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기술벤처, 미래에너지..다양성 살리길”

  '현장의 목소리' 타운미팅 참가자의 편지  

‘과학기술 정책 방향’ 분과 간사 박진호(한의사)




00townm3.jpg » 지난 8월11일 열린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학기술정책 제안 타운미팅' 1차 토론마당의 모습. 사진/ 타운미팅 준비모임 


한 지인의 부탁으로 우연히 ‘과학기술 정책 제안 타운미팅’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밖에 없는 제게는 명실상부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또 그 목소리를 정책 제안이라는 그릇에 담아서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로 조금 더 나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형식의 토론 행사가 과연 잘 진행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풍부한 경험을 지니신 사회자(디모스 정완숙 대표)의 매끄러운 진행과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와 여러 준비모임 사람들의 사전준비가 빛을 발해 행사는 만족스러운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 본 분들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행사 종반 쯤에, 분야별 토론 테이블을 나누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테이블별로 모여 토론을 했고,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이라는 분과에 참여하게 된 제가 비전문가이자 현장 밖에 있는 일반인인데도 당시 상황상 분과 간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 분과의 특성과 분과들 사이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 타운미팅 이후에 온라인 토론 등을 거쳐 ‘과학기술 정책 방향 분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장기적 에너지 기술 개발 어떤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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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분과의 테이블에서는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에 대해 어떤 세부 주제를 다룰지에 관해 토론했습니다. 토론자들은 크게 ‘미래 에너지’ ‘기초과학 육성’ ‘중장기적 국가 전략’ ‘국가 차원의 적정기술 개발’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앞의 두 가지 항목에 대한 토론이 활발했습니다.


