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우의 "과학과 우리, 과학소통의 길을 찾아서"

막연하게 생명과학자를 장래희망으로 꿈꾸던 청소년이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 실험실 생활을 거치고 직장인으로 살면서 점차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히 얘기합니다. 그가 찾아나선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 연구자 위한 과학소통

[4] ‘내연소’ 기획과 준비, 그리고 새로운 도전


k4_4.jpg » ‘내연소’에서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발표하는 참가자들. 사진/임도완, 출처/페이스북 페이지 ‘포스텍 연구잼’


번 글에서는 필자가 직접 기획해 포스텍 개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이하 내연소)’의 기획의도와 준비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했던 세계과학기자대회나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전, 그러니까 ‘과학소통’이 무엇인지 개념도 없던 때의 일이다. 그래서 ‘대중’을 의식하기보다는 대학원생을 포함한 ‘연구자’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을지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내연소’를 소개함으로써 과학소통이 ‘과학/공학 연구자’에게도 필요한 것임을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상을 공유하지 못하는 연구자의 외로움”

2014년, 나는 동기들보다 먼저 대학원에서 탈출(!)해 교직원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원에서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내내 남아 있었다. 마침 입사하자마자 배정된 부서는 연구와 관련된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연구기획팀. 남아 있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이왕이면 즐겁게 연구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방법은 없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나는 아래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 글 하나가 나를 과학소통의 길로 이끌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K4_1.jpg » ‘POSTECH’s Post Secret’ 페이지에 실린 익명의 사연. 페이스북 갈무리 [1]


마 전 의대에 다니는 친구에게 아픈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의학적 지식으로 나름의 진단을 해주더라는 것, 그런데 정작 자신이 전공으로 삼고 있는 연구는 그렇게 실용적으로 써먹기는커녕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외롭더라는 것…. 이 글은 100건이 넘는 ‘좋아요’을 얻었고, 댓글에도 공감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나도 대학원생 시절이 떠오르며 크게 공감이 됐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 이러저러한 게 힘들었고, 어떤 일이 정말 웃겼어’라고 룸메이트나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시간. 혼자 살기 시작하면 이런 ‘포근한 맛’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별 것 아니지만 일상의 한 조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위안받는 느낌. 그런데 오전 9시에 연구실로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대학원생이라면 룸메이트나 가족과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연구’야 말로 ‘일상’일 텐데, 연구 이야기를 같은 ‘업계인’이 아닌 사람과 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전문적인 내용을 비전문가와 공유하는 것은 어떤 분야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과학자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과학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내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 봐도 과학은 ‘(안경을 쓴) 똑똑한 친구들’이 잘한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것 같다. 과학자 쪽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라면 자신의 분야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것을 미덕으로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실제로도 같은 전공 분야 종사자들과의 한정적인 소통만으로 학문적 성취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적고, 그럴 필요성도 웬만해선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2] 더군다나 요즘은 연구 분야가 아주 세분화, 전문화 되고 있어서 같은 이공계 연구자에게 설명하는 것조차도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공계 대학원생이, 또는 이공계 연구자가 더욱 외로워지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짧은 시간에 연구핵심을 재밌게 전하는 연습, 페임랩”

그러면 내 연구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잠재투자자에게 자기 사업의 유망성을 어필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잠재투자자는 당연히 내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인데,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내 사업을 쉽게 이해시키면서도 핵심을 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전략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연습을 연구자들도 해본다면, 실제로 써먹기에 유용함은 물론, 무엇이 내 연구의 핵심인지, 어떤 내용이 설명하기 어려운지, 어떤 식으로 설명하면 더 이해시키기 쉬운지, 어떤 내용이 상대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등을 제3자의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련 정보를 찾아보니 ‘엘리베이터 스피치’ 식 연습이 과학•공학 연구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내가 처음은 아닌 듯했다. 미국 세포생물학회(The American Society for Cell Biology, ASCB)는 2014년부터 자신의 연구를 1분 안에 설명하는 동영상을 공모하고 시상하는 ‘엘리베이터 스피치 대회’를 열고 있다.[3] 나아가 이런 대회를 훨씬 화려하고 역동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페임랩(FameLab)’이다.


k4_2.jpg » 3분 안에 과학이론과 연구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세계대회, 페임랩(FameLab), 출처/ 영국문화원


페임랩은 영국 챌튼엄 과학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인 행사로, 이제는 국제 대회로 운영되고 있다. 발표자는 3분 안에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손으로 들 수 있는 소품만을 이용해 과학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발표를 마치면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심사위원단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발표자가 3C(내용/Content, 명료함/Clarity, 카리스마/Charisma)를 잘 지켜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지를 심사위원단이 평가해 최종 우승자를 발표한다. 인기도 상당해서 지금까지 52개국에서 국제대회가 열렸고, 9000여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가 참가했으며, 매년 200만 명이 페임랩 영상을 시청한다. 지금은 독일의 사이언스 슬램(Science Slam), 폴링 월스 랩(Falling Walls Lab)처럼 페임랩과 유사한 대회가 세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4][5]


