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위성 관측결산: ‘138억년 우주진화’ 재확인

4년간 관측 마무리 발표, 해외뉴스 통해 살펴보니


00Planck3_CMB_Mollweide_4k.jpg » 매우 높은 해상도로 전 우주 하늘을 관측한 플랑크 위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우주배경복사(CMB) 지도. 앞으로 우리 우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상으로 자주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ESA, Planck Collaboration 



주의00PlanckSate.jpg » 플랑크 위성. 출처/ Wikimedia Commons 탄생과 진화를 엿보게 해주는 가장 정밀한 우주 지도가 완성됐다. 지난해 10월 활동을 마감한 플랑크(Planck) 위성의 관측 자료로 만든 지도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여 동안 우주 공간에서 우주 초기 빛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CMB)를 정밀하게 관측한 유럽우주국(ESA) 플랑크위성의 관측 자료를 종합해, 최근 플랑크위성 공동연구단이 분석 요지를 프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다. 방대한 분석을 담은 연구결과는 여러 편의 논문으로 이달 안에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달 초 기자회견 소식을 전한 해외 매체들의 뉴스를 바탕으로, 뒤늦게나마 플랑크위성 관측의 결산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우주 나이 138억 년…표준우주론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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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매체들은 플랑크위성 관측 결과가 지난해 3월 발표한 1차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주 대폭발(빅뱅)과 급팽창(인플레이션) 가설을 담은 현대 우주론 표준모형을 더욱 정밀한 수준에서 재확인 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이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대폭발(빅뱅)이 일어나고 대략 38만 년 지난 뒤에 처음으로 원자들이 형성된 이래 우주에 널리 퍼진 복사(radiation)를 말한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이 복사는 냉각했으며 마이크로파 파장을 이루게 되었다. 마이크포파 온도는 전 우주로 볼 때 그 편광 성질과 마찬가지로 매우 미세한 차이를 나타낸다. 이런 작은 차이, 은하의 분포, 그리고 다른 요인을 연구함으로써, 우주론 연구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조각을 한데 맞춘다. 즉 우주는 항성과 행성을 이루는 보통물질 5%, 중력으로 은하를 한데 묶어두는 신비한 존재인 암흑물질 27%, 그리고 우주 공간을 늘이는 기이한 암흑에너지 68%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사이언스)


보통물질,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구성비 수치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반올림하지 않은 소수점 아래 한 자리까지 전했는데, 이에 따르면 우주의 총 질량-에너지는 원자로 이뤄진 보통물질 4.9퍼센트, 원자 아닌 정체불명의 암흑물질 26.6퍼센트, 그리고 우주 팽창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힘인 암흑에너지 68.5퍼센트로 이뤄진 것으로 측정됐다. 우주 나이는 이전까지 널리 알려진 137억 년보다 조금 늘어난 138억 년으로 계산됐다.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형이라는 큰 그림을 다시 확인해주는 관측 결과에는 두 가지 반응이 함께 나온다. 하나는 실제 관측이 이론 예측의 정확성을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이론의 승리”라는 적절한 반응이며, 또 다른 반응은 우주의 새로운 측면을 연구하게 만들 만한 눈에 띄는 이상 현상이 관측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00Planck2_dark_matter.jpg » 플랑크위성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암흑물질의 우주 분포 지도. 출처/ ESA, Planck Collaboration


문턱 높아진 암흑물질·원시중력파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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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위성 관측 결산은 그동안 이뤄진 암흑물질의 신호 검출 시도에는 적잖은 실망을 안겨줄 만한 것이었다. 플랑크위성의 관측 결과는의 신뢰성에 힘을 보태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검출된 신호가 과연 암흑물질과 관련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과학저널 <네이처>의 뉴스 보도이다.


