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뇌와 전전두피질에 관해 -정민환 교수와 이메일 문답

'인지 신경과학의 관심사와 동향'에 관해 이대열 예일대 교수님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의 심층인터뷰를 하고난 뒤에도 뭔가 부족함을 느껴 여러 자료와 책자를 뒤적이다가 이대열 교수한테 이메일로 보충 질문을 드렸습니다. 또한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신경과학자 정민환 아주대 교수한테도 전전두피질과 인지신경과학에 관해 여쭙는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두 분의 답변 중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다루는 전전두피질에 관한 연구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다루는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신경과학계의 전망이었습니다. 저의 물음 편지에는 성의가 부족했으나 이런 편지에 두 분 선생님께서 너무도 친절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저 혼자 보기에 아까워 이곳에 올립니다. 친절한 답변을 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전전두피질'에 관해 여쭙니다

오철우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문: 제가 듣기로는 전전두피질의 기능은 주로 “워킹 메모리”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고 하더군요. 워킹 메모리의 개념을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워킹 메모리 개념의 한계는 없는지요? 또 전전두피질에 관해서는 이와 별개로 다른 설명/이론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몇 가지 다른 연구가설들을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민환 아주대 교수 워킹 메모리(working memory - 작업기억)는 정보를 단기적으로(대개 수초 정도) 저장하고 처리하는 뇌기제를 말한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과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단기기억은 정보를 잠시 동안 저장하는 수동적인 과정을 지칭하는데 비해, 워킹 메모리는 정보의 저장뿐 아니라 정보를 능동적으로 처리(또는 조작(manipulation) - 머리속으로 더하기를 할때처럼)하는 과정를 말한다.   전전두피질이 워킹 메모리 작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다(워킹 메모리 요소 중 특히 중앙통제적 기억(central executive)을 담당한다고 생각되고 있음). 또한 워킹 메모리가 전전두피질 연구의 패러다임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워킹 메모리가 전전두피질의 전체적인 기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흔히 ‘executive control’이라고 불리우는 전전두피질의 기능은 미래 행동의 계획, 불필요한 행동의 억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수립, 의사결정 등 매우 다양한데, 워킹 메모리의 개념은 이러한 기능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논리적 사고와 같은 전전두피질의 주요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제중 하나가 워킹 메모리이며, 따라서 워킹 메모리는 전전두피질 기능의 하위개념이라고도 볼수있다.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아직 확실한 해답은 없으며 여러 다른 가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가 동의하는 개념이 ‘executive function’이다. 이는 다른 인지적 과정을 통제하는 최고위의 제어과정이라고 할수 있으며, 위에서 열거한 미래 행동의 계획, 불필요한 행동의 억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수립, 의사결정, 논리적 사고 등을 모두 담아내는 개념이다. 현재 대부분의 전전두피질 가설들은 직접 간접적으로 ‘executive function’ 개념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2001년 발표된 Miller와 Cohen의 Integrative Theory of Prefrontal Cortex Function 이론에 따르면 전전두피질의 주요기능은 여타 인지적 과정의 조절이며(cognitive control), 전전두피질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감각계/운동계 뉴런들의 입출력을 조절함으로써 행동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율한다.     


▶문: 전전두피질은 인간한테 가장 발달한 부위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의사결정이나 인간만의 사고 방식, 문화 등을 설명하는 데에, 특히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등을 설명하는 데에도 크게 관여하는 부위로도 여겨집니다. 이렇게 큰 관심이 쏠려 있는데도, 전전두피질에 관해서 밝혀진 게 극히 적다고 들었는데요, 왜 그런지요? 전전두피질에 대한 관심은 큰데 연구는 덜 돼 있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전전두피질의 기능 자체가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즉 cognitive control(다른 인지과정의 조절)의 경우 여타 다른 뇌부위의 기능처럼(운동기능, 감각기능, 기억기능 등) 명확히 측정되기 않기 때문에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무엇인지 규정하기 힘들다. Damasio의 환자예에서 보여지듯이 전전두피질에 손상을 입어서 cognitive control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기존 심리검사에서는(IQ 등) 모두 정상으로 나온 바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잘 정의된 항목에 근거하여 정량적으로 연구하기가 힘들다. 또 다른 이유로 전전두피질은 감각, 운동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최고차의 연합피질임을 들수 있다. 전전두피질 뉴런들은 특정 자극이나 행동에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않기 때문에, 뉴런들이 어떤 정보를 표상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문: 전전두피질에 관한 동물실험을 하시는 분들은 이런 동물실험을 통해 생산되는 지식이 결국에는 인간을 위해 이롭게 쓰일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사례를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질환 연구·치료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전두피질은 다양한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으로 정신분열증, 우울증, 주의장애 등이 있는데, 이러한 질병들의 경우 그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어 있지 않다. 동물실험을 통해 전전두피질의 기본 작동원리가 밝혀지면 전전두피질 관련 정신질환 원인 규명 및 치료법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 전전두피질 연구에 나타나는 최근의 새로운 동향은 없는지요? 또는 연구가설? 아울러 전전두피질 연구 분야에서 당장 앞으로 몇년 사이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될만한 핫 이슈는 무엇인지요?  


