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대의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박사우울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이 흔히 겪는 우울한 증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박사우울증’을 앓는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삶을 소설 형식에 담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이해하며 보듬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카이스트 박사과정 김창대 님이 씁니다.

난 더 이상 박사를 꿈꾸지 않는다

▨ 김창대 님이 쓰시는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연재가 이번 회로 '시즌1'을 마감합니다. 곧 시즌2의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시즌2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맨 아래에 작가가 마련한 작은 이벤트(?)의 알림이 있습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 드려요. ^^ -사이언스온


00phd_pic22.jpg » 사진제공 / 김창대



#22.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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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아차, 파일 첨부를 안 했구나. 답장 보내기를 누르고 ‘사성과제_중간보고서_초안_종합2.hwp’를 끌어다 넣었다. “파일을 빼먹었네요, 첨부합니다.”라고 쓰고 다시 ‘보내기’를 눌렀다. 첨부가 되어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수신자도 다시 확인했다. 첨부된 파일을 받아서 열어보았다. 방금까지 작업한 것이 맞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다. 하아.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사성과제_중간보고서_초안_김정원.hwp’를 일단락 지은 건 아홉 시쯤이었다. 10쪽을 채웠으니 내 분량은 채운 것 같고, 편집도 깔끔하게 했다. 국현이와 길영이는 이미 여덟 시쯤 담당한 부분을 보내주었다. 국현이는 더 도와줄 건 없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냥 퇴근하라고 했다. 내가 맡은 부분을 떠넘기긴 싫어서다. 그리고 문서 합치는 거야 금방 하니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서 오타는 좀 수정해야 할 테니 한 시간쯤은 작업해야겠지. 그러면 열 시쯤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은 퇴근이다.


그런데 보내준 파일을 열어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분량이 7쪽, 8쪽밖에 안 된다. 교수님께서 30쪽을 말씀하셨으면 10쪽씩은 채워놓아야 할 것 아닌가. 게다가 그림은 이미 큼직큼직하다. 길영이 것은 줄 간격이 180%다. 쓸 만한 스킬은 다 쓴 것이다. 편집도 엉망이다. 글자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멀미가 다 나려 한다. 얘들이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런가. 문서에도 각이 생명이거늘.


이미 기숙사로 들어간 애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도 그렇다. 그냥, 다시 해오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내가 뭐라고. 사실 걔네가 연구해놓은 걸로 다 때우는 보고서 아닌가. 평소에 일을 안 했으면 문서 작업이나 해야지. 월급도 똑같이 받는데.



렇게 보고서를 다시 손보기 시작한 것이 5시간이 걸린 것이다. 먼저 줄간격을 160%로 맞췄다. 이건 자존심이다. 대신 간결하게 쓴 부분들을 풀어서 썼다. 논리적 연결고리가 약한 부분도 글을 더 넣었다. 이상한 문장도 다듬고 그림도 더 찾아서 넣었다. 줄글로 설명된 것 중에 표로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은 새로 정리했다. 당연히 줄글은 그대로 두었다. 마지막으로, 각 챕터가 끝나면 새로운 쪽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30쪽을 채웠다.


모든 본문의 글자체와 글자크기도 맞췄다. 소제목들도 수준별로 글자모양을 같게 했다. 본문 각 단락의 앞뒤 여백도 맞추고 모든 표의 제목 줄엔 음영을 넣었다. 오타도 많이 고쳤다. 심지어 바이트(byte)를 비트(bit)로 쓴 것도 있기에 고쳤다. 꼼꼼하지 못한 녀석들.


이러니까 내가 시간 관리가 안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예상한 시간에 끝나질 않으니. 몸이 축 처진다. 몸이 병약하니 괜히 신경질마저 나려 한다. 그래, 선배랍시고 도와준 것도 별로 없는데, 이거라도 도와줬다 생각하자.


책상 위가 어지럽다. 각종 논문과 자료들이 쌓여 있다. 보고서에 인용한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 싶으면 다 인용해 놓았다. 주석이 많이 달려 있어야 폼이 사니까. 한 입 거리쯤 남은 딸기 케이크도 있다. 저녁 먹고 왔더니 보영이가 사다 놓은 것이다. 보고서 쓰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 사왔다고 했다. 착하기도 하지. 입에 털어 넣었다. 달다. 책상정리를 하려다 말았다. 새벽 세 시니까. 쓰레기만 대충 버리고 연구실을 나왔다.



