이 주로 운영하는 뉴스룸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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