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모양의 로봇이 춤을 추자, 독도 경비대원과 함께 살고 있는 삽살개 '독도 지킴이'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지식경제부 제공, 노현웅 기자
세계 4위 기술력 자랑하지만
대기업들 외면에 투자 미미
로봇산업 시장성 확대위해 지경부·로봇산업진흥원 나서
독도 등서 공연, 관심 유도
#1 지난 6일 오후 5시께 독도 접안 부두에서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울려 퍼졌다. 40㎝ 높이 직립 로봇 5대와 강아지 모양 로봇 5대가 최근 유행하는 ‘독도 플래시몹’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침 체조로 이 춤을 추고 있다는 독도 경비대원 10명도 로봇과 함께 춤을 췄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하는 ‘플래시몹’이 완성된 셈이다. 동해 한복판 강한 바람에 로봇이 쓰러지고, 강한 햇볕과 높은 습도에 오작동이 일어나도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경비대원과 함께 살고 있는 삽살개 ‘독도 지킴이’는 낯선 ‘강아지’가 신기한 듯, 킁킁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다 도망치기도 했다.
#2 이에 앞서 지난 5일 동해시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선플라워 2호’에서도 로봇의 리허설 무대가 있었다. 일제히 도열한 낯선 로봇을 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승객들은, 소녀시대의 ‘Gee’, 2PM의 ‘어게인’ 등 히트곡 안무를 따라하는 로봇을 보며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어 팔짱을 낀 직립 로봇들이 허리를 흔들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추기 시작하자 환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강아지 로봇의 몫. 승객들의 환호에 화답이라도 하듯, 고개를 처박은 강아지들이 물구나무를 서고 뒷다리로 ‘웨이브 춤’을 추자 박수갈채가 터졌다. 노심초사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양현창 로봇진흥센터장의 얼굴에도 그제야 웃음이 번졌다.
»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공연단 및 독도 플래시몹의 독도걸스가 지난 6일 독도 동도 접안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식경제부 제공, 노현웅 기자
울릉도·독도에 나타난 로봇들은 지식경제부와 로봇산업진흥원·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함께 주최한 ‘로봇 1004 프로젝트’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5월 소록도 공연에 이어, 두번째 소외계층 위문 공연에 나선 것이다. 로봇들은 6~8일 울릉도 저동항에서 열린 ‘오징어 축제’에도 등장했다.
이런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로봇 산업의 ‘외로움’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은 전 세계 4위 정도의 로봇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로봇 생산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대기업 가운데 동부그룹과 한국야쿠르트 정도는 로봇 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삼성·엘지전자 등 거대 기업은 시장성이 검증된 청소용 로봇에만 매달린 상황이다. 로봇산업진흥원의 한태환 연구원은 “로봇은 전자, 계측, 기계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뤄야 정상 작동한다”며 “전자 산업 경쟁력의 종합편이 로봇인데 비해, 관심과 투자가 낮은 편이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지경부와 로봇산업진흥원은 미래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로봇 산업을 꼽고 있다. 강감찬 지경부 로봇산업과장은 “청소 로봇으로 검증된 로봇 산업의 시장성은 앞으로 교육·오락·국방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도 “2018년까지 세계 1위 로봇 기술력이 있는 일본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어린애들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인식을 개선하고 시장성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런 행사도 로봇을 이벤트로만 다루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언제까지 반도체·자동차만 팔아서 한국 경제가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으냐”며 “20년 안에 로봇 산업이 생활의 영역에 파고들 텐데, 그때를 위해서 더한 생쑈도 할 자신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독도/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