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갯속 '미래창조과학부'

 과실연 주최 토론회 "미래창조과학부 정체성 무엇인가' 

콘트롤타워, 부처 기능의 범위와 성격, 부처 이름에 관심 쏠려

국과위 위상 강화, 과학기술 전담부처, 정보통신 분리 등 의견


00gov2.jpg » 9일 열린 과실연 주최의 토론회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사진/ 오철우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창의력·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전담부서 필요.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 두되 집약적 창조과학 등 미래선도 연구 지원 △미래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 예측, 이를 토대로 한 국가정책수립 지원 △융합형 연구공동체(학-연-산-지역)의 사회기여 및 글로벌 공동체 문제 해결 지원 △지식생태계 구축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 지원" ( 대선 공약집, 276쪽 )


00PKH.jpg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격과 위상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새정부 국정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 이명박 정부 때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폐합해 없어진 과학기술부의 부활이냐, 아니면 '미래 기획' 기능이 강화된 다른 성격의 부처가 될 것이냐에 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신설되는 부처가 이런저런 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기대와 주문도 쏟아진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인단체인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로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회의실에서 열었다. 여전히 안갯속인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성격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반영하듯이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참석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장순흥 인수위원도 토론회 중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토론의 초점은 이른바 '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콘트롤 타워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맞춰졌다. 대체로 두 갈래의 쟁점이 나왔다. 첫째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 기능이 무엇인가?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부처"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미래 예측과 기획' 기능이 강조되면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고유한 기능이 위축될 우려는 없는가? 둘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떤 관계인가? 정보통신 부문과는 어떤 관계인가? 연구개발의 콘트롤타워는 무엇이며 누구인가? 다른 한편에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부처 이름에 대한 관심도 꽤 높게 나타났다. 일부 참석자들은 부처 명칭이 모호하거나 또는 특정 종교 활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므로 과학기술을 직접 표현하는 쪽으로 바꾸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토론에 앞서 신설 부처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들을 정리해 발표한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최근 떠오르는 쟁점으로 △신설 부처는 시대정신과 통치철학에 기반을 둘 것인가 아니면 한 정권의 성향을 보여주게 될 것인가, △10~20년 내다보는 부처가 될 것인가 아니면 5년 단위의 부처가 될 것인가, △역할과 규모와 관련해, 최적의 부처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공룡 부처로서 블랙홀이 될 것인가, △부처 명칭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둘 것인가, 아니면 과학기술부 또는 과학기술혁신부로 할 것인가, △정부 조직 개편을 정부 출범 때 할 것인가 아니면 임기 중간에 할 것인가 등으로 요약해 소개했다. 그는 연구개발과 교육 분야의 정부 조직에 관한 과실연 단체의 방안으로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부총리급), 과학기술부(이하 가칭), 기업혁신부, 정보미디어부, 교육부를 따로 두는 안을 제시했다. 콘트롤타워로서 현재 국과위의 기능은 강화하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는 별도 부처를 두자는 게 골짜이다.


토론에서는 "창조경제의 견인차" "미래" 미래 기획" "패러다임 전환" "콘트롤타워" "과학기술 전담 부처" 등이 열쇳말로 자주 등장했다. 무언가 변화는 필요하며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의 기능이 확보되고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창조경제와 미래기획이 강조되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다른 국정 기능에 종속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토론 주제의 성격 때문인지, 과학기술은 전반적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경제성장 도구의 역할로서 다뤄졌다.


다음은 민 교수의 발표 이후에 이어진 9명 토론참석자들의 발언 중 일부를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권동일 서울대 교수

당선인의 말 중에 두 가지가 포인트이다. 하나는 창조경제가 목표라는 것이고 또한 당선인도 말했듯이 콘트롤타워가 중요하다. 콘트롤타워를 어떻게 세팅하느냐가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포인트다. 여러 부처를 아우르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 중심에 기능의 축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또는 책임총리가 그런 (아우르는 기능의) 조직의 장이 되어 직접 관할하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신설 부처는 기초원천을 다루고 창의인력 양성을 다루고 과학기술 창의문화 확산을 다루고 국가 메가 프로젝트를 주도해 다루어야 한다. 과학기술이 전반적인 지식사회의 근간을 만든다고 보면 정보미디어는 당장의 성과를 만든다. 두 기능을 (하나의 부처 안에) 합치면 당장의 현안에 몰입하게 되어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능은 소외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정보미디어도 전담 조직으로 두는 게 맞다. '미래부'는 부처 이름이라기보다는 교육과 과학 담당 부처를 아우르는 애칭으로 자주 쓰이며 창조과학이라는 말은 기독교에서 얘기되는 용어라 과학기술계에는 부정적 의미로 비친다. 이런 점에서 '과학창의부'라는 이름이 좋겠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

과실연을 중심으로 현장의 논의가 많이 있었다. 거기에서 청와대에 과학기술수석을 두고 국과위 기능을 강화하며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두자는 얘기들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공약한 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조형 패러다음으로 가는 데 맞춰서 (그동안 얘기돼 왔던 현장의 논의 내용을) 채우면 될 것이다. 당연히 교육 기능 부처와 과학 기능 부처는 분리하고 국과위는 강화하고.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과학기술 중심의 전담 부처로 신설하고,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될 수 있게 하며 기초과학에서 성과 확산까지 그 틀 안에서 다루면 된다.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전반을 총괄하려면 부총리급의 위상 강화도 고민해야 한다.


