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문 연 나로호'...우주개발시대 신호탄

한-러 공동사업...2차례 실패 딛고 30일 마침내 우주로

KSLV-2 본격개발 위해선 추진과정 한계 점검·극복해야


00naro.jpg » 30일 오후 4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나로호가 발사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에도 ‘하늘의 문’이 열렸다. 1992년 8월11일(한국시각)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발사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발사된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우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면, 30일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는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나로호가 나로과학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과 2010년 1·2차 발사가 잇따라 실패로 돌아간 뒤, 우주개발 20년 만에 인공위성 자체 발사는 너무 성급하고 무모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이번 성공으로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게 됐다. 2021년께로 계획된 한국형 우주 발사체(KSLV-2) 개발 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의 확장 사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기술은 더는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화한 첨단 과학기술이 아니라, 공기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생활기술이 됐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부터 휴대폰 등 이동통신, 기상관측, 재해감시, 자원탐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다. 나로호는 지금까지 국가 수요 사업으로 추진돼온 우주개발 사업이 민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위성을 유지만 하는 데도 수명이 10~15년인 정지궤도위성을 5~7년마다 1기, 수명이 3~5년인 저궤도위성을 3~5년마다 4기씩 쏘아올려야 한다. 최소 1년에 1기 이상의 위성 수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춰 이 수요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등 자력 발사체계 구축을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기술력 확보를 넘어 경제력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요람에 머물 수는 없다”고 한 러시아 우주 로켓 개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처럼, 우주개발은 인류 전체의 지혜와 힘이 결집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 우주과학자들은 나로호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이 기상·해양위성에서부터 행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우주개발 국제협력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자력 발사체 개발 대신 외국의 발사체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 드러난 정책의 혼선, 정책 담당자의 잦은 교체, 연구진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 등 나로호 사업을 추진하면서 드러난 우주개발 정책의 한계들을 극복해야 진정한 자력 우주개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처럼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수적인데 현재처럼 정책 책임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구조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처럼 우리나라도 독립적인 항공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8년 뒤 한국형 발사체로...

명실상부한 '자력발사국' 꿈



30일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우리나라가 11번째 자력 우주발사국 영광을 누리기에는 부족하다. 추진체의 핵심인 1단 로켓이 러시아 제품이어서 이름값에 걸맞은 우주발사국으로 인정받으려면 100%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Ⅱ)의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까지 1조5000여억원을 투입해 추력 300t급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발사체는 아리랑 위성급인 1500㎏짜리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의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짜리 나로과학위성을 탑재한 나로호가 지게차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트레일러에 비길 수 있다.


나로호가 액체와 고체추진체의 2단으로 이뤄진 데 비해 한국형 발사체는 모두 액체엔진으로 이뤄진 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의 묶음 방식(클러스터링)으로 구성되며, 2단은 75t급, 3단은 7t급 액체엔진으로 이뤄진다. 발사체 길이와 지름은 각각 47.5m, 2.6~3.3m로 나로호보다 약간 더 길고 크다. 발사체 중량은 200t이지만 1단 로켓은 300t까지 이륙시킬 수 있는 추력을 갖춘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2014년까지 7t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시설 구축 △2015~2018년 75t급 액체엔진 완성 및 엔진 하나로 시험 발사 △2019~2021년 기본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1단 추진체용 엔진 개발 등 3단계로 추진된다.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려보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때가 되면 명실상부한 자력 우주발사국이 된다. 교과부는 최근 목표 시점을 2020년 이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창진 건국대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로켓 개발은 1초 동안 연료 400~500㎏을 태워야 하는 극한 기술이다. 우주기술은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되기에 독자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발사체 개발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이 처음 개발된 지 약 10년 만인 2002년 11월28일 추력 13t급 액체추진 로켓(KSR-Ⅲ)이 고도 42.7㎞까지 비행했다. 그로부터 10년여가 흐른 뒤 140t급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다시 10년 뒤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발사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 수준은 북한에 비해서도 뒤져 있는 게 사실이다. 로켓 개발은 첨단기술이 아닌 극한기술이어서 충분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책의 혼선과 지원 부족 등으로 우주개발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70~80%에 못 미친다. 윤웅섭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우주개발 선진국도 300t급 로켓을 제작해 발사하기까지는 7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경험이 적은 우리는 몇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로호 개발부터 발사까지 -일지]


2002년 8월          소형 위성 발사체(KSLV-Ⅰ) 개발계획 확정

2004년 9월          한국-러시아 우주기술협력 협정 체결

2004년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러 흐루니체프와 기술협력 계약

2006년 10월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 체결·발효

2008년 8월           러시아 제작 1단 지상검증용기체(GTV) 인수


2009년 5월           ‘나로호’ 이름 결정
2009년 6월           나로우주센터 준공

2009년 7월           나로호 비행모델 총조립, 발사 운영 시험

2009년 8월19일      자동 발사기능 진행 중 오류로 발사 7분56초 전 중단

2009년 8월25일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2010년 2월8일        나로호 발사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발표

2010년 4월8일        러시아에서 2차 발사용 1단 로켓 도착

2010년 6월10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2011년 10월19일     한·러 공동실패조사위원회 실패 원인 및 3차 발사 권고사항  합의


2012년 10월26일     나로호 3차 발사 진행 중 헬륨가스 주입 중 연결부위 결함으로 발사 연기

2012년 11월29일     재발사 진행중 상단 추력방향제어기(TVC)에 과도한 전류가 발생해 발사 연기

2013년 1월30일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 위 기사의 원문은 <한겨레> 1월31일치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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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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