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Chimera)Ⅰ

조회수 32875 추천수 0 2013.06.05 06:44:36

우리는,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사자인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보고 고대 이집트 미신 신앙의 한 단면을 보듯 웃곤 하지만, 웃고 있는 우리 인간이 바로 키메라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고대 이집트인은 스핑크스 외에 '성스러운 황소'로 알려진 '아피스', 머리가 개나 자갈 같은 '아누비스', 머리가 독수리 형상인 '호루스' 등 키메라가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봉황, 청룡, 천마, 해태, 삼족오, 천록 등 상상의 동물은 전해오나 키메라는 거의 없고, 불교의 사천왕 도깨비 상이나,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새인 극락조 '가릉빈가'가 유일하게 알려져 있다.

  

이들 키메라의 기원에 관하여 스위스 태생의 유사 고고학자 ‘에리히 폰 대니켄’등은 수 천 년 전 지구를 방문한 고도의 지능을 갖춘 외계인이 만든 유전체 형상이라고 주장하였다.

원래 키메라는 말은 유전학에서 쓰는 용어로서, 하나의 생물체 안에 유전 형질이 다른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생물을 뜻하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 머리는 사자, 몸은 염소, 꼬리는 뱀인 - 괴물 키마이라에서 유래된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종교 학자들은 이집트의 키메라 신상에 관하여, 인류의 토테미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다.

  

1967년 보스턴 대학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체세포 분열하는 세포의 기원에 대해'이라는 제목의 한 논문을 [이론 생물학 저널]에 발표하였다.(열다섯 번이나 거절당한 후 겨우 게재되었다고 한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래, 우리들 대부분은 단세포에서 고등 생물까지 생물의 진화는 기본으로 가지치기하는 과정, 즉 공통조상을 가진 자손들이 DNA의 돌연변이를 통해 점진적이며 단선적으로 진화함으로서 다양한 종이 출현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이 논문에서, 생물 가지들이 서로 합쳐서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생물 간의 '내부 공생'에 의해 점진적이고 평면적인 진화의 과정을 제시함으로써 생물진화론에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식물이 낮에는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배출하고 밤에는 산소를 호흡하는 생물임을 잘 알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약30억 년 전 모든 생물이 단세포 이었던 시절,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호기성 프로테오 박테리아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처음에는 -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을 하다가 아예 한 몸인 키메라가 되어 오늘날 식물의 원조가 되었다. 

   

오늘날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에는 시아노박테리아의 DNA, RNA, 리보솜 등이 남아 있어 식물세포의 핵과는 독립적으로 생리작용을 수행하고 있으며, 오늘날 동식물의 세포 소기관으로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프로테오 박테리아가 원조이며, 생물에서 에너지 생성과 性, 죽음에 관여하는 독립 생리기능을 하고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붉고 흰 코스모스에는 엽록체도 있고 미토콘드리아도 있어, 코스모스는 적어도 세 계통의 유전 형질이 모인 키메라이다. 그래서 우리 눈에 펼쳐진 넓고 푸른 숲은 사실 우글거리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무수한 군상들인 것이다.

   

생물 간의 '내부 공생설'은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처음으로 주장한 학자는 아니었다. 이미 19세기 말, 20세기 초 독일의 식물학자 쉼퍼(Schimper)와 소련의 식물학자 메레츠코프스키(Merezhkovsky)에 의해 '내부 공생설'을 제기하였으나,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이론의 실증이 불가능했음으로 무시와 반증에 타격을 입고 1960년까지 생물학계에서는 사장된 이론이었다.

   

20세기 후반 전자현미경과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힘입어, 오늘날 생물학자들은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DNA 염기서열이 식물 세포의 핵 속에 있는 DNA 염기서열 보다 현존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프로테오 박테리아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서,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내부공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키메라 동식물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 예를 들면 포마토(토마토+감자), 유전자 조작 콩이나 옥수수, 인슐린 생성 박테리아, 메탄 생성 박테리아 등이 있다. 또한 토마토 대목에 까마중을 접붙이기 한 후, 부정아(여러 개의 불규칙 싹 눈)를 발생시켜 그 줄기를 잘라보면, 한쪽은 토마토의 형질이고 다른 쪽은 까마중 형질을 갖는 키메라임을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콜로라도 대학의 생화학자 토머스 체크(Thomas Cech)는, 섬모충류 원생동물인 테트라히메나 테르모필라(Tetrahymena thermophila)의 RNA 가닥을 편집(splicing) 실험하는 중에, RNA는 다른 효소 단백질이 없어도 ‘RNA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자르고 붙인다 ’는 매우 충격적인 결론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 많은 생화학자들은 이 RNA가 초기 생명(체)의 한 개체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현존하는 생물의 세포 속에는 핵(핵막과 염색체(DNA), 뉴클레오솜 등이 있다.), 세포막, 그리고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세포물질이 많이 들어있는 데 - 미토콘드리아, 골지체, 엽록체(엽록소), 리보솜, RNA, 소포체 등등이다.

  

보통 우리들은 이들 세포 소기관은, 생물 개체가 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해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 세포 소기관의 대부분이 초기 생명(체)의 개체이었으며, 하나의 영역(세포)안에서 이들이, 공생 또는 흡수, 스와핑에 의해 - 키메라가 되어 - 원핵(단세포)생물로 출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늘날 분자 생물학자들은 생물 간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 비교함으로서, 진핵(다세포)생물은, 약7억 년 전 원핵(단세포)생물 간의 키메라에 의해서 출현하였으며, 적어도 3~6 번 이상의 키메라 과정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약35억~38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출현한 이래, 약30억 년이 이들 단세포 생물과 초기 다세포 생물의 세상이었다. 당시 이들의 생활환경은 바다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이 환경 덕분에 생물 간의 키메라가 가능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생명(체)이 키메라에 의해 진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현존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프로테오 박테리아의 조상의 일부만이 키메라에 성공하여 오늘날의 식물의 원조가 되었고, 대부분 키메라가 못된 시아노박테리아와 프로테오 박테리아는 오늘날 까지도 박테리아로 남아있다.

   

단세포 생물과 다세포 생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 수가 많다는 것 외에 생물의 자기 복제(번식) 시스템과 물질대사(소화) 과정이다. 단세포 생물에서는 아메바와 같은 이등 법을 이용하지만(우리 몸의 세포분열로 남아있다), 다세포 생물에서는 性에 의한 씨앗을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약5억 5천만 년 전, 다세포 생물은 개체만의 공간과 특성이 완전히 형성되어, 물질대사를 통해 개체를 유지함으로써 다른 생물과의 직접 키메라가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생물은 자신의 DNA 생성을 통해 진화가 시작되었다.

   

생물에서 키메라 현상은 독립된 개체간의 결합에 의해 동질성이며 동시성을 띈 새로운 생물의 출현을 가져왔으며, 또한 다세포 생물에서 DNA(정보) 생성은 또 다른 형태의 키메라 현상이다.

 

 

키메라 - 이것은 생물의 출발점이며, 진화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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