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

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


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broadInstitute.jpg » 출처 / 미국 브로드연구소, Broad Communications, Susanna M. Hamilton



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절단하지 않으면서 DNA나 아르엔에이(RNA)에 있는 염기 하나만을 수정하는 단일염기 편집(base editing) 기법이 한 단계 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브로드연구소에 속한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리우 교수와 매사추세츠공대의 펑 장 교수 연구진은 각각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10월26일 나란히 발표했다. 디엔에이 절단 없이 단일염기를 수정하는 기법은 염기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생기는 수많은 유전학적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미래 유전자 치료술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련뉴스: <네이처>, <사이언스>, <사이언스온>]


먼저, 지난해 단일염기 편집 기법을 처음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던 리우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는 지난해에 다 구현하지 못했던 또다른 후속 기법을 개발해 10월26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에 제시된 기법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에서 구아닌(G) 염기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아데닌(A) 염기가 잘못 들어간 일종의 ‘단일염기 돌연변이(“점 돌연변이”, point mutation)’가 있을 때 점 돌연변이인 염기 구아닌(G) 하나를 아데닌(A)으로 바꾸는 기법이다. 지난해에는 자연에서 찾은 효소를 이용해 점 돌연변이로 잘못 끼어든 염기 시토신(C)을 티민(T)으로 바꾸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에 구아닌(G) 염기를 아데닌(A) 염기로 바꾸는 기법이 마련됨으로써 점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염기편집의 활용 범위가 크게 확장하게 됐다.

[참조: 브로드연구소 보도자료]


흔히 볼 수 있는 디엔에이 구조의 모형 그림을 보면, 두 가닥의 디엔에이는 각 가닥에 사다리발판처럼 시토신(C)-구아닌(G) 염기가 쌍을 이루고, 티민(T)-아데닌(A) 염기가 쌍을 이루어 이중나선 사다리 모양의 결합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한쪽 가닥에 시토신이 있으면 다른 가닥의 짝에는 구아닌이 있는 식이다. 만일 이런 염기서열에서 티민-아데닌 염기쌍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시토신-구아닌 염기쌍이 잘못 들어간 경우에 해당 유전자는 제기능을 다 하지 못할 수 있다. 많은 수의 유전 질환은 이처럼 단일염기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


리우 교수 연구진이 지난해 개발한 기법은 잘못 들어간 시토신-구아닌 염기쌍을 티민-아데닌 염기쌍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기본 원리는 특정한 효소를 넣어 시토신의 화학적 성질을 바꾸어 우라실(U, 세포는 티민[T]으로 인식) 염기로 바꾸어주면, 세포가 디엔에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할 때 세포는 수정된 우라실(티민)에 맞추어 본래 있던 짝인 구아닌을 티민의 짝인 아데닌 염기로 바꾼다. 결국에 시토신-구아닌 쌍이 티민-아데닌 쌍으로 수정된다는 것이다. 염기편집 기법에는 변형된 유전자 가위 분자(가이드RNA와 카스9 복합체)가 사용된다. 표적 지점을 찾아가는 가이드RNA는 그대로 사용하되 절단 효소인 카스9의 절단 기능은 불능화하고, 여기에다 추가로 시토신의 화학적 구조를 바꾸는 효소가 함께 사용됐다.


[리우 연구진의 단일염기편집 분자 구성]

표적 지점 찾아가는 가이드RNA + 절단기능 없앤 카스9 + 시토신/아데닌을 티민/구아닌으로 바꾸는 효소


염기편집 분자의 작동 예

① 염기편집 분자 복합체가 돌연변이 아데닌(A) 염기가 있는 표적 지점을 찾아가서 결합한다

②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지 않은 채, 결합된 이중나선 가닥을 푼다.

③ 아데닌의 화학 구성을 바꾸어 아데닌을 이노신(사실상 구아닌)으로 변환한다

④ 세포가 디엔에이 복구 시스템을 가동한다

⑤ 디엔에이 복구 시스템이 수정해 생긴 구아닌에 맞추어 원래 있는 짝인 티민을 시토신으로 바꾼다.

⑥ 이로써 아데닌-티민 염기쌍이 구아닌-시토신 염기쌍으로 바뀐다.