윤대희 연세대 교수

과거 5년 전 있었던 시스템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 5년 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거 과기부가 5년 간의 변화를 발전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로 되었으면 한다. 정보통신은 과학기술의 한 분야이지만 정보통신이 이제는 국가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별도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과위는 현재 모습으로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 지도자의 힘이 실려야 한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은 멋지게는 들리기지만 어색하고 그래서 논란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로서 더 명확한 명칭을 만들었으면 한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

과학기술계에 못잖게 방송통신계에서도 새 정부의 거버넌스에 관심이 많다. 방송통신 거버넌스를 얘기할 때에 너무 기술적인 논의에만 치우치면 안 된다. 전략산업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통신의 생태계 전반을 총괄하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방송과 통신을 분리하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 두 가지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부작용이 있다면 최소화하는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상천 영남대 명예교수

(기본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 전담 부처로 이해하지만 단순히 과거 과기부의 부활이 아닐 것이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을 정부가 해야 한다. 창조도 모방형에서 선도형, 창의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성장이 지상 목표일 때에는 경제기획원이 있었듯이 이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기획하고 국정에 반영하는 부처가 되어야 한다. 핵심기능은 세 가지다.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 고갈, 물 부족, 식량 부족 같은 환경 변화나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사회의 위기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가 연구개발 콘트롤타워의 기능을 해야 한다. 세째 지식을 잘 활용하는 지식창조국가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현정 서울대 교수 

당선인의 주요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는 한 부처의 기능이 아니라 여러 부처의 기능을 혁신하고 조율해야만 구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부처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정체성이 모호한 부처가 된 지식경제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기업혁신부를 신설해야 한다. 정보통신 부문은 과학기술 부문과 질적으로 다르므로 별도의 전담 부처로 방송미디어부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국과위는 미래와 관련한 과학기술을 기획하고 융합연구를 총괄하는 식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성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 원장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로서) 기초연구와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 같은 장기적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창조경제의 조정 부처의 기능을 하는 게 두 축이 되어야 한다. 다른 부처는 단기 이슈에 매몰돼 있다면 새로운 과학기술 전담 부천느 장기적인 성장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초연구도 해야 하고 과학문화 등 과학기술 시스템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창조경제의 조정 부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창조경제는 한 부처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여러 부처를 조정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에 걸맞는 정치적인 지위가 주어져야 한다. 부총리급처럼 충분한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한선화 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부장

미래창조과학부는 콘트롤타워인가 집행부처인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집행 기능의 부처가 된다면 국과위는 콘트롤타워로 존속해야 한다. 두 기구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미래 기획' 기능까지 맡는 데 대해서는 우려한다. 미래 기획에는 과학기술 이외에도 외교, 경제 등 여러 분야들이 있는데 만일 미래 기획이 신설 부처의 핵심기능이 된다면 자칫 과학기술은 미래 기획 기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미래 기획 기능을 하되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이를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가 미래창조과학부의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한다.



참조자료/ 토론회를 주최한 과실연은 토론회 다음날인 10일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차기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 축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그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에 따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의 기능 재조정과  ICT[정보통신기술]의 포함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실연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체성에 대한 긴급포럼을 개최하였고, 포럼에서 도출된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본연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즉,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전담부처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초과학 연구로부터 성과확산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창조경제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둘째, 신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명박 정부의 비효율적인 부처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거울삼아 거대 공룡부처화 되어서는 안되며, 과학기술 중심 부처로서 타 유관 부처들과의 기능조정과 긴밀한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셋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더불어 과학기술기반 국정운영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이자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범부처적 미래 전략기획 및 예산 배분과 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상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


넷째, ICT 생태계는 과학기술과 질적으로 달라 ICT 전담부처로서의 ‘정보미디어부’ 신설이 필요하다. 사용자 요금으로 재투자되고 단기적 성과가 요구되는 ICT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별도의 전담부처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과거 산업시대를 견인해온 지식경제부를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위하고 기업환경 개선 및 혁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기업혁신부(가)’로 재편하여야 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창조경제의 꽃인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섯째,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위해 자율성을 기반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제는 부처가 직접 개입하고 관리하는 과거의 관행을 없애고 전문인을 통한 관리체제를 확립하여 정책수요자들의 자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특히 출연(연)은 하나로 통합하고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창조경제를 통한 국민행복 시대는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는 정부조직 개편의 성공으로부터 시작된다. 인수위원회는 정치논리나 부처간 힘겨루기에 휩싸이지 않고 본연의 원칙에 입각하여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발전적 개편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2013년 1월10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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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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