“이론적으로는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전자 대비 양전자의 비는 낮은 에너지에서 그런 것보다 더 낮게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입자 검출장치인 ‘알파자기분광계(AMS)’는 에너지가 높을수록 전자 대 양전자의 비가 실제론 증가함을 지난해 보여주었다. 이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나 유럽의 위성 ‘파멜라(PAMELA)’가 관측한 기존 결과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이런 ‘양전자 초과’는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해 쌍소멸하면서 양전자 같은 부산물이 만들어지면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 분야 연구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이 유효하려면, 암흑물질 입자의 충돌확률이 우주배경복사가 방출된 우주 나이 38만 년인 과거에 비해 현재 훨씬 높아야 한다. 그런데 플랑크위성의 우주배경복사 관측결과에선 우주 구조를 설명하는 데에 그 충돌확률이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네이처)


양전자 초과가 과연 암흑물질 입자들의 충돌과 쌍소멸을 보여주는 간접 신호인지, 즉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할 근거가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에서 플랑크위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 셈이다. 플랑크위성의 관측과 해석이 맞다면 ‘암흑물질 입자를 검출했다’고 말할 근거는 지금보다 더욱 정교화해야 하기에 암흑물질 검출 성공의 문턱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00planck_CMB2-copy.jpg » 우주배경복사 지도의 변천. 1960년대에 처음 관측됐을 때에는 전 우주에서 절대온도 2.7도가 균일하게 관측됐으나, 이후에 관측 단위를 작게 하면서 국지적으로 다른 미세한 온도 변화(요동)들이 관찰되었다. 맨 위는 1965년에 이뤄진 지상 관측이며, 그 아래로는 코비 위성, 더블유맵 위성, 그리고 플랑크 위성이 관측한 것이다. 출처/ NASA, ESA. Nature에서 재인용(재구성, 변형) 올해 3월 우주 태초에 생성된 중력파의 흔적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가 곧이어 관련 학계에서 우주먼지에 의한 효과를 잘못 관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바이셉2(BICEP2)’ 연구그룹의 원시중력파 검출 결과도 플랑크위성의 정밀한 관측자료에 의해 크게 힘을 잃었다. 우주먼지의 효과일 가능성을 제시했던 지난 9월의 예비발표에서 더 나아간 새로운 자료나 해석을 이번 플랑크위성 관측 결산에선 따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바이셉2 연구그룹의) 측정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는 플랑크 위성 연구자의 말을 전했다. 바이셉2 연구르부의 원시중력파 검출에 관한 최종 판단도 조만간 따로 발표될 에정이라고 한다.


 

최고 정밀도의 우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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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우주론에 큰 수정을 가하는 획기적 발견은 나오지 않았지만, 플랑크위성이 4년여 관측해 작성한 우주 진화 지도는 지금까지 나온 것 가운데 가장 정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주론 연구에서는 미항공우주국의 더블유맵(WMAP) 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우주배경복사 지도가 주목받은 바 있는데, 이제 플랑크위성의 자료와 지도가 그 뒤를 이어 가장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지도로 사용될 전망이다.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현대 우주론를 설명하는 데 근간이 된다. 현대 우주론을 따르면, 우주 대폭발(빅뱅)이 일어나고서 38만 년쯤 지나 물질과 빛이 비로소 분리되면서 마침내 자유로워진 빛이 우주배경복사의 시원이 되었다. 우주는 계속 팽창하며 식으면서, 우주 어디에나 배경처럼 남아 관측되는 빛인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지금의 절대온도 2.73K에 이르렀다. 우주는 빅뱅 직후 빛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이 늘어나는 급팽창을 거친 덕분에, 거시적으로 볼 때 우주 어디에나 균일한 분포를 이루는 등방성을 이루었고, 그러면서도 국지적으로는 미세한 요동이 일어나 분포와 밀도 차이가 나타나는 독특한 진화 과정을 겪은 것으로 설명된다.


플랑크위성의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100만분의 1인 마이크로 절대온도 단위의 정밀도로 미세한 차이를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온도 분포를 담아, 현재 우주의 구조가 어떠한지, 그리고 그런 우주 구조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관측자료로 여겨진다. 우주 대폭발의 흔적으로서 우주 어디에나 배경처럼 깔려 퍼져 있는 복사(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주론 가설로 제시되다가 1960년대에 처음 실측됐으며, 이어 1990년대 코비 위성을 거쳐 획기적으로 정밀도를 높인 더블유맵 위성 덕분에 자세한 우주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더블유맵 위성의 관측 덕분에 우주 나이는 137억 년으로 수정됐는데, 이번 플랑크위성 관측 결과에서는 이보다 조금 늘어난 138억 년으로 수정됐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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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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