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유전자인데…단백질 작은 차이, 기능에선 큰 차이

RNA 접합 과정(스플라이싱)에서 다양한 변이 생성 가능성

서로 다른 기능 네트워크 이뤄, 아주 다른 기능 발현하기도


미국·캐나다 등 공동연구

00proteinCD46_wiki.jpg » 세포막 단백질의 하나인 'CD46', 3차원 구조 영상. 서로 약간씩 다른 단백질 동위체가 최소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The Scientist


람 유전체(게놈)에서 유전자는 대략 2만여 종에 달하지만,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적어도 10만종 이상이며 사실 그 규모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와 단백질은 ‘1 대 1 대응’의 관계가 아님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전자가 단백질 기능의 훨씬 더 큰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주는지는 아직 자세히 규명되지 못했다.


하나의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에도 그 구조가 약간씩 다른 변종(variant) 또는 동위체(isoform)들이 존재하는데, 근래에는 신약 개발과 관련하여 이런 생명현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 정보에서 시작해 20종 아미노산이 사슬을 이룬 3차원 구조물인 단백질이 합성되는데, 유전자의 디엔에이(DNA) 염기서열 정보에서 아미노산을 만드는 그 중간 과정에서 아르엔에이(RNA)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여러 차이들이 나타나 종국적으로 약간씩 다른 단백질 동위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중간 과정에서 유전자 DNA 염기서열 중 단백질을 만드는 데 불필요한 정보(인트론, intron)가 제거되고 필요한 정보(엑손, exon)만으로 이어붙이는 이른바 ‘RNA 접합’(splicing, 스플라이싱)이 단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여러 대체적인(alternative) 방식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RNA 대체 접합’(alternative splic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RNA 대체 접합, 즉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전 정보를 이어붙여 아주 약간씩 다른 동위체의 단백질들을 만드는 현상이 최근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는 같더라도 약간씩 다른 단백질 동위체를 만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같은 유전자라 해도 질병에 서로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같더라도 직업과 성격이 서로 확연히 다른 형제자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RNA 접합. https://youtu.be/FVuAwBGw_pQ]


근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ber Cancer Instititue)를 비롯해 미국·캐나다 등의 공동 연구진은 의생물학 저널 <셀(Cell)>에 낸 논문에서, 인간 유전자 500여 종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동위체 1423종에 대해 대규모 분석을 해보니 약간씩 다른 동위체들(alternative isoforms)가 그저 약간의 변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단백질인 듯이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유전자에서 나온 약간 다른 단백질들이 아예 다른 유전자에서 나온 단백질인양 확연히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보도자료 중 일부이다.


“이번 연구에서 놀라운 점은 같은 유전자에서 유래한 동위체들이 종종 서로 다른 단백질 파트너들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라고 다나-파버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자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글로리아 셰인크먼(Gloria Sheynkman)은 말했다. 그는 “이는 곧 동위체들이 세포 내에서 아주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같은 부모의 자녀들이라도 서로 다른 직업을 지니면서 서로 다른 친구, 동료들과 자주 상호작용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우리 논문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단백질-상호작용 네트워크에 대한 좀 더 세밀한 관찰은 인간 질병과 관련해 특히나 중요합니다.”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의 릴리아 이아코우체바(Lillia Iakoucheva)는 말했다. “동위체들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 파트너의 크나큰 차이는 질환과 관련한 경로를 유전자 수준에서 찾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서로 다른 변종들이 질환의 서로 다른 경로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동일한 질환에 이르거나 또는 서로 다른 질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고 분석하려는 이 네트워크를 더욱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분석한 동위체들의 대다수가 상호작용을 공유하는 바는 50% 미만이었으며, 동위체의 16%는 공유하는 바가 아예 없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어떤 질병 관련 유전자가 있다 해도, 단백질 동위체 차원에서 본다면 그것이 실제 발현하는 기능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질병 연구에서 유전자 연구뿐 아니라 질환 유발 경로와 실제 관련되는 그 유전자-단백질의 동위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며, 그런 동위체가 만들어지는 RNA 대체 접합 과정에 대한 연구가 신약 개발에서 필요하다고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강조한다(참조 자료).


[ 단백질 합성 정보를 담은 유전자의 엑손 일부를 건너뛰는 RNA 대체 접합의 경우.

동영상 https://youtu.be/THJJCMbjGf0 ]


 ■ 논문 요점과 요약

[요점]
- [하나의 유전자에서 유래하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RNA 접합을 의미하는] RNA 대체 접합(alternative splicing)은 서로 크게 다른 상호작용 프로파일을 지니는 동위체(isoform)를 만들 수 있다.
- 이런 차이는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간의 차이 만큼이나 클 수 있다
- 특정 동위체와 어울리는 파트너 단백질들은 차별적인 발현과 기능 특징들을 보여준다.
 
[요약]
 RNA 대체 접합(alternative splicing)이 일부 유전자들의 기능적 특징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백질 동위체들이 단백질 수준에서 기능적 복잡성에 전반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자, 우리는 많은 수의 인간 유전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합된 전사물(alternatively spliced transcripts)의 전장 규모 열린 번역틀(full-length open reading frames)의 클론을 만들었으며,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프로파일링을 사용하여 수백 종의 단백질 동위체 짝들을 기능적으로 비교했다. 동위체 짝들의 대다수에서는 그들의 상호작용을 공유하는 바가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작용체 네트워크 지도(interactome network maps)의 전반적인 맥락에서 보면, 하나의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서로 다른 동위체(alternative isoforms)는 각각의 소소한 변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단백질처럼 거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로 다른 방식의 동위체들에 특정된 상호작용 파트너들은 특정 생체조직(tissue)에만 해당하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또한 차별적인 기능적 모듈로 분류될 수 있었다. 우리의 연구 전략은 다른 기능적 특징들에 대한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이는 많은 유전자들에서 RNA 대체 접합을 통해 단백질의 상호작용이 크게 확장될 수 있음을 밝혀준다. 이는 또한 하나의 유전자에서 유래하는 많은 대체 동위체들이 기능적으로 다르다는, 즉 ‘기능적 이형체(“functional alloforms”)’임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이 기사는 페이스북 친구인 생명과학자 두 분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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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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