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쉰네 차례 풍성했던 과학수다의 막을 내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scitalk한겨레 사이언스온과 함께 시작한 연재물 ‘아줌마의 과학 수다’가 2년 남짓만에 수다 무대의 막을 내립니다. 평범한 시민에서 과학 이야기꾼으로 멋지게 변신한 네 명의 이야기꾼들이 그동안 2주마다 들려준 정감 있고 따뜻한 과학과 사람의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네 분의 이야기는 다시 다듬어져서 곧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아줌마 수다팀의 활약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림제공/ 양문출판사-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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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네 번째 마지막 회- 결산 방담


1박2일이 팬들의 깜짝 이벤트 받으며 막을 내렸다. 우리도 그들처럼 2주에 한번 씩 만났고 여행을 가는 대신 과학을 가지고 수다를 떨었다. 어느새 2년이 흘렀다. 어려운 과학을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나게 풀어주려고 하였는데 오히려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드러운 대화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숨어 있었던 때도 있고 꼬리를 무는 대화에 주제를 한참 벗어난 수다도 있었지만 한 사람의 독자라도 과학에 대한 새로운 열정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동안 “아줌마들의 과학수다”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 여기저기서 신명나는 과학수다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최동수)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했던 과학수다



SO_DS동수  : 과학적인 내용을 아줌마의 시각으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고 명쾌하게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4명이 함께 하니까, ‘나 하나는 살짝 숟가락 얹어 놓고 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선뜻 과학수다에 동참할 수 있었고요. 처음 시작할 때 다들 어땠나요?


인숙  : 처음에는 방담이라는 말이 낯설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어요. 몇 번의 방담을 하고 나니 공부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지요. 그러다보니 먼지 쌓인 전공서적도 펼쳐보고 인터넷 서핑 하느라 밤도 지새게 됐어요.


지원  : 이미 있었던 글의 형태도 아니었고 정해진 형식도 없었어요. 형식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부담도 컸고, 처음에는 갈피도 못 잡았지요. 자료를 찾고 글에 적용하는 것도 많이 서툴렀지만 열정만큼은 뭣에도 뒤지지 않았어요.


문영  : 마음 한 구석에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욕구가 있었어요. 그 환상이 실제가 된다는 것이 너무 떨리고 신기했어요. 습작을 하면서 생각보다 고된 일임을 직감했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좀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지원  : 그리고 ‘사이언스 온’의 많은 필진이 ‘과학전문가’였다면 저는 오래 전 과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일반인’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나 같은 많은 일반인들을 위해 과학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어요. 정말이지 너무 많이 부족했는데 열정과 희망으로 그 위기와 갈등의 순간을 잘 넘길 수 있었네요.



과학에도 바라보는 가치관이 필요하더라



동수  : 과학수다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과학과 동떨어져서 살 수 없는 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과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과학에 무심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과학은 그저 과학자들의 일이겠거니 하고 맡겨 놓고 살고 있었던 거죠.


지원  :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죠. 게다가 그런 연구들이 언론에서 발표하는 것 이외에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기는 어려워요.


SO_MY문영  : 평소에 과학이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고, 알아야 할 과학지식이 어느 정도 되어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자료를 찾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에 없던 새로운 물질들, 처음 세상에 탄생한 생활 용품들, 공부할수록 우리가 전에 없던 것을 많이 누리면서 살고 있는 하이 테크놀로지의 세상 속에 있음을 실감하고 되었고 누군가 이 빠른 변화가 인류에게 주는 의미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인숙  :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정치인의 공약도 꼼꼼하게 분석하고, 시민단체의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어떤 목표와 다짐을 가지고 과학수다를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 과학수다를 진행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고 할 수 있어요.


동수  : 생활에 최전방에 사는 아줌마로서 연예뉴스 챙겨보기보다는 과학 관련 뉴스나 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잘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문영  : 우리를 멋지고 편리한 세상으로 이끌어 주는 새로운 기술과 물질들이 한 편으론 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 내고 있잖아요. 기업들은 좋은 점만 홍보하는데 그것을 완전히 믿기는 어렵고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건강한 사회 속에 살고 싶은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정말 좋기만 한 것인지, 나쁜 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편안하게 아줌마의 입장으로 풀어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았어요.


지원  : 연구나 동향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찾아보면서 이런 문제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런 변화에는 어떻게 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도움이었어요. 눈이 넓어지고 커졌다고나 할까요.