숙사로 향했다. 초안은 보냈지만 어떻게 수정하라고 하실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늦게 출근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내일 하루도 그렇게 날아가겠지. 아마도 주말까지 주욱. 내일 끝난다 해도 주말엔 푹 쳐져서 쉬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연구는 안녕이다. 꼭 연구 좀 해볼라치면 별 일이 다 생긴다니까. 연구 체증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스마트폰에서 게임만 안 할 거라면 성능이 좋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성능을 포기하고 전력효율만 엄청 높여서 디자인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성능을 계속 높여가면서 배터리도 오래 가게 하려니까 힘든 거잖아. 생각해보라. 스마트폰이 느려서 짜증날 때가 더 많은가, 배터리가 없어서 짜증날 때가 더 많은가? 더 느린 스마트폰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카톡을 주고받고 인터넷 기사도 보고 지도도 보지 않았던가.


두께도 그렇다. 좀 더 두꺼워도 상관없을 것 같다. 대신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게 더 이득일 것 같다. 몇 밀리미터 줄어든다고 손에 쥘 때 느낌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현대의 제품 개발이란 이미 있는 기술들 중에 어느 걸 선택해서 모아놓느냐의 문제이다. 아이폰은 이미 있는 아이팟에 통신모듈을 붙였을 뿐이고, 아이패드는 액정을 키웠을 뿐이다. 긴 배터리 지속시간에 대한 니즈는 분명 있을 텐데, 왜 그런 기술들을 선택한 스마트폰은 안 나오는 거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영업사원 등에게 잘 팔릴 것 같은데.


일등 기업들이야 자존심 때문에라도 성능 경쟁을 해야겠다면, 이등 기업들이라도 과감히 투자해볼 만한 것 같은데. 어차피 안 될 게임에 매달리지 말고 확실한 시장으로 가는 거지. 내가 회사 기획팀에 있으면 한 번 밀어볼 텐데.


이런 문구 어때? “요즘 누가 명절에 충전기 챙겨가나요?” 캬. 기막히다. 나라도 사겠다. 역시 밤공기가 창의력에 좋다니까.



침 아홉 시쯤 잠깐 깼다. 긴장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역시나 교수님 메일이 와 있다. “수고했어.” 한 마디다. 다시 잤다.



한 시쯤, 가방을 멘 채로 교수님 방부터 노크했다.

권대성(교수): 새벽까지 했으면 좀 더 늦게 와도 되는데.

김정원(박4): 그렇게 일찍 온 것도 아닌데요. 빨리 해야죠.

권대성(교수): 지금 해놓은 거 보고 있는데, 나쁘지 않아. 편집도 깔끔하고, 이대로 제출해도 되겠어.

아, 이 얼마만의 칭찬인가. “나쁘지 않아”가 무슨 칭찬이냐구? 원래 이 바닥 사람들이 말을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늘 비평을 주고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비평에 익숙해지다보니 모든 경우를 다 따져서 확실한 것만 말하려 한다. 과장만큼 까이기 쉬운 것도 없으니까. 그러니 “좋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 경우에는 좋다.” 혹은 “대부분의 경우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방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나쁘지 않아”는 실제로는 이런 의미일 것이다. “난 좋아 보여. 하지만 이 보고서를 읽는 회사 사람들 눈에는 어떨지는 내가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렇지만, 절대 나빠 보이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해.” 그러니 칭찬이다.


하지만, 이 바닥 사람들은 늘 비평을 주고받는 사람들이다. 무엇이든 깔 수 있는 사람들이다.

권대성(교수): 근데 여기 이 부분은 1번, 2번으로 쓰지 말고 도식화해서 그림으로 만들면 더 좋을 것 같아. (몇 장 넘긴다.) 또 여기는 내가 메모해둔 거 보이지? 이런 문장을 추가해. 그냥 놔두면 인과 관계가 좀 허술해져. 여기 말고도 몇 군데 표시해뒀어. 오타도 몇 군데 표시했으니까 고치고. 보자…, 그래. 첫 번째 장에 스마트폰 사용 시나리오 좀 사진으로 넣어. 두 가지쯤 골라서.

김정원(박4): 네.

권대성(교수): 혼자 다 하지 말고 애들이랑 나눠서 해. (보여주던 문서를 주며) 이거 가져가. 다 고치면 메일로 보내줘.

김정원(박4): 네, 그럼 작업하고 나서 알려드릴 게요.

교수님 방을 나왔다. 국현이와 길영이를 부를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문서 파일은 하난데, 나눠서 작업하고 다시 합치는 게 더 귀찮을 것 같다. 어제 해놓은 걸 보니, 이런 거 맡겼다간 몇 가지 빼먹을 것 같기도 하고.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애들이 밥을 먹자고 불렀지만 먼저 가라고 했다. 후딱 하고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교수님이 표시해놓은 부분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고쳤다. 사진도 더 추가하고, 문장도 더 추가했다. 오타도 고쳤다. 순서도도 추가했다. 그러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 내용도 좀 더 추가했다.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편집을 살폈다. 오타가 하나 있다. 이놈의 오타는 고쳐도 고쳐도 계속 나온다니까. 세상에 오타 없는 문서란 게 존재하긴 할까.


