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의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

병을 치유하는 약물의 모양은 단순하지만 그것을 만들기까지 신약 연구개발 현장에선 분투가 이어집니다. 신약 연구자인 윤태진 님이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신약에 관한 오해와 사실을 최근 연구소식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노안 늦추며 젊게’, 스마트한 치료방법 뭐가 있을까?

[6] 노안의 원인 가설들, 그리고 개발 중인 신통한 점안액들


6_0.JPG » 노안이 찾아온 한 직장인이 안경을 벗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김정효 기자, 김안과병원, 2016)



인차는 있지만 45세 전후의 나이에 찾아온다고 알려진 노안은 근거리에 있는 책이나 문서 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눈이 쉽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증상입니다. 이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거나, 눈을 비비다가, 창밖을 잠시 바라보기도 하다가,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간혹 우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40대에 접어들어야만 주로 느낄 수 있었던 이 노안의 연령층이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점점 더 낮아져서 30대에서도 노안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1]


노안 때문에 책을 읽거나 문서 등을 확인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평소와 다르게 점점 떨어지면 물리적인 불편함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위축감마저 들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이렇게 늙어가는구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몇 가지(흰머리, 탈모, 주름살, 노안 등) 증상 중 하나인 노안. 이 노안은 왜 생기는 것이고, 또 지금보다 쉽고 편하게, 그리고 남들에게 티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6_1.jpg » 그림1.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기들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시기에 살고 있는 요즘, 젊은 나이에도 노안이 찾아오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젊어지는 노안을 치료할 수 있는 스마트한 치료방법을 개발 중일까? 출처/ pixabay.com



눈의 구조와 상맺힘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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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의 구조와 상맺힘의 과정을 천천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림2(a)를 보면 눈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외부에 있는 피사체가 대뇌로 인식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피사체의 빛(자극)이 각막을 통해서 들어오면, 볼록렌즈처럼 생긴 수정체 렌즈에서 빛이 굴절되며,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라는 투명 물질을 통과하여, 망막에 물체의 형상이 맺히게 됩니다. 이 망막에는 시각세포가 있어서 빛을 자극으로 느끼게 되며, 이것은 시신경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대뇌에 전달되어 물체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물체를 볼 때는 수정체(볼록렌즈)가 얇아지면서[그림 2(b)], 먼 곳의 물체를 망막에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며,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볼 때에는 수정체(볼록렌즈)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그림 2(c)] 망막에 정확한 상맺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6_2.jpg » 그림2 . (a) 눈의 구조, (b) 원거리를 볼 때와 (c) 근거리를 볼 때 나타나는 수정체의 변화들. 출처/네이버

[ 눈의 작동. https://youtu.be/LpjbOhtcD0A ]


안은 근거리의 물체를 보기 어려운 상태로(“책을 읽기가 어렵다”),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변형이 쉽게 조절되지 않는 것(또는 그와 유사한 다른 원인의 결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로 그림3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상적인 경우와 달리, 노안에서는 상맺힘이 망막에 정확히 형성되지 않고(그림3), 이 때문에 물체를 또렷이 인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6_3.jpg » 그림3 . 정상적인 눈에서와는 달리 노안(presbyopia)에서는 수정체의 탄성력 저하 (또는 모양체 근육의 유연성 약화)의 결과로 빛의 굴절률이 충분치 못해 피사체가 망막에 정확한 상맺힘을 이루지 못한다. 출처/네이버

[ 노안: https://youtu.be/oLotpC9qmuU ]



