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뇌와 전전두피질에 관해 -이대열 교수과 이메일 문답

 '인지 신경과학의 관심사와 동향'에 관해 이대열 예일대 교수님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의 심층인터뷰를 하고난 뒤에도 뭔가 부족함을 느껴 여러 자료와 책자를 뒤적이다가 이대열 교수한테 이메일로 보충 질문을 드렸습니다. 또한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신경과학자 정민환 아주대 교수한테도 전전두피질과 인지신경과학에 관해 여쭙는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두 분의 답변 중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대목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다루는 전전두피질에 관한 연구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다루는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신경과학계의 전망이었습니다. 저의 물음 편지에는 성의가 부족했으나 이런 편지에 두 분 선생님께서 너무도 친절한 답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저 혼자 보기에 아까워 이곳에 올립니다. 친절한 답변을 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뇌 전반에 관해>

오철우 한겨레 과학담당 기자

문1: 뇌에 관한 책자들도 많고 뇌에 대한 관심은 무척이나 높습니다. 일종의 ‘뇌 마케팅’일 정도이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뇌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뇌에 대한 오해를 만든다는 지적도 높습니다. 뇌 결정론에 대한 회의론들이지요. 뇌에 대해 관심이 높은 세태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지요? 뇌 과학자로서 이런 세태는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기대? 우려?  


이대열 예일대 교수 답) 미국 내에서도 뇌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은편입니다. 뇌 연구자의 입장에서 국내에서도 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아직 국내의 뇌 연구의 깊이와 폭이 다른 나라(예를들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이런 뇌에관한 관심이 뇌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로 이어진다면 더욱 좋겠죠. 물론 아직 뇌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으므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들과 그렇지 않은 추측이나 억지 주장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신경경제학에 관해>

▶문1: 신경경제학은 선택이라는 행위, 그리고 그런 선택 행위를 하기까지 뇌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과정에 주목하고서, 선택 행위가 뇌에서 어떻게 의사결정되는지를 신경생리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요약해도 되겠지요?  


답) 예.    


문2: 선생님께서 주로 하신 세 가지의 실험(홀짝 게임/ inter-temproal choice / tocken economy)에 관해서 말씀을 해주시면서, 랜덤한 선택/양과 시간 사이의 선택/보상의 상징물에 대한 학습이라는 여러 개념들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실험 외에, 행동과 뇌에 관한 흥미로운 개념이나 실험들은 뭐가 더 있는지요?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 (1) 신경경제학에 관련된 특히 흥미로운  연구중의 하나는 손실기피(Loss aversion)에 관해 2007년에 사이언스에 발표된 UCLA 연구팀의 fMRI 실험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결과 중의 하나는 인간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이득보다는 손실에 훨씬더 민감한게 반응한다는 것인데, 이 연구에서는 이런 손실기피에서 나타나는 개인들 간의 차이가 배쪽선조(ventral striatum) 과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의 활동과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작년에 발표된 미국 NIH 팀의 연구결과로서 사람처럼 원숭이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미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극에 이제까지 주로 보상에 대해서 반응한다고 생각해왔던 도파민 신경세포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왜 사람들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지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문3: 토큰에 관한 원숭이 실험(앞의 이대열 교수 인터뷰(1) 참조)에서 “토큰 모으기를 위해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이 관찰됐는데, 신경세포/뇌 차원에서 관찰된 바는 무엇인지요? 이 부분은 인터뷰 때에 제가 따로 여쭙지도 않고 말씀도 해주시지 않으셔서...  


답) 이 실험에서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형태의 반응을 보이는 신경세포들이 많이 발견되었읍니다.  예를 들어 배내측 전두피질 (medial frontal cortex)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원숭이가 토큰을 잃었을때만 선택적으로 반응을 하는가 하면, 어떤 신경세포들은 원숭이의 특정한 행동과 관련된 손실에 대해서만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는 손실에서 비롯되는 행동적 변화에 전전두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것을 시사합니다.    


문4: 인간의 행동 가운데에는 효용을 위한 선택과 의사결정 이외에 다른 행동들도 많을 텐데요, 왜 신경경제학만이 연구되고 있는 건지요? (신경윤리학, 신경인문학, 신경심리학 이런 식으로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관한 다른 분야 연구들도 있을 터인데 말씀입니다. 경제학이 중요한 이유가 있는지요? 현실사회에서 마케팅을 위한 소비자 심리 연구 같은 용도가 있기 때문일까요?)  


답) 신경심리학은 인지신경과학과 중복되며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요. 경제학 외에도 많은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학문들이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이용한 연구에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경윤리학뿐이 아니라, 신경법학 (neuro-law), 신경정치학 (neuro-politics), 신경미학 (neuro-aesthetics)등 인간의 정신 및 사회활동과 관련된 과정을 연구하는 모든 분야가 궁극적으로는 신경과학의 결과물들을 반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중에서 신경경제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현실사회에 당장 응용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고, 경제학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수학적 모델들에 관련된 생물학적 기전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또 한 가지는 인간의 경제활동이 다른 동물의 행동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물실험이 용이하다는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문5: 아울러서 2008년 인터뷰 때에도 여쭌 질문이기도 한데요, 신경경제학을 이용해 소비자 심리를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일도 늘어날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08년 인터뷰 때에는 선생님께서 ‘이런 것을 잘 알고 있어야 오히려 소비자 심리 조작을 적절하게 찾아내는 데에 이런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답) 개인의 사적 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소비자의 심리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것이고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수요를 만들어내고 조작하는 데 이용되는 연구라면, 이는 그 방법과는 상관없이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다시 말하면, 이는 신경경제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지요.  

