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탓인가, 뇌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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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홍성욱 장대익 엮음, 신경인문학연구회 옮김 | 바다출판사


신경윤리(neuroethics)는 우리에게 낯익은 생명윤리와는 다른 차원의 물음을 던져준다. 신경과학이 의식, 의사결정, 자유의지, 도덕적 인지 같은 인문사회학적인 쟁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 기능을 강화하거나 기억을 변경하는 여러 정신약물의 안전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약물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하는 문제들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대 신경과학의 뇌 연구를 바라볼 때에 자주 두 가지 느낌을 함께 접하곤 한다. 기억, 의사결정, 감정 같은 마음과 정신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히는 신경과학(뇌과학)의 뉴스를 들을 때, 우리는 자주 신비로움의 실체가 하나씩 등장하는 데 대한 경이를 느끼곤 한다.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과 정신 현상이 뇌에서 어떤 물리 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그런 마음과 정신을 지니는 나는 누구인지를 생각하다보면 신비로운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편으로 낯섦과 불편함도 있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일어날 때에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하고, 어떤 부위에서 전기·화학 신호들이 어떻게 증폭되는지 설명해주는 뇌과학의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우리의 마음과 정신마저도 모두 물리 작용으로 낱낱이 이야기되는 건 아닐까? 그리하여 나는 ‘생각 기계’로 이해되는 건 아닐까? 과연 그게 전부일까? 또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들여다본다는 뇌영상 같은 시각화 도구들이 해상도를 높이고 간편해질수록 나의 마음과 정신도 남들 앞에 ‘객관적 증거물’로 드러나는 건 아닐까?

 

어찌보면 이런 두 가지의 느낌은 당연하다. 오랜 동안 숨어 있던 어떤 신비한 자연 현상의 물리적인 모습이 과학에 의해 드러날 때에 새로운 앎에 대한 찬사와 경이가 있겠고, 또한 이와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와는 다른 모습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사람의 인지·기억 능력까지도 정신약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하고, 또 고통을 안겨주는 나쁜 기억들을 지울 수도, 옛 기억을 증강할 수도 있다는 기억변경기술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고 지금 여러 연구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기에 그렇다.

 

최근에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기술학)와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과학철학)가 엮고, 신경인문학연구회가 일부 글을 우리말로 옮겨 출간한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바다출판사)는 이처럼 오늘날 신경과학의 여러 분야들이 우리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낯선 물음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해 현재 어떤 성찰이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뇌의 비밀이나 심리 현상을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해설한 교양서가 아니라, 이른바 ‘신경윤리(neuroethics)’라는 분야의 여러 주제를 엮은 신경윤리 입문서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이 책의 여러 저자들이 강조하고 있지만, 신경윤리가 이미 낯익은 생명윤리와는 다른 차원의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경과학이 의식, 의사결정, 자유의지, 도덕적 인지 같은 인문사회과학의 쟁점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단서들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뇌의 인지 기능을 강화하거나 기억을 증강하거나 파괴하는 여러 화학적 약물들의 안전성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약물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나’의 정체성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같은 문제들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여러 글들에서 보면, 결국에 ‘안전성’과 ’정체성’은 신경윤리의 핵심 주제가 되는 것 같다.(이 책은 신경윤리의 쟁점은 다음과 같이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 같은 뇌영상 기술이 남용될 때 생길지 모를 ‘뇌 프라이버시’의 문제, 그리고 이런 뇌영상 기술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 둘째 기억 향상 약물 같은 정신약물의 안전성과 사회적 논란, 셋째 자유의지, 도덕 같은 인문·사회과학적 쟁점들의 재해석과 관련한 논란이 그것이다.)

 

 

“나의 성취인가? 약물의 성취인가?”

마사 파라 박사(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인지신경과학센터 소장)는 이 책에 실린 글("신경윤리학")에서 인지장애 치료를 위해 개발된 정신약물들이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폭넓게 남용되는 현실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조사를 보면,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의 10퍼센트, 대학생의 20퍼센트 정도의 학생들이 애초에는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치료용으로 처방된 리탈린 같은 약물을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뇌의 실행 기능과 기억 능력을 향상하는 데에 정신 치료 약물이 매우 넓게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약물에는 안전성 논란과 더불어 다음과 같이 '정체성'과 관련한 물음들도 함께 제기된다.