노안의 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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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원인을 알아야 그 원인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 약물을 만들 수 있으니, 우선 노안의 원인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눈의 초점을 맞출 때 수정체 렌즈의 두께가 조절되는 방법(accommodation of the eye)이 과연 어떤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들이 있고, 실험결과들에 의해 선호되는 이론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헬름홀츠(Helmholtz) 이론에 대해서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2(a)에서 눈의 구조를 살펴보면, 수정체 렌즈는 ‘모양체’라고 하는 근육과 진대(또는 섬모체띠, zonules)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헬름홀츠 이론에 따르면,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바라볼 때는 근육의 긴장이 없으며. 수정체는 평평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근거리의 물체를 보기 위해서 수정체 렌즈의 변형이 필요할 때에는, 모양체 근육이 수축하고(그림4) 이것이 진대의 장력을 감소시켜 수정체의 곡률 변화와 그 결과로 포커싱 파워(focusing power)를 증가시킵니다.[2] 다른 이론에서는 다른 방식의 가설을 통해서 설명하기도 하지만, 수정체 렌즈의 모양 변화를 위해서 모양체와 진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같기 때문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눈의 초점을 맞추기 위한 수정체 렌즈의 변화가 자유로이 이루어지는지에 관해 정확하고도 최종적인 결론이 있지는 않습니다.


6_4.jpg » 그림4. (a) 수정체의 변화가 없는 상태, (b) 헬름홀츠 이론에 따르는 근거리 시력을 위한 수정체 렌즈의 변화는 모양체의 수축과 진대의 장력 감소(긴장완화)가 필요하다. 오른쪽에는 보다 정확한 구조를 보여줌. 출처/University of Waikato [3]

 
마찬가지로, 노안에서 나타나는 “안구 조절 능력 저하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서 모두 수긍할 정도로 완전하게 이해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가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대략 3가지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수정체 자체의 노화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수정체 피막(수정체를 싸고 있는 껍데기 층)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수정체 피막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이 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들(그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들 중 시스테인(Cysteine) 산화하면서 두 개의 시스테인 사이에 ‘다이설파이드’라는 특정한 원소 공유 결합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이 시간이 흐르면서 지속적 산화작용으로 다이설파이드 결합(disulfide bonds)을 형성하고, 그럼으로써 점점 더 경화되어 유연한 변화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4]


두 번째로는 수정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수정체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수정체의 기원은 외배엽(ectoderm)이기 때문에 평생 동안 성장을 지속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서 수정체의 적도 직경이 연간 약 20 ㎛(마이크로미터) 증가하고 두께도 증가한다고 합니다.[5] 따라서 변형이 생기고, 단단해지겠죠. 한편, 이렇게 증가된 직경의 영향으로 수정체 렌즈와 모양체(ciliary muscle)를 연결하는 진대(또는 섬모체띠, zonules)의 길이가 짧아지는데, 근육이 작용할 수 있는 최대 힘은 길이와 관련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정체의 성장과 이로 인한 진대의 길이 감소는 수정체 렌즈 변형을 위해 전달되는 최대 힘이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됨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는 모양체와 근대의 노화입니다. 즉, 이 근육들에 가해지는 힘이 나이가 들면서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설명과 그림에서 보셨듯이 모양체와 근대에 의해서 수정체 렌즈의 모양에 변화가 생기도록 힘이 가해지므로, 이들이 노화되어 힘이 약해지면 수정체 모양의 변화에 한계가 생기고 따라서 노안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노화 과정에서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모양체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그 형태가 변화하지만, 근육을 수축할 수 있는 능력은 심지어 노안에서도 거의 변화가 없다는 보고들이 있는 걸 보면,[6][7] 모양체는 제외하고 근대만의 노화(변화)가 노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연구들이 더 많이 진행되어야 결론이 날 수 있겠습니다.


