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얼룩, 줄 무늬 패턴 만드는 유전자의 수학적 발현

고양잇과 동물들의 다양한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00cheetah.jpg » 점박이 무늬를 한 보통의 치타(위)와 점과 줄이 섞인 무늬의 왕치타(king cheetah). 출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의 수학적 분석 모형이 분자생물학자한테 생물학적 아이디어를 주었을까?


줄무늬, 얼룩무늬, 점박이무늬처럼 고양잇과 동물의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무늬 패턴들은 사실 한 가지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생겨나며, 이런 다양성에는 '주기성(periodicity)의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이런 무늬 형성 과정은 패턴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작동,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주기적 패턴에 색깔을 입히는 유전자의 작용이라는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는 가설도 함께 발표됐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의 보도자료를 보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집과 들에 사는 고양잇과 동물들에 나타나는 무늬 패턴이 생기고 유지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두 가지 유전자(Taqpep과 Edn3)를 식별해내고 두 유전자의 작동 방식을 규명하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고양잇과 동물들에 어떻게 다양한 무늬가 생기는지를 설명하는 논문이다.

이번 논문에선 특히 유전자 타크펩(Taqpep)이 점, 줄, 얼룩 같은 무늬의 ‘패턴’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로 밝혀져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먼저 줄이나 얼룩 무늬를 지닌 집고양이에서 무늬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타크펩을 찾아냈으며, 이어 점과 줄 무늬가 섞인 희귀한 패턴을 지녀 다른 치타 종처럼 오해되었던 왕치타(king cheetah)에서도 동일한 타크펩 유전자가 변이를 지닌 채 존재함을 확인했다. 이는 고양잇과 동물에서 이 유전자의 변이가 무늬 패턴의 변화를 만들어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1950년대에 패턴의 형성을 설명하면서 아주 간단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주기성(periodity)이 형성될 수 있다는 반응-확산의 가설적 원리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팀들은 이에 착안해 타크펩이 생화학적 반응-확산을 통해서 이런 주기성을 만드는 구실을 하는 유전자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타크펩 유전자는 통상 세포막에서 발견되는 프로테아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것은 쪼개질 수도 있고 그래서 세포 바깥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 자유롭게 떠다니면서 세포 바깥의 다른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이런 능력은 유명한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링이 1952년에 줄무늬나 점박이 같은 주기적인 패턴이 어떻게 무작위에서 생성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서 제안했던 이른바 반응 확산의 원리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스탠퍼드대학의 보도자료에서)


타크펩 유전자의 변이가 특정한 무늬의 패턴을 형성하면, 이런 패턴의 밑그림에다가 색소를 만들어내어 색깔을 입히는 과정에는 또 다른 유전자의 변이가 작용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피부 세포에서 색깔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들 중 하나인 이디엔3(Edn3)의 변이가 피부 세포의 생성 이후에 피부에다 색깔의 표현형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이번 연구팀은 확인했다.

00felin.jpg » 가는 줄무늬의 고양이와, 얼룩무늬의 고양이. 출처/ Helmi Flick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고양잇과 동물의 몸에 무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2단계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우리는 2단계 모형을 제시한다. 즉, 타크펩은 피부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주기적인 전(前)-패턴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그것은 나중에 이디엔3 유전자의 상이한 발현에 의해 구현된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 논문의 초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고양잇과 동물들은 색채 특징에서 두드러질 정도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어떤 공통의 주기성이 밑바탕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집고양이들에 나타나는 비슷한 영역의 패턴들은 선택 과정에 의해 겉모양이 바뀔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보존되는 어떤 메커니즘의 존재를 시사한다. 우리는 집고양이의 무뉘 패턴의 변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로서 타크펩(Taqpep: Transmembrane aminopeptidase Q)을 식별해냈다. 그 유전자는 세포막에 결박돼 있는 효소인 메탈로프로테아제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고양잇과 31종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타크펩이 희귀한 왕치타(king cheetah)의 표현형을 만드는 원인임을 규명했다. 왕치타의 표현형에선 점 무늬가 서로 합쳐져 얼룩과 줄 무늬를 만들어낸다. 조직학적, 유전학적 발현 연구와 유전자변형 실험쥐 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이디엔3(Edn3: Endothelin3) 유전자의 주변분비 발현이 국지적인 색깔 차이를 조율해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2단계 모형을 제시한다. 즉, 타크펩은 피부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주기적인 전(前)-패턴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그것이 나중에 이디엔3 유전자의 상이한 발현에 의해 구현된다.”(논문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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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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