“리탈린으로 더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면 우리는 ‘속임수를 쓴’ 것인가, 혹은 증진된 수행을 우리 자신의 명예로 삼을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프로작을 복용하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후, 그녀가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 까다롭고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 결론짓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


과연 인지를 강화하는 약물을 복용해 새로운 인지 능력을 창출했다면 그 때의 '자아'는 왜곡된 것인가? 약물을 복용하기 이전의 나가 '참자아'이며 약물을 복용한 이후의 나는 '변형된 자아'인가? 자아는 두 가지 이상일 수 있는가?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월터 글래넌은 이와 관련해 어떤 약물이 우리의 자아를 필연적으로 왜곡한다는 점은 확실하지 않다고 답한다.  그가 그런 결론을 제시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만약 실제적인 추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인지 또는 기분 강화제를 복용하기로 결정하면, 그 또는 그녀는 변화의 주체이다. 약물은 단지 정신 상태의 변화를 일으키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들이 강화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숙고하고 이 이유들에 따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함양한다면, 정신 상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이질적이거나 거짓된 자아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비판적인 성찰 후에 행동하기를 원하고, 계획하고, 결정하는 한, 변화는 그 또는 그녀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136쪽)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생각해보라. 지킬은 자발적으로 약을 먹음으로써 사악한 하이드로 변신한다. ... 그는 자신이 하이드라는 무의식적인 정신 상태의 주체임을 깨닫는다. 비롯 사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하이드일지라도, 지킬이 실험 결과를 알았고 애초에 투약하지 않음으로써 그런 행동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책임이 있다. 예측가능성은 하이드에서 지킬로 책임을 옮긴다. 이것은 지킬이 하이드에 대해, "이것도 역시 저 자신입니다"라고 했던 고백의 핵심이다. (137쪽)

 

판단과 선택의 능력을 갖춘 주체는, 변화 이전과 이후의 자아에 모두 다 책임을 다하는 주체라는 얘기일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사회논쟁적인 물음들도 제기될 수 있다. 경쟁 사회에 살다보면 우리한테 정신약물 사용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뇌 기능 강화는, 이를 원치 않는 이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예를 들어 강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자유는 기능 강화를 통해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30퍼센트 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이 리탈린을 복용하는 학교에는 이미 간접적인 강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대에서는 장기간의 임무 수행을 밭은 비행사들과 다른 병사들의 주의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암페타민과 같은 약물을 사용해 왔으며… 이는 뇌 강화가 다수에게 명령된다는 점에서, 매우 직접적인 형태의 강제에 대한 우려를 일으킨다.”(39-40쪽)

 

흥미로운  점은, 인지와 기억 향상 약물들이 이런 약물을 사서 복용할 수 있는 부유한 계층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제력에 따른 사회적인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인식은 여기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런 정신약물들이 장기적으로  뇌의 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알려진 바 없으며, 오히려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안전성은 정신약물의 문제에서 무엇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월터 글래넌 박사(캐나다 캘거리대학 철학 교수)는 이 책의 글("정신약리학적 가능 강화")에서 이런 정신약물들의 장기적인 안전성이 보증된 게 아직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각성, 기억, 실행을 강화하는 여러 정신약물질이 장기적으로 인지, 감정, 의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다 알려지지 않았으며,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이런 약물들의 의학적 부작용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글래넌 박사는 정상인의 이런 약물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할 명분도 없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아직 장기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강화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해로움은 중요하며 안전을 강조하고 그것의 사용을 제한하는 예방원칙을 적용하는 일은 정당해보인다“고 강조하면서도 “자율적으로 인지 강화제를 복용하고 그 효과에 책임을 지는 일도 허용되어야 한다…약물 복용자들에게 ‘사용자 주의사항’을 경고해야 한다”는 타협적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부작용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려주되 선택은 개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최우선의 물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억변경기술과 ‘자아’ 정체성