편, 최근에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노안의 원인을 추정해보는 가설이 제안되었기에 이 흥미로운 가설[8]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정체는 망막에 빛을 집중시키는 역할만을 하는 비교적 단순한 기관으로 생각되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에서는 수정체의 역동적인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아직 모두가 동의하는 노안의 원인/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2016년 제안된 이 가설[8]에서는 노안의 원인을 ‘아쿠아포린-제로(AQP-0, aquaporin zero)’라는 단백질의 투과성 감소에서 새롭게 찾고 있습니다 (아래 상자글 참조). 이 가설에 따르면, 혈관이 없는 수정체의 내부에 유체의 흐름이 존재하는데, 이 유체는 초점을 맞추기 위한 수정체의 변화 과정에서 수정체로 들어가고, 또 그밖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수정체의 표면에 있는 섬유세포 막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아쿠아포린-제로(AQP-0) 단백질의 투과성을 이용하며, 노안의 경우에는 이 단백질의 투과성에 결함이 생겨 투과율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제안된 노안의 원인들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제안된 이 노안의 원인에 대해서도 역시 다양한 실험을 통해 후속  확인 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상자글]


6_5.jpg » 그림5. 아쿠아포린-제로(AQP-0) 채널의 열고 닫힘이 칼모듈린(칼슘 결합 단백질)에 의해서 조절되며, 이에 따라서 물 분자의 이동이 조절된다.[9]  


많은 조직에서 발견되는 아쿠아포린(Aquaporin) 단백질들(AQP-0 ~ AQP-4)은 세포 사이에서 수로(물이 흘러가는 길)를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에 대해서 2003년 노벨화학상이 수여되었다[9]). 한편, 아쿠아포린-제로(AQP-0)는 포유류 수정체에서만 발견됩니다. 눈 뒤쪽의 망막에 빛을 집중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이 수정체는 주로 물과 크리스탈린(crystallin)이라는 단백질을 지닌, 렌즈 섬유(lens fibers)라는 독특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섬유와 크리스탈린 단백질의 촘촘한 구조 때문에 빛이 렌즈를 통과 할 수 있는 균일한 매질이 유리처럼 생깁니다.

AQP-0 채널은 렌즈의 투명도를 유지하고 렌즈 섬유의 수분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므로 채널을 통해 흐르는 물의 분자 세부 사항을 이해하면 백내장(렌즈가 불투명해지는 질병)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노안의 원인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습니다. AQP-0 채널의 폐쇄는 칼모둘린 (calmodulin)이라고 불리는 칼슘에 민감한 단백질에 의해 조절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분명하지 않았는데, 2013년 발표된 <네이쳐 구조, 분자 생물학(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10] 칼모둘린이 본질적으로 열린 채널을 파악하고 닫히도록 한다고 합니다.



루테인은 노안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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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건강을 위해서 소비되는 많은 보조 물질들 중 루테인이 노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여 섭취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과연 루테인이 노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걸까요?


테인은 눈의 수정체 렌즈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 모두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황색색소 호르몬입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테인 보충제를 복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루테인의 양을 늘리는 것에 의해서 시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11] 또한, 루테인 보충제를 사용하면 렌즈 노화가 느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있습니다.[12]


하지만, 루테인 보충제가 노안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제가 조사한 범위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루테인을 섭취하는 것으로 렌즈 노화 자체를 늦추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안의 개선과 루테인의 섭취 간의 상관관계가 확인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결과들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노안 자체의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되는 것이 바로 수정체 렌즈의 노화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믿는 분들에게는 루테인이 노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또 다른 궁금증도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루테인을 섭취하는 것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섭취하면 될까요?


루테인과 관련된 그동안의 연구 대부분은 이미 나이든 고령자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20~40대의 경우에 루테인이 (노안에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결과 보고는 없더라도) 시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일리노이의 연구자들은 25–45세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젊은 나이의 경우 루테인 수준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 사이에 어떤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였는데[13], 깜박이는 빛에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실험 참가자들 눈 안의 루테인을 측정하였고, 그 이후 두피의 전극을 사용하여 뇌의 신경 활동을 측정하고 주의력을 측정하였습니다. 신경전기적 특징(neuro-electrical signature)들을 살펴보면 높은 수준의 루테인 함량을 지닌,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참가자의 경우, 낮은 수준의 루테인을 가진 참가자들보다 젊게 반응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두 전형적인 눈의 노화를 경험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과정이 일반의 예상보다 빨리 시작될 수도 있고, 30대 사이에도 눈의 노화에서 개인간 차이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연구결과를 보면, 아무래도 이런 과정에서 눈 보호의 역할을 하는 루테인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눈의 노화를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테인은 몸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영양소로 외부에서 섭취해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루테인 보충제를 섭취하거나 깻잎, 캐일, 고구마, 시금치처럼 루테인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고 알려진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또한 비슷한 이유로 항산화물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젊은 나이에도 필요합니다.



