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동물 없는 실험실’…세상은 변하고 있다

animaltest.jpg 동물대체시험: 과학과 나란히 걷는 윤리

국제 동물보호 단체에서 활동하는 서보라미 님이 과학과 윤리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동물실험 대안에 관해 국내외에 나타나는 최근 쟁점과 논의, 그리고 시도와 노력을 전한다.


[2] 비동물 실험들

nonanimalexperiment00.jpg » 데이터 공유나 새로운 분석과 예측 기법들은, 화학물 반응 시험 등에서 실험 동물을 대체할 수 있다. 사진은 동물 실험 장면. 출처/ Wikimedia Commons


“동물 대상으로 실험하지 말자면, 그러면 인간한테 실험하나요?”

과학 연구에서 될수록 동물을 사용하지 말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질문이 ‘동물 실험을 안 하면 인간한테 실험하나요?’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러면 사형수한테 실험하면 되느냐?, 인간한테 실험하는 게 정당하느냐 같은 질문이 그 다음 순서로 따라 나온다.


현재의 동물실험 방식은 1940-5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하지만 우리 생활을 한 번 돌아보자. 버튼식 전화기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시대는 진작 지났다. 요즘에는 심지어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도 미리 알 수 있고,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며, 얼굴 보며 화상 통화도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사람만큼 똑똑한 것이 없다는 말도 있었지만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오며 인간 삶의 편의를 위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고 있다. 특정 물질이 사람에게 위험한지 알아내기 위해 꼭 살아 있는 동물한테 그 물질을 먹여보고 발라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컴퓨터, 칩, 인간 생체모사 등과 같이 옛날엔 존재하지 않던 방법과 수단으로 시험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고 인간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인간의 생리적 관점에서 예측하는 기술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술을 국가의 규정으로 인정하고 법적인 틀에 적용시키는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의 정부 기관들이 과학 연구에 함께 참여하는 사례는 무수하다. 이번 글에서는 화학물질 평가 분야에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동물(non-animal) 시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데이터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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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본적이어서 이런 것도 대체 방법에 속하나 싶겠지만, 실제로 이미 존재하는 시험정보, 빅데이터의 활용과 공유는 국제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기존 시험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시험자료 생산을 위해 직접 실험을 진행하고, 또한 그 비용에 엄청난 자원을 투자한 데이터 소유자에게는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다.


히 이런 시험 정보를 증빙으로 사용하기 위해 문서화 된 절차를 요구하는 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을 위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시행되면서 자료를 소유한 기업은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자료가 필요한 기업은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면서, 이는 기업들 간의 이익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 싸움에 동물들의 등이 터지는 격이다. 이미 시험 결과가 있는데도 다른 기업이 공유해주지 않기 때문에 동물들은 반복되는 실험으로 희생되고 기업들은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여 반복 실험을 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REACH, 리치)에서는 ‘1개 물질, 1개 등록(one substance, one registration)’의 원칙을 통해 반복적인 동물 실험을 방지하고 기업들의 시험자료 공유를 법제화 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 간에 시험자료 공유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식적인 중재(arbitration) 절차를 거쳐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6월 유럽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 Agency)의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의 화학 규정 ‘리치(REACH)에 따라 2008년 6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등록된 물질 6,290종 중에서 98%가 기업들간의 시험자료 공유를 통해 공동 등록으로 이루어졌다.[1] 동물복지와 관련하여 윤리적인 책임을 생각해서라도 동물실험은 꼭 최후의 수단으로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렇게 강조되니,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도 독성 시험 자료를 만들기 위해 동물실험은 우선순위 1위가 아니라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안 될 때 시행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도 당연하다.


‘셰어링 이즈 케어링’(Sharing is caring)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한국말로 하면 ‘나누는 것이 베푸는 것이다’ 정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시험결과를 나누는(sharing) 것은 동물의 생명을 아끼고 기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자료의 나눔과 베품이 널리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것이 팍팍한 사회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nonanimalexperiment1.jpg »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리치(REACH) 규정과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보고서’(The use of alternatives to testing on animals for REACH Regulation)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2008년 6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등록된 화학물질 6,290종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을 분석했다. 이 그래프는 유럽화학물질청 보고서에서 분석된 화학물질 등록에서 비동물 시험방법별로 각 독성종말점 (endpoint: 화학물질 위해성과 관련된 특정한 독성을 정성 또는 정량적으로 표현한 것[2])에 따른 사용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시험방법으로는 데이터 생략(Data waiving), 교차해석(Read-across), 증거가중치(Weight of evidence), 정량적 구조 활성 관계(QSAR) 방법 별로 분류가 되어있으며 시험면제 방법을 사용하는 데이터 생략(Data waiving)의 경우 조류에 대한 장기간 독성(long-term toxicity to birds)이 독성종말점인 시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교차해석(Read-across) 방법은 반복투여 독성(Repeated dose toxicity, RDT)에서, 증거가중치 (Weight of evidence) 방법은 급성독성(Acute toxicity)에서, QSAR 방법은 생체내 축적(Bioaccumulation)을 알아보는 데 가장 많이 사용 되었다. 출처/[3]



비동물 시험방법의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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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을 이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구조를 분석하여 그 반응을 미리 예측해보는 비동물 시험방법들이 있다. 화학물의 구조가 물리적, 화학적,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연구하여, 화학물질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것들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이중 하나가 화학물질의 성질과 활성도(activity)를 예측하는 “구조 활성 관계”(Structure Activity Relationships;SARs) 분석 기법이다.