아직은 공상과학의 이야기로 들리는 ‘기억 변경 기술(MMT, memory modifying technology)’도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기억변경기술은 정신 장애 환자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고통스런 기억을 없애거나 흐려지는 기억을 되살리거나 증강해주는 쪽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뤄지는 여러 논의를 보면, 기억변경기술은 새로운 치료술 이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특정한 장기기억을 바꾸는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기억 변경의 규범성"이라는 글에서 지은이 매튜 라오(뉴욕대 생명윤리센터 교수)와 앤더스 샌드버그(옥스퍼드대 인간미래연구소 연구원)는 기억변경기술이 아직은 실험실의 기초 연구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지금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미래의 이야기라는 점을 밝힌다. 그러면서도 특정한 장기기억을 선택적으로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건 기억의 형성과 저장 과정에 개입해 기억의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장기기억의 생물학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 현재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은 경험이 뇌의 뉴런 사이에서 신경 활동 패턴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뉴런들은 동시에 활성화되며 상호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진 후, 장기상승작용(LPT)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더욱 견고하게 연결된다. 그러면 최초의 경험에 의해 활동화된 뉴런들의 총체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LTP는 최초의 자극과 유사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 전체가 더욱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과거의 활성 상태와 연상(association)을 재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흔히 기억이 ‘저장’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기억은 어떤 공간적인 장소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구조에 걸쳐 퍼져 있는 것으로, 강화된 시냅스가 분포되어 있는 일종의 네트워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기억 작동 방식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생물학적인 수준에서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몇 가지 표적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LTP 과정은 그 자체가 서로 다른 화학적 전달물질을 포함한 여러 단계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의 불안정한 형태에서 시냅스의 안정적이고 구조걱인 변화로 바뀐다. 이러한 국소적인 응고화 과정은 화학적 개입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화학적 개입은 기억의 형성을 파괴 또는 촉진한다. 기억의 재생은 그 스스로 관련된 시냅스와 기억을 재응고화(reconsolidation)를 통해 불안정한 형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약물학적 개입을 이용하거나 방해되는 정보를 제공하여 기억을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202-203쪽)

 

기억을 변경할 수 있다면 기억 변경이 정체성의 자의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지, 또는 어떤 때에 한정해 기억 변경을 허용할 것인지, 옛 기억이 파괴된다면 옛 일에 대한 용서와 죄책감은 어떻게 다시 해석되어야 하는지 같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논란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저자인 매튜 라오와 앤더스 샌드버그는 말한다. 

 

기억 능력을 증강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물음들이 계속 제기된다. 과연 예전 일을 낱낱이 기억하는 능력이 강화된다면, 또는 옛 기억들이 세세히 복원된다면 그것은 늘 이로운 일일까?

 

라오와 샌드버그 박사는 "기억변경기술로 모든 일을 아주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추상화 능력이 감퇴될 수 있다"며 '추상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만일 우리가 완벽한 기억력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먼저 과거의 모든 기억 내용을 모조리 검토하려 할 것이고, 그 엄청난 분량에 질려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주 자세한 옛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현재의 여러 생각들이 방해받는 '주의력 통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기억 능력이 지나치게 발달하거나 옛 기억이 생생하게 복원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다른 학자들의 글에서도 제기되는데, 월터 글래넌 박사도 적절한 망각이 옛 기억들을 일반화하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는데, 생생한 기억이 유지된다면 "뇌와 마음을 목적없는 기억들로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지적했듯이, 기억이라는 것은 생생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며 "단순히 얼마나 많이 회상할 수 있는지 뿐 아니라 어떻게 회상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며, "의미있게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능력"은 기억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자유의지, 도덕을 다루는 신경과학

