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를 보내며, 2·0·1·5를 맞으며
사이언스온 필진의 송구영신 한마디
2014년 한 해 모두 이런 일로 저런 일로 수고했습니다. 떠나가는 한 해를 보냅니다.
한 해 동안 한겨레 사이언스온을 아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5년 새해에도 함께 한걸음씩 나아가는 사이언스온 필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새해 해맞이를 하러 나온 시민들이 바위 위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이정아, 2014.1.1)
지난 한 해 이런 일로 저런 일로 우리 모두 수고했습니다. 수고한 우리 자신을 향해 스스로 토닥토닥 따뜻한 마음을 전해봅시다. 떠나는 2014년에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벅찬 희열도 있었을 테고 못다한 일의 아쉬움도 있었을 테며, 또한 쓰라린 아픔과 슬픔도 있었을 것입니다. 새해 2015년이 다가옵니다. 사이언스온 필자들이 송구영신의 한마디를 적어보았습니다. 독자와 소통하며 느낀 즐거움,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을 느끼는 기쁨, 세상사의 안타까움, 못다한 일의 아쉬움, 새해에 풀어낼 일들에 대한 다짐, 이런저런 마음을 담아봅니다. 독자님들도 한 해를 돌아보며, 또 새해의 밑그림을 그리며, 평안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사이언스온 필진은 새해에도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사이언스온 (아래 필자 한마디는 도착한 순서대로 실었습니다)
* * *
8년 여정의 끝은 무기력?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손재천 (자연사로 둘러보는 우리 세상)
지난 한 해는 무기력감을 달고 살았다. 거듭 불발로 끝난 교수직 지원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온 국민에게 큰 슬픔을 안긴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자연사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워싱턴 디시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열렸던 추모 집회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고 헌화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머리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한 고민을 피해,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낙이었던 때가 있었다. 철부지 같은 생각이었다. 4대강을 보면서 자연사 연구가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사이언스온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온 지 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유학 올 때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좋은 선택이다. 나가거든 들어오지 말아라. 여긴 전쟁터야.” 8년이 흘러 박사학위도 받고, 꿈에도 그리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일할 기회도 얻었다. 올해 한국에 잠시 들러 만난 지인들은 여전히 말한다. “웬만하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해. 여긴 요즘 분위기가 안 좋아.” 우리 사회는 그동안 한 발짝도 못 내디딘 것일까? 변화가 없는 사회에서 ‘썩어가는’ 4대강이 있고, 수많은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세월호도 있을 것이다. 푸념한다고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그래서 2015년 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새해에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하기 위해 자연사 연구를 부지런히 알리고자 한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과학적 성과물은 출판물로 세상에 나와 검증을 받는다. 연구 데이터에 문제가 있어 철회되는 논문은 종종 보았지만, 결과의 과학적 의미를 예단해 출판 철회가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GMO 종양 쥐’ 논문의 재출판을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무슨 첩보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요즘 분위기에, 과학마저 더이상 자유지대가 아님을 기사는 보여준다. 과학적 결과가 항상 옳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반박 논문이 있고, 이런 찬반 논쟁을 통해 과학이 발전한다고 믿는다. 동료 과학자가 아닌 저널 에디터가 연구 결과를 예단하고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과학적 결과의 정화는 과학하는 사람들에게 맡겨두길 바란다.
질보다 양
정민석 (꽉 선생의 일기)
만화가답게 말장난을 하겠습니다. 2015년은 양의 해이니까, 질보다 양을 챙기는 해가 되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 사이언스온에 연재하는 만평(꽉 선생의 일기)의 질보다 양에 더 신경 씁니다. 질이 떨어지는 만평이지만, 주마다 끊임없이 연재하기 때문에 값어치가 조금 있다고 봅니다
저의 만평이 모두 재미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3편 중에서 1편만 재미있으면, 타율이 3할대이니까 나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만평을 많이 그린 덕분에 안타 수(독자를 웃긴 횟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는 사이언스온한테서 원고비를 두둑하게 받습니다. 저처럼 양을 챙기면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습니다. 사이언스온 독자께서도 2015년에는 자기 분야에서 질보다 양을 많이 챙기십시오.
[기억에 남는 게시물]
2014년에 사이언스온에 실린 것 중에서 마음에 든 것은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그리고 ’윤진과 이솔의 과학 책갈피’였습니다. 가재가 게 편인 것을 이해하십시오. 저는 제 분야를 만화로 그리니까 쉽습니다. 그런데 이 두 만화는 남의 분야를 스스로 공부해서 그리는 것입니다. 만화의 질도 뛰어난 것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만화 연재를 자주 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김명호 선생님, 윤진 선생님, 이솔 선생님도 질보다 양을 챙기기 바랍니다.