전전두피질 연구의 최근 동향중 가장 뚜렷한 것은 워킹 메모리 패러다임에서 의사결정(decision making)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이다. 워킹 메모리 개념이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모두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전전두피질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전전두피질 기능을 잘 정의하면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연구를 허용하는 패러다임이 부재했는데, 최근 부상한 패러다임이 의사결정이다.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한 의사결정’은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함축적으로 잘 대변한다. 또한 경제학 및 인공지능 등 인접학문에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수학적으로 잘 정리된 이론들이 이미 존재한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전전두피질의 핵심 기능을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에 따라 최근 의사결정에 있어서 전전두피질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다.   이와는 별도로 전전두피질이 장기기억의 저장 및 인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전전두피질은 다른 인지과정과 더불어 장기기억의 저장 및 인출에도 관여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전두피질의 cognitive control, 또는 top-down control 기능이 기존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문: 전전두피질이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다운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설명하는 데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요약해도 될런지요? 추가해서 말씀해주실 바가 더 있다면...  


맞습니다.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행동’이라는 문구가 ‘executive function’ (또는 ‘cognitive control’, ‘top-down control’)을 잘 요약한다고 생각됩니다.    


▶문: 전전두피질은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기 때문에 전전두피질의 연구성과들은 의학적 가치도 높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인문학적 물음, “자유의지는 무엇이며 법적 책임은 무엇인가” 같은 사회과학적 물음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와 관련한 논의들이 최근에 출간된 <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에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책의 서평기사를 쓰고는 있는데 좀더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매우 그렇습니다.    


▶문: 정 교수님이 하시고 계신 전전두피질 관련 연구들은 어떤 게 있는지요?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요? fMRI를 이용한 연구와 다르게 동물 신경생리실험의 특장과 한계는 무엇인지요? 또 국내에서 전전두피질 연구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분들이 활동하고 계신지요?   주요 관심사: 흰쥐를 이용한 뇌신경생리 연구로서, 의사결정에서 전전두피질의 역할, 그리고 작업기억 및 시간측정에서 전전두피질의 뇌신경 메커니즘에 관해 연구합니다.  

fMRI vs. 신경생리 실험: fMRI는 뇌혈류변화를 측정하므로 실제 신경망에서 뉴런들의 활동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지 못하지만, 비침습적이므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할수 있고 뇌의 전체적인 활동상황을 알수 있다. 반대로 신경생리 실험은 뇌의 기본 정보처리 단위인 개별 뉴런들의 활동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으나, 한번에 뇌의 일부분만을 측정할 수 있고 침습적이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없다.  

국내 상황: 제가 아는 바로는 서울대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전전두피질 손상환자), 강원대 심리학과 강은주 교수 (fMRI, 작업기억), 서울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환자를 이용한 fMRI 연구),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 (흰쥐를 이용한 신경생리 연구) 등이 있습니다.    


▶문: 전전두피질의 물리적 특성(예를 들어 성분, 무게 같은 또는 동물들의 전전두피질 크기의 비교 같은)에 관해 조금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기본적인 성분은 다른 피질 부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전전두피질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전두피질(frontal cortex)의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하면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다음 그림이 뇌 전체 크기에 대한 전전두피질 용량을 동물별로 나타냅니다.

  00brain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창조과학’ 장관후보에, 과학기술계 ‘깊은 실망과 반대’‘창조과학’ 장관후보에, 과학기술계 ‘깊은 실망과 반대’

    취재수첩오철우 | 2017. 09. 05

     취재수첩 | 창조과학자 박성진 장관 후보 지명 논란  문 정부 지지층에서 비판 더 강해, ‘창조과학 비판’ 과학자들 자발적 연재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공학 필요”, “대기업집중 불가피” 인식도 논란불씨 한 중견 과학자는 “여러 정...

  • 실험실의 지엠오, 시장에 나온 지엠오실험실의 지엠오, 시장에 나온 지엠오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7. 05

     …취 재 수 첩…  노벨상 수상 110명 “인도주의적 GMO, 반대운동 중단하라”미국과학아카데미 “지엠오와 전통작물 차이 증거 발견 못해”그린피스 “식량과 생태농업 현실적 대안 이미 있는데” 반박“표시제논란과 겹쳐 가열…과학논쟁,...

  • ‘전문연 제도’, 연구인력 정책 틀에서도 논의해야‘전문연 제도’, 연구인력 정책 틀에서도 논의해야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5. 25

    제도 시행 40여 년 거치며, 병역 정책은 이제 기초 과학기술 연구에도 영향국방 정책 울타리 넘어 연구인력 육성수급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논의 필요 1973년 이래 시행된 ‘전문연구요원(‘전문연’)의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국...

  • 이런 상상: 우리가 인공지능 기자, 판사 만든다면…이런 상상: 우리가 인공지능 기자, 판사 만든다면…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3. 15

      취 · 재 · 수 · 첩   사람세상 경험의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어뷰징, 선정기사로 학습한 인공지능 기자는?불합리 논란 판결로 학습한 인공지능 판사는? 알파고의 학습형 인공지능이 그 어렵다는 바둑 게임에서 최고수를 5전...

  • 궁금한 인공지능과 ‘딥러닝’궁금한 인공지능과 ‘딥러닝’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3. 11

      취 · 재 · 수 · 첩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바둑의 정상에 있는 프로기사를 5번기 제1, 2국에서 잇따라 이겼습니다.바둑을 둘 줄 모르다가 이번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이것저것 살펴보니,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