요즘 신경과학에서는 자유의지, 도덕 같은 문제들도 중요한 관심사로 다룬다. 여기에서 복잡한 철학적인 문제까지 개입한다.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즉 결정론으로 설명되는 물리적인 현상으로서 마음과 정신 현상이 설명된다면, 자연과학의 관점에서는 ‘자유의지’라는 게 존재하기 힘들게 된다. 자유의지에서 '자유'는 필연적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자연과학적인 결정론의 예외인가? 아니면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착각일 뿐인가? 만일 자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자유의지라는 것은 없고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한다면, 범죄자도 자신의 행동이 자유의지가 아니며 뇌의 명령에 따른 것이므로 무죄라고 변명을 하는 게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이런 인문학적인, 사회과학적인 주제들이 신경과학의 최근 성과들을 둘러싸고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런 복잡다단한 물음들에 대한 해답은 아직 없다. 그러나 “신경과학은 우리가 왜 특수한 도덕적 직관을 가지는지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 “신경과학은 의식, 의사결정, 자유의지, 도덕적 인지와 관련한 쟁점들을 다룰 수 있다” 같은 여러 지적들은 논쟁에 대한 결론이 아직 없다 해도 우리에게 흥미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자유의지와 관련한 논쟁은 너무도 오래된 철학의 물음이었는데, 이것이 신경과학적 쟁점으로 번진 것은 1980대 벤자민 리벳(1916~2007년·당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 행한 유명한 실험 덕분이었다. 당시 리벳 교수는 피실험자들한테 자기 의지에 따라 손가락을 까닥거리게 하고 피실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신호 반응을 뇌 전극을 통해 관찰했다. 그는 실험에서 사람이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렸음을 의식하기 0.3~0.5초 전에 이미 뇌 신경은 그 행동을 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자유의지는 없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뒤이어 이런 가설을 둘러싸고 여러 실험과 논란이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에는 인지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대니얼 데닛 교수(미국 터프츠대학)가 이 문제를 직접 다룬 책 <자유는 진화한다>(이한음 옮김, 동녘사이언스 출간)이 번역서로 출간됐다. 이 책에서 데닛 교수는 결정론과 자유의지론이 지니는 각자의 약점을 지적하면서 '강한 결정론'을 비판하며 "결정론과 운명론이 동의어가 아니고 결정론과 자유가 모순 관계가 아니며 자유의지는 환상이 아니라 실재라고 주장”(장대익 교수)하는 ‘약한 결정론’을 옹호한 바 있다.

 

자유의지는 있는가 없는가, 도덕적인 인지 작용은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선택과 의사결정이란 무엇인가 같은 문제들은 신경세포의 활성과 신호전달로 세세히 설명되면서 자유의지, 도덕, 의사결정 같은 여러 인문·사회과학적인 물음들은 다른 차원에서 조명받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 글을 쓴 여러 저자들이 얘기하고 있듯이, 그런 근원적인 물음들에 대한 결론은 쉽게 얻어지기 힘든 것 같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신경과학이 일반의 관심을 끈 요인들 중에는 뇌영상의 비약적 발전도 있다. 남녀의 감정과 사유방식의 차이를 뇌영상의 부위별 활성도 차이를 통해 눈으로 확연하게 확인해주는 식으로, 뇌기능 자기공명 영상(fMRI)은 뇌의 기능과 작용을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뇌영상이 제공하는 지적 권위는 과연 절대적인가? 이 책의 글에서 여러 저자들은, 뇌영상이 많은 경우에 마음과 정신을 보여주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로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뇌의 기능을 단순화하는 여러 오해들을 낳기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신경과학 연구자들은 이런 오해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왔다. 뇌영상이 뇌 기능을 얼마나 정확하고 충분하게 보여주는지를 둘러싸고 과학계 안에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홍성욱 교수는 이 책에 실린 글("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에서 뇌 영상 연구에서 도출되는 제한적인 결론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생기는 여러 논란을 연구자사회와 언론매체 단계에서 다루면서 뇌영상의 ‘해석’에 대해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fMRI 영상은 대부분의 인지심리 과정이 뇌의 특정부위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뇌의 특정 작용이 특정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뇌영상을 얻는 고유한 방법론 때문에 그렇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뇌영상은 흔히 자극을 주었을 때의 뇌영상과 보통 경우의 뇌영상을 비교해 앞의 뇌영상에서 뒤의 뇌영상을 '빼는' 방식을 얻어진다.

 

그러므로 뇌영상에 대한 해석은 당연히 제한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뇌영상 연구결과가 대중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는 이런 해석의 한계들이 사라지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고 그는 지적한다. 예컨대 남녀 뇌영상의 차이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 인간 감정이나 행동 연구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 같은 사례들이 해외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사실 뇌 기능에 대한 지나친 결정론은 우리나라 언론매체에서도 많이 다르지 않다.  홍 교수는 뇌영상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성향을 뇌실재론 또는 뇌근본주의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성향은 fMRI를 이용해서 인간의 뇌 속에서 감정이나 행동의 원천을 찾으려는 연구자들과 이를 과대포장해서 보도하는 미디어의 상호 피드백에 의해서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329쪽). 뇌와 신경과학의 연구 범위가 확장하고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에, 뇌과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앞으로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신경과학을 단지 자연과학의 울타리 안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미 신경과학은 그렇게 지식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는 우리가 알고싶어 하는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뇌 질환 치료 등의 목적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조절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에 잠재된 여러 쟁점과 담론이 앞으로 현실사회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 자못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책갈피]