스물에서 서른이 된다는 건, 노란 시간에서 초록 시간으로 접어드는 것
2014년은 한국 나이로 서른 줄에 들어선 첫 해였다.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자꾸 늘어난다. 청춘이다. 그 중 하나가 사이언스온에 더 많은 글을 연재하는 것. 지금도 체성감각에 대한 메타인지와 로봇이 예술을 창작할 수 있는지에 관해 두 편 정도의 원고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 글을 마치는 건 아마 다음 해로 넘어가지 않을까 한다. 전망대 코너에 띄엄띄엄 글을 싣는 것만으론 만족하기 어렵다.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깊게 주력할 만한 분야를 개척해 개인적으로 연재 코너를 진행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강해진 한 해였다고 할까. 그러려면 배워야지. 써야지. 들고 가서 보여줘야지. 만일 모자라면 다시 해서 또 보여줘야지. 될 때까지 하는 거지, 뭐. 그러다 보면 되겠지.
사람들은 서른이 되면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는다고 한다. 그런데 별로 그러고 싶은 기분이 안 든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도,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도, 큰 감흥이 없다. 앞으로 살아갈 30년을 구상하느라 바빠서 살아온 날엔 마음을 쏟을 여유가 아직 없거든. 그런 건 60세 생일부터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공감각자인 내게 스물은 노랑, 서른은 초록이다. 색엔 적고 많음이 없다. 색은 그저 색이다. 노란색이 초록색이 된다. 초록색은 멋지다. 노란색 못지 않게. 초록색 다음으로 언젠가 자주색이 찾아온다. 그리고 주황색, 크림색, 연지색. 모두 멋진 색이다. 살아간다는 건, 공부한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재밌게 썼다. 다음엔 더 재밌게 쓰고 싶다.
글쓰기 성장통의 한 해
최강 (뇌영상과 정신의학)
사이언스온에 과분하게 연재를 시작할 때 했던 다짐 중 하나는 ‘한 달에 한 편은 꼭 쓰자’였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목표를 달성하며 나름대로 뿌듯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네요. 왜 그랬을까? 게을러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능력의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일 수도 있죠. 한참을 통렬히(?) 반성하다가 문득 ‘그래도 두 달에 한 편은 쓰지 않았나’ 하는 반문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2014년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한 저 자신을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글쓰기의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는 그럴 듯한 변명과 함께 말이죠. 혹시 저처럼 올해 초에 결심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면 너무 자책하지 말고 토닥토닥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 주세요. 올해 한 해 수고했다고. 내년에는 조금 더 잘 해보자고.
[기억에 남는 게시물]
글을 읽으면서 어릴 적에 여러 신비 동물에 심취한 나머지 어른이 되면 탐험가가 되어서 꼭 발견하리라 다짐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빅풋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은 보기 좋게 깨졌지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아시나요?
이대한 (엘레강스 펜클럽, 과학책꽂이: 생명의 느낌)
얼마 전, 지인이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신문 한 장을 넘기는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연쇄적으로 온갖 기계장치가 작동하고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20세기 전설적인 만화가였던 루브 골드버그가 고안한 기계장치들에서 이름을 딴 이른바 ‘루브 골드버그 장치’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루브 골드버그 장치 대회도 열린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지퍼 잠그기’가 과제였다고 하네요.
단순한 과제를 가능한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문득 제 연구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작은 꼬마선충의 가녀린 몸짓을 연구하기 위해 제 청춘을 사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복잡한 기계장치와 첨단 기술, 그리고 자본을 투자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종종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마치 지퍼 하나를 잠그기 위해 온갖 기계장치와 화학반응을 동원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보았을 때,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과제의 단순함, 과정의 복잡함, 반응의 섬세함이 묘한 삼각형을 이루며 미적인 차원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퍼를 잠글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그 장치가 품고 있는 상상력과 치밀함이며, 그것들이 이 기계를 단순한 기능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보물상자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또 모든 기초과학자들의 연구가 루브 골드버그 장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학’이 지금 당장의 어떤 ‘쓸모’보다는 단순하지만 결코 간단하지는 않은 질문을 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과정이라면 말이죠. 하나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 연구의 ‘성과’가 사소해보일지라도, 마치 루브 골드버그 장치처럼 그 안에 상상력과 치열함을 품은 보물상자가 완성된다면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해의 끝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그러했듯, 누군가는 제 루브 골드버그 장치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어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올해에도 그러했듯 새해에도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해보렵니다
성상현 (엘레강스 펜클럽)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시작한 2013년과 비교해 보면, 2014년의 제 글들은 수적인 면에서 퇴보했습니다. 아마 본업인 연구가 잘 안 풀리는 동안, 글 쓸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어쩌면 이것은 핑계입니다. 아니 정확히 핑계이겠지요. 글 몇 편 정도 쓸 시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 돌아봅니다. 다만 즐기면서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의 대학원 생활이 나름대로 무르익어 가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여유가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무언가를 즐겁게 해내려면 일상의 틈새에 자리를 잘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연구와 글쓰기, 또 다른 취미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1년이란 짧은 시간은 흘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산다기보다는 즐겁게 사는 것, 새해에는 그러고 싶습니다.
