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기초연구의 생태계를 진정 북돋우려면…”

  토론 중계 : 국과위 주최 ‘기초연구 환경조성 방안’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분리를 확실하게


기초과학의 토대는 연구환경 안정성부터


과학자사회 자율적인 심사평가제 마련을


00basicresearch1.jpg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주최로 지난 24일 열린 '창조적인 기초연구를 위한 환경 조성 방안' 주제의 기초연구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난 9월24일, 국립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주최한 “창조적인 기초연구를 위한 환경 조성 방안”이라는 주제의 기초연구 토론회가 전국은행연합 국제회의실에서 열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초연구의 중요성 및 산·학·연 협력 모델’(이태훈 노바셀테크놀로지 대표), ‘출연연 기초연구 현황 및 개선방안’(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창조적 기초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장진규 국과위 과학기술정책국장)이 먼저 발표되었으며, 이어 고현협 울산과기대 교수, 김명환 서울대 자연대학장, 류동수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교수, 송충환 기초과학연구원 정책기획본부장,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수옥 진매트릭스 사장이 발표자들과 함께 다섯 가지 주제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깊이 있는 이날 토론의 내용을 간추려 이곳에 소개한다.



발표1: 새로운 산학연 협력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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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표는 발표에서 “창의적, 도전적 연구를 하는 핵심 인력(workhorse)은 박사후연구원이나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박사후연구원은 논문 만드는 비정규직에다 저임금 노동자”라며 “안정망이나 보상시스템이 갖춰지기 전에는 창의적, 도전적 요구는 무리한 요구”라고 꼬집었다. 이에 덧붙여 이공계에서 의학계로 가는 집단적 이동(exodus) 현상을 들어 고용 안정성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기초과학을 하는 고소득의 공무원을 기르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발표에 이어 질문에 나선 서회영 교수(아주대 의대)는 의학계의 쏠림 현상에 대해 “발상을 바꿔서 의예과로 가는 사람들이 진료만 보는 동네의사가 아니라 기초연구인 생명의과학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정책이 필요하다. 의학계 쪽에 많은 편견이 있어 정책상 제한을 받아온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태훈 대표도 “의대에서 기초적 연구를 하는 것이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 방향과 같다. 이를 기초과학으로 포용하고 직업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한 뒤, “한국의 수용 능력(capacity)에 비해 너무 많은 기초과학자들이 배출되지 않았는지도 자문해봐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자 중심의 과제 평가 시스템을 강조하며 “기업은 한 페이지 제안서(one page proposal)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연구에서 관리와 행정의 간소화를 언급한 뒤, “정부는 감독이 아닌 후원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발표2: 현황과 개선방안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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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교수는 양자암호통신 연구가 한국에서는 2010년 이후에 중단된 반면에 중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00배 이상 성장”했고 아이비엠(IBM)에서도 펠로우 제도를 통해 “양자암호와 텔레포테이션(순간이동) 분야 연구를 거의 20년 이상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황금알을 한꺼번에 꺼내기 위해서 거위를 잡는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안 된다”라며 장기간에 걸쳐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피비에스(연구과제중심운영제, PBS: Preject-Based System) 체제에 대해서는 “출연연 분들이 굉장히 괴로워한다” “연구비를 쫓아다니다가 전문성마저 훼손된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현재 그가 몸 담고 있는 고등과학원에선 피비에스 비중이 전혀 없음을 강조하며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 자리 만드는 게[위인설관, 爲人設官] 필요하다”, “기초연구자처럼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된 사람에게는 혼내는 것보다 상을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라며 연구 자율성과 보상을 언급했다.



발표3: 연구환경의 조성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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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규 국장은 발표에서 현재 전체의 기초연구 투자 비중이 목표치였던 35%를 넘어서는 35.2%(3조 9000억 원)를 달성했고, 과제 수와 수혜율이 모두 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결과 평가 때 보고서 제출로 대체하는 등 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다년간 협약 과제의 연차별 연구비 잔액을 이월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한국형 그랜트(Grant)제도 등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한 학제간 융복합 체제 유도, 글로벌 박사 펠로십(GPS: Global Ph.D Scholarship) 구축을 비롯해 전주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대통령 박사후연구원 및 펠로 제도 등을 마련해 지원이 강화됐음을 강조했다.


앞으로 추진 전략과 관련해, 그는 연구현장의 자율성과 창의성 극대화를 지원하고, ‘몰입형 연구환경’을 확산하고, 기초연구 역량 강화와 중장기적으로 세계 수준의 과학자를 배출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추진 과제로는 중장기 투자 전략 수립, 우수 인재 육성·지원 및 활용 강화, 연구조직 강화 및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특성화된 관리·질적 평가 체제 구축 등에 관해 설명했다.

00basicresearch2.jpg » 사진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다섯 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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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는 “지속적 투자확대 대 적정비중 설정”, “기초과학연구원 집중 대 균형 지원”, “산업계 기초연구 지원확대 대 대학 중심”, “창의, 창조력 제고를 위한 평가방법 개선”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놓고서 패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토론에 앞서 서판길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은 “기초연구가 튼튼해야 전반의 연구가 튼튼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훗날을 위해선 기초연구에 특정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론에서 “기초과학과 기초연구의 위상”, “과학자와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는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는 말로 토론을 열었다.


