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숙주고착’ 흉내낸 의료용품 발명 눈길

한국인 제1저자 참여한 미국 대학병원 연구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

"장내에 머리 부분 찔러넣은 뒤 부풀려 고착하는 기생충 생존 방식에서 영감"


00mNeedle2_2.jpg » 기생충이 장내벽에 고착하는 방식을 흉내내어 의료용 점착재로 쓸 수 있는 미세바늘들의 배열기판. 출처/ Brigham and Women's Hospital(BWH)


국인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미국 대학병원의 연구팀이 숙주의 장내 벽에 달라붙어 사는 기생충을 흉내낸 이식피부 점착용 의료용품을 발명했다고 과학 학술지에 보고했다.


00mNeedle1.jpg » 물고기 장내에 사는 기생충(Pomphorhynchus laevis)을 간략하게 그린 그림. 이 기생충은 자신의 머리 쪽에 있는 뾰족한 부분을 숙주의 장내벽에 찔러넣은 뒤에 그 안쪽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장내벽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고착해 산다. 출처/ BWH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 브라이엄여성병원(BWH)의 제프리 카프(Jeffrey Karp)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낸 논문에서 물고기의 기생충(Pomphorhynchus laevis)이 숙주 물고기의 장내 벽에 달라붙어 사는 방식에 착안해 상처 조직에 이식피부를 고정할 수 있는 이중구조 마이크로바늘(micromeedle)이 배열된 의료용 패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생충은 자신의 머리 쪽에 있는 뾰족하고 가시 달린 부분을 숙주의 장내 벽에다 찔러넣은 다음에 부풀려 빠지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장내 벽에서 달라붙는 고착 생활을 한다.


연구팀은 그동안 이 기생충의 ‘부풀어오르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생체 조직에다 얕게 집어넣어도 역학적으로 강하게 서로 맞물려 떨어지지 않는 의료용 패치를 개발하려고 시도해 왔다고 밝혔다.


00mNeedle3.jpg » 미세바늘 패치의 메커니즘. 바늘은 부풀어 오르지 않는 심지(Non-swellable core)과 부풀어 오르는 부분(Swellable tip)으로 구성되며, 상처 부위(Wound bed)에다 이식피부(Skin graft)를 고정해주는 구실을 한다. 출처/ BWH 이들이 발명한 이식피부 점착용 패치에는 원뿔 모양의 미세한 바늘들이 점착 기능을 하는데, 각 바늘은 이중구조로 이뤄져 있다. 뾰족하고 딱딱한 플래스틱 부분이 하나이며, 평소 건조한 상태에서는 딱딱하지만 수분과 만나면 부풀어오르는 부분이 다른 하나이다. 이런 이중구조가 이 발명품의 핵심이다. 이중구조의 미세바늘들을 상처 부위에 이식피부를 대고서 이를 고정하고자 붙이면, 바늘은 상처 부위 안쪽에서 점차 부풀어올라 쉽게 빠지지 않고 이식피부를 고정해주는 구실을 할 수 있다(오른쪽 그림 참조).


미세바늘 패치는 이식피부를 상처 부위에 고정하는 데 자주 쓰이는 기존의 의료용 스테이플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논문 저자들은 기대했다. 스테이플에 비해 미세바늘 패치는 감염 위험이 적고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데다 피부에 외상 흔적을 훨씬 적게 남긴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또한 “미세바늘 끝의 점착력은 기존에 이식피부 고정용으로 쓰던 의료용 스테이플보다 세 배 이상 강하다”고 논문 제1저자인 양승윤 박사(박사후연구원)가 대학병원의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이 미세바늘 패치는 이식피부 점착 기능 이외에도 항체나 성장촉진제 같은 생체 활성 물질을 상처 부위에 직접 전달하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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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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