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개미지옥 못 빠져나오는 이유는?’ -물리실험의 설명

“모래 경사면 변형과 마찰계수의 영향” 물리학술지에 발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무게일때 빠져나오기 힘들어


00antliontrap.jpg » 개미지옥 구덩이. 출처/ Wikimedia Commons


00antlion.jpg » 명주잠자리의 애벌레 '개미귀신'. 출처/ Wikimedia Commons ‘개미귀신’으로 불리는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모래에다 쉽게 쏟아져 내리는 미끄러운 구멍을 파놓고서 곤충 먹잇감을 기다린다. 아래 동영상(<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선 ‘개미지옥’으로 불리는 이 함정에 빠진 개미가 기어 나오려고 애를 쓰지만 모래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끝내 개미는 개미귀신의 먹이가 된다.


개미들이 개미지옥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물리학 실험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 유투브 https://youtu.be/CWkfAyfBDHE ]


프랑스 제1 렌대학교( University of Rennes 1)의 물리학 연구진은 저명한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의 최근호에 낸 논문에서 개미가 개미지옥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개미의 몸무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겁거나 가볍다면 개미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개미의 몸무게가 곧 쏟아져 내릴 듯한 각도의 모래 경사 표면에 사태를 촉발하는 변형을 일으킬 정도가 되고, 또한 이때에 압력과 마찰이 둘 다 고려할 때 최소가 되기 때문에 모래와 개미가 함께 미끄러져 내리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연구진이 개미지옥 모형을 이용해 고체 마찰계수 연구에 나서게 된 이유를 밝히는 논문의 도입 대목이다.


“모래 경사면은 미끄러워 물체나 동물이 쉽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런 미끄러짐을 보여주는 뚜렷한 예시가 개미지옥 함정에 갇힌 먹잇감들이다.  개미귀신 애벌레는 쉽게 모래가 쏟아져 내릴 만한 각도로 모래를 파고들어가 뒤집힌 원뿔 모양의 모래 함정을 만든다. 뒤집힌 원뿔에 빠진 개미들은 바닥에 있는 포식자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하지만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모래가 쉽게 쏟아져 내릴 수 있는 각도(사태 각도, avalanche angle)라 해도, 사람이나 개똥벌레처럼 개미보다 무거운 존재들에게는 그런 모래 언덕을 오르는 일이 가능하다. 개미지옥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곤충의 능력은 그 곤충의 몸무게에 달려 있음이 알려져 있다.


00ant_antlion3.jpg » 프랑스의 해안 모래언덕 ‘뒨 뒤 필라(Dune du Pilat)’를 오르는 사람들(왼쪽)과 모래지옥 함정을 빠져나오는 개똥벌레. 두 사진에서 경사면 각도는 사태를 일으킬 만한 각도(사태 각도)에 가깝지만 사람과 개똥벌레는 몸무게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모래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출처/ Jerome Crassous et al., Physical Review Letters, 2017, doi.org/10.1103/PhysRevLett.119.058003


 좀 더 일반화한다면, 모래 물질에 대한 고체 마찰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동물의 이동, 토목 공학, 기계 장치와 토양 간의 상호작용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할 수 있다. 수평면의 모래 표면에서 접선 방향의 힘은 수직력에 비례한다. 즉 아몽통(Amontons)의 마찰 법칙이 마찰력을 대체로 설명해준다. 우리가 아는 한, 알갱이들의 경사 표면에서 일어나는 마찰 법칙은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나 물체나 동물에 가해지는 마찰력이 아몽통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는 알갱이들의 경사 표면에서 물체의 무게를 함수로 하여 나타나는 미끄러짐에 대한 저항을 연구하고자 한다.”


연구진은 개미지옥을 흉내 내어 아주 작디작은 유리 알갱이들로 이뤄진 원뿔형 구덩이를 만들고서 그 경사면에다 무게가 서로 다른 밀리미터 크기의 금속원반 물체들을 떨어뜨려 미끄러짐 현상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즉 경사면의 마찰이 물체의 압력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측정했다. 이때 경사면은 알갱이들이 쉽게 쏟아져 내릴 수 있는 문턱값(임계치)에 가까운 각도를 유지하게 했다. 무언가 약간의 변형이 가해지면 곧 알갱이들이 미끄러져 내리는 사태가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모형 장치에서 무거운 물체는 경사 표면에 움푹 팬 자국을 만듦으로써 물체가 그 자리에 머물러 안정화 할 수 있었으며, 가벼운 물체는 경사 표면에 변형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중간 정도의 무게를 지닌 물체를 떨어뜨리자 경사 표면에서는 알갱이들이 쏟아져 내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 논문을 소개한 <피직스> 사이트의 해설을 보면, 연구진은 이렇게 떨어뜨린 물체의 압력과 마찰을 측정함으로서 중간 무게일 때 압력과 마찰이 둘 다 최소가 됨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모래 경사면에서 어떤 물체가 경사 표면을 살짝 변형할 때 미끄러짐이 시작되며, 물체가 경사 표면에다 자신이 멈춰 설 정도의 자국을 스스로 만들 만큼 무거울 때엔 미끄러짐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결론은 당연한 상식처럼 보이지만 물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물리계산식을 개선해 모래 언덕 같은 알갱이 경사 표면에서 일어나는 마찰 현상을 정확히 계산하고 예측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모래 경사면에서 장치나 동물을 이동시킬 때 그 질량(무게)의 함수로 이 연구결과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논문 초록 

우리 연구진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문턱값(avalanche threshold, 역치)에 가까운 경사진 모래알갱이 표면에서 어떤 물체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조사했다. 우리 실험은 안정성이 표면 변형에 의해 일어남을 보여준다. 무거운 물체는 표면에 발자국 같은 변형을 일으킴으로써 경사면 위에 대상물을 안정시킨다. 가벼운 물체는 모래 표면을 흐트러뜨리지 않음으로써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중간치의 무게를 지닌 물체의 경우에는, 표면이 변형돼 물체는 미끄러진다. 고체 마찰계수(solid friction coefficient)는 마찰의 물리법칙인 아몽통-쿨롱(Amontons-Coulomb)의 법칙을 따르지는 않지만, 특정 압력에서는 최소한으로 나타난다. 이런 연구결과는 모래 경사면에서 장치나 동물을 이동시킬 때 그 질량의 함수로써 응용할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제안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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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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