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병합’ 두 번째 중력파 포착

작년 12월 신호 분석 ‘중력파’ 판명

14억광년 날아온 중력장 파동 검출


※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기사에다 내용을 보충하고 과학자 두 분의 일문일답을 함께 실었습니다.

GW151226_simulation.jpg » 태양 질량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휘돌며 가까워지다가 병합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의 시뮬레이션 영상. 라이고 과학협력단 제공


14억 광년 거리를 날아온 중력파가 지상 관측소에서 사상 두 번째로 검출됐다.

00LIGO.jpg » 미국 핸포드와 리빙스톤에 있는 중력파 검출 시설 라이고(LIGO)의 전경(그림 왼쪽 위와 오른쪽 아래)과 검출 장치의 기본 설계도면(아래 왼쪽). 두 갈래로 쏜 빛이 반사돼 돌아올 때 생기는 간섭무늬를 정밀 관측하기 위한 두 팔 모양(ㄱ 자 모양)의 시설 구조가 눈에 두드러진다. 오른쪽 위 그림은 블랙홀 2개가 병합될 때 생기는 중력파의 확산을 그린 상상도이다. 중력파를 관측하는 라이고(LIGO) 과학협력단과 비르고(Virgo) 연구단은 15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의 핸포드에 있는 쌍둥이 라이고 관측소 2곳에서 지난해 12월26일 새벽 3시38분 53초(국제표준시)에 관측된 파동 신호가 14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날아온 중력파(GW151226)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오류 가능성은 ‘300만 분의 1 확률’ 정도로, 분석의 신뢰수준은 매우 높다. 이번 검출은 지난해 9월14일 중력파(GW150914)의 첫 관측에 이은 두 번째로, 중력파 검출장치의 안정성을 보여준다. 검출 결과는 물리학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보고됐다.


중력파는 거대 중력의 격동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중력장의 파동 또는 물결로서, 그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됐으나 지난해 첫 중력파 검출로 한 세기만에야 확인됐다. 중력파가 지나갈 때엔 시공간도 미세하게 변한다. 중력파가 지상의 4㎞ 길이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정밀 측정하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중력파도 두 블랙홀의 병합 사건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첫 중력파는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태양질량의 36배, 29배인 두 블랙홀이 빠르게 충돌, 병합할 때 생겨난 0.25초 신호였는데, 이번 중력파는 태양의 14배, 8배인 두 블랙홀이 병합해 태양 21배의 블랙홀이 되는 순간에 생성된 1초 간의 신호로 포착됐다. 질량이 클수록 병합 시간은 짧아진다. 이번 중력파의 파동 분석에선 두 블랙홀이 병합 순간에 55차례 공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고 협력단 쪽은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블랙홀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00GW151226.jpg » 두번째로 검출된 중력파 GW151226의 파형을 분석한 여러 자료들. 출처/ PRL

[ 동영상 https://youtu.be/KwbXxzgAObU ]

[ 동영상 https://youtu.be/3pK5oenm5gw ]


협력단은 올 가을께 현재 검출장치의 감도를 더 높여 1.5~2배 넓은 우주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중성자별 병합이나 초신성 같은 다른 우주 사건도 관측될 것으로 기대했다. 라이고 협력단엔 한국 연구자 20여 명도 참여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교수)은 “블랙홀 중력파가 훨씬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는데 두 번의 관측은 이런 예측을 확인해준다”면서 “중력파 천문학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국내에서도 본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력파 검출 관련, 사이언스온 글들]


중력파 첫 관측 논문의 ‘그림1’에 대한 10000자 해설 [윤복원 | 2016. 02. 29]
 http://scienceon.hani.co.kr/374378


중력파 대체 어떻게 검출했나?...‘라이고’ 원리 따라잡기 [윤복원 | 2016. 02. 17]

 http://scienceon.hani.co.kr/367176


우주 탄생 비밀 풀 제3의 눈을 얻다 [오철우 | 2016. 02. 12]

 http://scienceon.hani.co.kr/365799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중력파 천문학’ 등장하나? [오철우 | 2016. 02. 11]

 http://scienceon.hani.co.kr/365375


시민 다중참여, 중성자별 중력파 신호 찾아나서 [오철우 | 2016. 03. 14]

 http://scienceon.hani.co.kr/377693


첫 검출 중력파 ‘GW150914’는 어디에서 날아왔나? [오철우 | 2016. 05. 06]

 http://scienceon.hani.co.kr/398326

[ 이번 중력파 검출 발표와 별개로 제작된 KISTI의 '블랙홀 충돌과 중력파 생성 시뮬레이션' 영상

  https://youtu.be/k-HDz-xIoEU ]



  참여 과학자 2인 일문일답 00LHM_OJK.jpg » 이형목 교수, 오정근 박사

 
 
 
 
