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수록 참기 어려운 ‘하품의 전염’…왜?

‘남의 하품 보며 나도 모르게 하품 따라하기’ 메아리현상

참을수록 하품의 방식이 달라지긴 해도 하품충동은 커져

뇌의 1차운동피질 차이에서 전염성 하품 기질 차이 설명


00yawning2.jpg » 하품. 한겨레 자료사진


른하거나 무료한 이 시간에…. 마침 옆사람이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니, 곧이어 나도 모르게 하품을 따라하곤 한다. 이렇게 하품은 전염되곤 한다.


남의 하품을 볼 때 터져 나오는 전염성 하품에는 개인 기질 차이가 있으며 일부러 참으려 할수록 오히려 하품 충동을 더욱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색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대학교의 생리·의학 연구진은 생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보고한 ‘전염성 하품의 신경학적 기초’ 제목의 논문에서 성인 36명의 하품 행동을 관찰하고 이들의 개인 뇌를 측정해 이런 결론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설명을 들어보면, 남의 하품 행동을 저도 모르게 따라하는 ‘전염성 하품’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이른바 ’메아리현상(echophenomena)’의 일종으로, 사람은 물론이고 일부 동물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자동 행동이다. 그러나 전염성 하품과 같은 메아리현상을 설명하는 신경학적인 기초 지식은 자세히 갖춰지지 못했다고 한다.


00yawning3.jpg » 하품. 한겨레 자료사진 연구진은 전염성 하품을 하는 행동 기질(propensity)이 뇌 운동 피질 흥분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서 이를 검증하는 실험연구를 벌였다. 실험참가자인 성인 36명에게 각각 격리된 공간에서 하품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고서 ‘하품을 참으라’고 일러주거나 또는 하고 싶은 대로 하품을 하도록 했다. 실험은 반대의 상황에서도 진행됐다. 또한 연구진은 경두개 자기자극술(TMS)이라는 뇌 기능 측정 방법을 이용해서, 실험참가자 좌뇌의 운동 피질에서 운동 흥분과 생리적 억제가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롭게도 우리가 겪곤 하는 하품의 상식을 확인해주었다. 하품을 참으려 할수록 하품 충동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하품을 참으려 할 때 입 벌려 맘껏 하는 하품은 줄어들고 애써 참으며 하는 하품은 늘어났더라도 하품 행동의 개인 기질에는 별 변화가 없었으며 하품의 충동은 증대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하품을 견디라는 지시가 하품 충동을 높이고, 예컨대 맘껏 입 벌려 하품 하기나 참으려 애쓰면서 하품 하기처럼 하품 방식에는 변화가 생길지라도 전염성 하품의 개인 기질을 바꾸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경두개 자기자극술(TMS)을 이용해 실험참가자의 뇌 피질 부위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뇌의 일차 운동 피질에서 일어나는 운동 피질 흥분과 생리적 억제라는 두 가지 인자에 의해서 하품의 기질이 결정되며, 두 인자의 개인 차이 때문에 전염성 하품 기질의 개인차도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리 데이터는 전염성 하품의 기질에 나타나는 개인 차이가 일차 운동 피질(primary motor cortex)에서 일어나는 피질 흥분과 생리적 억제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노팅엄대학 보도자료에서 전염성 하품의 신경학적 기초에 대한 이번 연구가 메아리현상을 보이는 뇌전증, 치매, 투렛증후군(틱장애) 같은 질환 또는 증상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00yawning4.jpg » 하품. 출처/ Wikimedia Commons


  논문 초록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걸 볼 때 하품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그런 전염성 하품(contagious yawning)은 이른바 메아리현상(echophenomena)의 일반적 형태이다. 메아리현상이란, 자동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거나(echolalia), 행동을 따라하는(echopraxia) 것을 말한다. 이런 메아리현상의 신경학적 기초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간의 거울-신경 시스템의 억제, 그리고 운동 피질 영역의 과도한 흥분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 제안되어 왔다. 우리 연구진은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 transranial magnetic stimulation)을 사용하여 전염성 하품의 신경학적 기초를 연구했다. 우리는 성인 36명이 격리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하품 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각자 보면서 하품을 견디거나 또는 스스로 하품을 하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은 모두 비디오로 기록되었으며 그들의 하품 하기 또는 하품 참기 횟수도 기록됐다. 우리는 TMS를 이용해 각 참가자들의 운동 피질 흥분과 생리적 억제(physiological inhibition)를 정량적으로 측정했으며, 이후에 이런 측정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전염성 하품의 기질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는 하품을 참으라는 지시가 하품 충동을 증대시키고, 하품을 하는 방식을 바꿀지언정(예컨대, 맘껏 입 벌려 하품 하기, 참으려 애쓰면서 하품 하기) 전염성 하품의 개인 기질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피질 흥분과 생리학적 억제에 대한 TMS 측정치는 전염성 하품의 중요한 예측 인자였으며, 전염성 하품에 나타나는 차이(variability)의 대략 50퍼센트를 설명해주었다. 이 데이터는 전염성 하품의 기질에 나타나는 개인 차이가 일차 운동 피질(primary motor cortex)에서 일어나는 피질 흥분과 생리적 억제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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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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