물고기와 곤충의 눈에서 영감을 받은 미래의 콘택트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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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수정체가 딱딱해져 가까이 있는 물체를 집중해 보기 어려운 노안의 증상은 전세계에서 10억 명 넘는 사람들이 겪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적절한 교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교정은 돋보기 또는 다초점 안경입니다, 기존의 (다초점)콘택트 렌즈나 수술은 약간의 개선 효과를 주지만 부작용으로(정도 차이는 있지만) 야간 시력 장애나 대비(contrast) 및 감도(sensitivity) 상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상과학 영화를 상상해보세요. 만약 0.01 초 내에 자동 초점을 맞추는 콘택트 렌즈가 있어서 노안을 해결해준다면 노안 환자의 삶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까요? 젊은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각막과 렌즈 간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조정이 가능하도록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디자인한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렌즈의 설계, 알고리즘 주도형 센서, 렌즈 모양을 조정하는 소형 전자회로와 전원 공급 장치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제품의 소재가 모두의 눈에 맞도록 부드럽고 유연해야 하겠죠. 또한, 이 렌즈에서 센서는 극히 작아야 하며, 낮은 조도(적은 빛의 세기)에서도 이미지를 확인해야 하므로, 빛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야 할 것입니다.

2016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논문[14]을 살펴보면, 위스콘신대학 연구자들은 코끼리코 물고기(elephantnose fish)의 망막에서 영감을 얻어 수천 개의 아주 작은 집광기가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이 물고기의 망막은 반사판이 있는 깊은 컵 모양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물고기는 이 구조를 통하여 빛을 모으고 식별 가능한 특정 파장의 빛을 증폭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를 모방해서 만든 장치는 연구를 위해 설계된 기계식 눈으로서, 캡쳐한 이미지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6_6.jpg » 그림6. 콘택트렌즈용 부품 (센서, 태양전지, 전자장치)들은 유연한 소재의 가장자리에 심어지게 된다. 출처/위스콘신대학, Dr. Hongrui Jiang

 
은 연구자들은 곤충의 복합적인 눈에서 영감을 얻은 또 다른 유형의 렌즈도 개발했습니다. 곤충의 눈은 장면의 특정 부분을 각각 다른 방향에서 캡처하는 수천 개의 개별 마이크로 렌즈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구자들은 인공 마이크로 렌즈의 유연한 배열을 개발하여, 더 좋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마이크로 렌즈 배열의 유연성은 미래의 콘택트 렌즈뿐만 아니라 복강경 수술에서도 활용될 수 있으며, 그 결과 환자의 몸 안을 360도의 고해상도 화질로 볼 수 있게 만들거나, 가로등 기둥에 장착하면 모든 방향에서 주변 교차로를 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임상에서 위의 기술들이 검증되기까지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최종으로 사용이 가능해지는 시기의 가격은 기존의 콘택트 렌즈보다 비싸지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습니다.[15]



간편하게 안약으로 노안 치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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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가까운 미래에 지금처럼 콘택트 렌즈를 사용하는 방법보다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노안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연구 현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노화방지 점안액

