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자연탐구의 과학 사명감이 빛바래는 시대에

 [퍼온글]

 

 

 

화학인의 도덕성과 교양

성대동 동아대 화학과 교수

 

Faraday_Lab » 영국의 전기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의 실험실. 해리엇 제인 무어 작품.

 

 

 

line » ■ 이 글은 대한화학회가 내는 간행물인 <화학세계>(2010년 3월호)에 실린 성대동 동아대 교수의 글입니다. 사이언스 온 독자를 위해 글의 게제를 허락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립니다. 대한화학회 웹사이트(http://www.kcsnet.or.kr)에서 PDF 파일의 원문을 찾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편집자

전기화학자로 잘 알려진 패러데이는 늘 겸손했고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다. 영국 왕실은 그의 업적을 기려 기사 작위를 주었으나 사양했고 과학자로서 최고의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왕립연구소 회장직을 맡으라는 제안도 두 번이나 거절하였다. 겸손하고 단순한 패러데이의 생활 태도는 어느 날 한 신문 기자가 대단한 업적을 이룬 패러데이를 찾아와 질문을 하였을 때 그가 한 명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기자가 패러데이에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직업을 택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했을 때 ‘나는 예수님처럼 살고자 합니다. 그만 하면 충분하죠’라고 대답했다.  패러데이는 죽으면서도 영국 왕족이나 영국을 위해 큰 명예를 남긴 사람에게만 묘소를 허락하는 웨스트민스트 사원에 묻히는 것도 거부하였다. 가난하고 불우한 시절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모범으로, 항상 젊음을 잃지 않고 왕성한 열정이 넘치는 과학자의 모범으로, 그리고 항상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한 휴머니즘의 모범으로 존경 받는 과학자로서 순수성을 잃지 않은 패러데이는 지금까지도 존경 받고 있다.

 

과학자들한테는 높은 도덕성과 교양이 요구된다. 비록 패러데이처럼 존경받는 삶을 영위하지 않을 지라도 과학자들이 탐구하는 자체가 진리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성과 절제된 교양이 요구된다. 

 

톨스토이는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며 이웃에 대한 사랑과 베풂을 강조하고 있다.  그 사랑은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하늘에 닿은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다. 과학자들에게도 바로 이런 사랑이 요구된다.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양심이 어우러진 그런 연구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연간 1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이 많이 있다. 1억원이면 미국 돈으로 약 10만 달러쯤 된다.  이 돈은 미국에서도 작은 연구비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연구비 관리 수준에서는 아직도 SCI 논문 몇 편 정도 게재하는 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보고는 끝난다.  물론 SCI 논문 게재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는 진리의 탐구과정이다.  너무나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러한 목적에 닿아 있는가 하는 데에는 아직도 의문이 선다.

 

몇 년 전 황우석 교수의 사건과 조작된 결과를 유명 학술지에 실어 탄로난 뒤 학교를 그만둔 어느 대학의 모 교수의 사건도 모두 연구업적만을 강조하다보니 생긴 결과이다. 연구의 결과를 정확하게 기술하여 전달하는 것은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에겐 생명과 같은 것이다. 이 명제를 저버리면 과학 탐구라는 말의  의미가 없어진다.    

 

최근 우리의 연구는 물론 선진국들의 연구도 업적을 채우기에 급급한 연구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하여 여러 장애를 극복하여 얻은 질 높은 연구 결과는 드물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도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에서 얻은 새로운 연구 결과는 드물고 패셔너블(fashionable)한 연구 결과들만 실리고 있다. 

 

나노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면 누구나 나노 연구를 하지 않으면 연구 트렌드에 뒤지는 것처럼 그 쪽으로 모두 몰린다. DNA와 단백질 연구가 주를 이루면 그 쪽으로 모두 줄을 서려고 한다. 자연에 대한 단순한 의문,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에 관심을 갖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에 대한 업적만을 중시하기 때문에 비록 SCI 논문이라 하더라도 별로 그렇고 그러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연에는 한 평생을 바쳐 연구해도 못다할 연구 테마가 수두룩하다. 근본적인 의문으로 시작해야 할 연구들이 아직도 많은 참신한 연구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연구 테마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진지하여 외면되기 쉽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런 연구자들을 가려내어 지원할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학술지에 발표한 SCI 논문 수만 보고, 그리고 그 논문이 갖는 인용지수(impact factor)만 보고 줄 세워 연구비를 나눠 줄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에 교묘하게 편승하여 인류의 발전과는 관계없는 연구 결과들만 쏟아낸다면 진정한 과학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하늘은 언제나 정직한 사람의 편이다. 패러데이처럼 어려운 역경을 딛고 연구에 몰두하는 자에게 언젠가는 큰 보상이 따를 것이다. 비록 그 일이 사후에 일어날지라도 평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다. 이런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하는 자가 많으면 세상이 얼마나 밝아질까? 오늘날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서 볼쯔만 방정식은 그의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였다.  볼츠만상수를 사용하면 계의 엔트로피를 확률로서 설명할 수 있다는 방정식은 엔트로피 법칙에서 가장 중요하고 간단명료한 표현이 되고 있다. 지금 연구하는 것이 먼 훗날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러한 연구에 매진하면 그 보상이 얼마나 크겠는가를 생각하며 연구하는 자는 복을 받을 것이다.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성대동 교수 동아대 화학과 성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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