 1 

첫 번째 주제인 ‘지속적 투자 확대 대 적정비중 설정’에 대해선 대부분 `투자 확대' 쪽에 의견이 모였다. 류동수 교수는 연구비 분배와 효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 기획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연구비 기획 및 분배 과정에서 이공계의 적극 참여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송충한 본부장도 지난 20년 간 연구비가 100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정부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도 현재 상태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며 그 원인으로 1990년대 초까지 발전 단계에서 통했던 ‘계획적인 것’이 현재에는 답답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황정아 선임연구원은 지속적 투자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100배 이상 증액했다는 얘기에는 대해서는 “정부의 투자는 연구개발(R&D) 중에서 개발(Development) 쪽에 집중 투자된다. 천문연구원에서 순수 기초연구만 하는 사람은 사실상 한 분도 없을 정도”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초 분야에서 연구(Research)를 할 수 있도록 “지속적 투자, 안정적 환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2 

두 번째 주제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집중지원 대 균형지원’에서도 균형 지원 쪽에 의견이 모였다. 고현협 교수는 “기존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감소되지 말았으면” 한다며, 기초과학연구원이 “장기적으로 파급력 있고 대단위 팀 연구가 필요한 연구”에 특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명환 학장은 소수 연구자에 연구비가 쏠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중견 및 신진 학자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그 수준(피인용 상위 1 %)에 도달한 학자에게 쏟음으로써 이를 아쉽게 해선 안 된다”라며 전반적인 질정 향상을 강조했다. 이에 송충한 본부장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을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기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줄여선 안 된다고 말한 뒤, “집중 대 균형 지원이라는 대립적 구도보다는 '상생' 구도로 끌고 갔으면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현재 연구기관의 틀에서는 기초연구가 어렵다며, 관리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 중심으로 이뤄지는 역할 모델이 돼어야 함을 강조했다.


 3 

세 번째 주제인 ‘산업계 기초연구 지원 확대 대 대학 중심’에서는 언급 자체가 적었고 산업계에도 적정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수준의 논의만 오갔다. 김명환 학장은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기초연구와 대학에 집중되어야 한다”라면서도 “산업계에도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적정 규모로 이뤄지는 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아 선임연구원은 “기초과학 연구 지원은 대학,·출연연,·산업체에 균형 지원이 되어야 한다”라면서, “기업에서 안정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을 한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말로 기업의 기초연구 필요성을 언급했다.


 4 

네 번째 주제인 ‘창의, 창조력 제고를 위한 평가방법 개선’에 대해선 현행 평가 제도가 지나치게 관리 위주이며, 관리가 아닌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김수옥 사장은 “규제를 완화하면 도덕적 해이에 빠질 것 같지만 과학기술계의 리더가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라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평가지표에 대해 정부가 할 일은 양적 지표가 아니라 최소의 필요조건(minimal requirement)만 제시하는 정도”라고 말한 뒤, 그 이상에 대해선 “우리가 스스로 우리에게 맞는 성과지표를 다양하게 제시해야 한다”라고 밝히며 이공계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기초연구에서 창의적 연구가 발휘되는 것은 협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현재 상태에서는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논문 수, 논문 점수의 경쟁에 내몰리는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그 경쟁이 창의를 깎아먹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재완 교수는 “공저자로 들어가면 나중에 평가를 받을 때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공동연구가 힘들다고 말했다. 황정아 선임연구원은 평가지표에 대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NS(과학저널 네이처나 사이언스)급이냐 아니냐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한다.”, “연말마다 몇 편의 논문이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IF) 얼마인 논문에 몇 번이나 저자로 들어갔는지 등으로 정량화한다. 논문 게재가 중요하지 아이디어 현실화할 시간은 부족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기초연구에서 공학까지 50년, 공학에서 응용까지 50년이 걸리는데 연말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량적 지표 때문에 신진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않게 해야 한다. 기초연구는 기술 하고는 다르다”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 환경 보장을 요구했다. 류동수 교수는, 현재 박사 후 연구원과 대학원생이 연구를 주도한다고 말한 이태훈 대표의 말과 달리, 경험 많은 연구원과 교수가 연구를 주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이 현재는 “연구자가 아니라 관리자의 역할을 하도록 강요받는 것 같다”라며 연구비 관리의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기획할 것을 요구했다.


 5 

마지막으로 ‘직업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짧게 오갔다. 김재완 교수는 “지금 있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능력 있는 사람 중 나이가 지났다는 이유로 직장을 못 구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안정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회영 교수는 “테뉴어 트랙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이 직업 안정성이다. 정부 정책이 2~3년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불안하고, 그래서 과학계에 남아 있는 것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전주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굉장히 극소수만이 혜택을 받는다. 우수한 인력들이 내가 우수한 연구를 하면 앞으로 앞날이 어떻게 되겠다 하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전주기적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직업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를 실현할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려면 가상 연구소(virtual institute)를 만들어서 논테뉴어 트랙으로 관리”하고, 이들을 특정 연구실에만 묶어둘 게 아니라 자신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살려줄 연구실로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규 국장은 “생각했던 부분도 있고 처음 들은 부분도 있다. 오늘 말씀 해주신 게 구슬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잘 꿰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측 관료가 열심히 한다는 것이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빈틈없게 관리해서 잘 움직이게 할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립과학기술위원회가 연구자 친화적 조직임을 강조하며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잘 해서 일도 잘 하면서 방향성도 있는 그런 쪽으로 가고 싶다”라며 토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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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먹고 살 걱정 하는 세상을 넘어, 놀고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포스텍에서 학부를 졸업하고서 2015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이메일 : ecologicalj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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