처음부터 훑어봤다. 문서에 각이 잘 잡혀 있다. 글자가 좀 있다 싶으면 한 번씩 그림과 표가 나오는 게 어린이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어쨌든 정말 좋은 보고서처럼 보인다. 뿌듯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다.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안 먹고 일했구나. 어쩐지 목이 타더라니.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일어섰다. 아, 파일 첨부 돼있나? 확인했다. 되어 있다. 휴.



빈 소장이 몸을 배배꼰다. 위장벽에선 할 일 없는 위액들이 파도 타기나 하고 있다. 쓸개[1]가 쓸개즙으로 배터질 것 같다고 난리다. 금방이라도 토할 태세다.


학교식당은 두 시까지 한다. 늦었다. 대신 햄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수분 적은 빵과 패티[2]에 침을 적셔 본연의 맛을 찾아내는 과정은 참 매력적이다. 침이 부족하다 싶으면 기름으로 목욕하고 소금으로 옷 입은 감자튀김으로 혀를 자극하면 된다. 짜다 싶으면 바로 달콤한 콜라 한 모금. 콜라가 치아를 녹인다지만, 우리는 치과에서 스케일링도 받지 않는가.


10분쯤 걸어 교내 패스트푸드점에 도착했다. 햄버거 세트를 하나 주문했다. 유명한 메뉴를 시켰더니 진동벨도 안 주고 바로 쟁반에 담아준다. 역시 빠르다.


자리에 앉아 한 입 베어 물었다. 내가 상상했던 그 맛이다. “먹어봐야 내가 아는 그 맛”[3]이라는 다이어트 명언 따위. 내가 아는 그 맛이 좋으니까 먹는 거 아닌가. 오물오물. 혹여 흘릴까 포장지를 조심스레 부여잡고 먹었다.


그런데 이 포장지 좀 불편하지 않나? 조금씩 벗겨 먹는 형태로 나오면 안 되나? 왜, 슈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콘도 3단계로 나눠서 벗겨먹을 수 있게 되어 있잖아. 그것처럼 햄버거도 몇 번에 나눠서 벗겨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종이도 약간 두껍게 해서. 감자튀김 담는 그 종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그러면 훨씬 먹기 편할 것 같은데.



자기 깨달았다. 그래, 나는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예전에도 많이, 아니 자주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난 연구보다는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거나 마케팅 업무를 하는 데 더 적합한 것 같다. 그게 더 적성인 것 같다. 더 재밌어 보인다. 더 행복할 것 같다.


생각해봐. 내 연구는 잘 못 만들어내고 있지만 논문 내용을 가지고 발표하는 건 잘 하잖아. 내용 파악도 잘 하고 쉽게 설명해내잖아. 쓸데없는 질문들도 꽤 잘 받아쳐내고 말이야. 이건 마케팅에 꼭 필요한 능력 아니냐고. 그리고 아이디어도 자주 내잖아. 연구로서는 가치가 없는 게 대부분이라 그렇지. 주위 사람들이 내 생각을 재밌어 한 경우는 많지 않아? 이건 기획팀에서 필요한 능력 아니냐고. 또 논문은 막막해서 못 쓰면서도 보고서는 열중해서 써내잖아. 문서를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어 내는 것도 재밌어 하잖아. 회사가 딱이네. 그치? 그러네, 그러네.


그럼 박사를 접어버릴까? 어차피 연구자가 될 게 아니라면 학위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이제까지 해온 것도 다 매몰비용일 거고.


음, 아닐 수도 있겠다. 박사를 받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입시니까. 내 지금 상태는 기획자나 마케터로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스펙이다. 취업 준비계의 운전면허증 같은 4년제 대학 졸업장에 대학원 입시 턱걸이한 텝스 성적 뿐.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는다면? 나는 기획팀 내에서 최신 기술 동향을 가장 잘 파악해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엔지니어에게 꼰대 짓 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의 소통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보팀 내에서 엔지니어의 제품 설명을 가장 잘 알아듣고 팀원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게 되겠지. 괜찮지 않은가?



