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성우의 급습, 관측은 왜 놓쳤나?
작은 크기에 빛없는 어두운 소행성 발견 어려워
평시 유성우, 대부분 바다나 비거주지역 떨어져
플러스 일문일답 소행성 연구하는 최영준 천문연 박사
» 2월15일(현지시각) 러시아 동부의 상공에 출현한 유성우의 궤적. 대기와 마찰하면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지상에 피해를 초래했다. 출처/ 러시아 정부 비상대응부, Russian Emergency Ministry
러시아 시베리아 첼랴빈스크 주변 상공에서 2월15일 느닷없이 쏟아진 유성우로 인해 지구 근처를 떠도는 이른바 지구근접 천체(NEO, 근지구 천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유성우의 잔재들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에 떨어지는 바람에 크나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러시아 정부도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지지 않은 데 대해 신께 감사해야 한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나사) 발표를 인용 보도한 뉴스를 보면, 이번 사고를 일으킨 운석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던 지름 17m, 무게 1만t 정도의 물체로 지구 대기권 30~50㎞ 상공에서 분해돼 500㏏(킬로톤·1㏏은 TNT 1000t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의 위력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를 두고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탄(12~15㏏)의 33배가 넘는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겨레> 보도)
이번 유성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단 며칠 전에 지구를 스쳐지나갈 것으로 예고된 소행성인 '2012DA14'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행성을 연구하는 최영준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는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면을 기준으로 볼 때에 2012DA14 소행성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운동하지만, 러시아 유성우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날아왔다"며 "이런 점만 봐도 두 천체가 하나에서 분리돼 나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사도 인터넷에 올린 설명 자료에서 "지구 대기에는 날마다 수천 개의 유성이 진입하지만 대부분은 바다와 비거주 지역에 떨어지고 많은 수들이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실제로 목격되는 유성우는 한 해에 얼마 되지 않는데 러시아 유성우는 이런 드문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유성우는 상당히 큰 폭발 규모와 더불어 특히나 인간 거주 지역에 떨어지면서 더욱 큰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 / 나사 블로그, http://wiki.nasa.gov/cm/blog/Watch%20the%20Skies/posts/post_1361037562855.html
다음은 러시아 유성우가 지구 대기에 진입하기까지의 궤도를 보여주는 나사의 좀 더 자세한 설명 자료이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선은 유성우가 첼랴빈스크 지역 상공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운동했던 궤도를 보여준다. 이 유성은 초속 18 킬로미터 속력으로 지구 대기에 충돌했다. 유성은 20도 미만의 입사각으로 지구에 진입했으며 러시아 상공 15~25킬로미터 지점에서 분해됐다. 대부분 피해는 유성이 붕괴할 때 생겨난 충격파로 인한 것이었다. 지구 대기에는 날마다 수천 개의 유성이 진입한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은 바다와 비거주 지역에 떨어진다. 아주 많은 수들이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밤중에 떨어지는 유성우라 해도 사람들이 보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실제로 목격되는 유성우는 한 해에 얼마 되지 않는다. 러시아 유성우는 이런 드문 사례 중 하나이다.”(NASA의 유성우 궤도 설명)
» 그림에서 파란선은 유성우가 첼랴빈스크 지역 상공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운동했던 궤도를 보여준다. 출처/ NASA JPL
이번 러시아 유성우 사태를 겪으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작은 천체들이 지구 근처를 스치며 날아오고 날아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근접 천체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소행성들이 발견돼 왔다. 그러면서 우리 지구는 이제 아무 것도 없는 우주의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행성이 아니라, 부산하게 날아오고 날아가는 수많은 소행성들의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이 발견한 소행성의 통계 자료를 보면, 해마다 새로 발견되는 소행성의 숫자는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유성우 피해사태를 계기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지구 천체에 관해 연구하는 최영준 박사(우주감시센터)한테, 여러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전화통화)을 정리한 것이다.
[일문일답]
[사이언스온] 나사 발표를 인용 보도한 뉴스를 보면, 이번 러시아 유성우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던 지름 17m, 무게 1만t 정도의 물체로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서 500㏏(킬로톤·1㏏은 TNT 1000t이 폭발할 때 나오는 에너지)의 위력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최영준 박사] "(정확하게 말하면) 운석은 우주에서 날아와 지상에서 발견된 물체를 말합니다. 그리고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 때문에 타는 과정에 나타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유성우(별똥비)이지요. 그러니 운석우라는 말은 없고 유성우가 맞습니다.”
이번 러시아 유성우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어떤 소행성에서 유래한 것인지 파악되나요?
