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급한 집안일 먼저, 연구는 잠시뒤로" NSF정책 눈길

출산·육아 등 위한 연구중단 허용 '패밀리 프랜들리' 정책

여성 연구자의 불이익 감소 기대, 여성 비율 높이기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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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가정 생활이 연기술의 연구 활동와 직업 만족도에도 상당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미국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는 논문이 실려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연구자 2500여 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특히 여자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이 ‘과학 경력을 위해 가정을 이루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으며, 교수 중에서도 과학 경력을 위해 자신의 바람보다 자녀를 적게 두었다고 응답한 비율도 꽤 높게 나타났다.


연구자가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자신감을 갖고서 연구활동을 왕성하게 할 나이인 30대 전후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가정을 꾸리느라 일생에서 매우 바쁜 시기와 겹쳐 있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 출산과 살림의 짐을 더 떠안은 여성 연구자들은 전문 연구자로 성장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여성 연구자의 짐과 불이익을 줄여주기 위한 새로운 연구비·과제수행 관리정책을 미국과학재단(NSF)이 마련했다고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청이 발표해 눈길을 끈다. 재단 쪽은 ‘가정이냐, 연구냐’를 두고서 고민하다 연구실을 떠나는 여성 연구자의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가족 친화적인(family-friendly)' 정책이다.


이번에 마련된 정책이 기존 관행을 크게 바꾸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보도자료와 뉴스 보도를 통해서 바뀐 정책의 뼈대를 짚어보면,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미국과학재단은 재단 연구비의 수혜자가 아이를 낳거나 입양하거나 다른 급한 집안일이 생겨 연구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때에는 그런 집안일 관련 사유를 정식으로 인정하여 추가 지원금 없이 과제수행의 완료일을 최대 1년까지 늦출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과제수행 기간을 일시 정지해주는 것으로 경력상 불이익은 없다. 또한 연구자가 가족 휴가를 떠난 동안에 대신 연구실 운영을 도맡은 이에게 제공되는 보상금을 재단이 대신 지원하는 방안의 시행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작은 정책의 변화인데도 미국과학재단과 백악관이 거창한 의미를 단 해설을 내놓고 있는 것은, 이번 정책 변화가 가정을 꾸릴 나이에 이른 능력 있는 젊은 여성 연구자들의 어려움을 푸는 데 작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배려 자체가 연구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학재단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의미를 달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블로그 뉴스에서 과학재단의 수브라 수레시(Subra Suresh) 총재는 이 계획의 목표 중 하나는 2021년 무렵까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정년직의 비율을 이 분야의 여성 박사학위자 비율에 상응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분야에서 미국 박사학위자 중 여성의 비율은 대략 40퍼센트라고 이 저널은 전했다.


매체의 보도와 블로그 글들을 보면, ‘유연한 일터(flexible workplace)’라는 큰 흐름에서 마련된 이번 정책은 여성 과학자들의 권익 향상을 주장해온 여러 과학자들한테서 환영을 받았다. 물론 월급 없이 오랜 동안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금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소득이 제공되는 가족휴가가 필요하다는 더 나아간 요구도 있지만 대체로 환영 분위기다. 연구자의 생활복지를 위한 조사와 세심한 지원 정책이 국내에서도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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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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