론 안 해봤으니까,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 있다. 연구는 해봤으니까 안 맞는 걸 아는 거고. 근데, 안 맞는 걸 아는데 괜히 매달릴 필요 없잖아? 석사 2년에 박사 4년 해봤으면 대충 사이즈 나오잖아. 평생 연구로 잘 나가긴 힘들 거란 걸.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명문대생 중 꼴찌보다 평범한 대학의 일등이 졸업 후 논문 실적이 훨씬 좋다고 한다. 입학 성적은 명문대생의 꼴찌가 더 높았는데도. 명문대 꼴찌는 주변에 더 잘하는 사람밖에 없다보니 자기가 못하는 줄 알고 더 못하게 되고, 평범한 대학의 일등은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게 낫다는 말이다.[4] 내가 회사에 간다고 머리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골반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자로 나선다면 볼 것도 없이 꼬리 끝의 각질쯤 되겠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래, 난 박사과정의 미운 오리가 아니다. 훗날 회사에서 날아오를 백조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내 논문을 읽으며 무릎을 치게 하고 싶다는 꿈은 포기해야겠다. 이십 대 초반의 똘망똘망한 학생들이 내 강의에 감명 받아 전과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일을 선택하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일을 해내기를 꿈꿔보면서.



초에 박사를 꿈꿨던 게 잘못인 것 같다. 박사를 받으려고 한 게 잘못이 아니다. 그것을 “꿈”으로 삼는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사과정은 수능시험 준비와 같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그것이 목표일 수는 없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정류장에 내려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박사과정 아닐까? 버스가 늦게 온다고 불평하지 말자. 갈아타려고 한 건 나니까.


난 더 이상 박사를 꿈꾸지 않는다. 박사과정을 밟아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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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쓸개: 간에서 분비하는 쓸개즙을 저장해뒀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http://ko.wikipedia.org/wiki/%EC%93%B8%EA%B0%9C

[2] “맥도날드 햄버거가 썩지 않는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ㅍㅍㅅㅅ http://ppss.kr/archives/32352

[3] 옥주현이 자신의 저서 “내 몸의 바운스를 깨워라”에서 쓴 말로 유명하다.

http://www.sna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69451

[4] 말콤 그래드 웰 지음, 선대인 옮김, “다윗과 골리앗”, 21세기 북스 출판, 109-113쪽.



  작가의 말

연재소설은 인생과도 같아요. 한 발을 내딛으면 돌이킬 수 없죠. 그렇게 스물두 발자국을 걸어왔습니다. 이미 내뱉은 글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죠. 이미 올라간 모든 글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이어지는 글을,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의미있게 써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난번 이야기를 쓰면서, 참 지루하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대학원생의 소소한 일상에서 몇 개를 집어내서 거대담론들과 엮어내는 건 흥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소소한 일상들만 다루다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어느덧 정형화된 패턴도 지루하게 느껴지고요. 함께 엮어내는 거대담론들도, 이제 중요한 건 거의 다 다룬 것 같아요. 얼마나 새로우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계속 써나갈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과감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연구과제 중간보고서 쓰다가 이야기가 끝나는 게 이상하긴 해요. 그래도 지루해지려고 하는 글을 애써 이어나가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요. 뭐, 써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아쉬워하진 마세요. (아마도 한 번쯤 쉬고) 바로 시즌2로 이어가려고 하니까요. 이제까지 주인공의 일인칭 시점에서 전개됐었는데, 시즌2에서는 삼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소싯적 국어 시간에 배운 거 기억나세요?)으로 쓰려고 합니다. 그러면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잘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어요. 그 때까진 일인칭 시점의 소설 밖에 안 써봤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삼인칭 시점 소설을 써보기도 했고, 이 이야기에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시즌2에서는 소소한 일상 말고도 좀 더 극적인 전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에 조미료 좀 뿌리겠다는 말이에요. 막장으로 치닫지는 않으려고 해볼게요.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2! 많이 격려해주세요~ (기대 아닙니다...격려입니다...)

 
시즌1 마지막 편이니까 특별히 이벤트를 하나 마련했어요.
이 글에는 지난 21편의 이야기 중, 20편의 제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깜짝 놀랐죠? 어쩐지 약간 어색한 표현이 껴있다 싶었죠? 단, 여러분이 많이 보셨을 문장으로 된 제목 말고, 각 이야기 들어가 보면 제일 위에 쓰여 있는 1~3단어로 된 제목을 넣었어요. (예를 들면, 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꿈’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각 제목에는 지난 이야기가 링크되어 있답니다! 숨어있는 링크를 찾는 재미, 어때요?

자, 여기서 진짜 이벤트 나갑니다. 21편의 이야기 중에 딱 한 편 빠져 있다는, 그 이야기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정답을 제 이메일 주소(holypsycho@gmail.com)로 보내주시는 선착순 5분께, 나중에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가 출판이 된다면 책에 저자 사인을 담아서 배송해드리도록 할게요! 너무 어렵나. ^^;
근데, 출판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함정. :P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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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박사, , 보고서, 시즌1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20대를 공대에서 보내고 30대도 공대에서 맞이한 전산학도. 그리고 소설 쓰는 사람. 무언가를 고찰하여 글로 표현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용감한 작가들> 회원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글 쓰는 김창대>를 운영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holypsychowrites
이메일 : holypsy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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