“지상에 떨어진 운석을 발견하고나서 구성성분을 분석해봐야, 이번에 떨어진 것이 어떤 종류의 소행성에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궤도를 알고 있는 소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파악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지구 대기에 진입할 때에야 비로서 처음 관측된거니까 그 궤도는 사전에 알지 관측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 한국천문연구원이 촬영한 소행성 2012DA14의 이동 모습. 가운데 긴 선이 60초 노츨시간 동안 소행성이 움직인 궤적이다. 출처/ 한국천문연구원
나사 발표를 보면, 20도 미만의 입사각으로 초속 18킬로미터 속력으로 지구 대기에 진입했다며, 그 궤도까지도 발표했는데요. 예측된 다른 소행성 2012DA14와는 무관하다는 발표도 있었고요.
“2012DA14와 이번 유성우 궤도는 무척 다릅니다. 태양 둘레를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면을 기준으로 볼 때에 DA14는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나아가는 운동을 하는데, 이번에 관측된 러시아 유성우는 지구 대기 입사각으로 추정할 때에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이 서로 다른 궤도 운동을 하고 있으니, 하나의 천체에서 분리되어 나왔다고 추정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DA14와 러시아 유성우는 서로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유성우가 지구에 진입하기 이전의 궤도까지도 발표됐는데, 이것은 관측된 게 아니라 추정된 건가요?
“지구 대기와 마찰하기 전까지는 이번 유성우의 운동이 관측된 게 없으니까, 결국에 관측된 입사각, 그리고 불덩이의 크기나 유성우 이후에 생겨난 구름 흔적이라는 여러 단서들을 통해서 지구 대기 진입 이전의 궤도를 추정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러시아 유성우는 예측되지 못한 돌발적인 것인데, 이처럼 예측하기 힘든 이유는 이번에 지구에 진입한 물체의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인가요?
"네. 너무 크기가 작았습니다. 아마도 소행성을 탐색하는 지상 카메라의 시야에는 분명히 잡혔을 텐데 물체가 어둡고 작아서 확인이 안 된 것이겠지요. 게다가 지구 대기와 마찰하면서 진입할 때가 하필이면 낮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확인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구근접 천체가 어느 정도로 커야 관측이 될까요?
“근지구 천체의 크기는 물론이고 거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소행성 탐사 망원경들이 무작정 전체 하늘을 다 훑는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발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탐색 전략을 짜고서 찾습니다. 그런데 어떤 소행성이 이런 탐색 전략에 의해 설정된 관측 지점에서 벗어나 있다면(즉, 사각지대에 놓인다면), 그런 건 놓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확률은 매우 낮지만.”
모든 소행성이 관측 대상이 되진 않을 텐데요. 지구근접 천체라는 건 어떤 기준에 드는 천체인가요?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운동하는 천체들이 관심 대상이 됩니다. 아주 가깝게는 지구-달 사이를 지나는 천체부터, 멀게는 지구-태양 거리의 2배(2AU)나 되는 곳을 운동하는 것들도 있지요. 지구 충돌 위험을 감시하는 제1단계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지름 1 킬로미터 이상의 큰 소행성을 찾는 작업입니다. 대체로 90% 이상은 다 발견됐다고 여겨집니다. 문제는 ㄱ지름 40 미터 정도인 2012DA14나 이번에 러시아에 떨어진 지름 17 미터일 정도로 작은 소행성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몸집은 작아도 지름 40 미터만 돼도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거대한 운석 충돌구를 만들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항공우죽(ESA)가 주로 소행성을 탐색하고 추적하고 기관이지요?
“미국항공우주국은 지름 140 미터 이상 소행성을 추적하는데 90 퍼센트까지 다 발견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유럽 쪽은 40 미터짜리 소행성들까지도 추적하고 있지요. 물론 그런 규모의 모든 소행성을 다 파악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 규모라 해도 지구 최접근 3주 전까지는 찾아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자는 게 목표입니다. 소행성 감시체제의 목표가 다른 셈이죠. 근지구 천체를 관측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두 곳입니다. 하나는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근지구 천체 오피스(NEO 오피스)이고, 유럽 지역에선 이탈리아 피사대학이 주도합니다. 두 곳이 가장 권위 있는 곳이죠.”
소행성 발견의 속도를 보면 엄청나게 빨라졌더군요. 특히나 2000년 이후에 새로운 발견이 급증했습니다. 이건 관측 기술이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관측 기술의 발전과 관심의 증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망원경으로 소행성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천문학자가 본래 발견하려는 목표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측된 소행성의 자료는 그냥 버려졌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소행성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관심을 갖고서 관측도 하고 계산도 하고 있습니다.”