 BaseEditing_IBS.jpg

크리스포 유전자 가위(위)와 염기편집의 작동 원리 비교. 가이드RNA(guide RNA)와 카스9(Cas9)의 복합체로서 현재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위)와 달리 염기편집 유전자 가위(아래)는 기존의 유전자 가위 분자에 '시토신 탈아미노' 효소를 더 붙여 DNA 서열 중 표적이 되는 지점의 시토신(C)만 찾아 그것을 티민(T)으로 교체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서는 가이드RNA가 표적 DNA 지점에 달라붙고 절단효소 카스9이 DNA 두 가닥을 절단함으로써 유전자 편집 작업을 시작한다. 염기편집 유전자가위에서는 가이드RNA가 표적 DNA 지점에 결합하고 한 가닥만 자르도록 변형된 카스9(nCas9)이 DNA의 한 가닥만 자르고 나면, 그 사이에 탈아미노 효소가 표적 DNA 지점에서 시토신(C)만을 찾아 탈아미노화 함으로써 티민(T)으로 바꾼다. [김상규 박사의 설명 참조]


이번 연구성과에서는 리우 교수 연구진이 시토신 대신에 아데닌의 화학 성질을 이노신(I, 세포는 구아닌으로 인식)으로 바꿔주는 인공 효소를 오랜 노력 끝에 발굴함으로써 아데닌-티민 염기쌍을 구아닌-시토신 염기쌍으로 바꿀 수 있었다. 리우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논문의 초록에 “A-T 염기쌍 표적을 G-C 염기쌍으로 변환하는 아데닌 염기편집(ABE) 기법을 인간세포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추세츠공대의 펑 장 교수 연구진도 아데닌 염기를 이노신(세포는 구아닌으로 인식)으로 수정하는 기법을 개발했는데, 이들은 단일염기 수정이 DNA가 아니라 RNA 단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다른 전략의 기술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카스9 대신에 RNA를 표적으로 삼는 자연 효소인 카스13이 사용됐다.

[참조: 브로드연구소 보도자료]


DNA에 있는 염기를 수정하는 경우에는 유전자 정보 자체가 바뀌지만, DNA의 정보를 읽어들여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 과정에 존재하는 RNA의 단일염기를 수정하는 경우에는 단일염기를 수정하는 분자의 작용이 일시적이어서, 그 작용을 지속하려면 일정 시간마다 약을 복용하듯이 염기편집 분자들을 반복해 넣어주어야 한다. DNA 자체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RNA 단일염기 편집 기법은 DNA 수정 기법에 비해 ‘안전성’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일염기 편집이 DNA 두 가닥을 절단하지 않으면서 점 돌연변이만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효율과 정확도를 보여주지만, 이른바 표적 이탈(off-target) 효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표적 지점 외에 다른 지점들의 염기에 변형을 일으키는 표적 이탈 효과가 기존 유전자 가위 기법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들었으나, 디엔에이 자체를 교정하는 인간 치료에 쓰기에는 여전히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일염기 편집 기법이 미래의 인간 유전자 치료술로서 그 잠재력을 더욱 크게 보여주고 있으나 실제 치료에 사용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후속 연구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펑 장과 리우 교수는 단일염기 교정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며 이런 치료술이 기존 유전자 치료술에 비해 더 나은 것인지가 분명해지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사이언스>는 뉴스 보도에서 전했다. 리우 교수는 “염기편집이 인간 유전자 치료를 시행하는 데 더 나은 방법이 되리라고 지금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과학의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부정확하다”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과학기술이 경제발전 도구일 뿐?’ 헌법 조문 개정 목소리‘과학기술이 경제발전 도구일 뿐?’ 헌법 조문 개정 목소리

    뉴스오철우 | 2017. 10. 26

    브릭(BRIC) 설문에 2280명 응답…“조문 개정 필요” 의견 많아ESC 단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에 관련 조문 개정 의견 전달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를 보여주는 관련 조문이 담겨 있다. ‘경제’를 다루는 제9장의 제127조에...

  • “입속 미생물이 장내 염증질환 일으킬수도”“입속 미생물이 장내 염증질환 일으킬수도”

    뉴스오철우 | 2017. 10. 25

    장내 미생물군 균형 깨진 틈타, 장내에 머물며 증식면역반응 유발 염증 초래..항생제 강한 내성도 지녀장질환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장 관리와 더불어 양치질에도 좀 더 신경쓰는 게 좋을 듯하다. 입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장질환을 일으키는 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