2014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영국문화원 주최로 ‘페임랩 코리아’를 개최하고 있다. 페임랩 코리아에서 3위 안에 들면 영국 챌튼엄 과학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고, 1위는 우리나라 대표로 페임랩 본선에 나가게 된다. 그런데 2015년과 2016에는 2년 연속으로 나의 모교이자 직장인 포스텍의 학생이 페임랩 대상을 탔다. 전국구 급의 실력자가 나올 수 있었다면, 우리 학교 내에서 작게 페임랩 대회를 해봐도 충분히 치열하고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자가 행복하길 바라며 시작한 과학소통대회, ‘내연소’

‘포스텍 페임랩(나중에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로 바뀜)’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안을 쓰기 시작했다. 3분 동안 프레젠테이션 장비 없이 소품만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발표하고, 4분여 동안은 심사위원과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페임랩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빌려왔기 때문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영국문화원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나는 업무 경험이 일천한 입사 1년차 신입 직원이었고, 개교 이래 이런 대회가 열린 적이 없었으므로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큰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팀장님과 팀원들은 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이며 나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다. 비록 막연히 ‘대학원생이 덜 힘들고 외로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구체적으로 기술하다 보니 이외에도 대회의 필요성과 효과를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적 측면에서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분야를 알기 쉽게 소개하므로, 청중들(포스텍 학생이 대부분)이 전공 분야 이외의 연구에 흥미를 갖게 되고, 공동연구를 하거나 기존 연구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적 측면으로는, 다른 연구자와의 연구 협력이나 연구과제 수주에 필수적인 연구내용 소통 능력과 발표 기술을 훈련할 수 있다. 대학 홍보 측면에서도, 대회를 녹화한 동영상을 대학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분위기, 연구 분야 등을 홍보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어떤 연구실에서는 참가한 학생의 발표 동영상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시해 연구실을 홍보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 무엇보다도 연구가 즐겁고 연구자가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유학이나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언제 어디서든 즐겁고 자유롭게 연구주제에 대해 ‘토론(디스커션)’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개방적 사고(오픈 마인드)’가 정말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우리 학교는 왜 그렇게 될 수 없을까? 물론 문화를 바꾸려면 다방면의 노력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대회에서 함께한 150여 명의 대학 구성원들이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분위기 전환에 일말의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런 ‘소통’의 기회를 통해 연구자 자신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실감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랐다. 온종일 연구실에 갇혀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과연 내가 궁리하는 이 내용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누가 관심이나 있을지 회의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비교적 쉽게 보이는 연구라 하더라도, 어떨 것으로 생각만 하는 것과, 직접 내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을 보며 그 반응을 느끼는 경험은 또 다른 차원일 것이다. 연구자에게 ‘과학소통’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소통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고, 더 좋은(그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다)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탁구공, 죽부인, 기타…다양한 소품 들고서 기발한 연구소개

연구자들에게 이런 영감을 줄 수 있도록 ‘내연소’의 심사위원 겸 기조연설자로는 과학커뮤니케이터를 모시고자 했다. 1회 내연소에는 인기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진행자인 ‘과학과 사람들’의 원종우(파토) 대표님을, 2회에는 책 <세상 물정의 물리학>으로 과학자의 과학소통 모델을 보여주고 계신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님을 모셨다. 두 분 모두, 대학에서 진행하는 작은 대회를 위해 먼 포항까지 오시려고 할까, 반신반의 하며 조심스레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사실 포항에 소위 ‘네임드’를 모시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오시는 분의 온종일이 소요되며, 그렇게 귀한 시간을 내어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만큼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보답해 드려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k4_3.jpg » ‘내연소’에서 ‘과학적 지식에서 존재의 감동으로’,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한 ‘과학과 사람들’의 원종우 대표, 성균관대 김범준 교수. 사진/임도완, 출처/페이스북 페이지 ‘포스텍 연구잼’


런데 다행히,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본선 참가자들은 멋진 발표를 보여주었다.[6] 그동안 이런 끼와 열정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소품을 이용해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참신하고 독특한 발상도 넘쳐났다. 관객들이 눈을 감게 유도해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쓸 때 느끼는 불편함을 경험하게 한 참가자, 아크릴로 물방울의 끝부분을 만들고, 테니스공, 탁구공 등으로 입자들이 크기에 따라 분리되는 ‘커피링 효과’를 설명한 참가자, ‘죽부인’으로 혈관 내에 삽입하는 ‘스탠트’ 구조를 설명한 참가자, 기타를 매고 나와 화음과 소음의 질서, 그리고 의식의 관계를 설명한 참가자 등. 스크린이 아닌 참가자의 몸짓과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고, 비전공자에게도 전문적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각종 전략,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청중도 예상 이상으로 많이 모였다. 대학원생 1800명, 학부생 1200명 규모의 작은 학교인데다 학생들은 연구와 과제에 치여 여유가 없고, 웬만한 행사에는 수십 명을 모으기도 어려워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직접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보에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내심 청중이 너무 없을까 봐 걱정이 됐다. 그런데 ‘내연소’ 당일에는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매일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를 집중해서 듣고, 함께 웃고, 즐기는 마법의 순간이 만들어졌다. 뒤쪽에 서서 듣는 인원도 많았는데, 2회 대회 때는 좌석을 더 넉넉하게 준비했는데도 여전히 자리가 부족했다.  ‘연구’ 이야기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자리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컸던 것이 아닐까.


