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가 짐스카(미국)의 <움직임 속의 고요함-엄마 연작2>. 자궁을 상징한다.
미술 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
올해 첫 전시 주제는 에네르기
13개나라 64개팀 작가들 참가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의 말처럼, 좋은 예술을 위해선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고, 뛰어난 과학자는 예술적 영감을 갖춰야 한다. 예술과 과학은 실은 무척 닮았다.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이치를 밝혀나가는 작업이란 점에서 예술과 과학은 서로의 장점을 필요로 한다. 미술은 늘 과학적 발견을 흡수해서 새로운 경향을 만들었고 외연을 넓혔다. 둘은 친숙한 짝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술과 과학과 관계를 탐구하는 새로운 미술행사가 마련됐다. 대전시가 마련한 미술 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이다.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의 특성을 내세워 대전시립미술관이 올해 1회를 여는 ‘프로젝트 대전’의 첫번째 주제는 ‘에네르기’. 미술관 쪽은 서구의 ‘에너지’와 동양권의 ‘기’(氣)를 합친 말로 에너지와 기가 예술에서도 중요한 의제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19일 개막해 대전시립미술관 전관을 비롯해 엑스포 공원과 한밭수목원, 갑천, 대전의 구도심인 중구와 동구 일대에서 야외예술과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펼쳐 보인다. 강희준, 김순임, 박영균, 성동훈, 신학철, 양아치, 장지아, 최영옥, 천경우, 허강, 로랑 그라소(프랑스), 아이웨이웨이(중국), 오다니 모토히코(일본) 등 13개국 64팀 작가가 참여한다.
» 미카미 세이코와 이치카와 소타(일본)의 <그라비셀스>. 관람객이 들어가면 중력을 감지해 중력의 저항을 시청각화한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장지아씨의 작품 <도축된 한 마리의 소로 만든 오브제>는 소 한 마리를 도축하면 얻을 수 있는 피를 소재로 조각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작품. 제목과 이미지만으로는 끔찍해 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혈액이 어떻게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주제를 담았다. 양아치 작가는 좀더 직접적으로 과학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문원 박사와 함께 뇌의 비정상적인 징후를 영상과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프랑스의 콤비 작가팀 ‘세노코즘’은 관객이 식물을 만지면 에너지를 감지해 소리를 내는 <아쿠스마플로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전기로 만들어지는 빛으로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라이츠 컨택츠>를 출품했다.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지금까지 과학과 예술의 만남 하면 주로 뉴미디어 아트를 떠올렸는데 이제 그런 단계를 벗어나 사회과학까지 포함하는 과학과 예술의 근본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11월18일까지, 어른 7000원, 학생 5000원.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쉰다. (042)602-3200.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_출처: 한겨레신문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