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폭발 잔해의 안쪽을 들여다보다 -ALMA

전파망원경 알마(ALMA) 이용, 초신성 잔해 우주먼지 분포 3차원 관측

수소 고리 안쪽에 폭발로 생성된 새 분자 일산화탄소, 일산화규소 분포


supernova1987A1.jpg » 알마(ALMA)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초신성 1987A의 잔해를 보여주는 이미지. 잔해를 구성하는 분자들을 식별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색깔을 입혔다. 아래 기사의 설명 참조. 출처/ ALMA(ESO/NAOJ/NRAO), R. Indebetouw


‘초신성’이라는 말은 역설적이다. 갑자기 빛나며 밤하늘에 출현한 ‘새로운 별’이라는 뜻으로 신성(nova) 또는 초신성(supernova)이라 불리지만, 실은 거대한 별(항성)이 일생을 다하여 붕괴(폭발)할 때 엄청난 에너지와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별의 새로운 탄생이 아니라 격렬한 최후인 셈이다. 핵융합을 일으켜 빛을 내는 별의 내부에 있는 이른바 고온고압의 ‘용광로(핵융합로)’가 핵융합의 연료를 소진하면서 항성 중심(core)이 자신의 거대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붕괴할 때, 엄청난 빛을 내는 ‘초신성’ 사건이 시작된다. 그 빛이 마치 새로운 별의 탄생처럼 보여 ‘신성’이라 불리고, 특히 규모가 엄청난 별의 붕괴과 폭발을 ‘초신성’이라 부른다. [참조: 초신성에 관한 다른 글, http://scienceon.hani.co.kr/381655 ]


별의 최후는 또한 새로운 분자의 탄생이기도 하다. 격렬한 초신성 폭발로 인해 새로운 물질 분자들이 생겨나고, 초신성의 잔해로 남은 우주 먼지 물질로서 또다른 우주 물질 진화의 여정에 참여한다. 그런 초신성 폭발 이후에 식으면서 남은 초신성 잔해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00Proto_ALMA.jpg » 칠레 북쪽의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알마(ALMA), 즉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파 집합체의 모습. 출처/ ALMA(ESO / NAOJ / NRAO 30년 전에 관측된 초신성 ‘SN 1987A’이 이번 관측의 대상이 됐다. 16만 광년 떨어진 대마젤란운(Large Magellanic Cloud) 은하에 있는 이 초신성은 1987년에 처음 관측됐으며, 이후에 초신성 연구자들한테 주요한 관측 대상이 되었다. 최근에 30년이 지난 지금 그 초신성의 자리에 남은 잔해물이 처음으로 자세히 관측됐다.


미국·스페인·영국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만으로는 잘 볼 수 없었던 바깥쪽 우주 먼지 너머 그 안쪽 초신성 폭발 잔해의 분자들에서 나오는 아주 미약한 빛(서브밀리미터파)을 초대형 전파망원경 설비를 이용해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관측에서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파 집합체(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라는 긴 정식 이름을 지닌,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전파망원경 ‘알마(ALMA)’가 주로 사용됐다.


국제 공동연구진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초신성 1987A 잔해물의 3차원 영상을 보면,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수소 영역(파란색 고리 영역) 안쪽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세히 관측되지 않았던 우주 먼지 잔해들은 초신성 폭발 때 새로 생성된 분자인 일산화규소(SiO, 자주색)와 일산화탄소(CO, 노란색) 등으로 이뤄져 덩어리처럼 뭉쳐 식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런 관측 결과를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와 <왕립천문학회 월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y Society)>에 발표했다.


[동영상 설명] 천문학자들이 알마(ALMA)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초신성 SN 1987A로 인해 생성된 잔해물의 3차원 이미지를 만들었다. 보라색 영역은 일산화규소(SiO) 분자의 분포를 나타낸다. 노란색 영역은 일산화탄소(CO) 분자의 분포이다. 파란색 고리는 허블 망원경의 데이터(수소)로, 인위적으로 확장해 3차원으로 만든 것이다. 출처/ ALMA (ESO/NAOJ/NRAO), NASA/ESA Hubble


[동영상 설명] 이 과학 시각물(애니메이션)은 초신성 1987A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원 항성이 처음에 부풀어 오르다가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충격파가 팽창했으며, 이어 이번에 알마(ALMA)에 의해 관측된 분자들이 잔해물에서 형성됐다. 출처/ NRAO/AUI/NSF 등, https://phys.org/news/2017-07-heart-star-d.html


연구진은 “알마(ALMA) 덕분에 항성 폭발 이후에 남은 그 안쪽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면서 “초신성이 행성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초신성이 대략 5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난다고 보면, 초신성 1987A은 폭발과 새로운 분자 생성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귀한 관측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참고: 알마(ALMA)관측소 보도자료, 온라인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러트>)


supernova1987A2.jpg » 초신성 1987A의 상상도. 안쪽에 초신성 폭발의 잔해가 있는 식은 영역(빨간색)에서는 엄청난 양의 우주 먼지들이 관측됐다. 바깥쪽에는 고리 모양(파란색) 구조가 있다. 이곳에서 초신성 폭발 때의 에너지가 폭발 이전의 원 항성에서 방출돼 에워싸고 있던 가스층과 충돌한다(녹색). 출처/ A. Angelich; NRAO/AUI/NSF


이번 관측에서는 일산화규소와 일산화탄소 외에도 이전에 다른 초신성 잔해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포르밀이온(HCO+), 일산화황(SO) 같은 새로운 분자들이 검출된 것도 성과로 꼽히고 있다. 연구진은 “이 분자들은 이전에 젊은 초신성 잔해에서 발견된 적이 없기에 고무적인 것들”이라며 “특히 HCO+가 생성되려면 폭발 과정에서 특별히 격렬한 뒤섞임이 일어나야 하기에 더욱 흥미로운 분자”라고 말했다.


  ■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실린 논문 초록

대부분의 거대 항성들은 중심으로 붕괴하는(core-collapse)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하며, 폭발 때 핵합성 된 원소들로 성간 매질을 풍부하게 한다. 중심 붕괴에 뒤이어, 원 항성을 관통해 쇼크가 전파하기 때문에 그 폭발은 불안정해지기 쉽다. 중심 붕괴 초신성의 가장 안쪽 영역의 조성(composition)과 구조를 관찰하면, 그런 불안정성과 핵합성 산물들을 직접 탐색할 수 있다. 대마젤란운(Large Magellanic Cloud)에 있는 초신성 SN 1987A는 그 내부 분출물을 공간분해능으로 들여다 볼 수 있으면서 아직 그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으로 강한 영향을 받지 않은, 매우 드문 초신성 중 하나이다. 우리는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관측시설을 이용하여 초신성 SN 1987A를 관측했다. 이 관찰은 현재까지 가장 높은 해상도를 지니며, 초신상 잔해의 가장 안쪽 영역에 있는 식은 분자 가스의 형상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일산화탄소(CO)와 일산화규소(SiO) 방출의 3차원 분포는 다르지만, 둘 다 중앙결핍(central defici), 즉 토러스(torus) 모양의 분포를 지닌다. 아마도 이것은 첫번째 몇 주 동안에 있었을 방사성 가열(“니켈 가열(nickel heating)”)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덩어리를 이룬 분포의 크기 척도를 모형과 정량적으로 비교했는데, 그것은 전단계와 폭발의 물리학이 어떻게 제한될(constrained)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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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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