과학기술인으로서 미래 에너지 문제는 후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데 모든 참석자들이 공감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늘 먼저 나오는 주제는 ’친환경 무공해 에너지원의 기술 개발’일 것입니다. 태양열, 지열, 풍력 같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과 수소전지, 초전도 물질의 개발 같은 얘기들이 자주 거론됩니다. 특히 공공 기관이나 학교, 공기업 같은 건물이나 공적 지원·개입이 이뤄지는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장치를 직접 도입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술을 보유하거나 개발하는 집단한테 사회경제적 유인과 동기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운용되는 천연가스 버스 시스템, 그리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주도해 서울시내 1000여 학교에 100 메가와트(MW)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줄이자는 프로젝트는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마중물이 되어 국가기관 공공시설과 지하철역 등 대중교통 시설에 이런 흐름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 토론자들이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매번 미래 에너지 문제를 다룰 때마다 천연 에너지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줄여야 한다는 접근 방식에 머무는데, 이를 넘어서 ‘화석연료 기관의 효율 증대’라는 또다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즉 ‘천연 에너지 기술 개발’ 과 ‘기존 화석연료 기관 효율화와 기능 혁신’의 두 갈래 전략을 활용할 때 국가의 화석에너지 수입과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에너지 사용량과 수급 현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 로드맵을 그리려면, 이 부분에서 다방면에 걸친 정책 당국자의 노력이 함께 요구됩니다. 특히, 향후 북한에 매장된 상당량의 석탄과 러시아가 동부 시베리아에 매장된 천연가스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대비하여 관련된 내연기관의 효율성 증대 및 에너지 저장과 활용방안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미리 대비해야겠습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그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진영과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진영, 두 축의 찬반 공방이 뚜렷합니다. 이 가운데 한쪽 입장에 서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반복되는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뿐더러 그 실행 과정에서도 여러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원자력발전과 관련해 찬반 양쪽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과제인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해체 및 제염’에 대한 화두를 꺼냈습니다. 원전 해체 및 제염 과정에 드는 직접비용과 위험비용이 늘어나다 보면 원자력발전의 단가가 급등하여 원자력 에너지의 경제성이 악화되니 원전 활용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이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원전에 반대하는 쪽으로서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해체하는 것은 그 수명이 다해가면서 반드시 매듭짓고 갈 문제이자 이를 완벽한 기술로 구현하지 않으면 향후 방사능 누출 등으로 인한 환경비용이 발생하게 되니 두 진영의 공통된 관심사이자 우리 공동체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함과 동시에 원전의 확대냐 축소냐 하는 논의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기초과학, 기초기술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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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육성과 관련하여, 처음에는 물리, 화학, 생물 등의 기초적인 순수과학이 고사 위기이니 육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큰 틀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됨에 따라 구체적 현황을 가지고 개선점을 지적하는 논의로 전개되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육성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와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 ‘결과중심주의’인 데 공감했습니다. 특히 기초적인 과학기술이나 부품 소재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이 심각하게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참석자들이 우려했습니다. 또한 완성품 수출 위주로 하는 큰 기업들의 경제력 남용이나 내부거래 증가, 그리고 국가의 편중된 지원정책과 연구개발 인력의 비정규직화 등의 문제가 복합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을 다들 심각하게 느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핵심소재나 부품을 일본 등 기술선진국에서 수입해 옴으로써 발생하는 무역적자 문제와 완성품 수출에서 얻는 이익 비율의 저하를 발생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자생력과 자립도를 해치고 기초과학기술인들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초과학 육성에서 실무적인 선까지 시선을 낮춰 보면, 국가의 연구개발 예산을 집행하는 데에서 평가기준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대기업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에 따르면, 관료들이 연구개발 예산을 집행할 때 ‘연구의 지속가능성’ ‘안정성’ 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다 보니 중소기업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보다는 대기업 연구팀의 무난한 프로젝트가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예산이 집행될 때, 대기업으로 가는 예산은 원래 계획된 기술 개발이나 혁신이 조금 더 일찍 얻어지는 효과를 냅니다. 또한 기술력 있는 벤처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훌륭한 기술이 한국의 원천기술로 탄생하느냐 사장되느냐 하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국가 전체로 보면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에 세심한 지원이 이뤄지는 게 급선무이지만, 투자 선정 기준의 특성과 예산 배정을 담당하는 결정권자의 안정 지향적인 성향이 작용해 대기업 연구기관에 발주되는 경향이 크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평가제도를 민주화하고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적정 기술 개발,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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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 국가 차원의 적정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가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적정기술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에 과연 이 분야의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 제시를 거치며 우리나라에서도 산간벽지나 도서지역, 특히 생수가 나지 않아 주변 지역에서 수급을 받아야 하는 독도 등의 지역에서 간단한 도구를 활용하여 생활에 필수적인 생수 등의 품목을 자급할수 있다면 좋겠다는 논의로 발전하였습니다. 더불어 과학기술인한테는 은퇴 이후에 자아실현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과 제3세계에 관련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국제 정치와 외교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토론 참여자 중 한 분께서 공정무역으로 케냐의 커피를 수입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수입대금으로 돈이 아닌 우리나라의 발달된 영농기술과 적정기술을 제공해주더라는 경험을 온라인 토론방을 통해 나누셨습니다. 선진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는 방법들로서 장비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면서 생산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져 저개발국 국민의 생계 향상에 상당히 이바지함으로써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자리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런 움직임에 교육, 과학, 외교, 무역 등 전반에 걸친 유기적인 뒷받침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짧은 시간에 각 분야의 실무자일 뿐 정책전문가가 아닌 참여자들이, 게다가 저처럼 연구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에 참여하다보니 토론이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루지는 못했고, ‘중장기적 국가 전략’을 논하기에는 토론자들 간에 그동안의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전략이 어떻게 이뤄져왔는지에 대한 사전 학습과 이해가 필요하기에 논의를 다 하지 못했습니다.


00PJH.jpg 하지만 타운미팅 이후 이뤄진 분과별 온라인 토론방을 통해, 그리고 이어질 2차, 3차 타운미팅을 통해 정책결정과정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는 과학기술인 여러분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셔서 논의를 진행하다 보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세부적인 부분까지 정리되는 살아 있는 정책 제안이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부족한 논의 과정과 결과를 채워주실 수많은 현장의 과학기술인이 다음 기회에는 함께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기를, 그리고 그 결과가 정책 결정에 좋은 자양분이자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 박진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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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2차 타운미팅"이 9월22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립니다.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행사 내용과 참가 신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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