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쉴 때 곰팡이 포자 들어와도…“면역세포가 사멸유도”
백혈구의 산화효소가 곰팡이 세포사멸 프로그램 촉발
» 흙속에 흔히 존재하는 곰팡이,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 출처/ Wikimedia Commons
우리가 숨 쉴 때 공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포자도 함께 폐로 빨려 들어온다. 건강한 몸의 면역체계는 곰팡이 포자의 감염을 어떻게 막아낼까?
폐에 들어온 곰팡이 포자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고 먹어치우는 폐 면역세포의 작용 과정이 최근 쥐 실험에서 새롭게 밝혀졌다.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등 소속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흙속에 흔히 존재하는 곰팡이 종(Aspergillus fumigatus)의 포자가 폐에 들어오면 폐에 있는 면역계 세포인 백혈구가 포자를 에워싸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하고서 먹어치움으로써 몸을 방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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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라는 포식세포는 특정 효소를 분비해 곰팡이 포자가 자신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이 가동하도록 하여 포자가 스스로 파괴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침입한 외부 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가 늘 숨을 들이쉴 때 일부의 곰팡이 포자가 폐 조직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도 숙주의 폐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면역계 세포가 몸에 침입한 외부 세포의 자가사멸 프로그램을 일으켜 방어한다는 점은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는 전했다. 세포의 기능이 망가질 때 세포가 스스로 죽음으로 나아가는 ‘세포사멸 프로그램’은 자연의 세포 생애주기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동안엔 주로 세균이 숙주 몸에 침입해 숙주 세포가 세포사멸 프로그램에 빠지도록 하여 질병을 일으킨다는 측면에서 연구됐는데, 이번 연구에선 숙주의 면역계가 외부 세포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을 촉발해 대응함을 보여주는 반대 사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이언스뉴스>의 보도에서 “이번 연구는 세균이 숙주 몸 안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숙주 몸의 세포도 특정 세균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을 이용해 세균이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세포사멸 프로그램의 가동을 억제하는 곰팡이의 유전자(AfBIR1)를 찾아냈으며, 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특정 약물(‘S12’)을 실험쥐에 투여하자 쥐의 면역계가 곰팡이 포자에 저항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높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쥐의 백혈구 세포에서 분비되는 산화효소(‘NADPH’ oxidase)가 곰팡이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며, 이런 산화효소가 결핍된 쥐에서는 곰팡이 포자의 감염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연구결과는 숙주의 폐에 있는 면역계 세포에 의해 곰팡이 포자의 세포사멸 프로그램이 촉발됨을 보여준다.
논문을 실은 <사이언스> 쪽은 “이런 연구결과는 침입한 곰팡이의 폐 감염 때문에 위협받는 면역저하 환자들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곰팡이 포자를 들이마신다. 왜 우리는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Aspergillus fumigatus)처럼 어디나 있는 곰팡이의 침습적인 감염 고통을 겪지 않는 걸까? 슐레징거 등(Shlezinger et al.) 연구진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세포가 폐 깊숙한 곳에서 발아하는 곰팡이 포자를 먹어치운다는 것을 발견했다. 면역세포가 일단 곰팡이 포자를 에워싸면, 곰팡이 세포는 식세포 NADPH 산화효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세포사멸 프로그램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세포사멸 억제 유전자인] 서바이빈(survivin)과 동형인 곰팡이 유전자를 과발현시킨 곰팡이 균주는 카스파제 3과 7을 억제함으로써 세포사멸을 견뎌냈다. ‘서바이빈(Survivin)’이라는 길항물질을 적용했을 때에는 더 많은 곰팡이 세포가 사멸했다. 이런 연구결과는 침습적인 곰팡이의 폐 감염에 의해 위협받는 면역저하 환자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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