제1회 대회의 종반에는 한 참가자가 갓난아이를 안고 온 배우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평소에 배우자에게 내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쉽게 알려주고 싶었는데, 오늘 그런 기회를 얻어서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고. 내가 ‘내연소’를 기획하며 바랐던, 너무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했던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대회를 준비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바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가 계속 나를 괴롭혔다. 물론 지금도 더 도움 되는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1회 대회 때는 아직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더 불안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소감 한마디가 나에게 엄청난 용기를 주었다. 내가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순간을 선물할 수 있었구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달 말 시작하는 ‘내연소’의 세번째 도전

‘내연소’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다. 감개무량하게도, 이제는 ‘올해 내연소는 언제 하나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학생들이 생겼다. 지금은 11월 말 개최할 제3회 ‘내연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작년의 피드백을 참고하며 열심히 궁리하는 중이다. 특히 3분의 짧은 시간 안에 프레젠테이션 장비도 없이 연구에 대해 소개하는 포맷은 이 대회의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다.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에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자들의 연구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내연소에서는 대회 마지막에 발표자들이 직접 포스터 세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중들은 피자를 먹으며 포스터 앞에서 발표자들의 연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직접 질의응답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짧고 캐주얼한 발표 양식인 ‘라이트닝 토크(Lightning talk)’를 모티브로 ‘1분 내연소’ 코너도 진행해 볼 예정이다.


론 이 새로운 기획들이 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대회에서도 피자와 함께하는 네트워킹 세션을 진행했는데, 같이 온 친구들끼리 피자만 서둘러 먹고 떠나는 시간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2회 때는 청중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스티커에 써서 붙이고 다니면 조금 말을 걸기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부끄러워서인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행사장 전체에 나 하나밖에 없었다. (쓴웃음) 하지만 ‘내연소’라는 행사도, 하기 전에는 어떤 반응이 있을지, 대회 참가는 많이 할지, 청중은 많이 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치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일단 시도해 보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겪어야만 ‘내연소’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2회 때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발표자에게 질문하고, 투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보았는데, 예상외로 참가율이 높고 반응이 좋아, 3회 때도 운영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내연소’가 내 업무로 남아있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연소’는 ‘연구’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장으로, 연구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신나는 활동들을 실험해 보는 곳으로,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으로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내연소’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음에 느꼈던 흥분과 가슴 떨림을 잊지 않고, 어떻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웠던 소중한 것들을 과학소통의 길에서 풀어내 보고자 한다.


[주]


[1] 이 글은 ‘POSTECH’s Post Secret’이라는 페이지에 실렸다. 요즘은 대학마다 하나씩 있는 ‘대나무숲’의 초기 버전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치 라디오 사연을 읽어주는 것처럼 익명의 사연을 투고 받아 소개해주는 페이지였다.

[2] 물론 요즘은 과학교양서가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고, 과학자 중에도 대중강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그동안의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했고, 그 분위기가 전환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미국세포생물학회(ASCB)의 엘리베이터 스피치 대회 소개 페이지: http://www.ascb.org/tag/elevator-speech-contest/

[4] 독일의 사이언스 슬램(Science Slam)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이용해 10분 정도를 발표하고, 심사위원이 따로 없으며, 청중들이 그룹을 이루어 평가한다. 특히 지자체들이 지방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대회를 조직하고 개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지금까지 독일의 40여개 도시에서 개최됨). 다른 모든 문화활동이 그렇듯이 과학소통 관련 행사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모델인 듯 하다. 사이언스 슬램에 직접 참석해 보신 한국개발연구원 김인숙 박사님께서 해주신 많은 이야기는 ‘내연소’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남유선 (Yu Sun Nam), 김인숙 (In Suk Kim). 2016. 시민과 전문가의 학문소통 “독일 Science Slam”. 독일어문학, 72(0): 59-75.

[5] 폴링 월스 랩(Falling Walls Lab) 또한 독일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확산된 대회로, 3분 안에 혁신적 아이디어, 연구 프로젝트 등을 발표하는, 페임랩과 좀 더 유사한 형태이다. 베를린에서 결선을 진행한다. http://www.falling-walls.com/lab

[6]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 역대 대회의 발표 영상은 유튜브에서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로 검색하거나, 다음 플레이 리스트 링크에서 볼 수 있다.

▷2015년 제1회 내연소: https://youtu.be/wWIFJBfP3xw


▷2016년 제2회 내연소: https://youtu.be/oSXLxYVieBo


강지우 포스텍 교직원/연구기획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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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우 포스텍 연구기획팀 교직원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세포동역학 연구로 석사학위. 포스텍 연구기획팀에 재직 중. 과학의 멋짐과 한계를 성찰하며 세상에 전하고 싶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망생
이메일 : feel88fr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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