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5분마다 '플라스마 샷' 긴장.. 지금까지 3640번 실험

 [케이스타 제어실험실 가보니]


controlkstar2 »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15분마다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결과를 점검하는 케이스타 제어실의 분위기는 흡사 금융가 사무실을 연상시키지만, 1.5m 두께 벽면 너머엔 거대 핵융합 실험장치가 가동하고 있다. 촬영 오철우      


지난 10월15일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2층 케이스타(KSTAR) 제어실 안. 20~30명 연구자들이 벽면의 대형 모니터들과 각자의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 응시하며 조용하게 ‘수천만 도의 뜨거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1.5m 두께 벽 너머에 있는 핵융합 실험로 케이스타를 원격 운전하며, 고온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고 이걸 이리저리 제어하는 실험들이었다.  


15분마다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먼저 케이스타 진공용기에다 매우 높은 자기장을 걸고 중수소 기체를 집어넣은 뒤에, 40개의 초전도 자석 장치를 순간간에 가동한다. 그러면 진공용기 안에선 번개 같은 섬광과 함께 중수소 기체는 플라스마 상태로 바뀐다. 플라스마 불꽃은 기껏해야 몇 초만에 사라지니까 사실 실험은 순식간이었다. 실험은 15분마다 한번씩, 하루 동안 20~30번 계속된다.  


OYK » 케이스타의 플라스마 생성 실험 과정을 설명하는 오영국 공동실험연구부장. 촬영 오철우 오영국 박사(공동실험연구부장)는 “플라스마 고온 상태에선 중수소의 핵과 전자가 분리되고, 그래서 핵들끼리 충돌해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며 “플라스마를 가둬두는 자기장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제어해 플라스마를 흩어지지 않게 오래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무나 순간적이고 역동적인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데에 케이스타의 최고 기록은 현재 ‘6초’. 이조차 쉽잖은 일이다.  


벽면 모니터에서 계속 바뀌는 숫자 하나가 눈에 띈다. 이날 오후 1시43분 현재 기록된 숫자는 ‘3640’. 오 박사는 “케이스타에서 3640번의 플라스마 샷(플라스마 생성)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시작된 이번 ‘플라스마 샷’ 실험은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실험 기간엔 케이스타 주변에 국내외 연구자들이 많이 모여든다. 케이스타는 2019년께 프랑스에서 완공될 국제 핵융합 실험로 ‘이터’(ITER)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케이스타의 실험은 이터의 미래 실험을 어느 정도 미리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  


한상희 선임연구원은 “실험 기간엔 케이스타의 실시간 데이터를 얻으려는 외부 접속이 늘어나는데, 현재 외부 접속하는 외국 연구자들만 100명가량”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에 연구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케이스타의 상태를 점검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플라스마 샷 실험을 되풀이한다. 서너 시간 점검을 더 하고 밤 10시께 퇴근한다. 한 연구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실험장치인데도 인력 부족 탓에 24시간 가동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 이경수 핵융합연구소장 심층인터뷰와 관련 글들


[최종 인터뷰 기사] 핵융합이 에너지 문제 다 풀까?.. "인간탐욕 줄인다면!"

[실험실 가보니] 15분마다 ‘플라스마 샷’ 긴장 ... 지금까지 3640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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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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