» 1980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NASA가 발견한 소행성 누적총계의 추세. 2000년 이후에 누적 총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출처 / http://neo.jpl.nasa.gov/stats/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가 지난해 5월 소행성 탐사와 관련해 발표한 자료가 눈에 띄네요. '광역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와이즈(WISE)의 탐사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해보니 일반적인 지구근접 소행성(typical NEA)과는 별개로 잠재위협 소행성(PHA)이라는 분류를 구분해서 말하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잠재위협 소행성들의 수는 실제하는 것들의 20-30%에 불과해 앞으로 더 많은 발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참조: 나사 2012년 5월 발표 자료)
“잠재위협 소행성이라는 것은 근일점이 지구-태양 거리의 1.2배(1.2AU) 이내인 천체를 말합니다. 이번에 스쳐간 2012DA14도 그런 부류의 소행성이었지요. 그러나 근지구 천체(NEO)라는 것은 잘 정의가 되어 있습니다만, '잠재위협 소행성'이라는 것은 아직 정량적인 정의가 없는 터라, 소행성 탐사 기관마다 그 정의가 다르곤 하지요. 기관마다 위험성을 다르게 매겨 추적, 관리하곤 합니다. 그러니 잠재위협 소행성이 몇 개나 된다 하는 얘기는 하기 어렵겠네요. 아무튼 미국항공우주국에서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분석을 해보니, 아직도 발견해야 할 잠재위협 소행성들이 많다는 내용의 발표였지요.”
광역적외선 우주망원경(WISE)을 활용한 근지구 천체 연구(NEOWISE)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좀 더 설명해주세요.
"나사는 광역적외선 우주망원경을 올려 전체 하늘을 탐사합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소행성을 탐사할 때에 소행성이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는 반사율(알베도, albedo: 물체가 빛을 받았을때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에 관해 자세히 몰랐습니다. 그래서 크기는 작은데도 반사가 많은 것으로 관측되면 그 소행성은 큰 것으로 추정되었지요. 그런데 모든 소행성이 같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어둡기도 하고 새로 진입한 소행성은 더 밝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르니 반사율만으로 소행성 크기를 추정하기는 어려워졌지요. 오차가 생기니까 소행성의 반사율과 크기의 상관성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런 이유에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외선으로 보고서 또한 광학 망원경으로 재확인하고, 이렇게 비교하면서 정확도를 높여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적외선 탐사 자료를 이용해 반사율을 구해보니 반사율이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나타났고, 그래서 소행성 크기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더 크거나 더 작게 재조정되었지요. 그렇게 해놓고 보니, 지름 1 킬로미터 이상 소행성들의 위험이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는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지요. 그리고 또한 발견해야 할 천체가 아직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게 지난해 발표된 분석 결과의 주요한 결론이었습니다.”
» 지름 크기로 분류한 소행성들의 숫자. 맨왼쪽이 지름 30 미터 이하의 소행성 갯수, 다음이 지금 30~100 미터인 소행성의 갯수 등등을 나타낸 것이다. 지름 300-1000 미터 규모가 가장 많다. 출처 / http://neo.jpl.nasa.gov/stats/
한국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간략한 소개해주시면.
“국제적으로 공동 연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관측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고 특별한 소행성이 있다면 공동 연구도 합니다. 소행성 탐사만을 위한 관측 시스템은 따로 없고요. 그러나 최근엔 소행성 관측 연구를 할 수 있는 탐사 시간을 따로 확보했습니다. 천문연구원에서는 중력렌즈를 이용한 외계 소행성 탐사 연구를 시작할 예정인데, 중력렌즈 관측 연구를 하는 사이사이의 시간들에 들어가 소행성 탐사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지요. 2014년 또는 2015년부터 5년 동안 외계 행성 탐사 관측 시설을 10% 정도 이용할 수 있게 됐고요.”
우주 공간에서 지구 충돌 위험이 갑자기 커진 건 아닐 테고요, 그렇다면 최근의 관심은 관측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지상의 인간 거주 지역이 늘면서 피해 확률이 높아지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지구촌 뉴스가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은 최근 들어 주목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런 러시아 유성우에 대해 지나친 우려와 비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관심도 아닌, 우주 환경에 대한 적절한 경계와 관심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적절한 수준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동의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런 [적절한 수준에 관한] 평가와 얘기는 [천문학자보다는] 사회과학자가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출장 중에, 바쁘신 중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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