수정체 렌즈의 유연성을 회복하고 눈의 노화로 인한 영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앙코르 비젼(Encore Vision)”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하던 점안액의 기술이 노바티스(Novartis AG)에 인수되었습니다.[17] 노안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유망한 신약 중 하나인 EV06는 리포익산 콜린에스터르(Lipoic Acid Choline Ester) 1.5%로 구성된 프로드럭(prodrug)으로, 프로드럭은 그 자체는 효력이 없지만, 체내에 흡수된 이후에 대사에 의해 활성을 띠어 약효를 내는 약물입니다.[18] 이 물질은 각막을 관통한 이후에 리포익산(Lipoic acid)과 콜린(Choline)으로 분해되며, 활성 성분인 리포익산은 환원제로서 수정체 렌즈의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을 환원시켜(분해하여) 유연성을 향상시키게 됩니다.


임상 1, 2상 결과를 살펴보면, 90일 간 지속적으로 투여된 실험에서 위약 투여군과 대비하여 이 약물은 렌즈 경화를 중단시키거나 역전시킬 수 있으며, 렌즈가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변형하는 능력을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18] 점안액 사용 이후 8일째부터 90일째까지 측정한 결과, 근거리 시력이 위약 대비 모든 측정 시점에서 향상되었으며, 특히 90일째에는 실험 참가자 82%의 근거리 시력이 큰 문제 없는 수준[19]으로 향상되었다고 합니다.[20] 이 회사는 장기적인 안전성과 치료 기간을 평가하기 위해 2018년에 중요한 3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합니다.[18]


6_7.jpg » 그림7. 안약을 넣는 것처럼 편하게 노안을 치료할 수는 없을까? (출처/[16])


라이프 스타일 점안액

많은 분들은 눈을 찡그리면 더 잘 보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눈을 찡그리는 행위는 빛이 눈으로 들어오는 구멍을 좁게 만드는 방법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상들의 일부를 제거해 버리는 핀홀 효과(Pinhole effect)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밀레니얼아이(Millennialeye)라는 회사는 바로 이 핀홀 효과를 이용하여 노안 치료 효과가 5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도록 고안된 점안액을 연구 중에 있으며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점안액(PRX-100)은 아세클리딘(aceclidine)과 트로피카마이드(tropicamide)를 혼합하여 강력한 핀홀 효과(Super Pinhole effect)를 만들고, 부작용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고안된 점안액입니다.[18] 아세클리딘(Aceclidine)은 핀홀 효과(동공 지름 1.9mm에서 1.5 mm 사이)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18], 이것만으로는 눈의 경련과 원거리 시야 흐림을 포함하는 강력한 시력 조정의 효과(부작용)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트로피카마이드(Tropicamide)를 첨가하여, 이러한 현상들을 완화시키도록 두 약물의 적당한 비율을 사용하며, 이 물질들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근거리 및 원거리 시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제품은 노안을 영구히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 중인 제품이 아니며 (즉,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대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님), 현재의 치료 옵션을 보완하여 "라이프 스타일 향상"에 초점을 맞춘 개발품입니다. 예들 들어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과정에 점안액을 넣으면, 30분이 지난 이후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그 효과는 반나절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서류나 모니터를 볼 동안 아무런 불편 없이 업무 수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결과들이 좋다면 몇 년 안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치료제들 이외에도 몇몇 점안액들[21][22]이 현재 비슷한 목적들을 가지고 현재 연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안의 불편함을 생각한다면 스마트폰을 잠시나마 손에서 멀리하고, 가끔은 눈의 피로 회복을 위해서 먼 곳을 응시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눈을 위한 가벼운 마사지와 함께 루테인이나 항산화물질이 많은 식품들을 섭취하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이미 발생한 노안 때문에 우울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스마트 안경이나 스마트 콘텍트렌즈 또는 노안을 일시적이나 혹은 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점안액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편리하게 노안을 해결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입니다.


[참고문헌]


[1] http://www.fnnews.com/news/201710192017243844

[2] http://eyewiki.aao.org/Presbyopia

[3] http://cataractcourse.com/lens-anatomy-and-development/lens-anatomy/

[4] 문헌에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점안액 치료제로 개발 중인 EV06의 원리를 생각하면 추정이 가능하다.

