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지구온난화와 카오스
<대한수학회소식> 2012년 1월호에 '지구온난화와 카오스 -탄소배출권'이란 제목으로 실린 이광연 한서대 교수의 글로, 대한수학회와 저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싣습니다.
지구 기후역학 모델의 한 예.공간격자 단위 안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의 물리과정을 방정식으로 기술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얼마 전부터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한하는 탄소배출권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팔수 있게 하는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사업장이나 국가간 탄소배출 권한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라고도 한다. 이 제도는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 제17조에 규정된 것으로, 배출 권한을 매매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감축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1월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지구는 매우 건강한 상태였다. 지구 생태계는 전염병과 지진, 홍수와 화산활동 등과 같은 지구의 자체적인 정화능력으로 건강한 생태계가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며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부터 인간들은 자연을 거슬러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지구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지구의 환경은 더욱 오염되어 갔고 지구의 자연치유능력은 점점 떨어지게 되었다. 즉, 인간의 삶이 윤택해질수록 지구의 삶은 그와 반대로 악화되었다. 지구의 기온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때문에 계속 상승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는 180피피엠(ppm)에서 300피피엠 사이를 유지했지만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 산업화 이전의 가장 높은 수준보다도 약 25%정도 많은 380피피엠까지 증가하였다.
지구의 기후는 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결정되는 복잡한 체계이다. 지구의 기후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에는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메탄, 아산화질소, 수증기 등과 같은 온실가스가 있다. 이런 온실가스들은 반감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기 중에 오래도록 남아있게 되는데, 적당한 양은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기초가 되지만 특정한 종류가 많아지면 균형을 잃어 지구의 기온을 높이게 된다. 균형 잡힌 대기 가스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약 14℃ 정도로 유지하는데, 만약 이런 대기 가스가 없다면 지구의 기온은 약 영하 18℃ 이하로 내려가게 된다.
여러 가지 온실가스 중에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는 둘 다 지구의 온실효과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산화탄소는 다른 온실가스에 비하여 훨씬 더 효과적인 온실효과를 만들어낸다. 옛날에 이산화탄소는 식물과 동물들이 호흡한 부산물로 생성된 것이었지만 산업화 시대 이후에 이산화탄소는 기계나 농장 그리고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인구의 증가와 인간수명의 연장은 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고, 이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냈다. 반면에 수증기는 인간이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온실효과로 지구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2004년에 조사된 북극의 빙하는 13%나 감소했다. 이것은 지난 20년 전보다 20%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것이다. 또,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눈은 80%가 줄었으며, 해수면의 상승으로 섬이 사라지고 있다. 다음 그래프는 1010년 이래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나타낸 것으로 1800년대를 지나며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50년 동안 특히 많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그림은 ‘지구의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이 두 그래프로부터 우리는 온실가스가 증가하면 지구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지구의 기후는 수학을 활용하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지구의 기후는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인공위성과 같은 첨단 기후관측 장비로부터 얻은 자료를 고성능 슈퍼컴퓨터로 분석해도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기후는 무한히 많은 인자들에 의한 비선형 복잡계(Nonlinear Complex System)이다.
자연은 매우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자연과학자들은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발전한 비평형계 과학과 카오스이론으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초 푸앵카레는 태양, 달, 지구와 같이 세 개의 물체로 이루어진 시스템에 관한 삼체문제에서 카오스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그러나 1963년 에드워드 로렌츠라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기상학자가 기상현상의 한 모형에서 카오스에 관한 구조를 발견하기 전까지 카오스는 자연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로렌츠는 컴퓨터를 이용해 기상변화역학을 연구하던 중에 카오스의 ‘초깃값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 즉, ‘나비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비 효과는 실제 기상현상의 구조를 매우 간략하게 만든 원래의 비선형 미분방정식 모델을 컴퓨터에 넣어 거기에서 얻은 어떤 계산결과를 검산하는 과정에 발견되었다. 로렌츠는 앞의 계산에서 얻었던 0.506127이라는 숫자를 검산할 때 밑의 세 자리인 0.000127을 버림하고 0.506으로 줄여서 입력하였다. 그런데 이 작은 값의 차이가 ‘초깃값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에 의해 크게 증폭되어 이전 계산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카오스 현상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자 물리학과 생물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카오스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에서 카오스를 응용하게 되었으며, 오늘날에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연구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 수학적 입장에서 카오스의 본질적 성질 연구
(2) 각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방정식이 카오스를 생성시킬 것인가에 대한 연구
(3) 이 세상에 실재하는 카오스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
현재까지 연구된 카오스의 예는 매우 많다.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는 카오스의 예로는 유체에서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전기 전자 회로에서 전동기, 변압기, 레이저 시스템, 기계적 진동에서 디젤엔진, 관악기, 천체에서 명왕성의 궤도, 토성 고리의 간극, 은하의 구조, 생태계에서 생물체 개체의 수 변동, 식물의 수확고, 전염병에서 홍역, 생체 시스템에서 뇌파, 신경세포, 안구운동, 음성, 호흡 등이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카오스를 아무리 열심히 연구한다고 해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막을 수 없다. 이를테면 집중호우나 태풍의 진로는 예상할 수는 있지만 아직 그것들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이상기후로 매년 천문학적인 피해와 많은 생명을 잃고 있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수학을 오래도록 연구하고 즐기려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려는 작은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 무심코 켜 놓은 전깃불 하나를 끄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의 하나가 될 것이다.
■ 글쓴이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개인홈페이지 http://www.gyl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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