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질서’ 육각형 눈결정 보려면, 인내가 필요해

 취 재 수 첩  자연상태로 떨어지는 눈송이 관찰 연구팀 “1000번에 1번꼴 희귀”

허공에서 다른 눈송이, 물분자와 부딛혀 울퉁불퉁한 불규칙의 소박한 아름다움


00snowflake.jpg » 한밤중에 허공에서 떨어지는 눈송이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고속촬영 카메라로 포착했다. 출처/ http://www.inscc.utah.edu/~tgarrett/Snowflakes/Gallery/


랙털의 구조로 정교한 대칭을 이루는 작디작은 눈송이 결정의 현미경 사진을 보노라면, 누구나 쉽게 자연의 경이를 느낄 만하다. 이런 경이는 17세기 케플러나 데카르트 같은 눈썰미 뛰어난 자연 관찰자들에 의해 멋진 눈 결정의 연구물과 그림으로 남았다. 19세기 이래 사진의 발명과 망원경의 발전 이후에는 더욱 생생한 눈 결정의 영상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눈 결정’ 관찰의 역사와 자료만을 따로 모은 누리집도 있고, 눈 결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보고도 종종 나온다.


00snowcrystal.jpg » 프랙털과 질서를 보여주는 눈 결정들. 출처/ http://www.its.caltech.edu/~atomic/snowcrystals/ 그런데 허공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오랜 동안 관찰해온 관찰자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 완벽한 구조와 대칭의 육각형 눈송이 결정은 흔히 사진 영상에서 볼 수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아무때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란다. 눈송이의 관찰자인 미국 유타대학 대기과학자 팀 개러트(Tim Garrett) 교수 연구팀은 어느 과학 전문매체의 뉴스 보도에서 “이처럼 (흔히 눈송이를 대표하는) 완벽하게 대칭적인 육각형 뉸송이는 아름답기는 하지만 (자연상태에서는) 극히 드물어, 많아야 1000번 중에 1번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팀은 유타 주 알타(Alta) 지역의 고산지대에 관찰용 고속촬영 카메라들을 설치해두고서 눈송이의 모양, 크기, 낙하속도의 데이터베이스를 몇 년째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이들이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는 수많은 눈송이 사진을 보면, 그야말로 들쭉날쭉, 삐뚤빼뚤,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긴 눈송이들로 가득하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눈송이 사진과 이들이 촬영한 눈송이 사진이 크게 다른 이유와 관련해, 이들은 "전통적으로 사진들에서 우리가 보는 눈송이는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좋은 특정 유형들이며, 또한 카메라 초점을 제대로 잡고 빛을 제대로 비춘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이들의 고속촬영 카메라가 하룻밤 새 무작위로 수천 장씩 촬영하는 허공의 눈송이들은 물 분자들과 어울려 서리 내린 듯한 표면 모습을 띠고 있거나 눈송이들끼리 부딪혀 부풀어오른 솜 모양을 하기도 한다. 눈송이 결정의 기본형이 육각형, 막대형 등등으로 질서 있고 대칭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해도, 실제 자연상태에서 우리가 접하는 눈송이들에서는 이런 또렷한 눈 기본형 결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 정교한 대칭형의 눈송이 결정들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관찰 기록은 사실상 '인내의 산물'인 셈이다.


이들은 허공의 눈송이들이 레이더의 마이크로파 통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모델을 정교화하기 위해서, 미항공우주국(NASA)과 미육군 등의 지원을 받아서 몇 년째 눈송이의 데이터 수집을 계속하고 있다. 떨어지는 눈송이를 적외선 센서로 감지하는 순간 여러 각도로 고속 촬영하는 특별한 카메라(다각도 눈송이 카메라:MASC)를 개발한 연구팀은 자연상태에 있는 눈송이 모양, 크기, 낙하속도의 데이터베이스가 강설량을 예측하고 레이터 통신 영향을 분석하는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선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00snowflakeDescartes.jpg » 르네 데카르트가 관찰해 그림으로 남긴 눈송이들.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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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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