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물방울에서 일어난 일' 1만분의 1초 초고속 촬영

포스텍 연구팀, 물방울 안에 공기방울, 그 안에 아기 물방울 생성하는 과정 관찰




물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낙하 충격으로 물은 이리저리 튀는데, 떨어진 물 아래쪽의 마이크로 세계에선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떨어진 물과 바닥 표면 사이에선 순식간에 공기가 가운데로 몰려 작은 방울을 만든다. 그리고 작은 공기방울 안에는 더 작은 '아기 물방울'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수십 마이크로 미터(1마이크로 = 100만 분의 1)의 크기에서 수십~수백 마이크로 초 시간에 일어나는 찰나의 현상을 과학자들이 엑스선 투시 현미경으로 초고속 촬영해 직접 관찰했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의 제정호 교수, 원병묵 연구교수, 그리고 박사과정 연구원 이지산씨가 참여한 연구팀은 최근 국제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물방울이 부딪히는 순간에 공기막은 어떻게 방울이 되는가?(How Does an Air Film Evolve into a Bubble During Drop Impact?)”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3세대 초대형 방사광 가속기(APS)에서 수행한 실험의 결과였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딱딱한 바닥에 떨어진 물 안쪽에서 1만분의 수 초 동안에 일어나는 현상을 초고속 촬영해, 떨어진 물방울(droplet) 안에서 작은 공기방울(bubble)과 더 작은 아기 물방울(daughter droplet)이 생기는 현상과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런 현상은 빗물처럼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에도 나타나지만, 연구팀은 실험실 관찰을 위해 주사기에서 물을 한 방울씩 8센티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며 물방울 안에 생기는 현상을 관찰했다.

00bubble3.jpg » 그림 제공/ 포스텍

기방울과 아기 물방울의 생성은 3단계 과정을 거쳐 일어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먼저, 물방울이 딱딱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에 애초 바닥 쪽에 있던 공기 일부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에 갇힌 채로 납작한 공기막(air film)을 형성하는데, 이처럼 표면적이 넓은 공기막은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자 중심 쪽으로 수축하는 운동을 한다. 출렁이며 빠르게 수축하는 공기 덩어리는 점차 모여 커지면서 마치 높은 파도처럼 중심을 향해 몰려든다. 연구팀은 공기막 수축 운동의 속도를 계산해 그것이 공기막의 끝에서 시작해 중심 쪽으로 향하는 관성 수축(inertial retraction)임을 밝혀냈다.


둘째 단계는 조금 복잡하게 진행된다. 공기막이 출렁이며 안쪽으로 수축할 때 공기막과 맞닿은 위쪽 물의 표면에서도 탄성파 운동이 일어난다. 그런데 위쪽 물 표면의 탄성파는 공기막의 수축 운동보다 더 빨라 중심 쪽에 먼저 도달한다. 3차원으로 볼 때에 둥근 도넛의 모양을 이루며 중심 쪽으로 수축하던 공기보다 위쪽 탄성파의 물이 먼저 중심에 닿게 된다. 그러다보니 둥근 도넛 모양의 위쪽이 덮혀버려 마치 지붕이 만들어지는 꼴을 이룬다. 제 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쳐 다 빠져나오지 못한 물 일부는 공기방울 안에 갇히게 되어, 세번째 단계로서 이른바 아기 물방울이 공기방울 안에 생성된다”고 말했다(3단계 과정, 위 동영상과 그림 참조).


00bubble2.jpg » 사진 제공/ 포스텍 제정호 교수 연구팀 물이나 액체가 딱딱한 바닥에 부딪힐 때, 작은 공기방울이 그 안에 생기는 현상은 이전에도 관찰되어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긴 공기방울은 대체로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 공기방울을 관찰하는 게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만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물방울 안에서 작은 공기방울이 생기는 순간의 복잡한 과정을 엑스선 투시 현미경과 초고속 촬영 장비를 이용해 직접 관찰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공기방울 안에 더 작은 아기 물방울이 생기는 새롭고 독특한 현상은 이번 투시 관찰을 통해 처음 밝혀졌다.


나에 일어나는 이처럼 작은 현상의 관찰에 연구자들은 대체 왜 매달리는 것일까? 이런 관찰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제 교수는 ”액체가 딱딱한 물체에 부딛힐 때 그 안에 작은 공기방울이 생기는 현상은 사실 현재 여러 분야의 기술들에서 고려해야 하고 고려하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표면에 액체 도료를 스프레이로 뿌려 도장(코팅)할 때에도 뿌려진 액체 도료와 가전제품 표면 사이에 공기방울이 생겨 제품 불량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과 재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또 수력 발전에서는 물이 터빈에 떨어질 때에도 공기방울이 생기는데 이 때에는 공기방울이 낙하에 의한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잉크젯 인쇄 기법으로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에도 공기방울은 반도체 회로 안에 생길 수 있어 무척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물방울 안에 생긴 공기방울은 생성 이후에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물체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부력에 의해 떠올라 물 밖으로 빠져나가 사라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 열쇠는 공기방울 안에 생기는 더 작은 아기 물방울이다. 물이 부딪힌 물체 표면이 물 분자와 잘 어울리는 친수성의 성질을 띠는 경우에는 공기방울 안에 있는 아기 물방울이 표면과 닿는 면적도 늘어나 넓게 퍼지고, 그 영향으로 역시 물체 표면에 잇닿아 있던 공기방울이 표면에서 떨어져 분리되는 현상이 관찰됐다(오른쪽 연속 사진). 연구팀은 “(물방울과 고체 표면의 접촉각도를 결정하는) 고체 표면의 습윤성(wettability)이 공기방울이 물체 표면에서 떨어져나가는 데 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액체 방울의 충격을 응용하는 여러 기술에서 공기방울을 없애는 방법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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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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