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참나무 잰 줄자로 소나무 쟀다고 표절이라니…세상에!

  '대선 과학쟁점 언론보도' 검증  

MBC의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보며


“...결국 전혀 다른 두 가지 연구인데,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이용해 그래프를 그리고 추세선을 구하는 분석 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표절이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소리다. MBC 뉴스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근거야 어찌되었건 일단 ‘안철수 표절’이라는 키워드를 대중의 머리속에 새겨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이 언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인가. 게다가 이토록 뻔뻔한 네거티브 공세의 근간에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를 테니까’란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이상,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00MBC.jpg » MBC 보도 화면. 출처/ MBC


석 연휴 직전에 제기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른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다. 전자가 자기 논문을 표절하여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었다면, 이번엔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베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의학박사 학위가 사실상 안철수 후보 경력의 출발점인 이상,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것으로 보인다는 의기양양한 멘트로 시작된 그 단독취재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문제의 두 논문을 찾아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과연 표절일까?


우선 두 사람의 학위 논문 제목을 살펴보자 (편의상 서 모 교수의 논문을 [서 (1989)], 안 후보의 논문을 [안 (1991)]이라 지칭하고자 한다).
 

[서 (1989)]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의 일과성 외향 전류에 대한 연구


[안 (1991)]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Bay K 8644와 acetylcholine에 의한 Ca2+ 전류의 조절기전


00MBC3.jpg » MBC 보도 화면. 출처/ MBC

MBC 보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논문보다 2년 앞서 제출된 서울대 서아무개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했다는 것이다. 위의 논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두 사람은 “토끼 단일 심방근 세포”라는 같은 곳에서 다른 종류의 전류를 측정했다. 측정 방식은 같을 수밖에 없다. 이것을 두고 MBC 뉴스는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같은 줄자를 들고 돌아다니며 숲속에 있는 참나무들의 키를 재어 평균 키를 구한 논문이 소나무의 평균 키를 구한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소리다. MBC 뉴스에서 언급된 서 교수 박사 논문 20페이지와 안 후보 박사 논문 14페이지 부분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서 (1989)]

막전압에 의존적인 일과성 외향전류의 성질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하여 우선 항정 상태 비활성화(steady-state inactivation)를 알아보았다. 항정 상태 비활성화를 얻기 위하여 double-pulse protocol을 사용하였다. Prepulse로 자극기간이 1초인, -80 mV부터 10 mV까지의 펄스를 주고 그 다음에 20 mV의 자극기간이 0.5초인 고정된 펄스를 주었다. Prepulse로 -80 mV 펄스를 주었을 때 고정 펄스에 의해 가장 큰 전류가 활성화되었고 prepulse가 저분극쪽으로 갈수록 prepulse에 의해 활성화되는 일과성 외향전류의 크기는 증가하였지만, 고정된 펄스에 의한 일과성 외향전류의 크기는 감소하였다.


[안 (1991)]

토끼의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Bay K 8644가 저분극 상태에서도 Ca2+ 통로에 대한 agonist로 작용하는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 항정상태 비활성화 실험을 하였다. 항정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얻기 위해서 double-pulse protocol을 사용하였다. 유지 전압을 -60 mV에 둔 상태에서, -60 mV ~ 0 mV의 전 자극(prepulse)을 10 mV의 간격으로 500 ms의 기간동안 준 다음에 0 mV의 시험자극 (test pulse)을 100 ms동안 주었다. 시험자극으로 0 mV를 사용한 이유는, 토끼의 단일 심방근 세포에서 유지전압이 -60 mV일때는 0 mV에서 Ca2+ 전류가 최대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극으로 -60 mV를 주었을 때 시험자극에 의해서 가장 큰 전류가 활성화되었으며, 저분극의 전자극을 줄수록 전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Ca2+ 전류의 크기는 증가했지만 시험자극에 의해 활성화되는 Ca2+ 전류의 크기는 감소하였다.


두 사람은 모두 다 ‘더블펄스 프로토콜(double-pulse protocol)’이라는 방법의 실험을 수행했음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의 투과성이 세포막 전위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관찰하기 위한 실험으로, 사전 펄스(prepulse)를 오랫동안 주어 세포막 전위를 그 값으로 맞춘 다음에, 실험 펄스(test pulse)를 주었을 때 그 이온 통로를 통과하는 이온의 흐름, 즉 전류의 크기를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서 교수가 이 실험을 수행해 밝혀낸 것은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의 막전위 의존성, 즉 막전위가 증가할수록 불활성화한다는 특성이었다. 따라서 서 교수의 실험에서는 ‘사전 펄스’를 주었을 때의 막전위가, 즉 ‘실험펄스’를 주기 전의 막전위가 -80 mV(밀리 볼트)일 때 일과성 외향 전류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나며, 이후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감소의 양상을 더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사전펄스’를 엑스(X)축으로, 그 ‘사전펄스’를 줄 때 나타난 일과성 외향전류 값을 최대치(이 실험에서는 ‘사전펄스’가 -80 mV일 때)으로 나눈 값을 와이(Y)축으로 놓고서 그림으로 보여주는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다.

00paper.jpg


이런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다음과 같이 볼츠만(Boltzmann) 곡선으로 맞춤(fitting)할 수 있다.