[사이언스온] 첫 번째 검출은 사상 최초의 중력파 존재 확인이라는 의미 때문에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두 번째 발견은 중력파 검출이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고 과학협력단 안에 자신감도 커질 테고요, 이런 생각은 어떠한지요? 이번 중력파 검출의 특별한 의미가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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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서울대 교수,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 “말씀하신 대로 최초의 발견이 물론 중요합니다만 후속 검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사람들이 의구심을 나타낼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습니다만 아무래도 노벨위원회의 보수성 때문에 2차 검출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시상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후속 발견으로 인해 본격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은 확실합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이제 중력파 검출이라는 초점에서 중력파를 통한 <관측>으로 방점이 옮겨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중력파의 존재와 검출은 되었으니 이를 이용한 과학적 발견이 중요한 것이지요. 사실 중력파 검출이라는 사실이 최초검출에서는 중요한 부분이었으나 이후 발견들은 이 수단을 이용해서 발견되는 천체와 천문현상, 그 안에 내재된 물리법칙을 찾아내는것이 더 중요한 화두일 것입니다. 첫 관측 가동(O1)의 4개월 간 90% 신뢰도 이상의 블랙홀 쌍성 충돌 2개의 관측은 이제 일상적인 수준의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러운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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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검출된 파동 신호를 분석해서 두 블랙홀의 충돌과 병합 사건에 의해 생성된 중력파 파형이라는 결론이 얻어졌습니다. 첫번째 중력파 분석 당시에는 이런 결론을 90% 신뢰도로 도출했습니다. 이번 경우도 같은 신뢰도 수준에서 결론을 내린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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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최초 검출 데이터는 가짜 신호일 확률은 약 500만분의 1 정도였습니다. 이번 경우도 최대 약 300만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신뢰도는 큰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정근] “이번 신호도 역시 5 시그마 이상의 신뢰수준의 분석결과에서 결론이 내려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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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설명자료 중에 이번 중력파는 블랙홀의 질량이 저번 것보다 가벼워서 검출기의 민감한 주파수 대역에서 더 오랜 시간인 1초 동안 머물렀다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또 더 큰 질량의 블랙홀 중돌이었던 1차 검출에서는 중력파 신호가 불과 0.25초만 지속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충돌 블랙홀의 질량이 클수록 중력파가 탐지되는 시간은 더 짧아지는 것인지요? 어찌보면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에 탐지 시간이 더 짧아진다고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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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현재 LIGO 검출기는 약 30Hz 에서 수천 Hz 사이에 민감합니다. 아주 낮은 저주파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고주파 영역의 중력파를 내다가 결국 충돌하면서 소멸하는데 충돌 직전의 주파수는 쌍성계를 이루는 천체의 질량에 반비례합니다. 최초 중력파원은 질량이 큰 블랙홀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약 250 Hz 정도의 주파수까지 내고 소멸했는데 이번에는 약 450Hz까지 관측이 되었습니다. 최종 병합 때 나오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라이고가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뜻입니다.”
[오정근] “질량이 크면 최대 진폭 세기는 커집니다만 그 강한 중력으로 인하여 병합 과정까지 이르는 시간은 더 짧아지게 됩니다. 그것은 병합 단계에 도달해서 최종적으로 병합되는 시간 동안 공전하는 사이클에 해당하는데 이전 GW150914의 경우 약 10회였던 데 반해 이번에는 55회 회전 이후 병합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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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블랙홀 충돌 외에 초신성 폭발과 같은 다른 천문학적 사건들의 중력파 검출은 좀더 어려운 것인지요? 성급하긴 하지만 두 번 다 블랙홀 충돌 사건에 의한 중력파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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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강한 중력파를 낼 수 있는 조건은 매우 일그러진 모양으로 회전하는 것입니다. 초신성은 혼자 폭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형으로부터 조금 벗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신성을 볼 수 있는 거리는 쌍성의 병합보다는 아주 가까운 10kpc 정도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거리 내에서는 초신성이 수백년에 하나 정도 폭발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관측 확률은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우리 은하에서 초신성 폭발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멀지 않은 곳에서 하나쯤 터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정근] “그렇지 않습니다. 더 넓은 우주를 관찰하게 된다면 유사한 현상들도 관측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중성자별 쌍성계도 유망한 중력파원 중 하나입니다. 블랙홀 충돌에 대한 것이 자주 관측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형목 교수님을 포함한) 많은 학자들이 예측한 바입니다. 그만큰 초기 우주에 생성된 블랙홀들이 풍부하고 병합 단계에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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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더 성능을 높여 올해 가을께 라이고가 2차 가동을 하면 관측영역이 1.5-2배 커진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그러면, 중력파는 훨씬 더 자주 검출될 수 있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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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맞습니다. 더군다나 2차 가동 기간은 더 길 것이고 더 안정되기 때문에 효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차 가동 때에는 전체 시간의 약 1/3 정도만 유효한 가동이었습니다만 2차 때는 50%까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런 여러 효과를 모두 감안한다면 2차 가동에는 상당히 여러개의 중력파를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정근] “관측 성능이 높아지면 검출 확률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그만큼 넓은 우주를 관측하게 되면 중력파원의 수도 늘어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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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앞으로 더 많은 중력파 신호들이 수건, 수십건 등으로 포착될 터인데요, 다양한 경우의 중력파 검출이 쌓여 중력파 데이터베이스가 커진다면 그것이 천체물리학 연구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겠지만, 일단 궁금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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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목]
“일단은 블랙홀의 질량 분포를 통계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초기 우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별 탄생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또 다른 측면에서 연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워낙 초보 단계라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전개될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이기는 합니다.”
[오정근] “이제 중력파를 이용한 망원경이 천체 관측의 또다른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자기파로만 관측했으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중력파 관측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초신성이나 중성자별의 구조, 초기 우주, 강한 중력장에서의 현상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웨이브 배경복사처럼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운 중력파 지도를 만들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미래의 희망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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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두 번째 중력파 검출 성공을 거듭 축하 드립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일부 화면에서 나타나는 기사 입력 시각은 이 기사 파일을 처음 생성한 시각입니다.    

이 기사는 국제엠바고를 준수하여 6월16일 오전 2시15분 이후에 발행되었습니다.-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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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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