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말하는 이공계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현장의 목소리 정책 제안' 타운미팅 참가자의 편지 ②  

‘이공계의 연구환경 개선과 직업안정성 확보’ 분과 간사 배현진(대학원 박사과정)



00townm4.jpg » 지난 8월11일 열린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학기술정책 제안 타운미팅'에서 참가자들이 토론 결과를 중간 발표하는 모습. 사진/ 타운미팅 준비모임


겨레 <사이언스온>과 맺은 인연으로 지난 8월11일에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제1차 타운미팅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타운미팅이란 용어를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과학기술 정책 제안이라는 취지에 깊히 공감하여 무턱대고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왠지 이번 참가를 통해 제 스스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참가의 가장 큰 동기였습니다. 이미 얼굴을 아는 분들이 몇몇 참석하셔서 반갑기도 했지만, 이외에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정책 제안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보람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공계 위기는 기초학문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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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서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절실하게 문제를 느끼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공계 위기’ 문제였습니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기초과학의 위기’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물리, 화학, 생물학과 같은 기초학문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정규직 자리를 얻지 못해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고학력자들이 넘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사정을 알긴 하지만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유지하며 어렵사리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현실입니다. 지난 0차 및 1차 타운미팅 과정에서 나온 정책 제안 중 상당수가 이런 기초과학 위기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분화된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을 나누는 ‘월드카페’ 라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저는 얼떨결에 카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들과 함께 ‘이공계 위기 극복’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나눴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많은 토론을 나눴지만, 주제가 주는 무게감 만큼이나 쉽게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래서 먼저 저희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리를 해봤습니다. 과연 어떤 상황이 기초학문의 위기를 가져왔을까요? 혹시 학생들이 기초과학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참가자의 대부분은 기초과학을 할 학생들은 언제나 있어 왔고, 그렇기에 학문 자체에 대한 기피 문제는 없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이들이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에 생기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졸업 후 진로의 문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유능한 박사들조차도 정규직 연구원이 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꽤 오랜 시간을 버텨내야 합니다.


즉 공급되는 연구원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기초과학 분야 수요/공급 정책 개선이 요구됩니다. 연구원 수요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는 첫째로, 기초과학 분야 석/박사의 일반 기업체 취업 기회 확대. 둘째로, 기초과학분야 일자리 증가. 셋째, 고등과학원 같은 기초과학 연구기관의 신규 설치가 제안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박사후연구원이 수행하는 연구들에 대한 정부 과제 지원을 늘려서 그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연구생의 노동, 여성과학인의 처우...안정적인 연구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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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초과학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 대학원에 들어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도 논의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대학원생들은 자신의 연구활동 이외에도 추가적인 프로젝트 연구 수행 등을 위해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 수행에 대해 적절히 대우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대학원생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기보다는 연구사회 안에서 대학원생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원생한테도 일종의 노동자 기본권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4대보험/초과근무수당 등을 받아야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대학원생의 잡무를 줄이고, 기존 인건비의 현실화 및 투명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습니다.


리고 이어진 안건은 여성과학인의 육성과 지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기존에 여성과학인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토론에 참가하신 많은 분들 역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구요. 특히 육아/출산등으로 인해 커리어가 단절되는 상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함께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여성 과학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지만, 일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커리어를 실질적으로 이어주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은 이번 토론에서는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연구직 인적자원 관리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국내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연구 인력이 조기 퇴직하거나 해외로 나가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모은 방법은 역시 위에서 언급한 적절한 수급 정책이었습니다. 또한 과학 기술인들이 연구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00BHJ.jpg 여러 참가자들의 토론을 통해 의견이 모아지는 과정은 저에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더구나 오후 1시 반에 시작해서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난 타운미팅이었지만, 아직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9월22일)에 열릴 2차 미팅에서 더욱 더 많은 시간동안 밀도있는 토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글/ 배현진(너굴),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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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2차 타운미팅"이 9월22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립니다.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행사 내용과 참가 신청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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