R(v) = 1 / { 1 + exp (V - Vh) / h }


이렇게 하면 이온 통로의 비활성화 특성을 더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위의 식에서 Vh는 비활성화된 정도가 0.5일 때의 막전위이고 h는 비활성화되는 기울기, 즉 속도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막전위 증가에 따라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가 불활성화되는 정도를 둔화시키는 어떤 물질을 처리했을 때와 처리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는 경우에, 그냥 두 경우의 그래프 모양을 비교해 보여주는 것보다는 Vh값의 증가 또는 h값의 감소 정도를 구하는 편이 훨씬 명확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와 안 후보는 모두 다 볼츠만 곡선으로 맞춤(fitting)해 사용했고, MBC 뉴스는 이것이 표절이라 지적했다.(서 교수 논문 22 페이지와 안 후보 논문 17 페이지).


만약 서 교수의 연구가 이와 같은 일련의 분석 프로토콜을 정립한 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면 안 후보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 분석 방법을 따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서 교수의 논문은 토끼 심장근 세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온 통로 중 하나인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의 일반적 특성에 대해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경우는 일과성 외향 전류 통로가 아닌 Ca2+ 이온 통로를 연구했고, 단순히 이 통로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베이케이8644라는 물질이 이 통로에 끼치는 영향을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더블펄스 프로토콜 볼츠만 곡선 맞춤(fitting)을 수행했다.


앞에서 사용한 나무 비유를 다시 갖다 쓰자면, 서 교수의 연구는 숲 속을 돌아다니며 참나무들을 관찰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안 후보의 연구는 숲 속 소나무에 어떤 약을 뿌렸을 때 성장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연구가 같은가?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케이8644는 평소에 Ca2+ 통로를 활성화하다가 막전압이 높아지면 차단제로 작용하는데, 이는 베이케이8644가 Ca2+ 통로가 열려 있는 시간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shift)시키기 때문에 높은 막전압에서는 기능할 수 있는 Ca2+ 통로가 줄어들어 열려 있는 시간의 증가를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기존에는 -40 mV 정도의 막전위에서 베이케이이8644가 Ca2+ 통로 억제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었으나 안 후보는 1uM의 베이케이8644는 막전위가 -40 mV일 때에도 Ca2+ 통로 항진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 현상을 더 명확히 규명하고자 항정 상태 비활성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안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은 1uM의 베이케이8644의 처리 전후에 나타나는 Vh의 변화가 -21.0mV에서 -21.7mV로, 분명히 항정 상태 비활성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기는 하나 그 정도가 미약한 탓에 항진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서 교수와 달리 안 후보는 그래프를 표시하지 않고, 볼츠만 곡선 맞춤(fitting)을 통해 식을 구하는 것으로만 분석을 대신했다. 이와 같이 동일한 연구 방식이 적용된 맥락조차 다른 것이다. 결국 전혀 다른 두 가지 연구인데, 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이용해 그래프를 그리고 추세선을 구하는 분석 과정이 있다는 이유로 표절이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소리다. MBC 뉴스의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그 다음에 제기된 1992년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선 아직 자세한 정보가 없는 탓에 논문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솔직히 더 찾아봐 무엇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솔직히 안철수 후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분이 훌륭한 분이란 것은 알지만, 그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다는 자체는 전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혐오감은 안 후보에 대한 이런 나의 개인 감정을 훨씬 뛰어넘고도 남는다.


근거야 어찌되었건 일단 ‘안철수 표절’이라는 키워드를 대중의 머리속에 새겨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이 언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인가. 게다가 이토록 뻔뻔한 네거티브 공세의 근간에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가 뭔지 잘 모를 테니까’란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 빤히 보이는 이상,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솔직히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아는 것은 과학을, 진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절대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다.


[여담] 눈썰미 있으신 분이라면 내가 위에서 언급한 논문과 MBC 보도 화면에 나온 논문 제목이 다르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서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은 두 개이다 (하나는 소아과학, 또 하나는 생리학). 이 글의 맨위에 실은 MBC 화면에 나온 것은 소아과학 학위 논문이나, 실제로 표절한 것으로 언급된 논문은 생리학 학위 논문 쪽이다. 표절했다고 나와 있는 페이지를 펼쳐봐도 그 내용이 안 나오니, 한참을 헤맨 끝에 결국엔 논문 두 개를 읽는 수고를 해야 했다. 추석 연휴에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어주신 MBC 기자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수정] 원래의 원고에 있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빠진 그림을 집어넣고, "만약 서 교수의 연구가 이와 같은 일련의 분석 프로토콜을... 두 연구가 같은가?" 부분을 좀더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고. "그 결과..." 문단 중에 "서 교수와 달리 안 후보는 그래프를 표시하지 않고, 볼츠만 곡선 fitting을 통해 식을 구하는 것으로만 분석을 대신했다. 이와 같이 동일한 연구 방식이 적용된 맥락조차 다른 것이다"라는 문장을 새로 넣었습니다. 2012년 10월2일 낮 12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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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연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대학원생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 복수전공. 이해와 소통을 꿈꾸는 즐거운(?) 본과생.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트위터 : @niki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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