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치장한 박테리아?

캐나다 연구팀, 금괴 표면에 사는 박테리아 생존방식 밝혀

고체로 침전시키는 작용으로 용액상태의 금 금속독성 없애


00goldnugget.jpg » 자료사진. 금광에서 채굴된 금 덩어리. 출처/ Wikimedia Commons


으로 제몸을 치장하는 박테리아?

00goldbac.jpg » 구연산나트륩-금염화물 용액(b)과 델프티박틴-금염화물 용액(c)에 나타난 10분 뒤의 반응 차이. 출처/ Nature Chemical Biology, http://www.nature.com/nchembio/journal/vaop/ncurrent/extref/nchembio.1179-S1.pdf

아니, 박테리아는 그저 생존을 위한 방책으로 금 입자를 만들어 뒤집어 쓰고 있을 뿐이었다. 금 덩이 표면에 사는 이 박테리아는 독성을 띠는 용액 상태에서 녹아 있는 금을 분자 크기의 독성 없는 고체 입자로 응집해 침전시키는 방식으로 제몸을 보호하며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용액에 녹아 있는 금을 고체로 침전시키는 이 박테리아의 독특한 대사물질과 관련 유전자들도 이번에 발견됐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생화학 연구자들(Nathan Magarvey 등)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낸 논문에서, 금 덩어리 표면에 사는 미생물막에서 채집한 ’델프티아 아키도바란스(Delftia acidovarans)’라는 박테리아가 대사물질인 이른바 ‘델프티박틴(Delftibactin)’을 분비해 주변의 녹아 있는 금으로 분자 크기의 아주 작은 고체 입자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런 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들도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박테리아의 몸은 이렇게 고체로 침전된 금 입자로 덮힌다.

해외 언론의 보도를 보면, '금 만드는 박테리아'의 발견은 몇 해 전에도 화제가 됐다. 지난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학의 미생물 연구자들(Reith 등)은 3500 킬로미터나 떨어진 두 금광에 있는 금 덩이 표면에서 사는 동일한 박테리아 종을 찾아냈는데,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Cupriavidus metallidurans)라는 박테리아는 녹아 있는 금을 독성 없는 고체 입자로 만들어 제몸 안에 축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금 표면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금을 고체 광물로 만듦으로써 금 용액의 금속 독성을 피하는 해독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으나, 그 작용을 하는 물질이나 관련 유전자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못했다.


00goldbac2.jpg » 금 표면에 사는 박테리아로서 2009년 학계에 보고된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 박테리아의 가운데에 금이 있다. 출처/ Reith,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09-10/esrf-bhf100709.php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녹아 있는 금을 고체 입자로 침전시키는 데 작용하는 박테리아의 대사물질과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델프티박틴이라는 대사물질의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제대로 기능할 때에는 금의 고체 입자 형성 작용이 일어났으나 이 유전자 기능을 제거한 박테리아에서는 그런 작용이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두 연구는 금 입자의 형성 과정이 금속 독성의 해독 작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쿠프리아비두스 박테리아는 녹아 있는 금을 고체 입자로 만들어 제몸 안에 품는 데 비해(아래 사진 참조), 이번 연구 대상이 된 델프티아 박테리아는 제몸 밖에 고체 금을 침전시키는 방식으로 금 용액의 독성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두 연구는 금 광물이 지질학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과정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생물이 매우 작은 규모이지만 금 광물을 형성하는 생물학적 작용을 한다는 사실과 그런 작용을 하는 핵심 물질과 유전자들이 보고되면서, 금의 분리, 또는 금맥 찾기에 이런 미생물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느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매체들은 이런 박테리아와 대사산물이 금을 찾고 모으는 탐지와 촉매 과정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논문의 초록 부분]


미생물은 자신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하고 분비한다. 우리는 이 논문에서 금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인 델프티아 아키도보란스(Delftia acidovorans)가 용해된 금(의 독성) 피해를 받지 않게 자신을 지켜주는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해 고체 금을 생성한다는 것을 밝힌다. 이 발견은 분비된 대사산물이 독성 띤 금의 피해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며 금의 바이오광물화(biomineralization)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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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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