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방정식으로 푸는 ‘지능이란 무엇인가?’

  취 재 수 첩  

물리학 연구자들, 원인-결과를 만드는 엔트로피의 힘 방정식으로 해석

“지능은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사건/역사를 더 많이 확보해가는 행위”


00entropyINTEL.jpg » 인과적 엔트로피 힘이 지배하는 막대추는 매달려 있지 않고 점차 곧추 서 직립한다. 매달린 막대 추에서는 미래에 나타날 변화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데 비해, 위쪽으로 곧추 선 자세는 훨씬 다양한 미래 역사와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엔트로피 방정식이 지배하는 계에서는 훨씬 더 안정적인 자세가 된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막대 추의 직립 안정화는 원시인류의 진화적 분화 과정에서 중요한 특징인 두 발 걷기의 모형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출처/ Wissner-Gross et al.(2013)


능이란 무엇인가?

추론하는 능력, 추상화하는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적응하는 능력, 등등으로 갖가지 답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능을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을 응용해 수학적으로 풀이하는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주제 자체의 흥미로움에 이끌려, 난해한 연구논문을 다 이해하지 못한 처지이지만 감히 이곳에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물리학과 컴퓨터 과학자 알렉스 위스너-그로스(Alex Wissner-Gross)와 하와이대학의 수학자 캐머론 프리어(C. E. Freer)는 최근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엔트로피 방정식으로 지능 문제를 다룬 “인과적 엔트로피 힘(Causal Entropic Forces)”이라는 짧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논문 pdf 파일). 논문은 물리학계 학술매체와 여러 전문매체에 별도의 해설관련 글들이 실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자들은 논문 서두에서 생명체의 출현과 인공지능 등을 연구하는 우주론, 컴퓨터과학, 지구물리, 게임과 전략 이론 등등에서 지능과 엔트로피의 연관성을 다루곤 했으나 그동안 정식의 수학·물리학적 입증은 없었다며 이번 논문이 “첫번째 시도(first step)”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엔트로피는 흔히 '무질서도' 또는 '에너지 분산'으로도 불리는데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지는 않고 증가하기만 한다는 게 열역학의 제2법칙입니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기만 하는 방향성을 지니기 때문에 시간의 화살은 되돌릴 수 없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변화는 시간순으로 원인과 결과를 이뤄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물리학의 법칙이 지능의 자연발생을 설명하는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번 논문의 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논문의 요지를 보면, 지능(특히 적응 행위의 지능)이란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더 많은 역사 또는 사건을 획득하고자 애쓰는 활동”으로 저자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00entropy1.jpg » 지능의 자연발생적 출현을 추동하는 힘으로 제시된 '인과적 엔트로피 힘'의 방정식. 저자들이 논문에서 제시했다. 출처/ Wissner-Gross et al.(2013) 자들이 제시하는 이런 논거에는 "인과적 엔트로피 힘(causal entropic force)"라는 개념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과 역사가 일어나는 경로의 엔트로피(causal path entropy)가 증가하며, 이런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추동하는 힘으로서 인과적 엔트로피 힘을 제시하고, 그 방정식을 계산해냈습니다. 이 방정식은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사건과 역사를 더 많이 남겨두는 쪽으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어 저자들은 이런 방정식이 구현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의 엔진 '엔트로피카(ENTROPICA)'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인과적 엔트로피 힘'이라고 부르죠. 계(system)가 될수록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도록 하는 일종의 추동력입니다.” “그러고서 이런 단순한 물리적 과정에 기반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우리가 아무런 명시적인 목적을 (소프트웨어에) 부여하지 않고서도 실제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능 검사와 인지 행동을 성공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위스너-그로스, <io9> 인터뷰에서)


논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저자들이 이 방정식이 지배하는 가상의 계(system)를 소프트웨어 엔진으로 만들어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실험 모형 중 일부는 기존에 침팬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지능 실험에 썼던 실험모형의 틀을 가져와 소프트웨어에 구현한 것입니다.

00entropy2.jpg » 입자의 운동과 막대추의 직립 시뮬레이션. 출처/ Wissner-Gross et al.