서문  


신경윤리학의 주제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뇌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이다. 현재의 뇌 영상 기술은 양전자단층촬영(PET),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사건관련전위법(ERP), 그리고 뇌자도(MEG) 등이 포함된다.…신경학자들은 이 기법을 통해 개인의 심리상태와 형질을 알아낼 수 있다고 믿으며 실제로 / 그런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 마케팅 전문가들은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이라는 분야에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상품구매와 무의식적 욕구를 더 정확히 알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또한 뇌 영상 기술(특히 ERP)은 거짓말 탐기지로도 활용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뇌 영상 기술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뇌 프라이버시(brain privacy)와 기술의 부정확성이 문제가 된다. 뇌 프라이버시는 유전정보 프라이버시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다.. .  

… 두번째 주제는 정신약물 기술에 의한 뇌 강화(brain enhancerment) 프로그램에 관련되어 있다.…그 중 하나는 뇌 강화 프로그램이 일반화될 대에 생길 수 있는 (뇌 강화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차별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리탈린(Ritaline, 주의력 결핍 장애 약물) 등의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의 성과물과 프로작(Prozac, 항우울제) 등으로 치료받은 사람의 ‘사람됨(personhood)’을 평가하는 문제이다. 

세번째 주제는 인지신경학이 기존 인문학(특히 윤리학과 법학)에 던지는 함의에 관한 연구이다.…여기에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인지신경학적 기초가 기존의 철학적 문제들 -가령,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문제- 에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과 함의를 던져 주는지를 검토한다. 바로 이 대목이 “신경윤리학은 신경과학의 생명윤리학 이상”이라고 가자니가가 말한 이유이다. 신경과학의 성과는 전통적인 인간 이해에 새로운 도전을 준다. (7-9)   

      


제1장 신경윤리학: 실제적 쟁점과 철학적 쟁점들 - 마사 파라


2002년이 시작되면서 신경과학자들은 과학적 문헌들에서 이 쟁점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신경윤리학(neuroethics)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28)   뇌의 상태에 대한 기능성 영상기법의 또 다른 잠재적 활용은 거짓말 탐지기다. …사건관련전위법(ERP)은 뇌에 근거한 실제적 거짓말 탐지를 제공하는 데 거의 근접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와 관련된다고 알려진 물건에 대한 반응과 범죄자만이 아는 물건에 대한 반응을 구별함으로써, ‘유죄 지식(guilty knowledge)’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30)  


뇌 영상의 발전에 의한 또 다른 실제적 문제는, 대중들이 뇌 스캔(brain scan)을 실제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뇌에 기반한 거짓말 탐지와 신경마케팅에 대한 인기 있는 글들에는 ‘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같은 진술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진술은 뇌의 영상이나 파형의 심리학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 요구되는 복잡한 일단의 가정들뿐 아니라, 실제 뇌 기능 검사 결과 나타나는 영상이나 파형 사이에 개입되는 다층적인 신호 처리과정과 통계적 분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33)  


…현재로서는 그러한 활용에 대해 신중하게, 그리고 건전한 수준의 회의주의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34)    


[기능 강화: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뇌] 인지적 장애 치료 또한 건강한 사람들의 인지적 기능 강화로 변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주요 인지 시스템들인 실행 기능과 기억이 강화의 표적이 되어 왔다.…메틸페니데이트(상품명 리탈린)와 암페타민(상품명 아데랄)은 표면적으로는 주로 ADHD 치료용으로 처방되지만, 판매수치는 그것들이 드물지 않게 기능 강화에 사용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메틸페니데이트는 현재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10퍼센트, 대학생의 20퍼센트 정도의 많은 학생들이 리탈린과 같은 처방성 흥분제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억의 증진을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은, 기억 회로(circuit) 자체가 아닌 뇌혈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당량의 연구들은 기억 항진 약물들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 약물들은 장기 강화(LTP)의 초기 유도 및 기억 강화의 후기 단계들을 포함해 기억 형성 기저에 놓인 분자적 연쇄반응의 다양한 단계들을 그 표적으로 삼는다. 이 연구들은 치매 치료법 발견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개발 중에 있는 몇몇 제품들의 정상적인 기억, 특히 건망증의 증가 정도가 정상인 중장년층의 기억 또한 강화시킬 것이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암파카인(ampakine)... 마지막으로 원치 않는 기억의 강화를 약화시키거나 방해하는 능력 또한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종류의 기능 강화이다. (35-37)    