[5] https://emedicine.medscape.com/article/1219573-overview#a4

[6] Optom Vis Sci. 2000 Apr;77(4):204-10.

[7] Invest Ophthalmol Vis Sci. 2011 Mar 28;52(3):1809-16.

[8] Med Hypotheses. 2016 Jan;86:132-4.

[9] https://www.nobelprize.org/nobel_prizes/chemistry/laureates/2003/press.html

[10] Nat Struct Mol Biol. 2013 Sep;20(9):1085-92.

[11] Nutrition. 2003 Jan;19(1):21-4.

[12] Arch Ophthalmol. 2002 Dec;120(12):1732-7.

[13] Front Aging Neurosci. 2017 Jun 9;9:183.

[14] Proc Natl Acad Sci  USA. 2016 Apr 12;113(15):3982-5.

[15]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3/160314161259.htm

[16] https://vimeo.com/92481831

[17] https://www.aao.org/headline/novartis-to-buy-topical-presbyopia-treatment

[18] https://www.reviewofoptometry.com/article/ro0617-can-an-eye-drop-eliminate-presbyopia

[19] Optom Vis Sci. 2011 Jul;88(7):795-7.

[20] http://prn.to/2z1u8VD

[21] Ophthalmol Ther. 2016 Jun;5(1):63-73.

[22] Eye Vis (Lond). 2016 Dec 5;3:31. eCollection 2016.


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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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 결과들이 우리가 속한 사회와 인류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는 신약 연구자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박사)와 스탠포드 의대(박사후과정)에서 연구했으며 귀국하여 연세대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유한양행에서 신약 개발 중이다.
이메일 : tjyoon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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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노화의 도우미 물질들...저칼로리 식이법의 가능성항노화의 도우미 물질들...저칼로리 식이법의 가능성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10. 11

    [5] 노화 관련 약물과 식이요법, 그리고 인공지능 신약연구 이번 글은 “노화” 연재의 마지막 글로서 노화와 관련된 약물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연구, 그리고 저칼로리 식이요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

  • 세포 너머 더욱 복잡해지는 노화 원인 연결망세포 너머 더욱 복잡해지는 노화 원인 연결망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09. 25

    [4] 노화를 설명하는 다양한 측면의 원인들우리는 앞 글에서 노화 또는 세포 손상의 네 가지 원인으로 디엔에이(DNA)와 단백질에서 일어나는 세포 안 분자들의 이상 현상을 살펴보았습니다. 당연히 세포는 이런 이상 현상을 정상화하려는 상보적인...

  •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 그 원인들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 그 원인들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09. 20

    [3] 세포 노화의 여러 원인들 인간을 대상으로 노화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간 노화 연구는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올해 6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는 인종과 지역이 다른...

  • ‘노화의 역전’에 도전하는 최근 연구들‘노화의 역전’에 도전하는 최근 연구들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06. 02

    [2] 노화 연구의 다양한 접근 신약 개발의 최근 흐름을 전하는 연재의 두 번째 글로, 이번에는 노화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모두 2부작으로 쓸 예정인데 오늘 첫 번째 글의 주제는“노화 연구의 다양성”입니다. 최근 두 달 동안(2017년 3-...

  • 질병단백질 ‘죽음의 입맞춤’ 이끄는 연결 소분자질병단백질 ‘죽음의 입맞춤’ 이끄는 연결 소분자

    신약 연구 현장에서 본, 역동하는 신약 트렌드윤태진 | 2017. 04. 12

    [1] 소분자 신약 '프로탁(PROTACs)' 장면#1.민소희. 텔레비전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느 순간 얼굴에 점 하나를 찍는 것만으로 새로운 인물이 되어 등장한다.장면#2:영화 <페이스오프(Face/Off)>에서 주인공은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