   

<진화와 뇌에 관해서>

▶문1: 신경경제학, 특히 전전두피질 연구를 하시면서 ‘진화’와 관련해 얻은 어떤 통찰이나 단서는 없는지요?  


답) 많은 선행 연구자들이 지적했던것처럼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가 비교적 큰 전전두피질을 가지게 된것은 그들의 사회적 성향과 밀접한 상관인 있다는 것이고, 인간사회의 여러가자 갈등이나 그밖의 많은 복잡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전두피질에 관해>

▶문1: 포유류 뇌의 기본적인 디자인 원리는 동일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당시에 10여가지로 구성된다고 했는데요, 무엇무엇이 있는지요? 이런 구분이 물리적으로 나뉘지 않고 기능적으로 나뉜다고 했는데요, ‘기능적으로 구분이 된다’는 말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두마디 더 첨언해 설명해 주신다면...  


답) 신경해부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모든 포유류의 뇌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Cerebral cortex / Basal ganglia / Medulla / Pons / Midbrain (mesencephalon) / Hypothalamus / Thalamus (diencephalon)/ Cerebellum 이런 구분들은 물리적이기도하고 기능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thalamus(시상)의 경우는 감각정보를 대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문2: 전전두엽은 전전두피질로 표기한다면, 다른 전두엽이나 두정엽도 모두 전두피질, 두정피질로 해야 하는 건지요? 영어에도 전전두엽(prefrontal lobe)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전전두피질과 다른 의미인 것인지요? 또한 전전두피질이 전두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몇 %)인지 쥐, 원숭이, 사람의 경우를 좀더 정확한 수치(%)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저번 인터뷰에서는 사람의 경우엔 대뇌피질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 정도 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답) 전전두엽이 옳지 않은것은 대뇌가 네개의 엽(lobe)으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즉, 후두엽, 두정엽, 측두엽, 전두엽은 맞습니다. 브로드만 (Korbinian  Brodmann, 1868-1918)이라는 유명한 신경해부학자에 의하면, 전쳬 대뇌피질에서 전전두 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람 - 29%

침팬지 - 17%

원숭이 - 11.5%

개 - 7%

고양이 - 3.5%

하지만 전두엽이나 전전두피질의 절대적 크기나 그 비율이 정확하게 무었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문3: 전전두피질에 관해서 주로 워킹 메모리라는 개념을 주로 설명해주시고, 또한 선생님께서 품으시고 계신 워킹 메모리 개념의 한계에 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전전두피질에 관해서는 매우 많은 설명/이론들이 있다고도 하셨는데, 말씀해주시지 않은 다른 가설들 몇 가지를 추가로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 정민환 교수님이 이에 대해서는 이미 훌륭하게 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4: 전전두피질에 관한 동물실험을 통해 생산되는 지식들이 결국에는 인간에게 이롭게 쓰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좀더 구체적인 사례들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질환 연구·치료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어떤 용도를 위한 연구’에 집착하는 세태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고 저도 동감합니다만... ^ ^;;)  


답) 정민환 교수님이 언급하신 것 이외에도, 인간의 인지능력을 확대내지 최적화하고 개인 간의 능력차를 올바로 파악하고 이용하는 데에도 전전두피질을 비롯한 인지신경과학의 많은 분야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문5: 전전두피질 연구에 나타나는 최근의 새로운 동향은 없는지요?  


답) 정민환 교수님이 이에 대해서는 이미 훌륭하게 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6: 전전두피질이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다운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설명하는 데에 깊은 관련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제가 여쭙는 바와 같이 요약해도 될런지요? 추가해서 말씀해주실 바가 더 있다면...  


답) 예. 그렇게 요약하셔도 좋습니다.    


▶문7: 전전두피질 연구 분야에서 당장 앞으로 몇년 사이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될만한 핫 이슈는 무엇인지요?  


답) 이제까지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해서 이해된 전전두피질의 기능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기 때문에 보다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에 관련해서 전전두피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많이 연구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보상과 상관인 일어나는 학습이 어떻게 가능한지, 사회적 결정에는 전전두피질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등 커다란 연구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문8: “전전두피질 내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정확한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인문학과 사회과학분야에 유용한 실마리를 줄수 있고, 그 의학적인 가치도 높다”고 말씀하셨는데, 좀더 풀어서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논의되는 이론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어떤 모델이 있습니다. 이 모델의 성격에 따라 그 이론의 결론도 많이 달라지게 되는것이고요. 문제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직관이나 아니면 당시에 영향력있는 기존의 학설을 이용해 왔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신경과학의 발달은 이제 인간의 기본적인 의사결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규명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이러한 연구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미래를 여는 첨단과학'의 측면에서>

▶문1: 컴퓨터 프래그램과 원숭이의 상호작용 실험, 그러니까 컴퓨터를 원숭이 실험에 처음 쓴 것은 교수님이 거의 처음인 건가요?  


답) 당연히 아니죠. 컴퓨터를 원숭이 실험에 쓰기지작한것은 한 40년 정도 되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시도한것은 컴퓨터가 원숭이와 홀짝과 같은 사회적 “게임”을 하게 한 것이죠.    


▶문2: 이광자 현미경처럼 영상 기술이 신경과학 특히 신경생리실험 분야의 실험/연구문화를 뒤바꿀 여지는 얼마나 큰지요? 이광자 현미경 외에 다른 테크놀로지가 주목받는 바도 있는지요?    


답) 해상력이 높은 영상기술이 신경생리학의 실험과 연구문화를 크게 바꿀 가능성은 적지 않아보입니다.  또 한 가지 떠오르는 테크놀로지는 유전학적인 조작을 통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작하고 측정하게 하는 것인데, 이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고 하여 이미 노벨상의 대상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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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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