[신경윤리적 쟁점들: 개인과 사회에 대한 위협]  뇌의 강화를 둘러싼 윤리적 쟁점들은 세 가지의 일반적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첫 번째 범주는 건강에 관한 쟁점들로, 안전과 부작용, 그리고 의도치 않은 결과들에 관한 것이다.…   윤리적 쟁점들의 두 번째 범주는 뇌 강화의 사회적 효과와 관련이 있다. 뇌 기능 강화는, 이를 원치 않는 이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예를 들어 강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을 자유는 기능 강화를 통해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30퍼센트 혹은 그 이상의 아이들이 리탈린을 복용하는 학교에는 이미 간접적인 강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대에서는 장기간의 임무 수행을 밭은 비행사들과 다른 병사들의 주의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암페타민과 같은 약물을 사용해 왔으며…. 이는 뇌 강화가 다수에게 명령된다는 점에서, 매우 직접적인 형태의 강제에 대한 우려를 일으킨다. 반대로 비용과 같은 장애물들이 기능 강화를 원하는 사람들을 그렇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것이다. (40)   

…뇌 기능 강화는 여러 방식으로 개인적 노력 및 성취, 자율성, 그리고 사물에 대비되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전을 제기하는데, 이 세 번째 범주는 그러한 문제들을 포함한다. 리탈린으로 더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면 우리는 ‘속임수를 쓴’ 것인가, 혹은 증진된 수행을 우리 자신의 명예로 삼을 수 있을까? 만일 우리가 프로작을 복용하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후, 그녀가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 까다롭고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았다면,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라 결론짓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 만일 우리가 사람들의 인식과 기질, 그리고 성적 행동을 화학적으로 강화시켰다면, 우리는 그들을 (우리를 포함해서)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인가?    


[책임, 뇌, 그리고 비난]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물리적인 외양(instantiation)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관념은 인간의 정신 깊이 흐르고 있으며, 이것은 사실상 전 세계 종교의 핵심적 요소이다. 신경과학은 지각과 운동 통제뿐만 아니라 성격과 의식, 그리고 영혼까지도 모두 기계의 한 부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이 관점에 도전해왔다. 만일 그렇다면 도대체 거기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들의 직관적인 혹은 종교적인 관점과 신경과학적 관점의 양립 불가능성은 광범위한 사회적 결과들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46      



제2장 유전윤리학 너머의 신경윤리학 - 아디나 로스키스


뇌는 자유의지에 관해 보다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는데, 이는 유전학에서와는 달리 뇌와 행동의 관계가 위의 두 방해요인들 중 어느 것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들 중 하나를 구성하고 있다.   

동물의 의사결정은 관찰되는 신경적 표지자들을 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이 연구는 의사결정이 순전히 기계론적 규칙들을 따라 결과를 결정한다는 관점과 일치하고 있으며 이는 뇌가 단순히 복잡한 기계일 뿐이라는 일반적인 관점과도 합치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리라는 생각할 이유가 없다. 62         


제3장  영상인가, 상상인가? - 주디 일, 에릭 라신  

제4장 신경윤리로 본 도덕 판단 - 김효은       



제5장 정신약리학적 기능 강화 - 월터 글래넌


메틸페니데이트는 ADHD 환자가 주의를 집중하여 인지 과제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와 같은 약물은 대학생과 주의 집중에 문제가 없는 다른 사람들이 집중력을 높이고 시험이나 학업에서 더 좋은 성과를 얻도록 돕니다. ... 다른 약물들은 기억 장애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억의 강화, 저장 그리고 재생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플루옥세틴과 같은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우울증 및 불안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처방된다. 그러나 이런 질병을 진단 받은 사람들이 기분을 “보통 수준 이상으로” 강화시키기 위해서 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133-4  