인숙  : 과학수다를 하면서 이과를 전공한 나름의 과학인으로 이 사회에 과학이라는 열정을 보탤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미래사회를 보는 넓은 안목과 깊은 지식이 있었다면, 나 스스로도 궁금했던 많은 일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00suda연재를 시작하기 직전인 2010년 초에 박미향 한겨레 기자가 신문사 안 스튜디어에서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박문영, 신지원, 최동수, 이인숙 님.

 

 

과학수다를 통해 변화한 아줌마들



동수  : 과학수다를 통해서 과학에 대해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열정 덕분에 저는 과학수다를 통해 아주 큰 변화를 갖게 되었어요. 과학을 전공했던 아줌마에서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했으니까요.


지원  : 과학수다를 연재하는 일은 전업주부로 살면서 줄어들고 있던 나 자신의 꿈, 자신감, 호기심을 다시 키울 수 있던 큰 계기가 됐죠. 꿈과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늦은 나이, 많지 않은 경력들을 넘어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소중한 학습을 했어요. 그 전에는 머리로 이것저것 생각해 보다가는 ‘안돼~~~’ 하면서 도로 제자리로 돌아갔거든요.


문영  : 개인적으로 건강한 시민이 된 느낌이에요. 노숙자들에게 인문교육을 시켜 주체적인 시민을 만드는데 노력하시는 ‘얼 쇼리스’라는 분이 계세요. 그 분의 책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하지 않고 공적인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할 수 있을 때 주체적인 시민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 또한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여러 문제들을 수다와 글을 통해 공적인 문제로 승화시키면서 주체성을 가진 시민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SO_LIS인숙  : 호기심이 살아난 것? 삶이 활기차진 것? 노력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도 아름답다는 생각? 무엇보다도 “아줌마들의 과학수다”를 하는 동안 즐거웠고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자신에게는 가장 큰 변화이자 선물이에요.


지원  : 대학 때보다도 더 편하고 재밌게 과학을 즐기고 상상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에요. 발전하는 현실의 과학에 상상력이 더해지니 공상과학영화에 더 관심과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사실 과학수다를 하면서 영화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 장면이 과학으로 현실이 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말이죠.


문영  : 전에는 세상이라는 큰 기계의 부속품처럼 느끼면서 세상의 큰 흐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순응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토론을 통해 나의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과 ‘사이언스 온’이라는 공식적인 매체에 글을 올리는 과정을 통해 모두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문제로 공식화해 보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동수  : 과학웹진에 충실한 독자가 되었다는 것도 개인적인 큰 변화에요. 전에는 아이를 위해 과학잡지를 사주기만하고 제가 챙겨서 보지는 않았었거든요. 과학자와 일반인 모두 과학저널을 열심히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러면 우리나라에도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저명한 과학저널이 나오지 않을까요?



과학을 제대로 얘기하는 ‘사이언스 온’ 되길



문영 : ‘사이언스 온’은 새로운 시도와 알찬 내용을 가진 글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은 아줌마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었듯이 더 많은 변방에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드려요. ‘사이언스 온’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


SO_JW지원  : ‘사이언스 온’은 과학기사를 발 빠르게 전달하기보다는 그 내용과 전개를 깊고 넓게 다루는 웹진이란 생각을 해요. 또 여러 시각으로 다루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고요. 게다가 필진을 자유롭게 해 줘서 좋았는데 어떤 때는 관심을 확인받고 싶을 때도 있긴 하더라고요. 후후. 게다가 과학수다가 댓글이 많이 없어서 그것도 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죠. 사진도 많고 눈길 사로잡는 삽화도 넣고 하면 더 다가가기 쉬울 것 같아요. 하지만 ‘사이언스 온’에는 순간의 화끈함은 아니더라도 가족같이 푸근하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언제든 또 찾아가고 싶은 편안함이 있어 참 좋아요. 느리더라도 꿋꿋이 예정한 길을 가는 모습이면 좋겠어요.


인숙  : 부족하나마 ‘사이언스 온’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었다고 자부하면서 바람이 있다면, ‘사이언스 온’이라는 말처럼 항상 찬란한 미래보다는 지금의 문제를 바라보는 과학의 등을 켜고 깨어있길 바래요. 흔치 않은 과학매체로 대중들의 과학 환상을 바로세우는 중심이 되었으면 하고요.


동수  : 아까도 말했지만, 필자라기보다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어버렸어요. ‘사이언스 온’은 과학적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과학웹진이에요. 좀 더 홍보가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참맛을 느끼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숙  :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모든 이들의 소통창구가 되었으면 해요. 아마 저도 무언가를 찾는다면 먼저 ‘사이언스 온’을 검색하게 될 거고 제대로 아는 즐거움을 계속 느끼길 기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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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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