‘과학만화가 3학년생’,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김명호 (만화가의 생물학 공방)
지지난해, 서른일곱 살에 일러스트 작가에서 과학 만화가로 전업(?)하면서 '4년은 고생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무엇을 시작하여 실력을 쌓기까지는 최소한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어디 대학교 자연과학부 1학년에 입학했다고 생각하자고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올해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서투른 2학년 치고는 복에 넘치는, 많은 분의 관심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동경하던 분을 직접 만나뵙는 영광도 누렸고, 여러 훌륭한 선생님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무릉도원의 기쁨도 누렸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족한 실력인데도 이런저런 곳에 불려다니느라 결과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크게 반성할 일입니다.
새해에는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공부와 작업에 더 전념하고,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사이언스온에서 1년째 제자리 걸음인 ‘생물학 공방- 투구게 편’을 끝내는 게 코앞의 목표입니다. ‘투구게’만 생각하면 밥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의 도전을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와 딸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거품 붕괴, 잉크 폭발, 모래위 빗방울...유체는 역동한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이 기억에 남듯, 모든 기사가 좋았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본 이 영상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그것 참 가문의 영광이네’ ㅎㅎ
윤진과 이솔 (만화: 과학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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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약속
이고은 (심리실험 톺아보기)
근사한 ‘2015년 새 다이어리’가 도착해 있습니다. 며칠만 더 참으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도 듭니다만, 새해는 어떤 기록들로 채울지 막막한 생각도 많이 듭니다. 기쁘고 즐겁고 뿌듯한 마음들이 미안했던 2014년이었습니다. 의연하려는 노력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변함 없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사이언스온에서 기회와 배움, 소통과 감동을 선물 받았습니다. 부족한 글에 보내주신 관심은 큰 힘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사이언스온을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모든 일들이 최선이 되는 새해이기를 빕니다.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한 해를 만드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소재도 흐름도 모두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글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점’의 중요성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사였습니다. 사회의 움직임은 개개인의 실생활과 생각과 감성에서 온다는 중요한 깨달음이었습니다.
서른 살이 도전의 해가 되다니
김창대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서른 살이 도전의 해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땐 서른 살쯤 되면 정해진 직장에서 정해진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장을 잡기는커녕, 첫 장편 소설을 쓰게 되었네요. 연재 방식으로 쓰는 것도 처음입니다. 사실 한 편 한 편을 쓰는 것 자체가 대단한 도전이지요.
내년은 어떤 해가 될까요? 어차피 틀릴 예상 굳이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맞서 보고 헤매보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일제 강점기를 버텨냈습니다. 생산하는 족족 국가(일본)에 뺏기면서도, 계속해서 감시를 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일상을 살아내고 또 저항했습니다. 마침내 독립도 했죠. 2015년도 잘 살아봅시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건지, 시간이 날 관리하는 건지…
제 글을 꼽는다는 게 부끄럽긴 하지만, 말 그대로 ‘기억에 남는 글’입니다. 나름대로 바쁜 박사과정 생활 가운데, 소설 연재까지 하려니 정말 ‘내가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날 관리하는 것’ 같을 때가 많거든요. ‘언제까지 뭘 해야 하고, 그거 끝나면 또 언제까지 뭘 해야 하고….’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가득할 때면, 꼭 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감싸주는 새해가 되길
최명규 (엘레강스 펜클럽)
개인적으로 한 해를 돌아보면 힘든 일도 있었지만, 기쁘고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2014년을 생각해보면 유독 힘든 한 해였습니다. 함께 슬퍼하고, 허망해하고, 분노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15년에는 행복한 일들이 많길 바라는 것보다는 슬픈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앞에서 창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감싸주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기존에의 연재나 새로 기획된 연재들에 모두 좋은 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굳이 꼽아야 한다면 ‘미술관 옆 실험실’ 기획의 시도가 신선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문간 교류나 통섭에 대한 필요성이나 전체적 담론이 많이 얘기됐다면, 이 기획은 예술과 과학이 구체적으로 함께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던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독창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필자들과 친분이 있어, 그 덕분에 저도 필자들이 작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 두어 번 동석할 수 있었는데, 필자들뿐 아니라 미술작가들의 열정을 보며 자극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분들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창의성보다 앞에 놓인 끈기, 씨앗을 가꾸는 마음
정민기 (청춘스케치)
학생들의 연구를 지도해보고 강의도 해봤습니다. 책상 위에는 십여 가지 다른 주제의 연구 자료들이 쌓여갑니다. 제 욕심을 한껏 부려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었던 건 분명 뭐든 독려해주는 주위 동료와 스위스 연구교육기관의 유연한 제도 덕분입니다.
