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관절에서 뚝 소리 나는 이유는... -MRI동영상

관절 분리될 때 공간 확장, 활액 내 압력 떨어져 빈공간 생성

실시간 연속장면 관측…1947년 '버블형성 때문' 해석 뒷받침


00knucklecracker.jpg » 손가락 관절을 꺾거나 잡아당길 때 나는 '뚝' 소리는 관절 사이에 갑자기 빈 공간(버블)이 생기면서 비롯하는 것이라는 자기공명영상 관찰 결과가 발표됐다. 출처/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가락을 잡아당기거나 마디를 꺾을 때 나는 '뚝'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손가락 관절에서 나는 뚝 소리는 관절을 잡아당기거나 꺾을 때 관절을 이루는 뼈가 떨어지는 순간에 공간이 확장하면서 갑자기 빈 공간(cavity, 버블)이 형성되기 때문인 것으로 관찰됐다고 캐나다 연구진이 보고했다. 손가락 관절의 뚝 소리는 손가락을 잡아당길 때 관절 분리 순간에 '버블'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설(1947년)과 그게 아니라 형성된 버블이 붕괴하는 순간에 소리가 난다는 설(1971년)이 제시돼 왔는데, 이번 연구는 1947년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재활의학과의 그레고리 카우추크(Gregory Kawchuk) 등 연구진은 최근 공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손가락을 잡아당길 때 뚝 소리가 날 때 손가락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실시간 관측해보니 관절 부위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분리될 때 급속하게 빈 공간이 생기면서 소리가 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00knucklecracker2.jpg » 손가락을 잡아당길 때(가운데) 관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기공명영상(오른쪽)으로 관측하기 위한 실험장치. 출처/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연구진은 논문의 제2 저자로서 참여한 지압요법사의 열 손가락을 뚝 소리가 날 때까지 하나씩 잡아당기면서 손가락 내부의 변화 과정을 자기공명영상 장치로 1초당 3장면 정도의 속도로 실시간 촬영했다. 뚝 소리는 어느 순간에 관절이 갑자기 분리될 때 생기는 빈 공간과 연관된 것이었다.


모든 경우에, 뚝 소리와 관절 분리는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미끄러운 물질인 활액(synovial fluid) 내에 기체 있는 빈 공간(gas-filled cavity)이 급속히 만들어지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우추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 진공이 만들어지는 것과 약간 비슷해요. 관절 표면이 갑자기 분리되면, 커진 관절 부피를 다 채울 만한 활액은 부족해지죠. 그래서 빈 공간이 생기고, 이런 현상이 소리와 연관되는 것입니다.” (앨버타대학교 보도자료)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BHEcQluSzmM ]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영국 신문 <더 가디언>에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카우추크는 관절이 갑자기 분리될 때 뚝 소리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활액 안에서 기체 있는 빈 공간[버블]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설명한다. 그 버블은 활액의 압력이 급강하할 때 활액에서 생겨나는 기체에서 비롯한 것이다.… 카우추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리판을 씻어본 적 있다면, 여러분은 유리판들이 물에 젖어 있을 때 분리하기 힘들 수 있다는 걸 알 겁니다. 유리판 사이의 물막이 압력(tension)을 만들어내는 데 유리판을 분리하려면 그것보다 큰 힘이 필요하죠. 관절도 비슷합니다. 관절을 잡아당기면 처음엔 관절이 버티다가 나중에는 갑자기 분리되지요.” (더 가디언 뉴스)


00knucklecracker3.jpg » 손가락 관절을 잡아당기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자기공명영상. 화살표가 가리키는 검은 부분이 순간적으로 생성된 빈공간이다. 출처/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이때에 갑자기 분리된 관절 사이에는 빈 공간(버블)이 순간적으로 생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관절에서 나는 뚝 소리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더 가디언>은 이를 탄산음료 병뚜껑을 딸 때의 상황에 비유했으며, 다른 매체인 <사이언스 뉴스>는 유리판에 달라붙은 흡착고리가 잡아당기는 힘에 버티다가 갑자기 떨어질 때의 상황에 비유했다. 이렇게 생긴 관절의 빈 공간 상태는 20여 분가량 유지되며 이후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가 다시 관절을 잡아당기면 뚝 소리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1940년대 이후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던 손가락 관절 소리의 원인을 실시간으로 관측해 직접 증거를 제시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을 보면, 1947년 영국 연구진이 손가락 관절을 잡아당기기 이전과 이후의 상태를 엑스선으로 촬영해 ‘관절 사이의 활액에 압력이 급강하면서 거품(bubble)이 형성되는 현상이 소리의 원인’이라는 설명을 제시했으나, 20여 년 뒤인 1971년에 다른 영국 연구진은 비슷한 실험을 벌여 관절의 소리는 거품의 형성이 아니라 ’거품의 붕괴’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다른 설명을 제시했다. 이번 자기공명영상의 실시간 관측은 반박된 1947년의 결론을 복원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ZIVB5l2FNyQ ]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손가락 관절 소리가 관절 건강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해, 관절이 분리되며 뚝 소리가 날 때 생기는 에너지는 관절에 해를 끼칠 만큼 크다는 연구도 있으며 습관적인 손가락 관절 꺾기가 장기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관절 소리와 관절 건강의 관계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절 소리와 관절 건강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더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논문 초록 일부

…이 연구에서 우리는 관절 소리의 매커니즘이 버블 붕괴(bubble collapse)보다는 빈 공간(cavity)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는 직접 증거를 실시간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제시한다. 이 연구에서는 장축의 잡아당김을 하는 데 쓰는 긴 케이블에다 고정한 굴정성 튜브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10개 손가락 관절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잡아당김 이전과 이후에 정지 3차원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했다. 잡아당기는 동안에는, 뚝 소리가 날 때까지 1초당 3.2개 프레임의 속도로 관절 중간선의 빠른 연속장면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했다. 잡아당김 힘이 증가하면서 실시간 연속 자기공명영상은 관절이 분리되고 소리가 생성될 때에 빈 공간(cavity)이 급속히 생성됨을 보여주며, 이후에 빈 공간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됨을 보여준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관절의 뚝 소리가 그 이후에 나타나는 버블 붕괴와 관련된 게 아니라 빈 공간의 생성과 관련된 것이라는 직접적인 실험 증거를 제시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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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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