번째 시뮬레이션에서는, 엔트로피 방정식이 지배하는 계에서 가장자리에 놓인 입자 점이 자유로운 기체 분자 운동을 하지만, 무작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점차 공간의 한복판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위 그림 a). 한복판은 점이 미래에 상하좌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도가 가장 큰 공간인데 엔트로피 힘이 자발적으로 그곳을 찾아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시뮬레이션에서는 아래로 매달린 막대 추가 점차 자세를 뒤집어 똑바로 곧추 서는 자세를 안정적으로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위 그림 b와 맨 위쪽 그림). 매달린 막대 추에서는 미래에 나타날 변화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데 비해, 위쪽으로 곧추 선 자세는 훨씬 다양한 미래 역사와 사건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엔트로피 방정식이 지배하는 계에서는 훨씬 더 안정적인 자세가 되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막대 추의 직립 안정화는 원시인류의 진화적 분화 과정에서 중요한 특징인 두 발 걷기의 모형을 보여준다”며 “이는 도구의 사용에 필요한 손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기여했을 것이다"라는 흥미로운 풀이를 제시했습니다. 직립 보행은 이런 엔트로피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지능의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00entropy3.jpg » 도구의 사용과 사회적 협력의 실험모형 시뮬레이션. 출처/ Wissner-Gross et al.

회적 협력을 보여주는 두 가지 실험 시뮬레이션은 동물행동학에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지능 실험 모형을 가져와 설계되었습니다. 세번째 시뮬레이션(침팬지가 도구를 써서 목이 좁은 병 안에 든 먹이를 꺼내먹는지를 살피는 실험 모형)에서는, 인과적 엔트로피 힘에 지배되는 큰 원(Ⅰ)이 도구(Ⅱ)를 사용해 좁은 관 안에 든 물체(Ⅲ)를 꺼내는 과정이 자발적으로 일어남을 보여줍니다(위 왼쪽 그림). 네번째 시뮬레이션(두 마리의 침팬지가 서로 협력하며 줄을 당겨 먹이를 얻는지를 살피는 실험 모형)에서도, 각자 인과적 엔트로피 힘에 지배되는 두 원(Ⅰ과 Ⅱ)은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해 줄을 나란히 당김으로써 목표물인 먹이(큰 원 Ⅲ)을 함께 획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위 오른쪽 그림).


정리하면, 저자들은 적응 행위를 보여주는 이런 지능 현상들이 엔트로피 방정식이 지배하는 계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남을 보여줌으로써, 지능이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의 관점에서도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즉, 적응 행위는 계의 자유도 일부 또는 전부를 갖고서 행동하는 물리적 주체들이 자기 세계에서 가용한 미래 경로의 전반적 다양성을 최대로 만들려는 행위의 결과로서  열린 열역학 계 안에서 더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과적 엔트로피 힘으로 추동되는 물리적 주체들은 다윈주의 관점에서 볼 때 생물학적 복제자들이 동시적인 물질자원을 소비하려고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 역사사건을 소비하려고 경쟁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위스너-그로스 등, 논문 후반부에서)


다음은 이번 논문 내용을 포함해, 위스너-그로스 박사 등이 자신들의 엔트로피 지능 연구의 내용을 소개하는 홍보 동영상입니다.


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속성을 지닌 '지능'이라는 현상 또는 속성이 과연 물리학의 물질 법칙인 엔트로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을지에는 당연히 의문의 여지가 남습니다. 저자들도 '지능 현상을 규명했다'고 밝힌 게 아니라 지능 현상을 엔트로피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그런 설명의 첫번째 시도를 자신들이 보여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논문에서 지능에 관한 모든 의문을 다 풀려고 하는 것도 무리일 것입니다.


다만 어떤 지능의 개념이나 목적도 프로그램에 넣지 않고서, 그저 미래 사건/역사의 엔트로피를 늘리려고 추동하는 힘의 방정식이 지배하는 계를 구성하는 것만으로 지능과 흡사한 결과가 자발적으로 출현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들은 이번 논문이 지능에 관한 새로운 통찰과 접근법을 제시해 인공지능이나 로봇 연구, 컴퓨터 게임 더 나아가 전략 이론처럼 지능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대체적인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서 아직은 불충분한 해석이라는 전문가 견해들도 나옵니다. 영국 방송 <비비시>의 뉴스보도를 보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왜 미래 선택의 폭을 극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능이 진화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능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며 인공지능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부푼 기대도 있습니다.


단순한 계를 무대로 하는 시뮬레이션의 실험공간과는 달리 현실 환경은 매우 복잡하고, 따라서 지능 행위도 실험모형에서 그런 것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단순화한 조건에서 그려보는 지능의 기본 모형은, 지능을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속성으로 바라보던 일반적인 시각에서 잠시 벗어나 엔트로피 우주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으로도 바라보게 한다는 점만으로도 (물론 다 이해되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상상력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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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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