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발견 좇는 보도의 위험성 -ADHD 연구 사례

프랑스 연구팀, 1990년대 언론에 집중보도된 ADHD연구에 대한 이후 평가 추적

“언론 보도 상위 10건 중 6건의 '새로운 가설'은 반박되고 2건만이 결론 유지돼”


00ADHD.jpg » 한겨레 자료사진(2006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새로운 과학 발견, 암 정복의 길 멀지 않았다!’ 언론매체에서 생명·의학 분야의 연구성과를 보도할 때에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의 제목이다. 오래 전부터 되풀이되는 이런 관행적인 보도를 보면서 “대체 임박했다는 암 정복은 언제나 된다는 거야”라는 개탄식의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질병은 매우 복잡한 생명현상이지만 대부분의 생명의학 연구물은 부분적이거나 기초 단계의 성과로 제시되는데도 그 의미를 앞질러 홍보하고 다시 부풀려 보도하면서 생기는 과학 보도의 한 단면을 꼬집어 하는 말이다.


이런 언론매체의 보도와 연구기관의 홍보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연구논문이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끈다. 프랑스 보르도대학 신경퇴행질환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 프랑수아 고농(François Gonon) 연구팀은 공개접근 과학저널인 <플로스 원(PLoS ONE)에다 “왜 신문의 조명을 받은 생명의학의 발견은 대부분 잘못으로 판명되는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사례”라는 제목의 논문을 냈다. 지난 1990년대 10년 동안에 학술지에 발표되고 영어권의 주요 신문매체에서 많이 보도된 ADHD 관련 연구물 47건 중에서 '상위 10건'만을 골라낸 다음에 상위 10건의 연구결과가 2011년까지 여러 후속 연구들에서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추적하면서 과학 논문과 언론 보도의 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이 찾아낸 '언론 보도 상위 10건'은 과잉행동 장애가 뇌의 특정 기능 이상이나 특정한 유전학적 결손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논문, 특정 약물이 주의력결핍 장애를 완화할 가능성이나 특정한 뇌영상 기법으로 ADHD를 확진할 수 있음 등을 제시한 1990~1999년 시기의 연구 논문들이다. 논문들은 당시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매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이나 <랜싯(Lancet)>, <사이언스(Science)> 같은 이름난 학술저널에 발표됐으며, 전체 47건 중에서 37건 논문은 124건의 신문 기사에서 다뤄진 데 비해, 상위 10건은 223건이나 다뤄져 당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연구팀은 많이 보도된 상위 10건의 연구결과가 이전, 이후에 이뤄진 연관된 주제의 연구결과들과 일치하는지 검토하고, 또한 상위 10건의 신문 보도 추세를 다른 연관된 연구결과들의 신문 보도 추세와 비교했다.


그랬더니 상위 10건 중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며 검증하는 이른바 '최초 연구'의 논문이 7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발견'은 언론이 집중 조명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그 7건 중에서 6건의 결론은 나중에 이어진 후속 연구들에서 반박되거나 크게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1건은 후속 연구에서 확증되지도 반박되지도 않았으나 "가능성이 없는 듯하다(unlikely)"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는 '최초 연구'는 아니며 기존 가설에 따라 행한 다른 3건의 연구결과 중에서도 1건의 결론이 후속 연구들에 의해 애초의 결론이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건만이 후속 연구들에서 애초의 결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달리 말하면, 1990년대에 ADHD와 관련해 신문 보도에서 가장 크게 조명을 받은 10건의 연구결과 중에서, 2건만이 후속 연구들의 검증 과정에서 유효하게 살아 남았으며, 나머지 8건은 애초의 결론이 반박되거나 후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서는 이런 후속 연구의 추세와 상황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연구팀의 추적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상위 10건의 연구 논문이 발표됐을 당시에 주요한 영어권 신문매체에서 이 연구를 보도한 건수는 223건으로 조사됐으나, 이후에 이뤄진 관련 후속 연구 67건에 대한 보도 건수는 고작 57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대부분 애초 결론이 반박되거나 후퇴한 상위 10건의 연구결과 중에서는 2건만이 후속 보도에서 다뤄졌으며, 나머지 8건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논문에서 "달리 말하면 적어도 ADHD의 경우에, 우리는 생의학적 발견에 관한 신문 보도에 '거의 완전한 망각증'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학 지식은 언제나 '최초 발견, 불확실한 발견'에서 '유효한 발견' 쪽으로 성숙하며 이런 과정은 종종 상충하는 견해의 논쟁을 통해 이뤄지고 또한 우리가 뽑은 상위 10건의 논문도 과학 논쟁과 관련한 것들이었다"면서 "그렇지만 언론 보도에서 이런 논쟁이 담기는 경우는 없었으며 전반적으로 신문 기사는 ADHD가 주로 유전학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신경학적 질병이라는 견해와 정신자극제(psychostimulant) 치료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옹호하는 쪽으로 과학 발견들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연구팀은 최근에는 ADHD 병인학에서 환경적 위험 요인들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동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름난 학술지에 발표된 최초 연구결과를 선호하는] 이런 미디어 보도의 편향은 의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일어나는 왜곡 현상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결론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1990년대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생물학과 병인학에 관한 과학 연구결과를 언론매체가 보도한 덕분에 "이 질병은 환경 원인보다는 신경학적, 유전학적 원인에서 비롯했다"는 내용이 훨씬 더 넓게 수용되었다. 우리 연구팀이 뽑은 '상위 10건' 논문을 보도하면서 신문 기사들은 이런 연구결과 덕분에 곧 개선된 의약 치료법이 출현하고 ADHD를 확진할 수 있는 상업적 바이오마커가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이런 약속 중에서 어느 것도 지금까지 충분히 이뤄진 것은 없다. 더욱이 현재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환경적 위험 요인들이 ADHD 병인학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동의되고 있다. 신문들이 일반 독자한테 최초의 과학적 주장들은 대부분 나중에 반박되었거나 크게 약화한다는 점을 알리지 못했고 그래서 신문들은 과학 지식이 진화하는 과정(evolution of scientific knowledge)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신문이 조명한 과학적 발견들은 현재 과학 문헌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편향적 미디어 보도는 최초 연구가 유명해지도록 하는 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인뿐 아니라 꽤 많은 전문가, 과학자, 의료인들도 이런 부정확한 미디어 보도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ADHD의 관리와 예방에 장애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리 연구팀은 ADHD 사례를 사용해 의학 주제에 대한 언론 보도가 '최초 연구'를 강하게 선호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최초 연구가 나중에 평가절하되는 추세로 인해 생기는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의 문제는 소홀히 다루어 왔음을 보여주었다. 다른 의학 주제에 대한 다른 후속 연구들에서도 우리 연구팀의 관찰 결과가 확인되고 우리의 해석이 힘을 얻는다면, 이제야말로 과학자, 저널 에디터, 그리고 대학 홍보문 작성자는 의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규율을 명확히 규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초 연구를 알리는 보도자료는 이런 연구결과는 후속의 독립적 연구에 의해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는 경고문을 담아야 한다. 사실 보도자료의 질은 긍정적으로 신문 보도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제 저널리스트에게 이런 과학적 과정에 내재한 주요한 출판의 편향을 경계하라고 알려야 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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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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