그러나 인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어떤 약물이 우리의 자아를 왜곡한다는 점은 확실하지 않다. 만약 실제적인 추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인지 또는 기분 강화제를 복용하기로 결정하면, 그 또는 그녀는 변화의 주체이다. 약물은 단지 정신 상태의 변화를 일으키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들이 강화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숙고하고 이 이유들에 따라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함양한다면, 정신 상태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이질적이거나 거짓된 자아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어떤 사람이 이전과 나중의 정신상태 사이의 심리학적 단절이 이질적인 자아를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하더라도, 강화의 결과를 예견하는 능력은 사람들이 그것을 책임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생각해보라. 지킬은 자발적으로 약을 먹음으로써 사악한 하이드로 변신한다. 나중에, 호기심으로 인해 실험을 반복하면서, 그는 자신이 하이드라는 무의식적인 정신 상태의 주체임을 깨닫는다. 비록 사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하이드일지라도, 지킬이 실험 결과를 알았고 애초에 투약하지 않음으로써 그런 행동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책임이 있다. 예측 가능성은 하이드에서 지킬로 책임을 옮긴다. 이것은 지킬이 하이드에 대해, “이것도 역시 저 자신입니다”라고 했던 고백의 핵심이다. (136-137)    


[기억의 강화가 일으킬 부작용들]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적응 한계가 있다는 개념은 뇌에서 두 종류의 CREB(cAMP반응요소결합단백)이 균형을 이룬다는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것들은 활성제 CREB과 차단제 CREB이다. 첫 번째 타입은 장기기억의 암호화와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 및 유전자 산물들을 활성화시키는 반면, 두 번째 타입은 부가적인 장기기억의 형성을 억제한다. 차단제 CREB는 뇌에서 필요 없다고 판단된 기존의 기억들을 해마나 대뇌피질의 저장 장소로부터 제거하기도 한다. 이것은 즉각적인 정신 활동에 집중하고, 미래 예측 능력을 방해하는 정신적인 “잡음(noise)”을 방지하기 위한 일이다. 너무 많은 차단제 CREB는 건망증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치매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과량의 활성제 CREB는 기억을 과다하게 생산, 공급해서 뇌와 마음을 목적 없는 기억들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기억 증진을 위해 고안된 약물들은 활성제 CREB를 증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마일 두 종류의 CREB 사이에 그리고 기억과 망각 사이에 적응 균형이 있다면, 기억의 저장을 증진하는 약물은 이 균형을 깨뜨릴 것이다.(140-141)   기억 연구자 제임스 맥거프(James Mcaaugh)는, 일정량의 기억이 좋다면 더 많은 기억은 더 좋을 것이라고 유주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기억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능력은 우리를 너무 과거에 치중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과거에서 미래로 지속되는 우리의 현상학적인 경험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인지 능력은 다소 의미 없는 사실과 사건을 회상하는 능력에 의해 감퇴할 수 있다. 약물을 사용하여 기억체계를 어설프게 조절하려고 하기 전에 우리는 이것이 기억의 내용과 의미를 조정하는 신경학적, 정신적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144-145)    


[항불안제, 침착하기]  각성, 기억, 또는 수행을 강화시키는 약물이 장기적으로 인지, 감정, 의욕에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진 것은 대부분의 약물이 부작용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강화제뿐 아니라 치료적 약물에도 해당된다. 잠재적인 부작용이 있는 약물들을 정신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과 정상 정신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별개이다. 이것은 의학적 필요가 없을 때 약물의 부작용이라는 위험을 왜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강화제의 위험성을 더 잘 이해할 때까지, 장기 투약으로부터 비롯되는 잠재적인 해로움은 약물을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단기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지 증진의 장기적인 효과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인지 또는 기분 강화제의 복용 여부를 선택하는 일은 위험성을 숙지한 개인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 (149)   정상 수준의 인지와 기분을 강화시키는 약물의 장기 효과에 대한 의미 있는 자류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런 목적의 약물 복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해로움은 중요하며, 안전을 강조하고 그것의 사용을 제한하는 예방원칙을 적용하는 일은 정당해보인다. 동시에, 유능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인지 강화제를 복용하고 그 효과에 책임을 지는 일도 허용되어야 한다. 두 입장 사이의 합리적인 타협점으로서, 우리는 약물 복용자들에게 ‘사용자 주의사항’을 경고해야 할 것이다. (156-157)      


