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입자 포착했을까’...우주 검출신호 분석결과 곧 발표

국제우주정거장서 2011년 이래 입자신호 검출

연구책임자 “분석 논문 곧 학술지에 발표 예정”

손동철 교수 등 한국연구자들도 공동연구 참여


00AMS1.jpg » 국제우주정거장의 외부에 설치된 알파자기분광계(AMS, 사진 가운데 부분). 출처/ Wikimedia Commons


주 질량에너지의 25%가량을 차지해 그만큼의 중력 효과를 일으키면서도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물질인 이른바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 중요한 단서가 포착됐을까? 국제우주정거장(ISS) 바깥에 설치된 검출장치의 첫번째 실험결과 논문이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 해외 언론매체들도 기대와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여러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새뮤얼 팅 교수(미국 매사추세츠공대)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된 암흑물질 검출실험의 첫번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논문은 2~3주 안에 출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나올 논문은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로 꼽히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질량 입자’라는 뜻의 영문약자인 ‘윔프(WIMP)’ 입자에 관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번 검출 결과가 논문에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얼마나, 어떻게 입증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책임자(PI)로서 팅 교수가 이끌고 있는 이 실험 프로젝트에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등의 연구자 200명가량이 참여하고 있으며, 검출장치 개발과 검출 데이터 분석의 공동연구에는 손동철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10명가량의 국내 연구자도 참여하고 있다. 손동철 교수는 "발표 전까지 논문 저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면서 "다만 그동안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모였고 전자와 양전자의 비율을 아주 정확한 값으로 측정할 수 있어, 암흑물질 후보 입자에 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그동안 이 검출장치에는 250억 개의 신호가 포착됐으며 암흑물질을 찾는 데 주로 쓰이는 전자와 양전자 신호는 77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2011년 5월 미국 우주왕복선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의 바깥쪽에 설치된 15억 달러 규모의 검출장치인 ‘알파자기분광계(AMS, 무게 6.7톤)’는 우주 공간에서 날아다니는 고에너지 감마선이나 양전자, 반양성자 같은 반물질 입자와 전자, 양성자 같은 보통 입자를 포착하는 장치로, 특히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후보 입자인 윔프에서 생겨나는 반물질 신호를 추적해왔다. 이 검출장치는 우주 물질의 대부분이 차단되는 대기권의 안이 아니라 그 바깥에 설치돼 우주 물질의 검출 성공률이 지상보다 10만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00AMS2.jpg » 우주 공간에서 입자를 검출하는 장치인 알파자기분광계(AMS) 출처/ Wikimedia Commons 보통물질인 전자에 대응하는 반물질인 양전자처럼, 반물질은 보통물질과 질량과 에너지는 같지만 전기 성질만 정반대인 물질이기 때문에 반물질 검출장치에는 강력한 자석이 활용된다. 예컨대 전자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은 어떤 물질이 양극이 아닌 음극 쪽으로 휘어져 검출된다면, 이는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의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런 식으로 보통물질과 반물질의 비율을 파악함으로써, 반물질을 만들어내는 암흑물질 후보 입자의 존재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로 손꼽히는 윔프 자체는 직접 검출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윔프와 윔프가 쌍을 이뤄 '쌍소멸'을 하면 반물질 입자가 생성되기 때문에 반물질 입자인 양전자의 검출은 암흑물질 탐색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양전자가 보통 때보다 갑자기 많아지는 ‘양전자 초과’ 현상은 윔프의 존재를 추적하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암흑물질 검출실험은 지상에서는 다른 신호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 지하 깊숙한 곳이나 남극의 깊숙한 얼음속 등에서 이뤄져 왔으며 이번처럼 우주 공간에서도 시도돼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실히 판단할 만한 암흑물질 입자 신호는 검출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양양수력발전소 지하시설에서 김선기 서울대 교수가 암흑물질 신호 검출실험을 해왔으며 그가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을 맡으면서 지금은 김영덕 세종대 교수가 연구책임자로서 같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검출장비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영덕 교수는 이번 발표 예고와 관련해 “알파자기분광계(AMS) 실험의 첫 결과로 양전자 에너지 분포가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있었던 양전자 측정 실험들보다 높은 에너지의 양전자를 훨씬 많이 측정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견한 것이 암흑물질 신호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중요 기준은) 특정 에너지를 최대로 (나타냈다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에너지 분포를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한 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닷컴 등의 보도를 보면, 암흑물질 연구자들은 윔프의 쌍소멸 때 특정 에너지를 지니는 양전자의 숫자가 늘어나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신호가 검출된다면 이는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런 신호가 한 방향에서 오는지 사방에서 오는지도 중요한 가늠자가 된다고 한다. 항성 폭발 같은 사건으로 생겨나는 양전자라면 한쪽 방향에서 날아오겠지만, 우주에 퍼져 있는 암흑물질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사방에서 특정 에너지 값을 지닌 양전자 신호들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처 뉴스 블로그는 “이전에도 적어도 두 번의 우주 검출에서 그런 '반물질 초과'의 단서가 발견됐으나 결정적 신호가 포착되진 못했다”며 팅 교수는 이번 검출장치는 훨씬 더 민감하게 특정 에너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초과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이처는 암흑물질 후보 입자의 신호를 보여주는 논문이 나오더라도 데이터를 세심하게 해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다른 연구자의 전망을 함께 전했다.


예고된 발표 내용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은 크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얻어진 실험결과의 첫번째 보고서인 이번 발표는 해외 언론에서도 꽤 크게 보도될 것으로 보인다. 암흑물질과 윔프에 관해 짧게 읽어둘 만한 추천 자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암흑물질” (김선기, <물리학과 첨단과학>, 2006)

[2] 암흑물질 윔프의 신호 찾게 될까? (김영균, <한겨레>, 2008년 8월)

[3] 관련 보도: BBC | 네이처 뉴스 블로그  | 스페이스닷컴 | 연합뉴스 



[고침] 오탈자를 바로잡고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2013년 2월20일 오후 5시48분.

[고침] 다섯 번째 문단에서 반물질 입자인 양전자를 검출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음극이 아닌 양극 쪽으로 휘어져"를 "양극이 아닌 음극으로 휘어져"로 바로잡습니다. 필자의 부주의로, 잘못 서술되었습니다. 2013년 2월21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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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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