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한 세포의 자가포식은 어떻게? -메커니즘 연구
경희대-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 자가포식 활성화 효소 찾아내
» 전자현미경으로 본 포유류 세포의 내부 영상. 출처/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 http://health.ucsd.edu/news/releases/Pages/2013-01-17-autophagy-regulation.aspx
악조건에서 살아남으려는 세포의 반응 중 하나로, 세포가 제몸 일부를 스스로 잡아먹는다는 뜻의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이 있다. 예컨대 살아남기에 필요한 영양분 또는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같은 세포내 소기관이 망가지면, 세포는 자기 몸의 소기관을 잡아먹어(분해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고 세포내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인다. 그러니 자가포식은 “세포가 악조건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세포자살(Apoptosis)이 죽음으로 가는 사멸 프로그램이라면, 자가포식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세포가 외부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지하고 자가포식 작용을 가동하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에 그 분자 메커니즘의 일부가 국내 연구자가 참여한 연구팀에 의해 밝혀져 생물학 저널 <셀>(1월17일치)에 보고됐다.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김정목·김정희 교수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의 쿤 리앙 구안(Kun-Liang Guan) 교수의 한미 연구팀은 영양분 결핍이라는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분자 작용을 추적해 에이엠피케이(AMPK)라는 효소가 자가포식 작용에서 중요한 효소(Vps34) 복합체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새로 밝혀냈다.
김정목 교수는 “이미 AMPK는 세포내 에너지 사용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효소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에서 AMPK가 자가포식 작용 효소를 억제하기도 하고 활성화하기도 하는 조절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며 “AMPK는 Vps34 효소와 결합한 '단백질 복합체' 중에서 자가포식을 일으키는 것들은 활성화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Vps34 복합체에 특정 단백질(Atg-14L)이 결합해 있는 경우엔 자가포식이 활성화하며, 없을 때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밝혀내, 이 단백질(Atg-14L)이 자가포식의 스위치 구실을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AMPK 효소, Vps34 복합체, Atg-14L 단백질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지만 자가포식 작용과 관련해 그동안 규명되지 않은 이들의 새로운 기능을 이번에 밝혀낸 것이다.
김 교수는 “근래 들어 자가포식은 암, 알츠하이머 같은 여러 질환 연구에서 다뤄지며 부각되고 있지만 세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지하고 자가포식 작용을 어떻게 활성화하는지 그 분자생물학 메커니즘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연구는 자가포식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연구는 영양분 결핍이라는 스트레스 조건에 처한 세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다른 스트레스 자극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자가포식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조절 물질'의 발굴도 이 분야의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가포식은 흔히 ‘양날의 검’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떤 경우에는 우리 몸에 이롭지만 어떤 경우에는 해롭기도 하다”며 “예컨대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소기관을 잡아먹어 갱신하는 자가포식은 세포 노화를 막아주고, 또 알츠하이머 질환에서는 자가포식이 활성화하면 증상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며, 암세포에서도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해서 어떤 경우에는 암세포가 암 치료 목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데 자가포식 작용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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