제6장 기능성 뇌 영상과 법 - 스테이시 토비노      



제7장 기억 변경의 규범성 -매튜 라오, 앤더스 샌드버그


[기억 시스템과 기억 변경] 장기기억의 생물학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 현재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은 경험이 뇌의 뉴런 사이에서 신경 활동 패턴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뉴런들은 동시에 활성화되며 상호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진 후, 장기상승작용(LPT)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더욱 견고하게 연결된다. 그러면 최초의 경험에 의해 활동화된 뉴런들의 총체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LTP는 최초의 자극과 유사한 자극이 주어지면 그 전체가 더욱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과거의 활성 상태와 연상(association)을 재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흔히 기억이 ‘저장’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기억은 어떤 공간적인 장소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 다른 구조에 걸쳐 퍼져 있는 것으로, 강화된 시냅스가 분포되어 있는 일종의 네트워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기억 작동 방식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면서 생물학적인 수준에서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몇 가지 표적 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LTP 과정은 그 자체가 서로 다른 화학적 전달물질을 포함한 여러 단계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의 불안정한 형태에서 시냅스의 안정적이고 구조걱인 변화로 바뀐다. 이러한 국소적인 응고화 과정은 화학적 개입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화학적 개입은 기억의 형성을 파괴 또는 촉진한다. 기억의 재생은 그 스스로 관련된 시냅스와 기억을 재응고화(reconsolidation)를 통해 불안정한 형태로 되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약물학적 개입을 이용하거나 방해되는 정보를 제공하여 기억을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202-203)    

추상화의 문제 진실성의 문제 서사적 정체성의 변경/ 참자아 상실의 문제 적절한 도덕적 반응의 문제 /용서, 죄책감 등 자기 인식의 문제   MMT(Memory Modifying Technologies, 기억변경기술)의 개인적 사용은 흥미로운 개발상의 문제와 규범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본문에서 주장했던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바람직한 MMT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기술적 한계뿐 아니라 주의 통제나 추상화 문제와 같은 사용자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MMT의 개인적인 사용이 진실성, 적절한 도덕적 반응, 자기 인식, 행위자 그리고 도덕적 의무에 대한 규범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MMT를 이용하는 개인이 본 논문에서 명시하였던 방식으로 타인이나 자기 자신을 해치지 않는 한, 그리고 특수한 기억을 보존해야 할 조건부 의무가 없는 한, MMT의 특정한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 (229)      


제8장 동물 신경 윤리 -최훈   제9장 매력적인 이미지들 - 켈리 조이스


     

제10장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홍성욱


라신(E. Racine) 등은 사람들이 뇌 영상 이미지를 과다하게 신뢰하는 성향을 뇌 실재론(neuro-determinism) 혹은 뇌 근본주의(neuro-essentialism)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러한 성향은 fMRI를 이용해서 인간의 뇌 속에서 감정이나 행동의 원천을 찾으려는 연구자들과 이를 과대 포장해서 보도하는 미디어의 상호 피드백에 의해서 강화되고 있다. 미디어의 보도는 '두뇌의 증오회로'와 같은 확고한 톤을 사용하고, 뇌 영상 연구결과가 수량화될 수 있는 객관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또한 이것이 인간 사회와 정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가까운 미래에 치료나 법정에서 응용 가능하다고 보도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과장된 보도는 기술적인 혁신과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는 과학적 발견을 기대하는 대중의 심리에 맞고, 자신의 논문에서는 연구의 보다 넓은 의미를 언급하지 못했던 과학자들의 구미에도 들어맞는다. 특히 과학자들은 뇌과학 연구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미디어의 보도가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미디어의 과장된 보도에 암묵적으로 동조한다. 이 과정에서 뇌 실재론 혹은 뇌 근본주의는 더 강화되는 것이다. (329-330)      


제11장 뇌를 넘어서? - 장대익  

제12장 신경윤리와 나노윤리 - 셰리 앨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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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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