대학원 시절에 지도교수님은 끈기를 창의성 앞에 놓았습니다. 과학자로서 해를 더할수록 동의하게 되는 가르침입니다. 2015년, 뿌려놓은 씨앗들을 꾸준함과 끈기로 잘 가꿔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확하는 때가 분명 오겠지요.
[기억에 남는 게시물]
제가 소설을 읽는 건지 독백을 하는 건지…. 아릿한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읽었습니다. 김창대님의 당부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공감을 통해 많은 대학원생분들이 기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무 느리게 흘러간 2014년
박상준 (미술관 옆 실험실)
한국에서 천만 명이 봤다는 영화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의 대표적인 예인 쌍둥이 역설을 잘 보여줍니다. 성간 여행을 다녀온 아빠보다 더 늙어 있는 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짠한 감동을 느낍니다. 저에게는 2014년이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 듯합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사고에다 바쁘게 돌아가는 실험과 연구 때문이었겠죠.
내년에는 고통도 조금만, 즐거움도 조금만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1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이언스온에 쓰는 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꼬마선충도 잠을 잔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형태로 잔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꼬마선충이 유용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는 내용이 좋았습니다.
사이언스온 5년, 필진은 무엇을 했나? 앞으로 무엇을 할까?
오철우 (뉴스룸)
새해 2월 9일이면 사이언스온이 처음 문을 연 지 5년을 채웁니다. 많은 필자 분들이 그 기나긴 시간을 채워주셨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시간도 더 많은 필자들이 채워주실 겁니다. 과학의 지식과 소식을 글과 만화로, 동영상으로 전하면서 과학이 우리 삶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는 걸 이야기할 겁니다. 연구현장에도 인간적인 희노애락이 있고 과학과 기술이 생활과 경제, 정치에도 사용되니 멀지 않으며, 또한 과학과 기술이 일상의 경험과는 다름을 이해해야 하기에 멉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과학과 기술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에, 가깝더라도 낯설게 볼 줄 알아야 하고 멀더라도 친근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요. 새해에도 새로운 필자들이 기존 필자들과 더불어 풍부하고 다채로운 과학과 기술의 이야기를 전해주실 것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품어봅니다.
[기억에 남는 게시물]
과학과 기술 현장의 생활을 소설에 담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생 생활의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연구 현장의 속살을 보여줍니다.
지난 한 해 많이 읽은 사이언스온 게시물 50선
[2013년 12월30일~2014년 12월30일]
많이 읽힌 게시물이 곧 훌륭한 게시물임을 보증하는 건 아닙니다. 시청률이 높다고 곧바로 좋은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요. 필자는 오로지 많이 읽히기 위해서만 글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목록은 한 해 동안 사이언스온에 실린 257건의 게시물 가운데, 독자들께서 어떤 뉴스와 이야기, 만화를 즐겼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비슷하게 많이 읽혔는데도 50선에 담지 못한 게시물도 많습니다. 참고자료로 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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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어 다니는 유전자 ‘트랜스포존’ [2014-08-18]
자연에서, 세상살이에서, 문득 드러나는 유사성 [2014-06-02]
순수 클론은 없다 [2014-06-16]▧
중력에 의해 생기는 부력 [0214-05-28]
‘생명과학 수능문제 논란 뭡니까’ 과학자와 기자의 페북수다 [2014-11-18]
우주 급팽창 입증 첫 단추…검증 후속 연구 주목 [2014-03-31]
마음의 정상과 비정상, 그 경계에서 [2014-09-01] 10820
최근 연구로 보는 ‘잠의 생물학’ [2014-10-15]
[만평: 꽉 선생의 일기]
김유신의 50대손 [2014-08-23]
영어 말장난 [2014-08-16]
짜고 하는 질문 [2014-08-09]
살기 좋은 집, 즐기는 연구 [2014-06-14]
시원찮을수록 어울리세요 [2014-10-04]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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