만약 분석을 위한 정보가 충분히 모아졌다면 컴퓨터를 통해 화학물질의 성질과 움직임을 정량으로 예측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량적 구조 활성 관계”(Quantitative SARs;QSARs) 분석기법이라고 한다. QSAR 프로그램은 실험이 전혀 없이도 화학물질의 성격을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체내축적(bioaccumulation) 또는 부식성이 있는 물질에 대한 예측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피부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화학물질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화학물질의 성질을 예측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교차해석”(read-across)이 있다. 만약 서로 다른 두 가지 화학물질이 유사한 ‘구조’(chemical structure)를 갖고 있다면, 그 물질의 ‘성질’도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화학물질 간의 구조적, 활동적 유사성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시험하고자 하는 화학물질이 속하는 기존 물질 그룹이 있는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시험하고자 하는 물질이 속한 화학그룹이 이전에 수행된 시험결과를 통해 간에 독성을 야기한다는 결과가 이미 존재한다면 시험하고자 하는 물질도 화학적 구조의 유사성을 비교하여 간에 독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QSARs와 교차해석을 통해 모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험하려는 물질에 대해 자료가 충분한지 증거 정보를 비교하여 예측하는 “증거 가중치”(weight of evidence) 방법도 있다.


론 굉장히 복잡한 화학구조물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 자료와 심도 깊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방대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이 방법들을 사용하는 데에는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분야는 점차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다.


nonanimalexperiment2.jpg » “동물실험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접근방법은 과학과 지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엘리자벳 베그렌 박사, Joint Research Centre, European Commission. 출처/[4]

nonanimalexperiment3.jpg » NIH, EPA, FDA가 함께 참여하는 21세기 독성연구 중 스크리닝(screening) 시스템에 사용 되는 고속 로봇. 출처/[5]



해외-국내 연구지원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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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2016년부터 6년간 진행되는 ’유럽연합-톡스리스크’(EU-ToxRisk) 프로젝트를 위해 한화 약 390여 억 원(€30 million)의 비용을 들여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과 그 원인을 기전적으로(mechanism-based) 규명하여 인간 세포에 대한 독성 반응을 평가하기 위한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6] ‘스템뱅크’(STEMBANCC)는 유럽연합의 학계와 산업계가 모여 한화 726여 억 원 예산으로 5년에 걸쳐 혁신적 신약 개발과 독성 예측을 위해 인간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7]


국에서는 독성 연구와 관련된 연방 정부기관들이 함께 파트너십을 이루어 환경보호청(EPA), 식품의약국(FDA), 국립보건연구원(NIH), 국립독성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국립중개과학발전센터(National Center for Advancing Translational Sciences)가 동물실험 의존율을 줄이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독성 예측을 연구하는 톡스21(Tox21)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8] 또한, 국립보건연구원(NIH)은 2014년 ‘빅데이터에서 지식으로’(Big Data to Knowledge; BD2K)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생명의료 연구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화 638여 억 원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9] 이외에도 국가 차원에서 정부 부처들이 함께 모여, 기업 또는 학계와 함께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성평가연구원이 독성 예측 플랫폼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시했고, 정부도 바이오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 및 신개념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음 연재 글에서는 이러한 분야에서 직접 연구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방문하여 한국의 비동물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출처]


[1] https://echa.europa.eu/-/alternatives-to-animal-testing-widely-used

[2] 국립환경과학원 고시 제2014-48호 화학물질 위해성평가의 구체적 방법 등에 관한 규정 제2조(정의) 25항

[3] https://echa.europa.eu/documents/10162/13639/alternatives_test_animals_2017_en.pdf/075c690d-054c-693a-c921-f8cd8acbe9c3

[4] https://echa.europa.eu/view-article/-/journal_content/title/topical-scientific-workshop-new-approach-methodologies-in-regulatory-science

[5] https://ntp.niehs.nih.gov/results/tox21/index.html

[6] http://www.eu-toxrisk.eu

[7] http://stembancc.org
[8] https://ncats.nih.gov/tox21/about
[9] https://commonfund.nih.gov/bd2k


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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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독성연구국 한국정책국장
동물들이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나부터 동물에 대해 알아야 하겠다는 결심으로 동물행동학을 전공했다.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면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것을 과학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있다.
이메일 : bseo@h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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